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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81화 (8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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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081화

“미친…….”

가상현실 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팬 사이트에 스크롤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거기에는 폭발 마법 여러 개를 설치해 다수의 적을 물리치는 방법이란 동영상이 있었다.

그 영상에서는 유니크 등급이라 불리는 희귀한 아이템 헬 파이어 스크롤 다섯 개를 이용했는데, 무려 A등급 마장기가 포함된 적을 재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많은 유저들이 열광하며 찬사를 보냈다. 당시 호 또한 그 동영상에 찬사를 보냈던 유저 중 하나였다.

사실 현재 안테로리를 무너뜨리고 있는 이 방법 또한 그때의 영상을 보고 약간 응용을 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헬 파이어가 아닌 3등급 마법에 불과한 파이어 볼 스크롤 다수와 기름에 불과했기에, 수인족의 군대를 전멸시키기보다는 그들이 코르다로 진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정도 피해를 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거기에 추가하자면 자신이 열심히 키워 놓은 안테로리를 수인들이 이용할 수 없게끔 해방을 놓을 생각이었다. 그 정도만 되더라도 호는 충분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인족의 군대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십오 일의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안테로리의 모습은 불지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쿠쿠쿠쿵!

지지대가 박살난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성벽 위에 있던 수인족들이 그대로 땅에 떨어져 죽어나가는 모습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 위에 대포처럼 자리를 잡고 있던 C급 마장기 카니앗산 또한 균형을 잃고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도 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저거 설마 박살이 나지는 않겠지?”

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대답을 해야 할 리아 캬베데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지면으로 강하게 떨어져 내리며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카니앗산의 다리 관절들이 나뭇가지처럼 부러지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거미 형태의 마장기라 그런지 다리 부분이 그다지 튼튼하게 제작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각 종족의 특수한 금속으로 제작된 마장기답게, 카니앗산은 그 높은 성벽에서 떨어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카니앗산의 위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닌 듯했다.

와우웅!

“헐.”

리아 캬베데와 호의 눈에 아슬아슬하게 동강나 있던 성의 망루 부분이 뚝 부러지더니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카니앗산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정말 절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 순간 또 한 번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 폭발은 한 번에 걸친 게 아니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건드렸는지, 마장기의 폭발을 시작으로 성 내부에서는 연쇄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크으읏!”

“흐냐앙!”

파이어 볼이 동시에 터지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파가 호와 리아 캬베데에게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호가 잠깐 숨을 돌리려던 찰나, 이번에는 쿠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안테로리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호는 머리를 가리고 숨을 죽인 채 진동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건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옆에서는 가르릉 하며 공포에 질린 리아 캬베데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몇 차례 계속된 강력한 폭발과 충격파로 인해 안테로리의 지하에 공간에 생겨난 걸까?

그 순간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더니 마치 모래성이 주저앉은 것처럼 수인 군대가 머무르고 있던 안테로리의 대지가 지면 아래도 폭삭 사라져 버렸다.

그 끔찍한 모습을 보며 호와 리아 캬베데는 뭉게뭉게 피어올랐던 먼지 구름이 가라앉을 때까지 자리에서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띵동.

-‘아트리그’의 수인 군대를 물리쳤습니다.

-전투성과를 결산중입니다. 3…… 2…… 1. 결산완료.

놀랍습니다. 대적이 불가능한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번 전투의 성과 등급은 SSS랭크입니다. 경험치를 512,680획득했습니다.

-총대장으로서의 활약에 힘입어 20%의 경험치를 추가적으로 획득합니다.

뭔가 대단한 메시지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하지만 호는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끔찍한 광경 때문이었다. 이제는 부서진 건물 잔해와 흩날리는 잿더미들만이 그 자리에 안테로리가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무시무시하네요. 이건 마스터가 있던 세계의 전설적인 마법인 건가요?”

“설마. 반쯤은 노리고 설계를 하기는 했지만…….”

“설계?”

“그런 게 있어.”

리아 캬베데의 말에 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설적인 마법은커녕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파이어 애로우와 같은 간단한 마법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으니 뭐라 설명할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둘은 코르다가 아닌 아까 전 지옥도가 펼쳐졌던 안테로리가 있었던 장소로 향했다. 저 지옥 속에서 살아남은 수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크하앙…….”

가까이서 본 무너진 안테로리의 광경은 예상보다 훨씬 끔찍했다. 사방에는 수인들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고, 그중 대다수는 몸의 7, 80% 정도가 땅바닥에 파묻혀 있었다. 어디가 성벽이었고, 어디가 성문이었는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무너진 잔해들과 시체만이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망루에 제대로 부딪혀 재수 없이 박살이 난 카니앗산도 눈에 들어왔다. 산산조각이 난데다가 마장기의 동력원인 마나석까지 박살이 난 것을 보니 저건 수거해도 재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1억 리스가 날아갔군.”

C등급이라고 해도 마장기를 제작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기억에 의하면 마장기의 제작비용만 무려 1억 리스로, 거기에 각종 잡다한 재료들까지 더한다면 그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다. 비록 자신을 공격하려던 수인족의 마장기이긴 했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거였다.

