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뜨겁게 달궈진 불덩이가 좁은 공간을 짓이기듯 넓히고 들어왔다. 그러자 부풀 대로 부풀었던 내벽이 기다렸다는 듯 성기에 찰싹 들러붙어 조였다.
현서는 발갛게 익은 얼굴로, 흐릿하게 제 위에서 흔들리는 그를 초점 없이 올려다 바라봤다. 제 안에 가득 들어찬 남자의 것이 좁은 통로를 넓히고 쑤셨다가, 또 빠져나가길 반복하는 동안 가슴속 무언가가 한계까지 부풀어 오르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아득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문득, 느른한 숨을 몰아쉬던 그가 제 손목을 채어 잡고는 그대로 하얀 손가락을 잇새에 머금어 빨았다. 뜨끈한 혓바닥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핥고 애무할 때마다 그의 것을 물고 있는 질구가 벌름대고 물을 흘렸다. 저릿한 감각이 뒤통수에서부터 발끝까지 골고루 퍼져 나갔다.
“하, 읏, 본, 아…!”
혀로 휘감아 아이스크림을 빨듯 손가락을 빨던 그가 돌연 이를 세워 살갗을 잘근잘근 씹어 물었다. 잇자국이 날 만큼 강하게 물어 대는 통증에도 도리어 짙은 쾌감이 피어오른다. 신음하며 허리를 들썩이자 사타구니 사이를 드나드는 성기의 움직임이 더더욱 난폭해졌다.
“하으, 윽, 하… 천천, 히요….”
“확인하고 싶다며.”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술이 느른히 움직였다. 그러곤 허리를 굽혀 눈꺼풀에서부터 콧등, 입술, 턱선과 목 그리고 벌어진 블라우스 새 풍만하게 솟아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젖가슴까지 구석구석을 착실하게 빨고 애무하는 남자의 행동은 퍽 차분하기만 했다.
순식간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여유 있는 건 제가 아니라 서정혁이었고, 진정할 필요가 있는 건 그가 아니라 저였다.
“아아, 흐으, 아니, 응….”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천박하게 흔들어 재꼈다. 잔악무도한 자지의 끄트머리는 그녀가 까무러치는 자리만 골라 가며 푹푹 찔러 댔고, 제어를 벗어난 구멍은 꽉 들어찬 그의 성기를 쥐어짜듯 삼켜 먹고도 모자라 쉼 없이 벌름이며 더 먹겠다 탐욕을 부렸다.
눈앞이 가물대고 흐릿해졌다. 간질간질 이어지는 아득한 오르가슴의 전조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몸을 바르작대며 떨었다. 벌어진 입술에선 음탕한 신음성이 절로 흘렀다. 어느새 쾌감에 잠식된 눈가가 미끌미끌 젖어 가고 있었다.
의지와 달리 자꾸만 커져 가는 교성에, 한 자락 겨우 남은 이성으로 제 입을 꾹 틀어막았다. 척척히 젖은 소파에서 나는 외설적인 소리에 문득 정신이 번뜩 든 것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괜찮아. 아무도 없어. 소리 내.”
그는 그게 영 마뜩잖은 듯, 꾹 눌러 막은 작은 손을 떼어 내며 속삭였다.
“하, 누가, 오면….”
“알아서 가겠지. 보이지도 않는데 남 떡 치는 소리 듣고 뭐 하겠어.”
짓궂기 짝이 없는 농담에 눈꼬리를 가늘게 휘어 그를 흘겼다. 그러자 귀엽다는 듯 그가 입꼬리를 작게 끌어 올렸다.
“들어오면서 밖의 문도 잠갔어.”
그럼 진작 말을 하지.
“할 건 다 하는 주제에 겁은 왜 이렇게 많아?”
저를 놀리는 데 재미 들린 게 분명한 그가 미워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콩, 밀어내듯 때렸다. 그러나 그는 어림도 없다는 듯 아래를 더 맞붙였다. 아래를 있는 대로 다 처박을 기세로 깊숙이 밀고 들어오는 난폭함에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에 손톱을 꽉 눌러 박았다. 앞뒤로 몸이 치받칠 때마다 단단한 등 근육의 움직임이 손끝에 선연했다.
새카만 어둠 속의 좁은 공간. 더할 나위 없이 그와 깊숙이 연결된 채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질척한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헐떡이는 제 입술을 혀로 길게 핥으며,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 퍽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아랫도리로 치받는 둔탁한 감각은 여전히도 사나웠다. 그 야릇한 감각에 자꾸만 생리적 눈물이 차올라서, 그 잘난 이목구비가 흐려지는 게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제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다 담고 있는 남자의 눈동자는 이토록 집요하기만 한데도.
