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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34화 (3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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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034화

“무기 공방을 지을 수 있는 자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취익! 이틀 후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췩!”

“이틀 뒤에?”

“췩! 네.”

호의 말에 철로 만들어진 사슬 갑옷을 입은 오크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커티삭의 3인자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커티삭의 영주나 다름없는 권한을 지니고 있는 윤호는 오크에게 있어 어려운 상대였다.

“흐흠……. 늦는군.”

“췩! 취익! 피더스 영지에서 자재를 구입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다는 전갈입니다. 췩!”

“그렇단 말이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오크의 대답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이틀 정도라면 건물 공사가 늦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이틀 후에 건설을 시작해도 아스트리드 벨에게 공사를 맡기면 여름이 오기 전에 건물을 완공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보고를 마친 오크를 집무실에서 내보낸 호는 자신의 능력치 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정보(Status)>

1. 이름 : 윤호

2. 성별 : 남(27)

3. 종족 : 인간

4. 소속 : 마족

5. 레벨 : 30

6. 직업 : 상급 사관(D)

7. 세부 능력

통솔 : 80(+10) / 100(+10)(C)

무력 : 50(+4) / 50(+4)(D)

지력 : 40 / 50(D)

정치 : 30 / 30(E)

매력 : 40 / 30(D)

카리스마 : 50 / 50(D)

8. 특성 : 부대 강화, 통솔 상승(소)

9. 스킬 :

<침착하라!> D랭크

많은 전투를 경험한 상급 사관은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부대의 병사들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효과 : 병사들이 혼란 및 이상 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옵니다. 또한 부대의 공격력을 10% 상승시킵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태창을 보니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전부 커티삭 주위의 던전을 공략하고 획득한 경험치의 결과물이었다. 뭐, 노력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직 통솔과 지력 능력이 부족했기에 C등급 클래스로는 전직할 수 없었지만, 호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어차피 붉은 핏빛의 대지에 위치한 많은 던전이 미공략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C등급 클래스로 전직할 수도 없었다. 상급 사관과 관련된 상위 클래스는 전직을 하려면 세부 능력뿐 아니라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만 했다.

호가 이 세계에 끌려온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가을 초쯤 커티삭에 도착한 것 같은데, 어느새 겨울이 끝나고 봄도 반쯤 지나 있었다.

“앞으로는 더더욱 바빠지겠군.”

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연신 발전이 한창 중인 커티삭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봄이 지나면 ‘붉은 핏빛의 대지’라는 지명에 어울리는 여러 교전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든 탓이었다.

더욱이 이곳의 여름은 더운 것과는 거리가 먼 포근한 날씨기도 했다.

“지금도 바쁘지 않아? 그런데 뭐가 더 바빠진다는 거지?”

그때 뒤쪽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멜리아 비쉬 님.”

외알 안경을 쓴 지적인 미녀가 호를 향해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커티삭의 B등급 영웅 멜리아 비쉬였다.

그녀의 등장에 호는 황급히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호의 재빠른 행동에 멜리아 비쉬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호를 바라봤다.

커티삭의 유일한 남자 소환자인 그는 현재 커티삭의 많은 몬스터에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주인공이었다.

그에게 안기고 싶은 커티삭의 다크 엘프가 2열종대로 병영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호는 커티삭의 몬스터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여러 던전을 성공리에 공략해 자신의 군사 능력을 뽐냈을 뿐 아니라 허허벌판이었던 커티삭이 제법 마을의 형태를 갖추게끔 발전을 시키며 정치적으로도 유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 때문에 커티삭의 인구가 크게 늘었지?’

내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커티삭의 영웅으로 조금이나마 커티삭의 발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리고 커티삭은 호라는 소환자가 내정 일을 맡게 된 이후 급발전, 지금은 인구 7,500의 소도시가 된 상황이었다.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히 커티삭의 주민들과 페릴 예노스, 멜리아 비쉬와 같은 커티삭의 영웅들이었다.

한때 조그마했던 커티삭의 시장들은 이제는 큼직큼직한 상가들로 화려하게 변신해 마법등으로 성내를 밝히고 있었고, E랭크의 병사였던 오크 전사는 사슬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로 무장해 E+랭크의 정예 오크 전사로 자신의 랭크를 높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접 병종과 원거리 병종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호의 주장에 커티삭은 E랭크의 다크 엘프 궁수를 양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병영에서 한창 병사들을 양성 중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들을 E+랭크로 올릴 수 있는 활을 생산할 수 있는 무기 공방이 커티삭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와 더불어 커티삭의 리스 수입과 식량 수입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다른 영지에 비해 허름했던 페릴 예노스의 성은 현재 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저 녀석 마음에 드는데?”

커티삭의 영주인 페릴 예노스가 최근 입고 달고 사는 말이었다. 전부 호를 지칭하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호는 소환자지만 페릴 예노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멜리아 비쉬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날 부른 이유가 뭐지?”

멜리아 비쉬의 어투에는 귀찮음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기대라는 감정도 섞여 있었다. 그런 멜리아 비쉬의 어깨를 주무르며 호가 말했다.

“어제 아주 중요한 물품이 도착했습니다.”

“설마?”

