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흐, 읍! 음…!”
뭉뚝하게 젖은 귀두의 갈라진 틈과 터질 듯 팽팽히 불거진 핏줄의 표피가 혀끝에 닿았다. 이어서 선단부터 굵다란 기둥의 중앙부까지 쭈욱, 입 안으로 기다란 페니스가 피스톤질 하듯 천천히 밀려들었다.
붉은 입술이 버겁게 벌어지며 그의 기둥 끝을 어설피 머금었다. 말간 두 뺨이 터질 듯 불룩해졌다. 삼켜지지도 않는 걸 꾸역꾸역 물고 있느라 작은 턱이 다 얼얼할 정도였다. 입속 여린 점막에선 채 갈무리하지 못한 침이 고여 페니스를 타고 흘렀다.
기막힌 건 뿌리까지는커녕 기둥의 반도 삼키지 못했단 거였다. 이 크고 흉기 같은 것이 매번 제 다리 사이를 드나들었단 생각에 불현 눈앞이 아찔해졌다.
고개를 슬쩍 뒤로 젖힌 그가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힘 빼. 턱 나가.”
얄미운 명령에 게슴츠레 눈을 치켜뜨고 그를 흘겼다. 압도적 우위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그 조각 같은 얼굴에 짙은 쾌감의 음영이 어리고 있었다.
“좆 물고 있으니까 더 예쁘네.”
그가 낮게 뇌까리며 성기를 조금 더 깊숙이 밀어 박았다. 두툼한 귀두가 목젖에 푹 닿아 저도 모르게 눈꼬리에 생리적 눈물이 맺혔다.
“우, 음…!”
치닫는 압박감에 헛구역질을 하며 본능적으로 그의 허벅지를 부여잡고 밀어냈으나 부질없었다. 이미 뱉어 낼 수도 없게 제 머리채를 움켜쥔 남자의 손아귀 힘이 더 강력했던 까닭이었다. 그는 잠시나마 밀어내고 거부하려 했던 그 미약한 손짓이 불쾌하단 듯 되레 더 거칠게 밀어 박았다.
“빨리 싸라며.”
“후으, 으!”
“도와 달라며.”
더는 커질 수 없을 것 같던 성기가 돌덩이처럼 딴딴하게 굳어 갔다. 특유의 수컷 냄새가 입 안 가득 퍼지고, 여린 점막에 반복적으로 마찰하는 살갗이 델 듯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남자는 목젖까지 꾹 짓쳐 넣었다 빼내고 다시 깊숙이 욱여 박기를 반복하며 입 안으로 추삽질을 했다. 어느새 얼얼해진 잇새와 턱을 타고 말간 침과 쿠퍼액, 그리고 눈물까지 뒤섞여 줄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성기를 받았다.
찔걱찔꺽, 젖은 마찰음이 퍽 외설적으로 커져 가고 있었으나 새는 소리를 단속할 여력은 없었다. 벌겋게 익은 듯한 두 뺨이 실룩거리며 버거운 크기의 성기를 머금고 뱉기를 거듭할 뿐.
“후으, 음! 으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추삽질이 더 난폭해져 갔다. 목젖에 귀두가 닿는 횟수가 늘고 속도가 빨라졌다. 그의 말대로 턱이 나갈 것처럼 얼얼한 열기를 느끼며 숨을 헐떡거렸다. 음란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성기끼리 찧고 박는 성교와 전연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아니, 차라리 더 음탕하고 추잡스럽기까지 했다.
오기처럼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던 게 도리어 흥분의 기제가 되는 것 같았다. 제 머리칼을 힘껏 짓누르듯 쥐고 흔들며 흥분감에 푹 젖은 듯한 그의 눈빛에 사로잡혀, 제 아랫도리가 찌르르 울었다. 지금까지완 또 다른, 이상한 쾌감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다리 사이, 팬티가 젖어 가는 느낌이 선연해서.
야릇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허벅지 사이를 바짝 조이고 기둥을 옥죄듯 빨았다. 단단해진 표피의 핏줄이 굵게 도드라져 빠르게 맥동했다.
“해 본 적 없다더니만.”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린 남자가 낮은 탁성을 윽, 터뜨렸다. 그 순간, 음낭까지 처박을 듯 깊게 들어오던 성기 끝에선 미적지근한 액체가 사출되어 나왔다.
“후, 음!”