“말해 봐. 난 당신이 나한테 박히면서 무슨 생각 하는지가 궁금해.”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어딨겠는가. 머릿속이 이렇게나 하얀 백지상태인데.
“아아, 좋아…. 으응….”
신음과 함께 잇새로 자꾸 말간 타액이 줄줄 샜다. 예민해진 감각이 뼛속까지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쉴 새 없이 닫혔다 벌어지는 구멍 주위가 벌겋게 성을 내고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거세게 찧고 박는 아랫도리가 얼얼한 통증을 동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쾌감이 날카로워지는 듯했다.
“뭐가 좋은데.”
“다, 흐으….”
“두루뭉술 얼버무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해야 내가 알아듣고 더 좋게 해 줄 거 아냐.”
허공에서 초점 잃은 시선이 맞물렸다. 저 밑까지 울리는 그의 낮은 탁성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하으, 어떻, 게, 하, 아아.”
“여기에 내 좆이 꽉 들어차서 좋다거나.”
그가 아래로 손을 뻗어 뻐끔대며 벌어진 질구를 둥글게 문질렀다. 그러자 정말로 제 안에 남자의 성기가 꽉 들어찬 느낌에 몸을 발발 떨었다.
“이렇게 뒷구멍까지 조일 만큼 좋다거나 오줌 쌀 것 같은 기분이라거나.”
그는 야릇한 감각을 부러 주지시키려는 듯 민감한 내벽을 뭉글뭉글 문지르며 찔꺽대는 소리를 크게 냈다. 더할 나위 없이 짓궂은 행위였다.
“아니면, 조금 더 세게 쑤셔 주면 좋겠다든지 곧 갈 것 같으니 얼른 안에 정액 가득 싸 달라든가 하는 요구를 해도 좋고. 말해 봐, 뭐든.”
태연히도 제 귓불을 빨며 제 속에 온갖 지저분한 말을 쏟아부어 댄다. 그가 뱉은 천박한 단어들이 고스란히 쾌감으로 전이됐다. 흥건히 젖은 안쪽 어딘가에서부터 날 선 감각이 콱, 뇌리를 스치고 지났다.
“아마 더 기분 좋아질걸.”
그의 말대로 쾌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탁탁, 젖은 살갗이 쉴 새 없이 부딪히고 끈적한 마찰음이 연거푸 새어 나왔다.
“얼른.”
“하아, 으!”
“야하게 말해 봐.”
악마의 채근이었다.
“하앙, 좋, 아아, 당신 거, 흣, 안에 꽉 차서, 으으.”
결국 이성을 완전히 잃은 채 그를 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차마 있는 대로 교성을 내지를 순 없어 젖은 입술을 눌러 깨물고, 그의 등과 목덜미를 파들파들 움켜쥐었다.
“너무, 빨라요, 흐응. 좀만, 더 천, 천히, 하으, 읏.”
“거짓말할래. 내 좆 끊을 것처럼 잡아먹고 있으면서.”
하얀 발목을 더 높이 올려 든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삽입의 각도는 더 깊어졌고, 구멍 안 벌겋게 팽창한 살갗에 그의 우둘투둘한 표피가 쩍쩍, 소리를 내며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그의 고환이 뽀얀 엉덩이를 때릴 때면 사방엔 찰박찰박 맑은 물이 튀어 올랐다.
“하아, 깊어, 흐…!”
가장 깊은 곳, 그녀가 가장 아득해지는 지점이 콱콱, 짓눌리는 감각에 숨이 턱 막혔다. 일순 눅진해진 내벽의 점막이 녹아내리듯 줄줄 흐무러졌다.
“아, 으응, 너무, 꽉 찼…. 흐으응.”
포만감이 느껴지는 아랫배를 더듬거리며 목소리를 떨었다. 결합된 아랫도리에서 말간 물이 줄줄 새어 흐르는 감각이 선명했다. 오줌이라도 싼 걸까. 그녀는 야릇한 수치심과 주체할 수 없는 쾌감 사이에서 도리질 치며 신음했다.
“여기까지, 하으, 너무, 깊어서….”
“좋아 죽지, 그래서. 혼자만 실컷 싸니까 기분 좋아?”
“읏… 응, 아니, 흐으, 응!”
“마음껏 먹어. 배 터질 때까지 먹여 줄게.”
아예 하반신을 모두 욱여넣을 듯 거칠게 박아 대는 그의 삽입에 내벽이 정신없이 수축했다. 질벽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의 기둥 표피를 옭아매듯 조여 대는 느낌이 선명했다. 참을 수 없는 아찔함에 결국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떠.”
