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주홍빛 간접등 하나만 겨우 켜진 어두운 침실에 두 개의 몸이 하나로 겹쳐졌다. 허겁지겁 짙은 키스를 퍼부으며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그녀를 내려 누이는 정혁의 손길이 성말랐다.
열기로 잠식당한 그녀의 잇새에선 이미 진득해진 타액이 턱을 타고 줄줄 샜다. 기어코 새하얀 목덜미까지 길게 흘러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혀가 가느다란 목덜미와 쇄골을 빨며 아래로 주욱, 죽 미끄러졌다. 남자는 기어코 한 방울까지 다 빨아 먹겠다는 듯 말캉한 살결에 깊숙이 콧대를 박아 넣었다. 축축한 혓바닥 돌기가 집요히 스치고 지난 곳마다 질척한 마찰열이 홧홧하게 피어올랐다.
“으응. 간지러워.”
간질거리는 자극을 견디다 못한 그녀가 고개를 움츠리며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않고 계속해 게걸스레 목덜미를 핥고 깨물며 더 아래로 혀를 미끄러뜨렸다.
신경 써 차려입은 실크 블라우스를 벗겨 내고, 단숨에 스커트와 팬티까지 한 손으로 끌어 내린 그가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브래지어 와이어를 달칵 풀어냈다.
베어 물면 달큼한 과즙이 팡 터져 나올 것 같은 젖가슴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뾰족한 혀끝이 닿기가 무섭게 분홍빛 꼭지가 빨기 좋게 바짝 솟아올랐다.
그는 커다란 손에 한가득 들어차는 풍만한 젖가슴을 양손으로 모아 쥐며 양 젖꼭지를 번갈아 빨아 댔다.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예뻐해 주겠단 듯이 게걸스레 빨고 비틀고 핥아 댔다. 덕분에 깊이 팬 그녀의 가슴골에 진득하게 늘어진 타액이 흥건히 고여 갔다.
“하으, 응….”
머리칼을 세게 쥐고, 그의 단단한 어깨를 부여잡은 채 밀어내 봐도 무의미했다. 그는 굶주린 표범처럼 솟은 유두를 잘근잘근 씹어 깨물다가도 또 금세 돌변해 어루더듬듯 둥글둥글, 부드럽게 유륜을 핥았다.
남자의 모든 행동이 저속하고 상스러웠다.
결국, 집요하게 반복되는 혀끝 자극에 그녀의 젖꼭지가 벌겋게 달아올라 성을 냈다. 간신히 움츠리고 있던 가랑이 사이가 척척히 젖어 드는 느낌이 선연했다.
“그만, 흣, 빨아요. 흐….”
덧없는 애원이 통한 걸까. 한참이나 젖가슴을 물고 빨던 그가 느릿하게 입술을 떼어 내며 허리를 세웠다. 그의 입술에 맺힌 타액이 지익, 거미줄처럼 늘어져 번들거렸다. 성애를 갈구하는 노골적인 눈빛에 절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이제부터 섹스 끝날 때까지 그만이란 말 금지야.”
그는 손목의 시계와 커프스를 풀어 옆으로 던지곤 입고 있던 셔츠도 완전히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항의하듯, 위압적인 목소리로 뇌까리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되물었다.
“왜요?”
실상은 지나치게 야하고 외설적인 남자의 모습을 넋 놓고 훔쳐보는 편에 가까웠다. 주홍빛을 등진 채 제 앞에 선 남자. 제 작은 몸 위로 차양처럼 드리워진 남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꼭 저를 감싸 안은 것 같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주로 좋으면 눈물부터 나는 편이지.”
“…아뇨.”
입술을 꾹 눌러 물고 눈꼬리에 맺힌 물기를 빠르게 손등으로 훔쳐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싫으면 내색 못 하고 입 꾹 닫는 성격이고.”
“전혀요. 아니거든요?”
“맞네. 미안한데 패턴 읽혔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그만이란 말 하지 말라고, 내 앞에서. 나도 당신보다 더한 청개구리면 청개구리지, 덜하진 않잖아.”
“이래 놓고 무슨 속죄야. 이래 놓고 무슨, 뭘 망쳐 보란 거예요?”
괜스레 억울한 감정에 울컥한 목소리를 내며 따져 물었다.
“자기 일은 능력껏 해야지, 내가 여기서 어떻게 더 회개를 할까. 지금 당신 기분 좋게 해 주려고 안달 내고 집중하는 거 네 눈엔 안 보여?”
