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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54화 (5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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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054화

‘진짜 엄청 예쁘다…….’

미의 종족이라 불리는 종족답게 정말로 너무나도 예쁜 외모였다. 저런 외모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것만 같았다. 미안하긴 해도 시현은 엘 아르윈이 자신의 언니 한시진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

잠시 언니와 엘 아르윈의 외모를 비교하는 하극상을 벌이던 시현은 문득 엘 아르윈에게서 수상을 낌새를 발견하고는 가늘게 눈을 떴다.

안테로리의 새로운 영웅인 엘 아르윈의 눈동자는 호에게 향해 있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단순히 자신의 영주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결코 아니었다.

“……멍?”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호를 바라보고 있는 사드나인과 비교하니 그런 엘 아르윈이 더더욱 수상하게 느껴졌다. 저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어려도 그건 알 수 있었다.

시현의 안색이 빠르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언니의 라이벌인 엘프의 등장. 감이 좋지 않았다.

‘호 오빠가 엘프에게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시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언니인 한시진의 애인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른 불안감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가 언니와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데…….’

시현은 책에서 봤던 문장을 떠올렸다. 자주 편지를 왕래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옆에 함께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이제는 굉장히 예쁜 종족, 엘프가 옆에 있었다.

‘아니야. 호 오빠는 다른 사람과는 달라.’

호는 자신의 영웅이나 다름없는 언니에게 딱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성실했고, 근면하며 또한 용감하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고 말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 주기까지 했다. 정말 언니의 남친 감으로는 마음에 쏙 드는 인물이었다.

“오빠. 언니하고는 연락 자주 하고 있죠?”

“물론이지. 왜?”

“한눈 팔 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시현의 말에 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엘프의 영지에 있는 던전을 파괴하고 많은 재화와 함께 엘 아르윈이라는 엘프 영웅까지 손에 넣은 호는 전과 마찬가지로 안테로리의 모든 전력을 내정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볼 붸르니체스의 군대가 안테로리에서 머무는 동안 최대한 영지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그런 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바로 엘프의 주거지인 생명의 집의 대규모 건설이었다.

“흐음. 엘프들을 위한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대체 무슨 생각인가?”

안테로리에서 엘프의 주거지가 대규모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는 소문을 듣자 나자르 T 스테르가 호를 찾았다. 그는 안테로리에 살고 있는 수인들조차도 배척을 할 정도로 뼛속까지 마족인 영웅이었다. 당연히 엘프 마을이 안테로리에 생겨나는 게 꽤나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것 때문에 찾아오셨군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나자르의 행동에 호는 사람 좋게 웃었다. 그가 이런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핑계 역시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다.

“이이제이입니다. 엘프와 엘프를 싸우게 만드는 수법이지요.”

“이이제이?”

“그렇습니다. 코르다와 아멘드마에 거주하는 엘프, 그리고 안테로리에 거주하는 엘프. 그런 엘프끼리의 동족상잔. 얼마나 멋진 광경입니까?”

“흐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마족과 수인이 영지민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안테로리의 균형은 무너진 것 같은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나자르 T 스테르 님.”

하지만 상세하게 이어지는 호의 설명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특히 그는 호가 말했던 내용 중 엘프끼리 싸움을 붙인다는 계획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자신의 설명에 나자르가 너무나 쉽게 수긍한 면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호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여러 종족을 한 번에 포용하는 일은 리그너스 대륙전기에서 유저의 세력만이 가능한 특권 중의 특권이었다. 시스템 상으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종족의 영웅이 다스리는 영지와는 달리 안테로리는 수인과 마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었다.

‘일단은 엘프 족을 많이 끌어들어야 한다.’

붉은 핏빛의 대지에 살고 있는 종족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엘프였다. 그렇기에 호는 그런 엘프들을 안테로리로 끌어들여 영지민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엘프들을 안테로리의, 아니 앞으로 생겨날 호 제국의 보병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스 스파토이로는 부족해.”

현재 안테로리에 주둔하고 있는 보병의 주력은 마족의 C랭크 병종인 아이스 스파토이. 마법 내성이 좋고 둔기가 아닌 병기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아 가성비로 따지면 나쁘지 않은, 아니 상당히 괜찮은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확연했다. 병장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둔기에는 약해도 너무나 약했다. 특히 몸체가 거대한 병사나 돌격이 가능한 기마대가 아이스 스파토이 부대를 한 번 훑고 지나가면 우수수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일쑤였다.

결국 지금 당장 임시방편으로 쓰기에는 좋지만 훗날을 위해서는 전력의 구성을 바꿔야만 했다. 그리고 가상현실 게임인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클리어한 경험이 있는 호는 이 세계에 등장하는 모든 병종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다.

“인병, 엘보, 마마, 수기, 드공, 천비, 정궁, 용만.”

호의 입에서 주문과도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는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듣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들이었다.

“인간 족은 만능이라는 이름의 병신이며, 엘프는 보병, 마족은 마법사, 수인족은 기병, 드워프는 공병, 천족은 비행병, 정령은 궁병이 뛰어나며, 용족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만능이리라.”

이 외에도 다양한 위력을 지닌 수많은 특수 병종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병종들은 이벤트 혹은 던전에서나 얻을 수 있는 병종들이었다.

