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하아, 이게, 뭐… 예요.”
얼굴이며 목, 귀 끝까지 빨개진 그녀가 형편없이 떨려 대는 제 허벅지를 오므려 붙이며 울먹였다. 오줌이라도 싼 듯이 흥건하게 젖은 시트를 흘긋 내려다보는 눈꼬리에 원망이 그득 담겼다.
“뭐긴. 나랑 붙어먹는 게 너무 좋아서 주체가 안 된단 증거지.”
“하, 침대, 너무, 다 젖었잖아.”
“내 침대야. 당신이 왜 걱정인데.”
고집스레 다시 허벅지를 잡아 벌린 남자가 엉망이 된 음부를 샅샅이 눈으로 훑으며 커다란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아직 채 열기가 가시지 않아 미적지근한 정액을 그녀의 음핵에서부터 회음부를 따라 골고루 펴 바르는 손길이 참을 수 없이 선정적이다.
“흐, 으…!”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살갗은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벌벌 경련을 해 댔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워진 그녀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하…. 더 하실 거예요?”
“나랑 섹스 처음 해?”
“지금까지 한 건 뭔데요.”
“전초전.”
“너무 오랜만에 해서 힘들어요. 저는 더 못 하겠어요.”
“혼자만 재미 다 봤다 이거지.”
“본부장님도 재미…!”
정신을 차리고 뒷말을 삼켰다. 어쩐지 주고받는 대화가 저속하기 그지없었다. 그에게 또 완전히 말려들었다.
“얌전히 굴어. 그동안 못 한 거 다 하려면 시간 없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늘씬한 여자의 발목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발목을 잡아 있는 대로 양옆으로 활짝 벌리자 조붓하게 드러나 붉어진 속살이 고스란히 남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엉망으로 더러워진 제 음부만을 오롯이 응시하고 있단 사실에 배꼽 아래가 지잉, 징 울었다.
“뭘 그렇게 봐요.”
홧홧해진 얼굴로 또르르, 눈동자만 굴리며 물었다.
“예뻐서.”
깊이 울리는 한마디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알고 이러는 게 분명했다. 그러잖아도 울렁대는 제 속을 기어코 들쑤시려고.
“일부러 이러시는 거죠.”
“뭘.”
“아무것도 거부 못 하게, 나 할 말 없어지게 만들려고.”
“그랬어?”
“…….”
“무서워서 어디 못 내놓겠다, 너. 이렇게 칭찬에 약해서야.”
남자는 기막히단 듯 쯧, 혀를 걷어찼다.
“솔직히 말해요. 예쁘단 말, 얼마나 많이 남발하고 다녔어요?”
“도대체 날 얼마나 수준 이하로 봐.”
그가 사타구니 안쪽만 뜨겁게 노려보던 눈동자를 흠칫 치켜뜨며 물었다. 현서는 목구멍까지 치민 말을 내뱉으려 붉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솔직히… 본부장님 여자 많은 거 누가 몰라요. 제가 들은 소문만 해도 몇 갠데.”
“어디 들은 거 다 말해 봐. 그중 하나라도 사실인 거 있으면 내가 당신 개 할게.”
“꼭 말해야 아세요? 본인이 더 잘 아시면서.”
“여전히 날 못 믿으시겠다?”
“믿을 만한 구석이 도대체 없으시잖아요.”
“환장하겠네.”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갑갑함에, 남자가 자신의 이마를 쓸어 올리며 긴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매끈한 이마가 설핏 구겨지는가 싶더니 이내 평정을 되찾은 듯 반듯하게 펴졌다.
그런 그의 반응이 어쩐지 싫지는 않았다. 자신이 믿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그가 직접 깨부숴 주길 바랐다. 네가 잘못 아는 거라고. 실제론 이런 사람이라고. 하나하나,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 주듯 친절히 해명하고 설명해 주길 원했다.
아직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서정혁의 진짜 모습이 알고 싶었다. 간절히도.
“물었지, 내가 망친다고 망쳐지긴 하는 사람이냐고.”
새카맣게 내려앉은 남자의 눈동자가 다시 차분해졌다.
“좋아. 이제 와 새삼스럽지만 굳이 고해성사를 해 보자면.”