알아챌 새도 없이 목젖 너머, 비릿한 남자의 정액이 쉴새 없이 넘어가 삼켜졌다. 그러고도 넘친 희뿌연 체액이 입술과 턱, 그리고 목을 따라 꾸르륵 새 넘친다.
사정의 순간까지도 제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그의 얼굴에 깊은 쾌감이 어리고 있었다. 씨근대는 숨소리와 흥분에 일그러진 그 주름마저도 관능적이라, 현서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그를 올려다봤다.
오르가슴을 맞은 건 그인데, 되레 제 심장이 터질 듯한 박자로 뛰어 댔다. 그의 바지를 움켜쥔 하얀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숨을 고른 그가 한참이나 탁한 액을 흘려 대는 성기를 그녀의 잇새에서 길게 뽑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흉기는 홀로 벌떡벌떡 위아래로 껄떡이며 상하 운동하고 있었다. 여상히 위협적이었다.
“돌게 하지, 또.”
“하아…!”
가쁜 숨을 내뱉는 그녀를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린 그가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떻게 끝내라고. 이렇게 야해 빠진 눈으로 쳐다보면.”
잠긴 목소리가 흐릿해지며 낮은 욕지거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러곤 곧장 허리가 끌어당겨졌다.
여전히 쾌감에 여운에 잠긴 그가 혀로 그녀의 턱과 목덜미를 게걸스레 핥고 빨았다. 바짝 맞닿은 배꼽 아래에 남자의 아직 발기한 성기 또한 고스란히 문대고 비벼졌다. 야릇한 흥분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의 목에 두 팔로 매달렸다. 깊고 진득한 키스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매끈한 그의 입가와 턱이 모두 번들거리는 체액으로 더러워질 때까지. 아니, 모든 흔적이 깨끗이 닦여 나갈 때까지.
그의 입술이 아쉽게 떨어져 나갔을 땐 흥분감이 잦아들긴커녕 날것에 가까운 키스로 도리어 아래가 더 푹 젖은 느낌이었다. 열 오른 눈꺼풀을 멍하니 깜빡였다. 지금, 저야말로 통제가 불가능한 성애가 들끓는 것 같았다. 기어코 무모한 상상을 하게 만들.
“정신 차려. 넋 놓으면 이대로 본 게임 다시 시작하는 수가 있어.”
톡, 코끝을 스치고 지난 그의 손가락에 그제야 집 나갔던 이성 한 자락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남자의 얼굴이 눈앞에서 시원스레 웃고 있었다.
“그만해요, 진짜.”
부러 눈에 힘을 주고 말했으나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실제 섹스를 한 것과 진배없질 않은가. 어쩐지 그에게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몸을 떼어 내 바로 세웠다.
“왜 아쉬운 얼굴인데.”
“하, 아닌데요?”
발끈하며 붉히는 얼굴 위로 그의 손이 다시 와 닿았다. 아직 번들대는 입가와 턱, 목을 티슈로 다정히 닦아 내는 손길에 헛숨이 절로 삼켜졌다.
“일 언제 끝나?”
“모르겠어요. 검토할 서류가 많아서.”
“희한해.”
“…뭐가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이 회사에서 내가 당신보다 하는 일이 더 많은 게 사실인데, 왜 맨날 내가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일까.”
“기분 탓이세요.”
“그러니까 왜 그런 기분 들게 만드냐고.”
“그냥 먼저 퇴근하세요. 오늘은 진짜로 많이 늦을 것 같아요.”
“응. 바로 이런 게 갑질이야.”
기가 막혀 그의 말에 반박하려던 순간이었다. 책상 위에 던져뒀던 남자의 핸드폰이 지잉, 울렸다. 액정 위 이름을 힐끗 확인한 그가 눈썹을 들썩이며 다소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외로워? 요즘 나한테 너무 집착한다, 당신.]
느른히 내뱉는 그의 영어 발음이 낯설게 느껴졌다.
누구일까.
현서는 어딘가 묘한 기분으로 정혁을 응시했다.
통화를 엿듣는 심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다 다시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불쑥 내렸다.
“차 팀장님.”
불과 몇 초 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딱딱한 눈동자로 사무적인 호칭을 내뱉는다. 통화에 방해가 되니 그만 나가 보란 뜻일 터였다.
여전히 적응할 수 없는 괴리감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누가 갑이고 을인지, 이 관계의 주도권은 명확했다. 서정혁도 그걸 모를 리 없다.
