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통화를 마친 핸드폰을 책상 위에 툭 던진 그가 제 허벅지 사이에 그녀의 몸을 완전히 가둬 포박했다.
“안 돼요, 오늘은.”
현서는 부질도 없을 말을 내뱉으며 애써 결연하게 고개를 저어봤다.
“네 동의 구한 적 없어요.”
아니나 다를까 싸늘한 답이 돌아왔다.
책상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음에도 확연한 키 차이 때문에 올려다보는 현서의 몸이 뒤로 비스듬히 기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못마땅한지, 정혁은 작은 턱을 슬쩍 쥐어 올렸다. 그제야 이 예쁜 얼굴이 낱낱이 시야에 담긴다. 그는 종일 눈에 아른댔던 얼굴을 손에 쥔 채, 마음 놓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잘게 쪼개어 뜯어봤다.
“아시죠? 아직 밖에 사람 많아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란 팔만 쭉 뻗은 그가 테이블 한편의 전화기 단축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본부장님.
“퇴근들 하세요.”
보란 듯 톡, 제 입술을 터치하는 그의 손끝이 퍽 얄밉기까지 했다.
“이러려고 저 부르셨어요?”
“이럴 거 기대하고 올라왔잖아.”
“아뇨. 전혀요. 아닌데요.”
강조해 아니라 답을 하면서도 희멀건 두 뺨엔 불그스레 홍조가 어렸다. 관찰하듯 저를 집요히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 때문이다.
아주 잠시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진득한 시선과 함께 곁들여진 침묵이 버거워 결국 먼저 입술을 떼고야 말았다.
“왜 이렇게 쳐다보세요. 민망하게.”
제대로 상상이나 할 수 있으려나. 이토록 잘난 얼굴로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나 뚫어져라 사람을 훑는 게 상대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어쩐지 얄미워 그를 힘껏 흘겼다.
“바른대로 말해.”
“뭘요?”
“너 양재숙한테 무슨 약점 잡혔어?”
“네?”
갑작스레 들려온 그 이름에 동그란 눈을 깜빡여 되물었다. 별안간 양재숙 얘기라니.
“양 이사님 만나셨어요?”
“어. 집 나간 개 쏴 죽이겠단 의지가 상당하시던데.”
“예상 못 했던 것도 아닌데요, 뭐.”
“말해 봐. 알아야 나도 대비가 가능하지.”
“대비 안 하셔도 돼요. 잡힌 약점 같은 거 없고요. 저도 누가 총 쏜다고 가만히 맞아 죽는 얌전한 개는 아니라서요.”
톡 쏴붙이듯 하는 대꾸에 그가 핏 입꼬리를 올렸다.
“인정. 이 성질머리가 어딜 봐서 개야, 사나운 고양잇과면 또 몰라.”
고개를 깊이 기울인 그가 비스듬히 입술을 물었다. 젖은 살덩이가 노골적으로 입술을 열고 짓쳐들었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혀를 감았다. 별다른 거부 없이 키스를 얌전히 받아들이는 그녀를 칭찬하듯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뒤통수를 쓸었다.
부러 야릇한 감각을 주지시키려는 듯, 그의 혀가 입속을 들락이며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바람에 부드럽게 엉긴 타액이 목젖으로 꿀떡꿀떡 넘어 들어왔다. 삼키고 호흡하는 데 열중하던 찰나, 뜨거운 열기가 아랫배를 난폭하게 압박해 왔다.
그때부터 단단히 맞물린 하체에 온 신경이 쏠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감아 구김 하나 없는 그의 셔츠 깃을 꽉 눌러 쥐자, 젖은 입술이 느릿하게 진동했다.
“기대 안 했단 사람치곤 너무 느끼시는데.”
이 순간에도 비웃음 섞인 조롱을 할 수 있는 그의 여유가 부럽고 미웠다.
“저도 싫진 않으니까요.”
일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에 놀라 재빨리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본능적으로 숨을 죽이고 심장 박동의 볼륨을 최대한 낮추려 노력했다. 마음을 들킬 땐 들키더라도, 그 크기만큼 온전히 다 드러내 보이고 싶진 않아서였다. 어차피 시작부터 불균형했던 관계에 구태여 기울기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도통 속 모를 그는 그저 짧은 웃음만 터뜨릴 뿐이었다.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척척한 입술을 다시금 다정히 쓸어왔다.
“의사 표현을 똑바로 해. 변호사 맞아?”
손길만큼이나 태연한 타박에 더 부아가 나 입술을 삐죽였다.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네. 좋아요. 좋아 죽겠어요. 됐어요?”
“뭔 고백을 이렇게 전투적으로 하시나. 싸우자고?”
“본부장님이랑 저랑 싸움이 가능하긴 해요? 누가 봐도 제가 철저히 을인데.”
“그러니까. 을 주제에 왜 맨날 갑질이야, 짜증 나게.”
어이가 없어 그의 단단한 가슴을 톡, 손으로 밀어내려던 찰나 손목이 채여 아래로 내려갔다. 달카닥, 버클 풀리는 소리에, 가늘어졌던 그녀의 눈매가 다시 동그랗게 떠졌다.
“자. 당신 좋아하는 거 줄게, 눈에 힘 좀 풀자. 무서워.”
드로어즈 안으로 같이 딸려 들어간 손끝에 거대하고 단단한 기둥 끄트머리가 쥐어졌다. 잊고 있던 위압감에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자꾸 회사에서 이러시면….”
“말했잖아. 요즘은 나도 통제 불가라고.”