“네, 전에 얘기하던 그 물품입니다.”

호의 대답에 멜리아 비쉬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최근 그녀의 취미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호가 거금을 쏟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량은?”

“전에 말씀드렸던 그대로입니다. 그 어떤 남성도 단숨에 녹여낼 수 있는 매혹적인 향수지요. 물의 정령의 정기가 담겨져 있는 향수라고 합니다.”

“그…… 그렇단 말이지?”

“살짝 시향을 할 수 있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관능적인 향기에 머리가 핑 돌더군요.”

말을 하던 호가 과장스럽게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고, 그 모습을 보며 멜리아 비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흥! 그렇단 말이지?”

남성을 유혹하는 게 본능이나 다름없는 서큐버스들은 자신을 치장하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시 여기곤 했다. 그리고 서큐버스 중 하나인 멜리아 비쉬는 향수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최근 자재를 거래하는 상단을 통해 희귀한 향수가 들어왔다는 말에 호가 냉큼 구입을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400리스가 소모되었지만, 전부 그녀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이게 바로 그거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 향수를 살짝 뿌리기만 하면!”

“……하면?”

“……단단한 체구를 지닌 마족들이 멜리아 비쉬 님을 유혹하기 위해 달려들 겁니다.”

호의 말에 멜리아 비쉬의 두 눈이 호의 손에 들린 향수병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서 자신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호는 그녀에게 향수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커티삭의 2인자에 대한 호감을 돈으로 산 호는 향수를 시향하기 위해 바람같이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영지의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호의 집중이 깨진 것은 그로부터 약 두 시간이 지나서였다.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아아. 괜찮아.”

“……정말? 영지의 관리에 병사들의 훈련까지.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최근에 대장간 건설로 인해 상단 관계자들과도 만나고 있다면서요?”

한시진이 날카로운 눈으로 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몇 번이나 함께 던전에서 사선을 넘나들었기 때문일까?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진 두 남녀였다. 게다가 던전의 공략에서 한시현의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포션을 얻은 이후로 둘의 사이는 한층 더 진전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호감이 애정으로 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더욱이 커티삭에서 그녀와 함께하고 생각마저도 비슷한 남자는 호밖에 없었다.

덕분에 호를 대하는 한시진의 행동에는 묘하게 날이 서 있으면서도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무기 공방을 지을 수 있는 자재가 늦게 도착한다는 말에 잠시 일이 꼬여서 피곤한 것뿐이야.”

“진짜…… 죠?”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한시진의 모습에 호는 미소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화랑 기사가 자신을 향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면 호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럼, 진짜지. 거짓말이겠어? 그나저나 다크 엘프의 훈련 상황은 어때?”

“괜찮아. 하지만 아직 제대로 실전에서 써먹으려면 일주일 정도는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요.”

한시진의 말에 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말과 존댓말을 살짝살짝 섞는 그녀의 말투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어쨌든 일주일 뒷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다크 엘프 병사를 성벽 위로 배치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한시진이라는 영웅을 훈련 교관으로 투입해서일까? 양성에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도 훨씬 줄어들었다.

근 반년 사이 커티삭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E+랭크의 병사들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리스의 생산량이 크게 상승했고, 식량의 생산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중형 식량 저장고를 지킬 수 있는 망루도 건설이 되어 있었고, 다크 엘프 궁병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건물인 무기 공방을 완공하고 나면 커티삭 주위를 둘러쌀 성벽도 건설 예정에 있었다.

전부 호와 아스트리드 벨, 그리고 한씨 자매의 작품이었다.

페릴 예노스와 멜리아 비쉬가 한 일은? 솔직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커티삭의 인구수가 크게 늘어난 것에는 서큐버스인 그 둘의 역할이 제법 컸다.

어쨌든 변화가 확 체감이 될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커티삭이었지만, 호는 아직 커티삭의 상황에 만족을 못 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크게 발전한 것은 충분히 고무적이었지만, 호는 E+랭크를 넘어 D랭크 병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산품이 필요한데…….’

다른 영지와 교역을 하며 영지의 수입을 한층 더 드높일 수 있는 특산품. 바로 그 특산품이 있어야만 D랭크의 병종을 개발 및 육성, 그리고 유지할 수 있는 많은 양의 리스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계획은 다 세워져 있었다.

“미노타우스르의 장궁.”

호는 커티삭에서 생산할 수 있는 특산품 중 하나를 떠올렸다.

무기 공방의 수준 높은 대장장이들은 다크 엘프 궁병을 E+랭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커티삭의 특산품이 될 ‘미노타우르스의 장궁’을 생산할 수 있었다.

무기 공방을 건설,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리스와 자재가 필요했지만 그 유지비용 및 재료들도 거의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다.

“미노타우르스의 장궁이 뭐?”

“……의 생산이 끝나면 다크 엘프 궁병을 정예 다크 엘프 궁병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거지.”

여전히 호의 손은 한시진의 머리를 쓰다듬는 중이었다. 그런 호의 손길을 한시진은 고양이가 가르릉거리듯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진과 시간을 보낸 호는 휴식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아스트리드 벨과 한시진, 그리고 한시현이 있는 지금 잡다한 일들은 충분히 그녀들에게 맡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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