그는 확인이라도 시켜 주려는 듯 퉁퉁하게 부어오른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흔들었다. 예민해진 감각에 절로 허리가 비틀리고 새된 신음성이 샜다.
“그만…!”
“그만이란 말만 해, 어디. 더 할 줄 알아.”
“하아, 진짜…!”
“울어, 차라리.”
“뭐라고요?”
“당신 우는 거 싫은데 좋으니까 계속 그렇게 울어 보라고.”
악마처럼 입꼬리를 올린 남자가 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지퍼를 내렸다. 무슨 개소리냔 말을 쏴붙이려는데 한계까지 발기한 성기가 튀어 오르듯 제 앞에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차현서 우는 거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데 가끔은 이렇게 깔아 놓고 울리고 싶어져. 이상하게 내 밑에서 우는 건 보기가 좋거든.”
“변태예요?”
“뭘 위한 질문인데. 내 의지를 꺾을 비난이 하고 싶은 거야, 해 봤자 무의미한 인사치레를 하겠단 거야.”
그녀의 무릎을 세우며 딱딱히 솟은 제 기둥을 굴곡진 둔부에 가져다 길게 비비는 그의 행동이 더없이 저속했다. 맞닿은 살갗에 이미 푹 젖은 물기가 닿아 찐득한 마찰음을 냈다.
“흐으, 응.”
일순 우둘투둘하게 불거진 성기의 핏줄에 볼록하게 솟은 클리토리스가 꾹 눌려 비벼지며 저릿거렸다. 그 강한 자극을 피하려 허리를 바르작거리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골반을 꾹 눌러 제 앞으로 고정시켰다.
도리어 하체가 더 바짝 맞붙었다. 여리고 예민한 피부의 표피들이 연방 마찰하며 박동하듯 달라붙는다. 흡사 서로의 성기로 자위를 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찔꺽찔꺽, 점점 더 진득해지는 소리에 귓바퀴마저 축축이 젖어 드는 기분이었다.
“하으, 으, 응…!”
연거푸 이어지는 강한 자극에, 붉게 벌어진 그녀의 음순이 금방이라도 단단한 기둥을 잡아먹을 듯 벌름거렸다. 그는 음부에 손 하나 대지 않고 느긋이 흥분한 그녀를 내려다봤다. 잔혹한 악마가 따로 없었다.
“그만, 하아, 이거 그만… 하, 읏.”
너무 오랜만에 그에게 안긴 걸까. 그리웠던 남자의 손길이 몸에 닿은 순간부터 평소보다 더 강한 쾌감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는 이렇게 음부를 마찰해 비비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이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미 꺼떡이며 쿠퍼액을 쏟아 내는 남자의 사정 못지않았다.
“그만, 흐으… 음!”
습관처럼 흘러나오는 그 단어가 영 마뜩잖았던지, 정혁은 작게 오물거리는 붉은 입술을 그대로 한입에 집어삼켜 버렸다. 그만하라는 애원이 무색하게 수줍게 갈라진 틈에다 발기한 제 성기를 비비고 마찰해 대는 허릿짓이 도리어 더 빨라진다.
어느새 하얗고 탐스러운 그녀의 엉덩이도 박자를 타고 위아래로 흔들려 댔다. 척척한 물소리가 저속했다. 고조에 이른 그녀의 흥분을 감지한 정혁이 퉁퉁히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꾹 눌러 확인하며 느릿하게 입구를 찔러 댔다.
“흐, 으!”
“그만할까.”
흡 빨던 입술을 슬쩍 떼어 낸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차갑고 서늘하기까지 한 그 느긋함과 금방이라도 정액을 내뿜을 듯 무섭게 불근대는 아랫도리의 상황은 전연 딴판이라 이상하게 더 흥분이 일었다. 지극히 이성적인 얼굴과 저속하기 짝이 없는 행위 간의 온도 차. 그 간극이 주는 야릇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벌어진 구멍 새로 물이 졸졸 흘러, 회음부까지 빼곡히 흘러내리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주체할 수 없이 흥건히 젖은 엉덩이 아래가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으나 인정은 해야 했다. 부지불식간 완전히 남자의 몸, 그가 주는 쾌락에 길들여져 버렸음을.
“묻잖아.”
무의미한 선택권을 주며 협박을 일삼는 남자가 미웠다.