어쨌든 유저들 사이에서는 줄임말로 엘보라 불리는 엘프 족 보병은 마법 처리가 된 단단한 방패를 사용해 굳건한 방어능력은 물론이고, 회복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어 방어에 특화된 병사들이었다. 또한 A랭크 마족 보병의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16, 20 일 때 동일 랭크의 엘프 보병은 17과 22 로 능력의 차이도 보였다.

얼핏 보면 미미한 수준의 차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호는 이 차이가 전쟁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통솔과 무력이 높은 고 등급의 영웅들은 이런 소소한 차이로도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역시 보병은 엘프 족이 진리지.”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엘프 보병을 최소 A랭크까지 양성할 수 있어야 했다. 많은 시간과 돈이 소모되는 일이겠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당장이라도 시작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아이스 스파토이는 몰라도 현재 안테로리의 전력을 구성하고 있는 궁병은 지금 당장 교체할 필요는 없었다.

“궁수는 엘프와 다크엘프가 있으니까…….”

최상급인 1티어에 속하는 정령 궁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엘프와 마족의 궁수들도 2티어 급은 되니 만큼 충분히 쓸 만 했다. 만약 정령 영웅이 휘하에 있었다면 궁병 역시 교체를 고려해봤겠지만 지금 당장은 정령 영웅을 손에 넣을 방도가 없었다.

“리아 캬베데. 이번 연구가 끝나면 ‘윈드 파이터’의 연구를 시작하도록.”

“캬앙?”

엘프의 거주지인 생명의 집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엘프들이 조금씩 안테로리에 거주하기 시작하자 호가 명령을 내렸다.

윈드 파이터는 엘프들의 F랭크 보병이었다. 아이스 스파토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랭크의 병종 개발이라는 호의 명령에 리아 캬베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호의 명령은 확고했다.

“연구소의 건설 진척도는?”

“적어도 보름 후에는 완공이 될 것 같아요.”

엘 아르윈의 지휘 아래 연구소도 착실히 건설이 되고 있었다. 연구소의 건설이 끝나면 여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앞으로의 기술 개발 속도가 더욱 탄력을 받을 터였다. 또한 군사 시설중 하나인 마법 연구소와 연계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재정도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었다. 여전히 가젯 의복은 아르테미스 상단이 비싼 값으로 사들이고 있었고, 주점과 대 시장에서 나오는 리스의 수입도 적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군.”

“최선을 다해 안테로리를 지키겠습니다.”

“리셴르나가 그리 만만한 녀석은 아니겠지만,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도록 하지.”

핏기가 거의 없는, 창백한 얼굴이 특징인 뱀파이어가 호를 향해 말했다. 곧 뱀파이어가 몸을 돌리자 1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리셴르나의 손에서 안테로리를 지켜준 볼 붸르니체스의 군대가 철수하는 것이다.

“정말 아쉽군…….”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족의 B등급 마장기인 키마라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엘프 보병의 연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정예 실리스들의 훈련을 시작하도록.”

“아트리그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역에 망루 건설을 시작한다.”

나자르 T 스테르가 이끄는 병사들이 철수하자마자 호는 여러 명령을 내려 내정에 집중하던 전력을 병력 생산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수인족의 도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이 한 달 간은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급보! 급보입니다!”

“……역시.”

하지만 B등급 마장기인 키마라이와 함께 볼 붸르니체스의 휘하 영웅인 나자르 T 스테르가 안테로리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트리그 수인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도발적으로 변했고, 결국 안테로리와 아트리그 양 지역의 경계에서 소규모 교전이 쉴 새 없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간다.”

다행이 전면전으로 일어날 기미는 아직까지 없었지만 정찰로 내보낸 정예 실리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나가고 있었다. 결국 호는 직접 정예 실리스들을 대동하고 아트리그의 경계로 향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27)

3. 종족 : 인간

4. 소속 : 마족

5. 레벨 : 50

6. 직업 : 상급 사관(D)

7. 세부능력

통솔 : 100(+10) / 100(+10)(C)

무력 : 50(+4) / 50(+4)(D)

지력 : 50 / 50(D)

정치 : 30 / 30(E)

매력 : 50 / 50(D)

카리스마 : 50 / 50(D)

8. 특성 : 부대 강화, 통솔 상승(소)

9. 스킬 :

<침착하라!> D랭크.

많은 전투를 경험한 상급 사관은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부대의 병사들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병사들이 혼란 및 이상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옵니다. 또한 부대의 공격력을 10% 상승시킵니다.

“슬슬 승급도 진행해야지.”

호가 굳이 위험한 교전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근 1년 가까이 올리지 못했던 C등급 클래스, 전쟁 군주로의 전직을 위해서였다.

던전 토벌로 인해 경험치는 이미 차고도 넘쳤다. 전직 조건도 대부분 달성했다. 남은 것은 ‘만 명의 적을 물리쳐라’ 라는 조건뿐이었다.

엘프 구역에서의 던전 토벌로 인해 조건의 많은 수를 채울 수는 있었지만, 아직 조금 부족했다. 그 때문에 호는 경계 지역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을 통해 이 숫자를 달성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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