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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6화 (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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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너스 대륙전기 006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어느 놈이 제일 쓸 만한 놈일까? 다 약해 보이는데?”

“정말로 이 중에 대륙의 전설과 연관된 녀석이 있는 거야? 보기에는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녀석들인데?”

“나 참. 멘티스 하나 못 당하는 녀석들이라니. 정말 실망인걸?”

일곱이나 되는 종족이 떠들기 시작하자 제단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의 영웅이 불꽃의 제단에서 보이고 있었다.

“씨발, 대체 저 새끼들은 사람들을 여기에 데려다 놓고 뭐 하는 거야? 어이, 형씨? 괜찮아요?”

“크으윽…….”

팔 하나가 사라진 남성을 향해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물었다. 구경거리가 된 지금의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호는 그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호의 시선도 자연스레 어깻죽지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남성에게로 향했다. 왜 그가 저런 꼴을 당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조심해요. 저 남자, 이 선 밖으로 나가서 밖에 있는 이상한 괴물들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저렇게 된 거예요. 게다가 당신이 오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이 죽었고요.”

시현이라는 이름을 지닌 동생을 위로하던 여인이 말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굉장히 침착해 보였다.

“두 명이나 죽었다고요?”

여인의 말에 호의 머리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하지만 보여야 할 게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시체는 없어요. 저 사마귀 괴물이 먹었거든요.”

“…….”

그녀의 대답에 호는 어째서 백여 명이 훌쩍 넘는 사람이 모두 공포에 질려 있는지,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현실 세계에서 한가락 했던 사람이라도 그런 장면을 눈으로 목격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다들 패닉 상태에 빠져 있지 않은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또한 이 세계가 리그너스 대륙전기라는 익숙한 게임 세계가 아니었다면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터였다.

자신의 할 말은 다 했는지 여인은 입을 다물었고, 호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하나하나씩 예상하기 시작했다.

분명 게임 세계인 것 같으면서도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뭐라고 설명을 할 방도가 없었다.

파아앗!

어쨌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은 모두 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손을 놀리던 호의 눈앞으로 화려한 빛과 함께 수십 개의 문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공략본들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분명 이 세계는 자신이 즐겨 플레이하던 가상현실게임의 세계로 보였다.

하지만 호가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런 호의 모습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야? 게임이야? 현실이야?’

아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모양새였다. 호는 슬그머니 공략본 중 하나를 옆에 있는 남성에게 보내봤다. 하지만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초리만을 받을 수 있었다.

‘뭐지……?’

호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또다시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위화감의 정체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가상현실세계에서 빠져나는 절대적인 방법인 마스터 명령어를 입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게임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에도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게 가상현실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가상현실을 강제적으로 종료하기 위한 마스터 명령어는 어떤 가상현실을 즐기든 똑같았다.

‘마…… 말도 안 돼.’

물론, 가상현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백여 명이 넘는 사람 모두가 강제적으로 가상현실을 종료하기 위한 명령어를 모른다는 것은 호의 상식으로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자신의 추측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했다.

“지금 이 상황이 무섭기는 한데, 리그너스 대륙전기라는 게임과 배경이 상당히 비슷하네요.”

호가 넌지시 옆에 있는 청년을 향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꺼낼 용기가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저지르고 본 것이다.

“무슨 소리요?”

“아, Korea사의 가상현실게임 리그너스 대륙전기요. 이거 버그 같은데, 혹시 나중에 회사 사람들이 구해주지 않을까요?”

“Korea사? 게임?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당신 미쳤어요? 그 손가락 까닥이는 것도 계속해서 신경 쓰였는데 좀 안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이 세상에 가상현실게임이 어디 있어요? 지금 이 상황이 게임처럼 느껴지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헛소리를 했네요.”

짜증과 공포, 분노가 섞인 남성의 대답에 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함께 느껴졌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방금 전의 대화로 하나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가상현실을 몰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현대사회를 산다면 원시인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가상현실이었다.

