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해가 바뀌고 달이 지났다.
서정혁과 재회한 후 그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가 뉴욕에서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를 탄 것만 대충 십여 차례가 넘었다. 도무지 미친 짓이라고 밖엔 해석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서정혁은 그 미친 짓을 매우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레오 말에 따르면 뉴욕에선 아무도 그가 한국을 이렇게까지 미친 듯 오가고 있는 줄은 모른다 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이 정신 나간 장거리 연애를 전혀 눈치 못 챌 만큼 완벽하게 제 일을 하고 있단 소리였다.
서정혁은 어쩌면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지독한 남자일지 몰랐다.
“하아!”
현서는 문을 열자마자 허리를 끌어당긴 그에게 이끌려 어느새 침대 위로 뉘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옷이 죄 벗겨진 채로 그 앞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었다. 하얀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처박은 그의 눈이, 흥분에 신음하는 여자를 흘긋 올려다보며 보란 듯 여린 살을 벌려 젖혔다.
“입, 으로, 흐으…! 씻고, 해요, 읏..!”
“걱정 마. 당신 오기 전에 깨끗이 다 씻어 놨어.”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인 나체의 남자가 이미 단단히 발기한 제 페니스를 길게 문질러 보이며 느긋이 답했다.
“하아, 아니, 나는 안 씻…!”
“넌 그냥 해야지. 씻으면 냄새 없어지잖아.”
“냄새 나잖, 흐응! 아흐, 읏!”
“그래 냄새. 보여? 냄새만 맡았는데 벌써 좆 터지겠어.”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변태의 언어에 현서는 기겁을 하며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나 민첩한 변태는 이미 얼굴 전체를 그녀의 음부에 박아 넣고 혀를 내밀어 개처럼 밑을 핥기 시작했다.
“아아, 앙, 정, 혁, 씨…! 하아.”
그는 퉁퉁하게 톡, 불거져 오른 음핵을 찾아 젖히곤 혀로 굴리고 입술로 흡착하듯 빨아들였다. 어찔한 자극에 눈앞에 별이 통통 튀고 아랫배가 절로 오므라들었다.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조여 닫으며 허리를 비틀자, 그의 손이 단호히 무릎 아래를 들어 막았다.
“가만히 좀 있어. 일주일 동안 별일 없었나 인사는 해야 할 거 아니냐고.”
“아흑, 거기에, 인사는, 흐으응, 왜…해, 변태야! 하아.”
정말로 인사를 하듯 혀를 날름거리며 위아래로 길게 비비고 핥던 그가 불쑥 음부 전체에 입술을 찰싹 붙였다. 쭈으읍, 게걸스러운 마찰음이 질척하게 울렸다. 부러 들으란 듯 더 내는 소리였다. 천박한 장난이었다.
그는 혀를 뾰족하게 세워 갈라진 틈을 타고 내려 쭈욱, 안쪽 깊숙이 밀어 박았다. 동시에 날렵한 코끝이 음핵을 짓뭉개듯 비벼 눌렀다. 진득이 젖은 혓바닥이 내벽을 찔꺽이며 드나들 때마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어느새 젖을 대로 젖은 점막이 벌름이며 그의 혓바닥 표피에 쫀쫀히 달라붙고 있었다. 수축과 이완의 진동이 빨라졌다. 혀에 닿은 붉고 여린 살점들이 모조리 짓물러 흘러내릴 듯이 열을 냈다.
“하, 아흣! 흐으!”
집요하게 이어지는 자극에 저도 모르게 아랫배가 와락 조여드는 느낌이 전신을 후려쳤다. 부지불식간 발끝이 곱아들었다. 몸이 경련하듯 떨리고 그가 입술을 박고 있는 내벽으로 미적지근한 물기가 울컥 밀려나는 느낌이 고스란했다. 오랜만에 절정을 맞은 몸이 벌벌 떨렸다. 물에 젖은 살이 척척한 소리를 내며 남자의 잇새에서 시뻘겋게 흐무러졌다.
“내가 무지 그리우셨나 봐, 차현서 씨 여기가.”
허리를 세워 눈을 맞춘 남자가 음액으로 번들대는 입술을 끌어 올리며 능글능글 그녀를 놀렸다.
“이렇게 좋다고 싸는 걸 일주일이나 비워 놨으니. 애인이 잘못했네. 그치.”
“하아, 말, 미쳤나 봐, 진짜.”