고개를 주억거린 그가 낮고 깊은 주파수로 목소리를 냈다. 대놓고 제 속을 읽어 보란 듯 고스란히 내보이는 표정 하나하나가 그녀의 눈동자에 가득 들어찼다.
“당신 만나고 내 저질스러운 지난 인생이 후회가 됐어. 갑자기, 당황스럽게도. 3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뒤돌아본 적 없었는데. 도리어 혼자 잘 살아남아 다행이라고 뻔뻔히 굴었던 내가.”
“…….”
“후회스럽더라고. 다.”
나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입술을 짓이겼다.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눈꼬리와 코끝이 벌겋게 익어 가는 느낌이 고스란했다. 이렇게 또 울면 그에게 좋은 일만 시킬 건데. 통제를 벗어난 감정이 울컥울컥 일렁거렸다.
“‘이 여자한테는 나도 좀 좋은 사람이고 싶다. 신뢰할 만한 인간이 되고 싶다.’”
줄곧 같은 마음이었다. 저도 그랬다. 남자 앞에서 모조리 다 까발겨진 자신의 지난날이 초라하고 한심했다. 좋은 사람. 선한 인간. 아니, 그저 나쁘지 않게 살아 온 평범한 삶이기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후회스러운 마음일까 싶었을 만큼.
“당신 보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많이 괴로웠어. 지금도 괴로운 중이고. 내 인생에 지금처럼 망가진 적이 또 있었나 싶은데.”
“…….”
“자. 이걸로 답이 돼.”
겨우, 느릿하게 깜빡이던 눈꺼풀에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함을 담은 남자의 눈을 올려다보며 결국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알아들었으면 와, 이리.”
현서의 허리를 번쩍 안아 든 그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로 그녀를 제 위에 올려 앉혔다. 마주 앉아 바라본 얼굴이 지나치게 다정해서 눈물이 주체가 안 됐다. 젖어 붙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는 그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쿵, 그의 어깨에 이마를 박아 묻었다.
“왜 이런 말을, 이제야 해요? 내가 얼마나…. 얼마나….”
“그만 울어. 우는 거 좋은데, 싫으니까 지금은 울지 마.”
“울랬다가, 울지 말랬다가 순 자기 마음대로….”
“비약이 심하네. 지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뭐야. 내 속 다 까 내놓고 차현서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거 보여 안 보여?”
“하…. 진짜….”
“고개 들어.”
뜨거운 살갗에 젖은 얼굴을 푹 묻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어….”
“나 봐.”
질끈 감은 눈꺼풀 새로 후드득, 맑은 물방울이 쏟아져 그의 어깨를 적셨다.
“감동 파괴해서 미안하지만 하던 건 마저 해야 할 거 아냐.”
“…….”
“예쁜 얼굴 그만 숨기고 보여 봐.”
결 좋은 머리칼 속에 커다란 손가락을 슬쩍 눌러 박은 그가 재촉하듯 귓가를 핥으며 말했다. 귓바퀴 전체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 감각에 몸을 뒤로 바르작거리자, 남자는 퇴로를 막듯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언제 사정이나 했었냔 듯 처음처럼 발기한 그의 성기가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바짝 붙었다.
“얼른.”
결국, 뒤통수를 끌어당기는 명령에 홀린 듯 고개를 들어 입술을 붙이고 그 목덜미에 손을 둘렀다. 기다렸단 듯 얽어 감는 혀의 움직임이 난폭했다. 쑤셔 박힌 혀를 잡아 뽑을 듯 빨다 다시 제 타액을 넘겨 뱉고 여린 살갗을 비벼 댔다.
“흐, 음…!”
야릇해지는 감각에 간절히 매달려 키스에 열중한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익어 갔다. 어느 순간, 한 손으로 엉덩이를 받쳐 든 그가 흉기처럼 발기한 제 성기의 선단을 조준하듯 입구에 맞췄다.
입구를 가르는 둔탁한 감각에 화들짝 놀라 입술을 떼어 내자, 단단해질 대로 단단히 경직된 성기가 단숨에 푹, 아래를 꿰뚫었다.
“아! 하앙!”
