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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45화 (4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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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045화

마족. Korea사의 매뉴얼에 따르면 리그너스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종족 중 하나인 그들은 피와 살육, 그리고 파괴를 좋아하는 잔인한 종족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실제로 그런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마족도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과 틀에 따라 생활하는 종족이었다.

더하여 마족과 수인, 그리고 인간들은 리그너스 대륙에 있는 종족 중 계급이라는 것을 가장 철저하게 여기는 종족들이었다.

그리고 커티삭의 지배자인 페릴 예노스는 최상급 마족이자 S등급 영웅인 볼 붸르니체스의 휘하의 마족이었다. ‘심연의 미노타우르스’라 불리는 볼 붸르니체스는 호도 조금은 알고 있는 영웅이었다.

“맷집만큼은 대단했지.”

거대한 해머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 그는 화려한 능력치를 자랑하는 출중한 S등급 영웅이었다. 그리고 호가 호 제국의 황제로서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던 무렵 마족의 세력을 모조리 점령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벌일 때까지 그를 괴롭혔던 영웅 중 하나였다.

당연히 마왕성 점령을 앞둔 마지막 전투에서 그의 유능한 부하들이 어렵지 않게 썰어버리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S등급 영웅인 만큼 볼 붸르니체스가 다스리는 마을은 커티삭이나 안테 로리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 상태가 좋을 게 분명했다. 또한 마장기를 포함해 높은 랭크의 병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을 터였다.

“그 많은 병사 중 몇 정도는 없어도 되잖아? 더군다나 볼 붸르니체스의 영토가 타 종족의 영지와 맞닿은 곳도 아니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가 커티삭의 지배자 페릴 예노스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트리그에 있는 수인족의 대규모 공격을 대비해 볼 붸르니체스에게 지원 병력을 요청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트리그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병사를 늘린다 하더라도 수인들의 군대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당장 고 랭크의 병사를 훈련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문제는 페릴 예노스가 자신이 보낸 편지의 내용대로 볼 붸르니체스에게 지원을 요청하느냐는 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 역시 아트리그에 주둔하고 있는 수인들의 군대에 위기감을 느낀 모양인지 곧바로 볼 붸르니체스에게 편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리아, 넌 아트리그에서 돌아가는 상황 및 정보를 조사하도록. 만약 내 마음에 들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오면 흡족한 포상을 내려주겠다.”

“흡족한 포상요?”

“그래. 안테 로리에서 수인 병사들의 양성을 위해 새롭게 연구를 시작할지도 모르지.”

“흐냐앙! 네!”

호의 말에 리아 캬베데가 환한 표정으로 밖으로 향했다.

안테 로리에서 가장 지력이 높은 그녀라면 아트리그쯤은 어렵지 않게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의 발전에서 영웅 하나가 빠지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아트리그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리아 캬베데에게 명령을 내린 호는 영지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병종의 개발 및 양성과 내정과 관련된 건물의 공사에 집중했다.

그와 함께 호는 꾸준히 안테 로리의 정예 오크 전사, 그리고 다크 엘프 궁병을 상대로 자신의 무력에 걸맞은 전투 능력에 익숙해지기 위해 훈련을 거듭했다. 언제 직접 검을 들고 전투를 펼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가상현실이 아닌 이 세계에서 무기를 들고 직접 싸우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보름 뒤, 아트리그로 정찰을 떠났던 리아 캬베데가 안테 로리로 복귀했다.

“취익! 리아 캬베데 님께서 도착했습니다.”

정예 오크 전사의 보고에 오크들과 훈련을 하고 있던 호는 훈련을 중지하고는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 도착하자 리아 캬베데가 기다란 꼬리로 땅바닥을 훑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트리그의 조사는?”

“여기 있습니다.”

리아 캬베데가 여러 개의 보고서를 호에게 건네주며 살며시 웃었다. 미세하게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에 묘한 기대감이 감돌자 호는 서류를 받으며 그녀의 턱을 살살 간질여 주었다. 곧 리아 캬베데의 입에서 늘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그녀에게 포상 아닌 포상을 내려준 호는 천천히 그녀가 조사한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력 능력이 높은 A등급 영웅이라 그런지 리아 캬베데는 상세하게 아트리그의 모든 것에 대해 조사를 해 왔다.

“생각보다 큰 도시였군…….”

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트리그는 무려 A등급의 대도시로 수인들의 영토인 ‘바리안스의 대지’에 있는 도시 중 수위에 손꼽히는 발전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일명 전진기지나 다름없는 도시였다.

이런 도시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상상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안테 로리 수준의 마을쯤은 단숨에 짓밟을 수 있으리란 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호는 볼 붸르니체스에게 지원 병력을 요청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리그는 현재의 커티삭과 안테 로리의 전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도시였다.

‘조기 축구회에 프로 축구 선수가 끼어든 셈이나 다름없지.’

리아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아트리그의 인구수는 무려 56만. 병사 역시 오만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 정도의 병력이면 커티삭과 안테 로리는 물론이고 붉은 핏빛의 대지에 있는 네 개의 마을을 모조리 손에 넣고도 남았다.

그리고 이런 아트리그를 다스리는 영웅은 수인족의 S등급 영웅인 리셴르나. 수인 왕국을 이루는 부족인 묘인족의 장로급에 속하는 영웅이었다.