느긋이 팔짱을 낀 채 상체를 뒤로 젖힌 남자가 보란 듯 제 중심을 향해 턱짓을 했다. 조막만 한 손바닥 안에 커다랗게 발기한 페니스가 꺼떡대고 군침을 흘렸다. 원색적인 광경에 얼굴에 화르륵 열이 치솟았다.
“나도 고백할게. 최근에 알았는데 아무래도 난 공사 구분 소질 없어. 그런 건 앞으로 너나 해.”
“진짜 뻔뻔하시네요.”
“새삼스럽게.”
제 목덜미를 살살 어루만지는 커다란 손길이 못 견디게 자극적이었다. 여전히 문밖에선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 비서실 직원들이 다 퇴근을 하진 않았단 뜻이었다. 누군가 벌컥 문이라도 열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건가. 묘한 긴장감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그럼, 문이라도 잠그고 올게요.”
점점 더 진득한 체액을 쏟아 내는 페니스의 움직임에 다급히 말했으나 되레 손만 더 꾹 붙잡혔을 뿐이었다. 작은 손등 위로 그의 커다란 손이 차양처럼 겹쳐졌다.
“이러고 네 말대꾸 다 해 주고 있으니까 내가 여유 있어 보이지.”
손바닥엔 전혀 여유롭지 못하게 성난 핏줄이 우둘투둘 불거져 오르는 느낌이 선연했다.
“이렇게까지 무모하신 분 아니잖아요.”
“그럼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만든 장본인께서 해결을 보셔야지?”
“본부장님.”
“그냥 이대로 나가?”
“미쳤, 미쳤어요?”
기울어진 상체를 바로 세우는 듯한 제스처에 놀라 눈동자를 커다랗게 치켜떴다.
“그럼 얼른 해결해 봐. 급한 불은 꺼야 나갈 거 아냐.”
뻔뻔하게 눈썹을 들썩이며 말하는 잘난 얼굴에 기가 다 막혔다. 그간 짧은 경험에 비추어 판단했을 때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것뿐이다. 반항하고 대거리해 봤자 제힘만 빠진다.
무슨 수로 서정혁을 이기랴. 기어코 끝을 봐야 놔주겠다는 듯 단단히 제 몸을 결박한 남자를 올려다보며 긴 한숨만 내뱉을 따름이었다.
“그럼 빨리 끝내… 세요.”
“하는 거 봐서.”
“재밌으신 거죠? 저 괴롭히는 게.”
“같은 질문 반복할 시간에 좀 더 성의 있게 문질러야 빨리 끝이 나겠죠, 차 팀장님.”
정혁은 페니스를 허술하게 쥐고 있는 그녀의 손길이 마뜩잖다는 듯 대꾸했다. 다시금 팔짱을 낀 오만한 표정으로.
하릴없이 손끝에 힘을 주어 위아래로 길게 문질렀다. 그에게 몇 번이고 배웠던 그대로의 페팅이었다. 한 손에 다 쥐어지지도 않는 굵은 기둥을 힘껏 쥐고 쓸었다. 애써 음란한 아래의 광경은 외면한 채 그의 눈동자만 올려다보면서.
“여기서 밤새울까.”
아무래도 제 초조는 철저히 방관하려는 듯, 느긋한 목소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빨리, 하세요. 통제 불가랄 땐 언제고 왜….”
“당신이야말로 재밌지, 나 괴롭히는 거.”
그가 어이없단 듯 헛숨을 내뱉었다. 떠올려 보면 제 페팅만으로 그가 사정했던 적은 없었다. 늘 그의 손길에 리드 당해 손만 빌려주는 형식으로 끝을 본 거였지.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쪼물딱거림으로 끝을 기대하는 건 어림도 없단 소리였다.
“도와, 도와주시면 되잖아요.”
“자립심을 키워. 언제까지 내가 손을 대야 해.”
“진짜 치사하게.”
“아님 손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네?”
“어때.”
허, 이러려고.
음험히 말려 올라가는 남자의 입꼬리를 보며 기막힌 헛숨이 터졌다.
“어차피 아랫입으로도 내 거 잘만 받아먹잖아. 그걸 이 입으로 한다고 생각해. 쉽잖아.”
기다란 손끝이 아랫입술을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
“변태도 아니고 입으로 어떻게….”
“그러게. 나만 변태라 허구한 날 차현서 보지 입으로 물고 빨았다, 그쵸?”
“본부장님.”
“원대로 빨리 끝내 줄게. 해 봐.”
의사를 밝히기도 전, 커다란 손이 그녀의 정수리를 아래로 꾹 짓눌렀다. 연약한 몸이 무채색 차가운 바닥에 스르륵 내려앉았다. 붉은 입술을 헤 벌린 채 그를 올려다봤다.
“봐. 이 입에 넣을 생각 하니까 벌써 쌀 것 같잖아.”
입술과 턱을 지그시 누르며 내려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등골이 찌르르 울었다.
“저, 해 본 적 없어요, 이런 거.”
“가르치는 보람까지 느끼겠네.”
정혁은 당황한 여자의 턱을 치켜들고, 엄지로 아랫입술을 지긋이 문질렀다. 손길에 자연스레 더 벌어지는 잇새로 푹 젖은 페니스 선단이 천천히 파고들었다. 아래 구멍만큼이나 작은 그녀의 입이 꽃잎처럼 벌어졌다.
“잘 빨아 봐요, 천박하고 야만적이게.”
그는 작고 하얀 이마를 다정히 쓰다듬으며 나른히 속삭였다. 그게 꼭 악마의 목소리처럼 들리면서도 더없이 달콤해 배꼽 아래가 찌르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