현서는 그의 목에 제 팔을 감아 매달리며 도리질을 쳤다. 게슴츠레, 반쯤 풀린 눈꼬리가 물방울을 매달고 좌우로 흔들렸다.
“흐으, 응, 이상, 해. 읏.”
“이상하니까 그만하란 거야, 더 해 달란 거야. 좋아, 싫어. 의사를 분명히 해.”
“아아, 본부장, 싫, 아니 좋아요, 하아.”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입매를 길게 늘인 그가 흠뻑 젖은 현서의 뺨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읏, 계속… 이렇게만… 하아, 할 거예요?”
간질간질, 감질나는 흥분만 돋울 뿐 절정을 쉽게 내주지 않을 듯한 아득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원망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코끝으로 쏟아졌다.
“이렇게만 해도 잘만 싸면서.”
“흐으, 응, 아니야, 하아.”
“왜. 뭐가 어떤데.”
“하아, 갈 것… 같, 하아…. 응.”
“망설이지 말고 가, 그럼. 오랜만에 차현서 야한 얼굴 감상 좀 하게.”
“아아, 흐으, 읏!”
정혁은 새빨개진 젖꼭지를 기다란 손가락 새에 끼운 채 느른히 허리를 움직거렸다. 훅 달아오르기는커녕 점점 더 뭉근하게 데워져 오르는 열감이 억울해 자꾸 눈물이 줄줄 샜다. 마음과 달리 그가 감상하길 원하는 모습 그대로를 내보이는 것 같아 약이 올랐다.
얼마나 더 허리를 움직였을까. 데일 듯 뜨거운 남자의 성기가 음부에서 아쉽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곤 곧장 벌어진 구멍 새로 그의 손가락 두 개가 맞붙어 푹 밀려들었다.
“하읏, 으응!”
애타게 기다렸던 삽입감에 몸을 떨며 신음했다. 푹 밀려든 손가락이 앞뒤로 느릿하게 움직이며 삽입 운동을 시작했다. 몇 번이나 왕복을 하며 좁다란 통로를 길들였을까. 마디가 툭 불거진 손가락 하나가 빠듯한 구멍 안을 더 넓게 벌리며 쑤셔 박혔다.
음험한 남자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잔뜩 벌려 구멍을 더 넓히려 하자 그녀가 버거운 듯 그의 손목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치워.”
단호한 남자의 손이 발발 떨리는 그녀의 손을 툭 쳐 내며 가랑이를 더 넓게 벌려 젖힌다.
“친절하게 풀어 줄 때 더 벌릴 생각을 해. 나중에 아프다고 원망하지 말고. 아파서 발발 떠는 구멍에 욱여넣으면서 느끼는 죄책감 그거 되게 별로야.”
“하아, 아아!”
일순간 저도 모르게 구멍을 꽉 움켜 조였다. 제 예민한 정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남자의 손가락 끝이 단단하고 집요하게 스팟을 자극한 탓이었다.
“으흥, 읏!”
흥분에 취해 저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도 모른 채 숨을 헐떡거렸다. 손가락 끝이 안을 꾹꾹 누르고 빠질 때마다 척척한 물기가 밖으로 이리저리 튀어 올랐다.
아득한 감각이 빠르게 몸집을 키워 갔다. 벌어진 잇새로는 투명한 타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는 오롯이 제 위에 선 남자의 얼굴만을 게슴츠레 응시하며 더 큰 쾌락을 갈구했다.
“아아, 하아! 하앙!”
찰박찰박. 절정에 이른 구멍이 경련하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들어찬 손가락을 바득 조여 물었다. 어느 순간, 그녀가 까무러치듯 고개를 뒤로 꺾고 몸을 흔들었다.
여자의 절정을 확신한 남자가 쑤걱, 제 손가락을 빼냈다. 기다랗게 잘빠진 손가락이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동그랗게 벌어진 구멍에선 오줌처럼 맑고 흥건한 물줄기가 흘러나왔다.
“하아, 아아! 아!”
오르가즘이 채 끝나기도 전, 아쉬운 듯 붉게 벌어져 파들대는 질구 위로 남자의 성기 끝이 다시 비벼졌다. 뭉툭한 선단 끝에서 허여멀건 하고 진득한 정액이 탁하게 쏟아졌다. 말간 애액과 뒤엉켜 느릿하게, 말캉한 그녀의 음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쾌감에 푹 전 주제에, 그 천잡한 광경을 바라보며 제 입술을 꾹 눌러 씹는 여자의 얼굴에 수치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