느른히 쏟아진 명령 한마디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기어이 다시 눈꺼풀을 떠 올렸다.
“하아, 본부, 흐아, 님. 하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저 극도의 쾌감 앞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찰박거리는 음란한 소리를 들으며 초점 없이 그와 눈을 맞췄다.
“아, 나, 이상, 흐으으, 이상해요. 너무….”
“어디가 어떻게 이상해. 똑바로 말하랬지.”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묻는 그가 원하는 답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부끄러움도 잊은 채 그에게 절정을 졸랐다.
“안에, 여기가… 하아.”
엉덩이를 흔들며 수치심에 울먹거리자 그가 아이 달래듯 쪽, 손가락을 입에 맞추며 속삭였다.
“안에, 내 좆으로 더 세게 쑤셔 줬으면 좋겠어?”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얼른 끄덕였다.
“더, 세게, 읏…저, 좀 어떻게…. 해 줘요. 빨리, 흐응, 네? 얼른, 요.”
그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그의 허리를 감은 다리에 바짝 힘을 주었다. 그러자 더 이상 깊게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기둥이 가장 예민한 지점을 찾아 푹푹 쑤셔 박혔다.
이로써 심증은 확연해졌다. 남자가 정점이 어딘지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주변만 찔러 대며 지금껏 저를 놀린 거란 사실이.
“아앙, 하아…!”
낡아 빠진 소파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삐걱거렸다. 탁탁, 골반과 엉덩이가 맞부딪히는 소리 또한 요란했다. 예민하게 부어오른 스폿을 푹푹 찧는, 천박하고도 난폭한 삽입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머릿속 사고의 흐름이 아뜩아뜩 끊겨 갔다. 체액으로 푹 젖은 회음부까지 경련하듯 움찔대며 그의 것을 있는 대로 조여 댔다. 허공에 붕 떠오른 새하얀 발가락이 바짝 곱아들었다. 더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일순 뇌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시허연 불빛이 일었다. 극한의 쾌감은 온몸이 잔뜩 부풀어 팽창하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굵다란 기둥을 뿌리까지 콱 물어 삼킨 질구가 제멋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고, 그와 동시에 까드득 넘어가는 교성을 겨우 삼키며 절정을 맞았다. 새하얀 목덜미에 푹 이를 박아 넣은 남자의 짐승 같은 씨근덕거림 역시 거칠었다.
결국 한계까지 치솟은 감각을 이기지 못한 그가 미간을 바짝 조였다. 온몸이 울릴 만큼 낮게 내뱉는 욕지거리에 머릿속이 푹푹 잠겨 갔다.
“하…. 하아…. 하아….”
장거리 달리기라도 한 듯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눈꺼풀을 깜빡였다. 강렬했던 쾌감의 여운에 젖어 미간을 잔뜩 찌푸린 남자의 얼굴이 제 위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묘한 포만감이 온몸을 덮쳐 왔다. 아마도 더 기분이 좋아질 거라던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은 듯싶었다.
지금 이 순간, 오롯이 저를 안고, 제 안에 성기를 끼워 넣은 남자가 서정혁이라는 게.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입술로 제게 키스를 퍼붓고는 더없이 달콤한 눈동자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남자가 서정혁이라는 게,
미칠 만큼 좋았다.
“사랑해요.”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왔는진 모를 일이었다.
“사랑해요, 서정혁 씨.”
충동적으로 내뱉은 진심에 도리어 스스로 놀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알아.”
행여 비웃지는 않을까 싶어 숨을 죽이고 있는데, 문득 커다란 손이 제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 따뜻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뭐야. 거만해, 진짜.”
울먹울먹, 괜스레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톡, 쳐 밀어냈다.
“다시 말해 봐.”
“싫어요.”
“당신 말 맞네.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는 거.”
“…….
“그러니까 말해 봐. 나도 좀 같이 유치해지자.”
부끄러워 벌게진 얼굴로 눈을 돌리는데 턱을 쥔 남자의 손끝에 다시금 시선이 맥없이 마주쳤다. 일순 진심을 내뱉지 않고는 못 견디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랑, 해요.”
홀린 듯 젖은 입술을 다시 열었다.
“사랑해요.”
발갛게 열을 내는 그녀의 두 뺨이 생기 넘치게 반짝였다.
“사랑해요, 서정혁 씨.”
주문을 외듯, 몇 번이고 반복해 내뱉는 진심이 비로소 뜨겁게 그의 입 속으로 삼켜져 들었다. 하나의 그림자로 겹쳐진 몸이 온전히 그의 품에서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