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야근을 불사하며 열심히 분류한 서류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나뒹구는 널따란 책상 위, 다리를 벌린 채 그의 무자비한 삽입을 받아 냈다. 늘 숨 쉴 여유조차 없이 칼바람만 부는 이 차가운 공간에서, 이렇게 뜨겁고 습습한 숨을 내뱉으며 정신없이 신음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읏, 응!”
성이 잔뜩 나 단단히 곤두선 기둥이 사납게 제 안을 가르고 들어와 깊숙이 들어박혔다. 늘씬한 두 다리가 그의 어깨 위에 걸려 볼품없이 떨려 댔다. 매일 밤낮없이 그의 것이 드나들던 길이었건만, 다시 또 빠듯하게 좁아진 구멍이 버겁다며 고통에 찬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는 영 마뜩잖은 표정으로 눈썹을 들썩거렸다.
“기껏 늘려 놨더니 더 좁아져 있으면 어쩌잔 거야.”
골반을 양손에 쥐어 몸을 고정하곤, 살갗에 찰싹 붙어 젖혀진 팬티 끈을 꾹 사려 쥐었다. 둔부를 압박하는 천에 절로 눌린 클리토리스가 저릿하게 자극됐다. 억울하단 듯, 거칠게 움직이는 남자의 피스톤질이 사나웠다. 육중한 무게의 책상이 다 삐그덕거릴 만큼.
“아흐, 읏! 아파, 아파요. 하아, 너무 꽉… 찼어, 흐응.”
오랜만의 삽입이라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이 아릿하고 얼얼했다. 주변의 산소가 희박해지는 것처럼 절로 숨이 헐떡거렸다. 꼭 그와 처음 섹스를 하던 그때처럼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다리 사이가 찢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자 그때처럼, 남자의 커다란 손이 제 눈가를 부드럽게 쓸며 속삭였다.
“떠.”
“하으, 응!”
“눈 떠. 이젠 꼴 보기도 싫다 이거야?”
경련하듯 떨리는 눈꺼풀을 치켜들자, 거대한 남자의 그림자가 제 위를 덮고 있었다. 달콤하고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가랑이 사이를 드나드는 그의 성기는 여전히 난폭한 추삽질을 이어 가고 있었다.
“아! 흐!”
아래를 꿰뚫고 푹푹 쑤셨다 내리꽂는 짐승 같은 교미에 음란한 본능이 들끓었다. 가장 공적인 남자의 공간에서, 가장 은밀한 성기만 내놓은 채 이 거친 정사를 나누는 수치스러움. 어이없게도 그 수치의 감정이 쾌락을 한계까지 끌어 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등을 베고 누운 원목의 책상이 움직이는 둔탁한 소리와 종잇장들이 파스락 대는 소리. 그 비현실적인 소리들을 들으며 몸을 흔들었다. 어느새 쪼개질 것만 같던 아랫도리의 감각이 점차 찌릿한 쾌감으로 바뀌어 갔다.
“흐으, 아, 파. 하아.”
제 뻔한 거짓말에 그가 픽 코웃음을 쳤다.
“아프다면서 왜 이렇게 싸는 건데. 서류 다 젖겠어.”
서류가 젖는다는 소리에 놀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하, 젖, 으면…. 원본…. 하, 안 돼…. 으읏.”
모조리 다 원본인 서류들인지라 젖으면 꽤 곤란한 일이 생길 터였다. 입술을 꾹 눌러 깨물며 남자의 가슴을 툭 밀어내 보지만, 철옹성 같은 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도 서류 타령할 정신이 남아 있단 거지.”
미간을 푹 구긴 그가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올렸다. 가볍게 들린 몸은, 성기가 박힌 채로 그의 목에 코알라처럼 매달려 안겼다. 그는 현서의 무릎 뒤에 제 팔뚝을 걸어 삽입을 고정했다. 발목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그녀의 구두가 스르륵,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흐으, 으읏.”
타박타박, 그가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앞뒤로 흔들리며 페니스가 푹푹 쑤셔 박혀 들었다. 손가락을 의지할 곳이 없어, 하릴없이 그의 셔츠 깃을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탁, 탁, 탁.
서로의 성기가 결합지를 질척하게 때리는 마찰음이 더없이 음란했다. 야릇함에 아랫입술만 질근질근 물어 긁는데, 차가운 유리창의 감촉이 등 뒤에 닿았다.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리자 그가 고개를 기울여 귓불을 빨았다.
“뭐? 내가 헤퍼? 어이가 없어서.”
다시 곱씹어 봐도 기가 막히단 듯 조소하며 엉덩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발기해 깊숙이 들여 박힌 삽입의 각도와 달리 비스듬히 이어지는 움직임에 안쪽 내벽 민감한 부분이 더 자극적으로 눌리고 있었다. 우둘투둘 성난 성기가 그녀의 질벽을 자비 없이 헤집고 긁었다.
“흐으, 응, 여기, 누가 밖에서, 흐으, 보면…!”
“차현서 씬 살면서 빌딩 꼭대기 층 안에서 뭔 짓 하는지 들여다본 적 있어?”
“하아, 그래도… 하읏.”
