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안락한 집의 주인들
마리엘라가 리덴부르크 영지에 도착 한 것은 아주 늦은 저녁이었다.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것이죠, 그렇지 않나요?”
리덴부르크 백작과 독대하게 된 그녀가 그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
“가족과 함께 교수대 위에 올라갔어야 할 호반 가족의 막내딸이 코부르덴 후작이 되어서 돌아오다니. 그래서 자신의 가족에게 사형을 고한 리덴부르크 백작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날 일을 논하게 되다니.”
지금이야 운 좋게 후작이 되었다지만, 마리엘라는 십 년 넘게 리덴부르크가의 하녀로 일했던 사람이었다.
신분도, 재력도, 나이 차이도 월등히 아래인 여자애에게 저런 소리를 듣는데 백작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마리엘라는 백작이 발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를 내진 않더라도 불편한 티를 낼 것이라고.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리덴부르크 백작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날 찾아 온 건가? 14년 전 원한을 이제야 갚으려고?”
그래도 소득이 완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순 그의 피부 표면으로 비쳤다 사라진 감정이 하나 있었다.
순응.
마리엘라는 그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노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코부르덴은 베르단의 명문가 중 하나였다.
왕자비의 친정이 된 리덴부르크가와 정면으로 붙어 이길 수 있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전력을 다한다면 그의 아들 한둘 정도는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가문이었다.
마리엘라는 의문을 속으로 품어내며 그의 진심이 드러나길 기다렸다.
“설마요. 원한을 갚으려면 진작에 갚았죠. 룩센투크 지하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나를 죽이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던가.”
그녀의 도발에도 그는 끝까지 무감했다.
되려 마리엘라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가족의 죽음이 그에겐 고작 그 정도 가치인 것 같아서 그랬다.
그녀의 한쪽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마리엘라는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감정을 잠재웠다.
지나간 일에 분노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에겐 파내야 할 진실이 있었다. 그것을 밝혀낸 후에야 죽은 가족들을 온전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그럼, 이것도 기억하시려나요? 저희 아버지가 죽인 당신의 연인과 관련된 대화였는데.”
“…….”
“왜 그 여자에 대한 흔적 하나 없냐는 제 질문에 당신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그녀가 본론을 꺼내자마자 응접실 공기가 달라졌다.
리덴부르크 백작은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살짝 내리깐 시선이나 마른 침을 삼키는 듯의 자그마한 움직임이 그가 지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군.”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그녀가 조소했다.
“그럼 제가 대신 읊어드리죠. 당신은 그날 이렇게 말했어요. 그건 당신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그게 당신의 최선이었다고.”
백작은 침묵했다.
아예 몸을 틀고 그녀를 외면하는 걸 보니 아마도 끝까지 입을 다물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마리엘라는 그가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왔으니 이제 그만 실토하라는 뉘앙스를 계속해서 던졌다.
“제 실책이죠. 십삼 년간 이곳에 있었으면서 그 간단한 말 하나도 못 알아듣다니. 역시 증오는 진실의 눈을 가리는 존재군요.”
“…….”
“하이든 리프첸. 리덴부르크 백작가의 데릴사위로 들어와 백작위를 물려받은 남자. 사람들은 당신이 작위를 물려받자마자 바람을 피우고, 돈을 뿌리며 본색을 드러냈다고 손가락질했죠. 모두가 그것을 그대로 믿었고요.”
“…….”
“하나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죠. 적어도 저는 말이죠.”
그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갔다. 드디어 리덴부르크 백작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제 그만 대화 주제를 바꿨으면 하는데.”
마리엘라의 두 눈에 분노가 번쩍였다. 단두대의 칼날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빛이었다.
“왜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까요. 지난 13년간 마리안 아가씨를 보필하며 지켜본 당신은 누구보다도 건실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영주였는데.”
“후작.”
그가 그녀를 저지해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당신의 기행은 창백한 뺨의 여자가 죽은 후 끝났어요. 여자를 새로 들이지도 않았고, 더 이상 수도에 물자를 보내지도 않았죠. 사용인들에게 난폭하게 구는 것도 멈추었고요.”
“점점 선을 넘고 있어, 코부르덴 후작.”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이상했네요. 왕자의 청혼서가 날아왔을 때, 당신은 마리안을 말리려고 했었죠. 수도에 물자까지 보낼 정도로 권력욕이 남다른 자라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대화가 여기까지 흐르자, 리덴부르크 백작이 옅은 한숨을 쉬었다.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나 보군. 그렇다면 나도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일어나 보겠다.”
그는 단박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덴부르크 백작이 응접실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을 때, 마리엘라가 말했다.
“그 모든 건 어떤 시기와 연관되어 있었죠. 17년 전, 제3차 성마전쟁 말이에요.”