방금 전 자신에게 화를 냈던 청년과 같은 20대라면 더더욱 가상현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 때문에 호의 머릿속은 더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이 사람들의 정체는 뭐지?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패러럴 월드의 사람들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 말이 되지 않는 현실을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있었다.

일단 이곳으로 오기 전 다운을 받고 연동시켰던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공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이 즐겨 플레이하던 가상현실게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NPC들에게 소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가상현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현실? 가상현실?’

그렇게 호가 혼란에 차 생각을 거듭할 무렵 사마귀 괴물에게 당해 한쪽 팔을 잃고 피를 흘리던 남자가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으으으…….”

“이…… 이거 어떻게 해요?!”

“일단 상처 부위를 꽉 묶어야 하지 않겠어요? 출혈이 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당장은 수술이 불가능하잖아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가상현실로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두 명이 죽었다고도 했다.

“사…… 살려…….”

흰자를 보이며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에게서 힘겹게 시선을 돌린 호는 무릎 사이로 고개를 박고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

“@%@#[email protected]!!!”

“선택! 선택의 시간이다!!!”

그런 호의 생각을 방해라도 하려는 듯 사방에서 광란에 빠진 일곱 종족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가상현실로 인해 이런 상황에 익숙한 호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세계의 사람들은 아니다. 혹은, 같은 세계의 사람들이지만 가상현실 자체를 모른다.’

일단 두 가지의 가설에서 호는 전자로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워낙에 게임을 즐겨 했기 때문일까? 이상할 정도로 쉽게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르고 납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세계는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세계가 맞다. 하지만 가상현실게임으로 즐기던 리그너스 대륙전기와는 조금 내용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단순히 배경만 같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상태창은 물론이고, 이 세계 영웅들의 상태창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게임과 연동시켜 놓은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공략본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호가 알고 있던 게임 속 스토리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기에 공략본이 유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그리고 이 세계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아니, 위험하다.’

호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많은 유저가 즐기는 게임인 리그너스 대륙전기는 꿈과 희망, 모험이 섞여 있는 전략시뮬레이션의 모습을 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세계는 호가 알고 있던 게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만 해도 그러했다.

게임 속에서 다치면? 전혀 아프지 않았고, 회복마법이면 모든 것이 완쾌되었다. 죽더라도 세이브와 로드 신공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다치게 된다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한 팔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남성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이러한 가설 때문이라도 자신의 몸은 잘 간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답은 내릴 수 없었다. 마스터 명령어도 듣지 않았고,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만약 자신이 가상현실에 접속해 있고 버그로 인해 갇힌 거라면 자신을 찾은 혜연이가 이 세계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구해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호는 게임을 플레이해 본 유저로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 단순한 예측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유저는 선택의 제단에서 자신의 종족을 선택한다.”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게임에서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

고개를 들어 올린 호는 크게 주위를 크게 둘러보았다.

일곱 종족의 영웅들이 지르는 함성 및 욕설들이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면 자기네들끼리 말하는 이야기들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선택, 통일, 전설.’

그들의 대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키워드들이었다. 이 중 호가 가장 집중해서 들은 것은 선택이었다.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과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리그너스 대륙은 일곱 개의 종족이 나눠서 지배하고 있었다. 인간, 엘프, 드워프, 수인, 천족, 마족, 정령족이 바로 그들이었다. 번외로 드래곤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닌데다가 영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 장소에도 드래곤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외로 소소한 종족들이 있기는 했지만 애당초 이 자리에 없으니까 논외.

어쨌든 이 일곱 종족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륙의 일통이라는 게 가상현실게임인 리그너스 대륙전기의 설정이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목표였다.

그렇기에 리그너스 대륙전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소속된 종족이 리그너스 대륙을 지배하도록 해야 엔딩을 볼 수 있었다.

‘그런 틀은 바뀌지 않았어야 할 텐데…….’

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여기 있는 소환자들이 가상현실게임 속 유저라고 가정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일곱의 종족은 자신을 포함한 이들에게 이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조그마한 기틀을 마련해 줄 터였다.

일명 초보자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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