‘그래서…….’

호의 시선이 리아 캬베데에게로 향했다.

원래 안테 로리는 묘인족인 그녀가 대장으로 있던 도시. 어째서 리셴르나가 안테 로리를 공격하려고 하는지 예상이 되고 있었다. 아마 리아는 리셴르나의 명령에 따라 안테 로리를 다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호가 문서를 읽을 때마다 리아 캬베데의 적갈색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호를 자신의 마스터로 모시고 있는 그녀는 이번 정찰의 결과로 호가 어떤 포상을 내려줄지 한껏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호는 보고서의 다음 장을 넘겼다.

보고서의 뒷장에는 아트리그의 군사력에 관해 나와 있었다. 예상대로 아트리그가 보유한 병력은 총 54,200명. D, C, B랭크로 이루어진 군대였다.

거기에 수인들의 정예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 A랭크 병사인 ‘아스린의 암살자’도 3,400이나 주둔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카니앗산?!”

호의 고개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리아 캬베데에게로 돌아갔다.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카니앗산이라니……!”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최종 전투 병기. 바로 마장기였다. 비록 C등급에 불과했지만 마장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했다. 마장기의 파괴력은 단숨에 성벽을 박살 낼 수 있었고, 순식간에 병사들을 쓸어버렸다.

하물며 안테 로리의 성벽은 마장기의 동체로 밀어버려도 가볍게 무너질 정도로 허술했다.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카니앗산의 마력포를 건뎌낼 수 있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아트리그에는 그런 카니앗산이 무려 두 기나 배치되어 있었다.

호의 고개가 살짝 올라가며 정면의 허공으로 향했다. ‘관우는 내 여자’의 공략본에는 카니앗산의 상세한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카니앗산. 수인족 전용으로 수인들이 개발해 낸 이 C등급 마장기는 거미의 형태를 닮았다.

약 8m 크기의 카니앗산은 몸체의 양 옆에 있는 여덟 개의 다리를 이용해 어떤 지형이든 간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등에 달린 두 개의 마력포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전천후 탱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투 병기였다. 단점이라면 마장기끼리의 일대일 전투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지만, 다수가 모이면 회전이든 공성전이든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마장기가 포함된 전쟁을 이렇게나 빨리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당연하지만 이런 마장기를 개발하거나 제작하려면 엄청난 자원과 돈이 필요했다.

호는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이런 카니앗산이 한 기라도 전장에 등장하면 안테 로리에 있는 병력들은 찍소리도 못 하고 마력포의 공격에 증발할 뿐이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통일한 경험이 있고 공략본이 있다 하더라도 압도적인 전력 차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커티삭에 편지를 다시 보내야겠어.”

마장기가 전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면 볼 붸르니체스가 지원 병력을 보낸다 하더라도 얘기가 달랐다.

마장기는 대마장병이라 불리는 특수한 병과를 제외한 A랭크 이하의 병사들에게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대마장병이 아니라면 마장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마장기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 * *

“호 오빠! 커티삭에서 병사들이 도착했어요! 진짜, 진짜 많아요!!!”

며칠 뒤, 숨까지 헐떡이며 다급하게 외치는 한시현의 말에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호는 즉시 밖으로 향했다.

‘벌써 도착했다고?!’

시현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기에 걸음을 옮기면서도 머릿속에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페릴 예노스에게 편지를 보낸 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고, 최근 마장기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한숨 돌렸군.’

볼 붸르니체스는 인간으로 치자면 후작 정도에 비교되는 마족. 그의 군대가 안테 로리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트리그의 리셴르나 또한 쉽사리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터였다.

볼 붸르니체스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곧 마족과 수인족의 전면전으로 연결되는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S등급의 영웅이 얼마나 많은 지원 병력을 붉은 핏빛의 대지로 보냈기에 시현이 진짜, 진짜 많은 병력을 보냈다고 말하는 지 궁금증이 들었다.

“허억!”

그리고 눈앞에 드러나는 광경에 호는 경악하며 멈춰 섰다.

마족의 A, B랭크 병종인 칠흑의 용기사와 외눈박이 싸이클롭스는 물론이고 물경 수천에 다다르는 C, D랭크의 병사가 안테 로리 성 밖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많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예상했던 범주였다.

하지만 마족의 군대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끼기기긱! 쿠쿠쿵!!!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체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그리고 그 정체를 확인한 호의 눈동자가 점점 큼지막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손만큼이나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이마에 박혀 있는 거대한 동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핏빛과도 같은 붉은색의 갑주와 검은색의 대검을 등 뒤에 메고 있는 인간형태의 이족 보행 병기.

“키마라이…….”

마족의 보급형 마장기이자 그들이 자랑하는 B등급 마장기인 키마라이였다.

전장 13m, 무게 약 19톤으로 단단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에 버금가는 마계의 금속 헬로나이움으로 만들어진 제작된 마장기였다.

이런 키마라이의 주 무기는 대검. 말이 대검이지 키마라이의 무기는 어둠의 마력을 형상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마법 무기였다. 검은색 어둠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대검을 휘두르며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키마라이의 강력함은 동급의 마장기가 아니라면 상대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당연히 일반 병사들에게 이런 키마라이의 존재는 스톰트루퍼 무리 속에 뛰어든 제다이의 존재와 필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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