백작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는 흔들리는 눈으로 뒤를 돌아 마리엘라를 바라보았다. 승리자의 눈을 한 마리엘라가 그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당신은 흑마법사를 원조 중이었죠. 안락한 집의 여인들은 모두 부상 당했거나 마법을 쓰지 못하는 흑마법사 가문의 일원이었어요.”
달칵.
리덴부르크 백작은 문을 닫았다. 누가 들어올까 두려웠는지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억측이다.”
“그럴 리가요. 제가 오늘 아침에 그 여자의 초상화를 보고 왔는데.”
“그 여자?”
“바네사 바이르. 우리 아버지가 죽인 창백한 뺨의 여자 말이에요.”
리덴부르크 백작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늘 아침, 초상화를 발견한 그녀의 반응과 별다를 게 없었다.
마리엘라는 이제 더는 백작이 도망갈 구석이 없음을 확신했다.
“그녀는 랏 데르시 가주의 친자매였어요. 마법을 쓰지 못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바레뎃샤에서 이용할만한 여지가 충분했죠. 마녀들은 자신의 약점이 될 만한 혈육들을 지방으로 숨겼어요. 바로 당신 같은…… 동조자를 통해서 말이죠.”
그녀는 말을 하다 멈추고 그를 응시했다.
백작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것인지 차를 마셨다.
찻잔을 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야 이해가 가요. 왜 우리 가족이 몰살당해야 했는지. 왜 당신이 당신의 소중한 딸에게 채찍을 들이밀면서까지 날 죽이려 했는지. 이 일은 밖으로 드러나선 안 됐던 거예요. 리덴부르크 백작가가 마녀를 돕고 있었단 사실이 교단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당신은 물론 당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죽으니까. 제 말이 틀렸나요, 리덴부르크 백작님?”
백작은 찻잔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잠시나마 지난날의 소회를 되짚어 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리덴부르크 백작은 감겨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약간 체념하는 투로 그녀의 말을 인정했다.
“아니.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겠다. 영특한 아이구나. 데르샤바크 왕실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걸 이렇게 단박에 알아차릴 줄이야.”
백작의 표정이 거리의 시정잡배처럼 변했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태도로 그녀를 윽박질렀다.
“그래서, 진실을 알아낸 다음엔 무얼 할 거지? 우릴 고발할 건가? 바레뎃샤가 잘못 얽히면 마리안까지 죽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나 그녀에게는 훤히 보였다.
지금의 행동 역시 진실을 감추고 넘어가려는 백작의 연기일 뿐이라는 것을.
“절 도발하려 들지 마세요. 당신을 용서하진 못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까.”
“진실을 알았으면 마음속에 묻어 두고 끝내면 되지,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저의가 뭐지?”
리덴부르크 백작은 이제 대놓고 그녀를 경계했다. 그녀가 보통 똑똑한 하녀가 아니라는 것을 방금의 대화로 모두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물어볼 게 남아서요.”
“물어볼 것?”
“당신은 흑마법사 가문의 영향 속에서 나고 자랐어요. 3차 성마전쟁 때 비밀리에 그들을 도울 정도면 꽤 긴밀한 관계였음이 분명하죠.”
“그래서,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지?”
“십년 전, 백작 마님이 죽었을 때.”
그녀가 두 번째 본론을 꺼내자 그가 몸을 움찔했다.
마리엘라는 자신이 정곡을 찔렀음을 직감했다.
그녀가 술술 말을 이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백작가의 하인들이 같은 증세로 픽픽 쓰러져 죽었을 때, 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죠? 시골에서 나고 자라 마녀를 접할 일이 없었던 리덴부르크 토박이면 몰라도 당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잖아요. ……시신에 나타난 푸른 반점은 마녀의 저주와 연관되었다는 걸.”
백작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노려본다던가, 기 싸움을 거는 등의 날선 눈빛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외감이 섞여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졌다는 듯 팔을 내저으며 말했다.
“놀랍군. 숲지기의 딸이 이렇게까지 예리할 줄이야.”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거든요.”
그가 다 식은 차를 티스푼으로 빙빙 저었다. 찻잔 안에 인 소용돌이를 가만히 응시하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묘하게 시니컬한 태도.
마리엘라는 이것이 리덴부르크 백작의 본성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 대단하군. 보는 눈도 별로 없는 시골 영지에서 이십 년 넘게 연기를 하며 살고 있었다니.’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평가는 평가고 현실은 현실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그를 봐줘야할 이유가 없었다.
“아는 것은 전부 다 실토하셔야죠.”
“잠깐만, 나도 생각 좀 해 보고.”