아마 지금의 이곳 소식을 리셴르나가 듣게 된다면 목이 뒤로 넘어갈 게 분명했다. 1억 리스라니……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한 자금이었다.

“오오옷?!”

“어? 이런 게 남아 있잖아?!”

“마스터! 이거 보세요! 괜찮은 걸 찾았어요!”

“…….”

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리아 캬베데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안테로리를 누비며 여러 가지 아이템을 들고 오고 있었다. 개도 아닌 고양이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아이템을 물어오는 그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웃겼다.

하지만, 정말로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략 반쯤 안테로리를 둘러봤지만, 살아있는 수인족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파이어 볼과 기름의 연계 공격이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수인족들을 전멸시킨 건 마장기 카니앗산이 박살나면서 이어진 연쇄폭발과 지반 붕괴였을 테지만.

살아남은 수인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긴장감이 풀린 호는 주위의 돌 더미에 앉아 자신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리아 캬베데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뭐, 크게 소리를 높여 부르면 달려올 테니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28)

3. 종족 : 인간

4. 소속 : 마족

5. 레벨 : 50

6. 직업 : 전쟁 군주(C)

7. 세부능력

통솔 : 150(+10) / 200(+10)(B)

무력 : 150(+10) / 200(+10)(B)

지력 : 70(+5) / 200(+5)(B)

정치 : 50 / 100(C)

매력 : 60 / 100(C)

8. 특성 : 부대 강화, 통솔 상승(소), 사기의 외침, 호위병 소환.

9. 스킬 :

<침착하라!> D랭크.

많은 전투를 경험한 상급 사관은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부대의 병사들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병사들이 혼란 및 이상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옵니다. 또한 부대의 공격력을 10%상승시킵니다.

<지휘관의 독려> B+랭크.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인 전쟁 군주는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들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효과 : 휘하에 있는 모든 병종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4 상승합니다.

언뜻 보기엔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10. 보유 경험치 : 565,825

“미친…….”

급격하게 올라간 경험치의 양을 확인한 순간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홀로 마장기를 포함해 A, B랭크의 병종들로 구성된 수인 군대를 전멸시켰기 때문인지 얻은 경험치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잘만하면 A등급까지도 클래스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대가 불가능한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고 하니…… 뭐, 당연한 결과인 건가?”

이 세계에서 경험치를 가장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던전 파괴와 전쟁이었다. 그리고 호는 안테로리의 붕괴로 인해 이미 자신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경험치들은 그 성과의 보상이었다.

갑자기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리아 캬베데가 아니라 이 자리에 한시진이 있었다면, 그녀를 마장기 조종이 가능한 B등급 클래스로 전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조만간 직업 리스트를 한 번 쫙 둘러봐야겠네.”

레벨과 남은 능력 포인트를 최고치까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10만도 되지 않은 경험치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경험치 양이면 A등급 클래스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A등급 클래스들을 떠올리며 호는 슬슬 코르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리아 캬베데가 수거해 온 전리품도 제법 되는데다가 빨리 킬리드로 돌아가 대비책을 준비해야만 했다. 비록 리셴르나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기는 했지만, 아직 전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리…….”

리아 캬베데를 부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호는 붉은색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눈동자는 아니었다. 사람의 눈동자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인위적이었으며 기계적이었다. 그리고 호는 그 눈동자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카니앗산?!”

수인족의 선봉대가 보유하고 있었던 카니앗산은 총 두 대. 하지만 한 대는 호의 눈앞에서 폭발하며 박살이 났다. 그렇다면 남은 한 대는? 당연히 지면에 깔려 고장이 났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곧 호는 자신의 실책을 탓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안테로리에서 벌어졌던 엄청난 폭발과 지면 붕괴를 목격하며 잠시 방심을 한 모양이었다. 마법을 흡수할 수 있는 마장기의 단단한 내구력을 생각했어야 했다.

‘피해야 한다!’

생각보다도 먼저 몸이 반응했다.

호는 날아가듯 몸을 구르며 장애물 뒤로 숨었다.

카니앗산의 주무기는 등에 달린 마력포. 하지만 다리와 몸체 곳곳에 있는 기관총처럼 발사할 수 있는 마력화살들도 카니앗산의 무기였다. 그 마력화살들은 C, D랭크의 병사들도 단숨에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끼기기긱!

기계음과 함께 카니앗산이 움직이는 소리가 호의 귀에 들려왔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보니 여덟 개의 다리 중 3 개가 박살이 난 카니앗산이 기우뚱거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움직이잖아.”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리아 캬베데는 어디로 갔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부를 수도 없었다. 소리를 지르는 순간 카니앗산은 자신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눈치를 챌 게 분명했다.

그렇게 카니앗산이 균형을 잡고 자신의 동체를 일으킨 순간, 카니앗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호의 귀에 들려왔다.

[얏호! 마스터! 이거 작동이 돼요!]

리아 캬베데였다. 그녀는 A등급의 수인 영웅. 당연히 수인족의 마장기를 조종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호는 살았다는 듯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바지가 축축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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