“그래서 좋다고 매번 우는 주제에 딴소리할래.”
현서의 발목을 높이 들어 올린 그가 발기한 성기를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길게 끼워 비비며 그녀를 타박했다. 귀두에서부터 뿌리 밑동까지의 불덩이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틈을 따라 진득이 왕복 운동을 했다. 검붉은 핏줄로 울퉁불퉁 뒤덮인 흉기가 찐득하게 젖은 음부의 살덩이곳 저곳을 마찰하고 지났다.
“하아, 흐응.”
아직 삽입은 하지도 않았건만 흥분에 젖은 정혁의 눈자위가 새빨개졌다. 그는 제 아래 누인 여자와 시선을 맞춘 채로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러곤 양손에 쥔 그녀의 발목을 당겨와 혀로 길게 핥았다. 그는 동그랗게 솟아오른 복숭아뼈를 귀엽다는 듯 입에 머금고 혀를 굴리며 빨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이 움찔거리며 바르작댔으나, 도리어 그를 자극만 했을 뿐이었다.
“흐, 으, 진짜, 응!”
“진짜 좋아 죽겠지.”
“서정혁 씨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변태예요, 흣. 알아요?”
“당신이 나 말고 다른 변태를 알면 안 되지 않을까.”
돌연, 양 발목을 한 손으로 뭉쳐 쥔 그가 각도를 기울여 겉만 비벼 대던 페니스를 푹, 질구로 꽂아 넣었다. 굵다란 귀두의 갓이 좁은 틈을 활짝 벌리고 짓쳐 들어와 단숨에 자궁 입구를 눌러 자극했다. 쯔읍, 빨려 들어가는 듯한 젖은 마찰음에 귓구멍마저 음탕한 물에 푹 젖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절로 튕겨 오른 현서의 허리 아래로 그의 팔이 단단히 밀려 들어갔다. 가까워진 체온이 좋아 그녀 또한 그의 품으로 바짝 안겨들었다.
“하으, 응. 좋아….”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질구가 벌벌 떨릴 만큼 수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서정혁이 무지 그리웠나 보다 싶다. 하체를 바짝 맞붙인 그가 굵다란 허리를 둥글게 돌리며 예민한 지점을 짓이기듯 문질렀다. 찌르르한 쾌감에 엉덩이를 흔들며 그의 어깨에 손가락을 파묻었다.
“이렇게 비벼 주면 좋아하더라, 너.”
“으응, 좋아, 이상, 하아….”
“또 어떻게 해 주면 좋아.”
절로 눈꼬리에 맺힌 생리적 눈물을 혀로 핥으며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뇌까렸다.
“말해 봐. 다 해 줄게.”
“하아, 그냥, 다…. 흐으!”
“이렇게, 여기 만져 주는 건 좋아?”
어느새 아래로 내려간 남자의 손이 발갛게 성을 내고 달아오른 클리토리스를 둥글게 비벼 문질렀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끄떡이며 신음했다.
“으, 하앙, 좋아….”
“또.”
“하아, 가슴도, 흐읏, 빨아 주면.”
“또.”
고개를 더 깊이 숙인 남자가 그녀의 원대로 발딱 솟은 젖꼭지 위에 제 혓바닥을 미끄러뜨렸다.
“아흐, 조금, 더, 빨리, 안에… 하아…. 박아, 서… 하읏!”
“뭘 박아서. 응?”
“당신 거… 흐으…!”
“어떻게.”
“흐으, 넣어, 하아, 내 거에…. 하….”
“내 거, 네 거. 뭐 정확하게 말하는 게 하나도 없네?”
“아아! 빨리, 박, 하앙! 아아!”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남자가 쾌락에 젖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으며 허리를 빠르게 쳐올렸다. 나름대로 야한 소리를 한다고 하는 여자가 귀여워 죽겠는데 또 환장하게 꼴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 허탈한 웃음에 가까웠다.
“안에 깊이 싸 줘?”
“흐으, 응! 아, 아앙!”
“우리 차현서 씨, 욕심도 많아. 그걸 다 해 줘?”
가슴골에 입술을 묻고, 페니스를 푹푹 박아 넣으며 손으로는 부어오른 음핵을 짓무르게 비벼 대는 남자의 행위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렇게 하면 좋아, 현서야?”
“하아, 앙! 좋아, 아아!”
“차현서 변태네, 그치.”
“너, 도, 서정, 변, 흐으! 아앙! 아!”