그녀의 재촉에 리덴부르크 백작은 손깍지를 끼고 그것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위로 뜨고 한동안 이것저것을 생각해 보던 끝에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
“일단, 그 당시, 누구의 소행인지는 나도 몰랐었다. 막연히 랏 데르시 가문의 살아남은 마녀가 복수를 행한다고 여겼지. 하인들에 이어 내 아내까지 죽었을 때, 나는 가족을 이끌고 수도로 올라갈 계획을 세웠다. 교단을 직접적으로 끌어들일 순 없어도, 그들의 권위와 감시 속에 몸을 숨길 필요는 있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때, 그분이 나타났다.”
“그분?”
생각지 못한 새로운 등장인물에 마리엘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리덴부르크 백작이 씩 웃으며 답했다.
“현자 그레타.”
“!”
마리엘라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백작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매우 분노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그레타가 이런 시골 영지에…….”
그러나 리덴부르크 백작의 태도는 시종일관 태연했다.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 다 덮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라고. 모든 죄는 자신이 짊어지고 갈 것이며 대가 역시 톡톡히 치르겠다고.”
그 모습이 묘하게 신뢰를 줬다.
마리엘라는 스르륵 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며 질문했다.
“그 사람이…… 왜?”
“그 당시에는 나도 그 이유를 몰랐다. 왕성 지하 감옥에서 모든 걸 깨닫게 되었지. 그분의 보호 아래에 있던 어린 마녀가 리덴부르크 영지에 있다는 걸 말이야. 아무튼 우리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고, 그분은 그날 이후 자취를 감추셨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년 초여름, 마리안이 마녀로 몰렸을 때였다.”
“…….”
그가 대화 중간중간에 마리엘라를 빤히 응시했다.
마리엘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리덴부르크 백작은 그 모습을 죄책감으로 해석했다.
“그 사건에 관해 네 탓을 하진 않겠다. 너의 고통을 이해한다.”
그러나 저 용서의 발언이 그녀를 더욱 기분 상하게 했다.
뒤엉킨 진실에 마음이 복잡해진 그녀는 누구를 용서하고 싶지도, 용서받고 싶지도 않았다.
마리엘라가 싸늘하게 반응했다.
“그레타의 이야기나 더 하시죠.”
“별일은 없었어. 빚을 갚겠다며 책을 하나 넘겨주고는 그것이 세 사람을 살릴 열쇠라고 하셨다.”
‘……책?’
아직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리엘라는 입을 다물고 그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덧붙여 조금 특이한 부탁을 하셨어. 만약 이 일이 조용히 무마된다면, 그 책을 누군가에게 넘기라더군. ……마리엘라, 너에게 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
그녀가 당혹감을 표시하자 그가 작게 혀를 차며 물었다.
“생선가게 로라가 어떤 책을 넘겨주지 않던?”
* * *
기나긴 대화가 끝났다.
리덴부르크 백작은 원한다면 빈방을 내어주겠다 했지만 마리엘라가 단칼에 거절했다. 이제 더는 백작가와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하인 몇을 데리고 아버지가 평생을 돌봤던 라산 사냥터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그 길로 수도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
진이 빠진 얼굴로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에게 과거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따듯한 스프라도 하나 내주랴?’
마리엘라는 그 말을 나누던 순간을 기억한다.
매서운 눈과 다정한 목소리.
그녀에서 스프를 내 주었던 노인은 스스로를 안락한 집의 관리인이라고 했다.
그즈음 안락한 집은 창백한 뺨의 여인이 유령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마리엘라는 리덴부르크 백작이 외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를 일꾼으로 들였다고만 생각했다.
그 노인이 대마법사 그레타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노인이 떠나기 직전의 일을 떠올리며 마리엘라가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것은 마리엘라가 살해한 백작 마님의 장례식 직후였다. 고된 하루를 끝마치고 안락한 집을 찾았을 때, 노인은 말없이 그녀를 빤히 바라만 보았다.
네 죄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니. 다 내 죄인 것을. 내 오만이 꼬아낸 역사이거늘.”
그때는 왜 그런 눈빛으로 그런 이상한 말을 하나 기분이 상했었는데,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레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용서해라. 용서할 수 없어도 용서해라.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너 역시 타인의 용서 위에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야.”
그래서 자고 있던 그녀의 잔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런 말을 읊조렸던 것이다.
축복을 걸듯이, 아주 조용히.
덜컹!
마차가 돌부리에 걸려 크게 흔들렸다.
계속 창밖을 보고 있으니 멀미가 나고 목에 담이 생길 듯하다. 그녀는 자세를 바꾸어 마차 좌석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잠에 빠지는 그 와중에도 끝끝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용서라…….’
모르겠다.
어째서 그 온화한 축복의 말이 저주같이 느껴지는지.
왜 이렇게 그 단어 하나를 소화해내는 것이 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