다 알면서. 그러면서, 그런 주제에….
애써 복잡한 표정을 지우며 그의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뒤통수에 얼핏 들려온 ‘미셸’이라는 여자의 이름이 뇌리에 깊이 박혀 꽂힌다.
***
- 언제까지 서정혁 그놈 집에 붙잡혀 있을 생각인데. 안전한 장소가 필요한 거면 내가 지금 당장 알아봐 줄 수도 있어.
“선배.”
현서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길게 쓸어 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 나 처음부터 그놈 불길하고 싫었어, 현서야. 서정혁, 너한테 분명히 좋은 사람 아니야. 아니, 라이언 서 그 인간….
“알아.”
- 차현서.
“다 알아. 선배도 알다시피, 나 다 알고도 그 사람 손 잡은 거잖아. 나 억지로 붙잡혀 있는 거 아니야. 여기, 내 의지로 있는 거야.”
수화기 너머에선 더 할 말을 잃은 듯한 준한의 긴 한숨이 들려왔다.
“걱정 안 해도 돼, 선배. 나 요즘 정말 잘 지내. 이렇게 계속 평온해도 되나 싶을 만큼, 내 인생에 이런 호사가 말이 되나 싶을 만큼 그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 하나만 약속해, 그럼.
준한의 목소리가 대뜸 말허리를 잘랐다. 뜻을 알아듣지 못한 현서의 눈썹이 자못 길게 휘어졌다.
- 언제든 서정혁한테서 벗어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겠다고.
“선배.”
- 그래. 나는 네가 서정혁하고 무슨 거래를 했는진 모르겠다만, 그냥 내가 기다릴게. 기다리는 거 익숙해, 난. 그러니까 넌 약속만 해. 마음 바뀌면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하겠다고.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 준한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벗어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구태여 따져 보자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그럴 수 없으리란 걸 자각한 게 요즘의 일이었지. 이런 진심을 알면 선배가 얼마나 바보 같다, 호구가 따로 없다 비웃을까. 묘한 기분에 입 안이 썼다.
“알았어. 그럴게.”
애써 어색한 웃음으로 잠깐의 침묵을 깼다.
“약속할게.”
현서는 연결이 끊긴 핸드폰을 손안에 꾹 눌러 쥐며 멍하니 섰다.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났다.
외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건지 저 멀리, 고급 세단에서 내려 로비를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서정혁의 옆얼굴이 보였다.
분명, 더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저를 안는 남자이건만 이렇게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누구보다도 멀게 느껴지곤 했다. 가까워졌다 생각하면 할수록,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서정혁은 제게서 더더욱 멀어져 간다. 신기루처럼.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괴리감에 가슴이 뻐근하게 당겨 왔다. 그 아득함이 새삼 아팠다.
미셸 장.
며칠 전 얼핏 들었던 그 이름을, 현서는 저도 모르게 골드스톤 뉴욕 본사 조직도 검색창에 넣고 서치해 봤었다. 단번에 풀 네임 ‘미셸 장’과 함께 뜨는 미모의 여자 사진에 목이 꺼끌거렸다.
홍콩계 미국인인 미셸 장의 이력은 화려했다. 그녀는 정혁이 홍콩 지사장으로 있었던 시기에 부지사장 직위를 맡아 그와 함께 손발을 맞췄다. 꼭 러닝메이트처럼. 길진 않았어도 두 사람이 홍콩에서 함께 이룬 성과들이 혁혁했다. 골드스톤이 홍콩을 제2의 거점으로 성장해 일어난 것도 다 둘의 합 덕분이었단 평가가 중론이 될 정도로.
아니나 다를까 서정혁과 진한 스캔들이 나기도 했었단 사실까지 확인한 순간, 현서는 심장이 아래로 덜컥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서정혁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단 사실. 아니. 다른 여자와 함께인 서정혁.
따져 생각해 보면 특별히 이상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는 원래 그런 남자이고, 그게 도리어 자연스러운 사람이니까.
안다. 머리론 충분히 인지했다. 그래서 자꾸 커져 가는 마음을 애써 경계하고 움켜쥐기도 했었고.
그런데 왜 자꾸 이렇게 감정이 나약해질까. 왜 자꾸 제멋대로 허물어지나.
몸집을 불린 자책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제 저릿거리는 손가락만 꾹 말아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