흥분에 취할 대로 취한 주제에도 너도 변태라 받아치려는 게 분명했다.
“진짜 귀여워 죽겠다, 차현서.”
큭큭거리며 커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허리를 추어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버겁게 벌어진 구멍에 페니스가 안으로 들어박혔다 빠질 때마다 시뻘건 점막이 쫀쫀하게 붙어 딸려 나왔다. 우둘투둘한 성기를 받아 문 질 내벽이 한계까지 수축하기 시작했단 증거였다.
난폭한 추삽질이 계속되자, 자지의 뿌리 쪽으로 밀려 나온 체액들이 하얀빛을 띠고 진득이 흘러내렸다. 꼭 지글지글 들끓는 정염의 농축액 같았다.
“아흑, 읏! 아아!”
삽시간에 치솟은 쾌감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류처럼 아찔하게 흘렀다. 살짝 벌어진 잇새에서 터지는 색스러운 교성을 들으며 그 역시 길게 파정했다.
“하아, 하아….”
뜨거운 무언가가 맞붙은 교접지에서부터 엉덩이골을 따라 질질 흐르는 외설적인 감각을 느끼며, 현서는 흠뻑 젖은 눈꺼풀을 내려 감았다.
***
지이잉.
현서는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릴 힘도 없는 기분을 느끼며 겨우 손을 뻗어 사이드 테이블 위를 더듬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서정혁은 짐승 같은 체력으로 밤새 그녀를 밀어붙였고, 아침이 밝아서야 겨우 레오의 전화를 받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잠시 몸을 뗐다는 정도의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몰랐다. 지금도 급히 자료를 확인하느라 그저 잠시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가 있을 뿐이므로.
“여보세요?”
액정에 뜬 솔이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 현서의 목소리가 푹 가라앉아 있었다. 밤새도록 신음을 내질렀으니 그럴 법도 했다.
“변호사님, 뭐 하세요? 안 바쁘시면 저랑 쇼핑….”
“나 바빠, 솔아.”
“뭐 하시는…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프세요?”
“응. 아파.”
“네? 어디가요?”
“온몸이.”
눈도 뜨지 못한 채 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겨우 입술을 열어 답하는 현서의 잇새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 오늘 못 나가. 그리고 월요일도 휴가 쓸게.”
“네? 아니, 어디가 아프시길래….”
“미안. 쇼핑은 다음에 하자. 끊을게.”
더 말할 힘도 없어 그대로 전화를 끊는데, 어느새 다가온 정혁이 그녀가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허리를 한 팔에 감싸고,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남자의 체향이 더없이 묵직했다.
“왜. 쇼핑 가지.”
“진심이에요?”
“그럴 리가.”
“뻔뻔해.”
“넌 아직도 나를 몰라?”
“더 알았다간 큰일 날 것 같아요.”
“어떡할래. 더 큰 일 아직 남았는데.”
“하…. 뭔지 몰라도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봐줘요. 응? 일어날 힘도 없어, 누구 때문에.”
“그래, 그럼. 넌 그냥 누워만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어째 잠시 쉬었나 싶었다. 어김없이 가슴 전체를 주물거리며 어깨를 빠는 남자의 목소리가 퍽 음험했다.
“그, 급한, 일은요, 다 했어요?”
“그래. 나도 또 하고 싶어.”
귓불을 적시는 낮은 음성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몸을 바르작댔다.
“흣, 아니, 흐으….”
지이이잉.
점점 배꼽 아래로 뻗어 오는 그의 손길을 느끼는 찰나, 머리 위에 던져 뒀던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흐, 전화, 전화요. 잠깐…. 전화는 받고…!”
전화를 받는다고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구태여 손을 뻗었다. 마지막 방어 본능에 가까운 손짓이었다.
“하아, 여보세요?”
간신히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귓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목덜미와 어깨를 따라 쪽, 쪽, 착실히 입술을 누르는 그의 행위는 멈출 줄을 몰랐다.
- 아, 차선엽 씨 보호자 분 맞으시죠?
눈꺼풀이 동그랗게 말려 올라갔다. 당연히 솔이 다시 전화를 건 걸 거라 여겼던 예상이 깨지고, 수화기 너머에선 치 떨리는 이름이 들려온 까닭이었다. 등 뒤에 바짝 밀착해 있던 정혁에게도 다 들릴 만큼 선명한 목소리였다.
- 여기 바오로 요양원인데요….
핸드폰을 꽉 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