버거운 감각에 본능적으로 허리를 퉁기자 그는 도리어 그녀의 골반을 잡아 쭉 끌어 내렸다. 반쯤 박혀 있던 페니스가 좁은 구멍을 한계까지 벌리며 안으로 깊이 꽂혀 들었다. 일순 숨이 턱 막힐 만큼의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기지.”
눈앞에 별이 돌았다. 막다른 곳까지 짓쳐들기 무섭게 가장 예민한 지점을 찾아내 쿡쿡 찧는 자극에 입술까지 덜덜 떨렸다. 그의 것을 잔뜩 먹어 치운 내벽의 세포, 세포마다 시뻘건 불이 지펴졌다. 흐무러질 대로 흐무러진 안쪽 점막이 녹아내리는 듯 뜨거웠다.
“아, 하아, 너무 깊어…!”
욕심껏 뿌리까지 깊이 박아 넣은 남자의 목에 매달려 애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폭한 행위는 무자비했다. 탁, 탁, 탁. 그의 음낭이 통통한 그녀의 엉덩이를 규칙적인 박자로 때려 댔다.
“너무, 아아, 흐읏!”
“그래. 너무 좋아서 정신 못 차리는 마음, 이해하는데 너무 세게 조이지는 말자. 네 거 끊어져.”
“하아, 앙!”
반복적인 움직임에 위아래로 아무렇게나 출렁이는 젖꼭지가 그의 탄탄한 근육에 마찰해 비벼졌다. 자극은 배가됐다. 하얗고 가느다란 그녀의 다리가 남자의 허리와 둔부에 휘어 감겼다. 저도 모르는 새, 제 안에 들어박힌 성기에 매달리며 조르듯 엉덩이를 흔들어 대고 있는 거였다. 겹쳐진 몸이 같은 박으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 아앙! 하아!”
“당신은 나한테 박혀서 울 때가 제일 예뻐. 혼자 보기 아까운데 좀 보여 주고 싶네.”
귓속을 간지럽히는 음란한 말들이 전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찌릿찌릿,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을 관통하는 쾌감에 정신을 차리고 대꾸를 할 여유 따윈 없는 탓이었다.
그저 초점 잃은 눈으로 젖은 제 뺨을 쓰다듬고 핥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역시 쾌락에 잠식되어 벌게진 눈으로 저를 마주 본다. 그 눈빛만으로도 온몸이 열상을 입은 듯 뜨거워졌다. 한계까지, 더는 달궈질 수도 없을 만큼.
“하아, 아아! 앙!”
찰박이는 소리가 둔부에 와 닿을 때마다 벼락같은 감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좋아해.”
깊은 바다처럼 감감히 잠긴 목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내가 많이 좋아해, 차현서.”
아무래도 의심할 나위가 없다.
“아주 참담하기까지 해.”
올곧게 저만을 눈동자에 담은 채, 날것의 감정을 오롯이 드러낸 남자의 고백은 분명 진심이었다. 느른히, 한숨처럼 내뱉는 그의 숨이 더없이 무거웠다.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확인시켜 주듯 내뱉는 남자의 낮은 탁성에 눈앞이 희뿌옇게 흐려진다. 그가 아롱이는 눈꺼풀과 뺨 그리고 입술에 연달아 입을 맞춰 왔다. 가쁜 숨을 헐떡거렸다. 이 로맨틱한 남자가 기꺼이 선사하는 환희에 질식할 것만 같아서였다.
땀에 젖어 미끈대는 그의 목에 팔을 감은 채 눈을 감았다. 맞닿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서로를 끌어안은 살갗이 빈틈 하나 없이 맞물렸다. 오롯이 둘만의 세계에 떨어진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었다. 온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 완전히 증발한 듯했다.
모른다. 이제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무것도 중요치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해 가는 감정의 크기에 그 모든 것들이 완전히 잠식당했다. 이유 모를 불안도, 뒤엉킨 상념도, 끝없는 혼란까지도, 모조리 다.
젖은 땀과 체액 그리고 수컷의 정액 냄새가 진동하는 침실 안. 정신없이 쏟아 내는 교성 소리와 진득하게 씨근대는 가쁜 숨소리만이 서늘한 고요를 깨부숴 갔다.
둘은 맞붙인 몸을 오래도록 떼어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