현서는 차가운 감촉의 뒤를 흘긋흘긋 돌아보며 애원했다. 시원스레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통유리창 앞이었다. 아무리 주백색 플로어 스탠드 조명의 조도가 어둡다 해도 누군가 마음먹고 보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마치 뻥 뚫린 도로 한복판 같은, 야외에서 음란한 정사를 벌이는 듯한 착각.
“봐도 상관은 없지만.”
“하아, 미친…! 흐응!”
“당신 이런 섹스에 더 흥분하는 편이던데. 아니야?”
귓불을 핥는 남자의 숨소리에 느긋한 웃음기가 섞이고 있었다. 그 바람에 기둥을 문 내벽이 쫀쫀하게 수축해 들었다. 강하게 움푹, 짓쳐 들었다 쭉 빠져나가는 질량감이 아쉬워 파들대고 물어 붙잡는 거였다.
“어지간히 조이세요. 차 팀장님.”
“하, 아아! 응!”
그의 말에 부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나 자극점을 연달아 찧고 누르는 삽입에 정신이 아뜩아뜩 넘어갔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의 목에 매달려 몸을 흔드는 일뿐이었다. 등 뒤로 탁 트인 밤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을 잘 알지만 어느새 그런 것 따윈 상관없어졌다. 아니. 도리어 흥분의 기폭제가 되는 것 같았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아무래도 저질인 건, 아니. 헤픈 건, 서정혁이 아니라 자신인 것 같아서.
“이거, 너무, 깊어… 요! 흐읏.”
“그래서 난 좋은데요. 나한테 박혀서 우는 차현서 얼굴 감상도 하고.”
가랑이를 활짝 열어 매달려 안긴 채 엉덩이를 흔드는 게 꼭 그의 사정을 조르는 것 같은 기분이라 민망스러웠다. 남자의 날숨과 묵직한 향수 냄새가 코끝 가까이에서 맴도는 것 또한 흥분감을 더한다.
아래를 들락날락하는 성기를 먹어 치우느라 빠듯하게 벌어진 질구가 마찰열로 제법 따갑게 느껴질 때 즈음이었다.
불현듯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던 남자의 커다란 손이 엉덩이 골 사이로 들어와 주름진 회음부를 살살 문지르듯 애무했다. 놀란 현서의 새된 교성이 아무렇게나 다급히 터졌다.
“하으! 거기, 흐응! 만지지, 마요!”
“많이 흥분하셨네. 뒷구멍까지 조이는 거 보니.”
“하지, 하아, 하지 마아!”
일부러 놀리려는 건지, 눈앞에서 피식피식 웃는 그의 잘난 얼굴이 얄미웠다. 그 와중에도 왜 그 손길에 쾌감이 일어나는 건지, 그녀는 진심으로 억울해 죽을 맛이었다.
“그러게 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선.”
음험한 목소리가 코앞에서 낮게 울렸다. 보름이 넘게 굶은 짐승의 포식은 퍽이나 거칠고 게걸스러웠다.
“흐으, 나 때문, 하아, 이라는 거예요?”
“네. 너 때문이에요.”
핏줄이 빗발 선 그의 기둥이 난폭하게 여린 점막을 푹푹 긁고 지나는 감각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움켜쥔 채 정확하게 스폿을 찧어 대는 방아질은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을 만큼 집요했다.
“이 구멍에 하루라도 빨리 박겠다고 사흘 일정을 반나절 만에 끝내고 비행기를 탔는데요, 내가.”
물기가 뚝뚝 흐른 단단한 손가락이 꽉 맞물린 교합지를 확인하듯 문지르고 비벼 댔다. 수치심에 젖은 여린 살갗이 파르르, 경련하듯 떨린다.
“근데. 사람을 발정 난 개로 만들어 놓고 ‘안 돼요, 하지 마요, 왜 이래요’?”
“흐, 만지지, 마!”
“기가 막혀서.”
느긋이 코웃음을 친 그의 손가락 끝이 미끄덩, 회음부 안으로 슬며시 파고들었다. 낯선 이물감에 놀란 그녀가 얼른 위로 몸을 튕겼다. 덕분에 귀두 끝까지 빠져나갔던 좆이 단번에 뿌리 끝까지 깊숙이 꽉 박혔다.
“하지, 마! 본, 부장, 흐으. 응.”
“본부장? 그래. 맞먹으세요. 좆도 이렇게 잘 먹는데, 못 먹을 게 어딨다고.”
“하응, 상, 스러, 흐음!”
상스럽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벌어진 잇새로 두툼한 살덩이가 밀려 들어와 진득한 타액을 왈칵왈칵 넘겼다. 목젖으로 바로 떨어지는 침을 거부할 새도 없이 꿀떡 삼켜 마시며 신음했다.
위아래로 찌릅찌릅, 정말로 상스러운 소리가 샜다. 미끈거리며 쉼 없이 마찰하는 감각에 주체 못 할 불이 일었다.
“하, 아! 아아, 으응!”
엉덩이를 바득 움켜쥔 채 아래로 하중을 실은 남자의 허릿짓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맞붙는 엉덩이가 흐르는 애액으로 젖어 잔뜩 찐득거렸다. 또 얼마나 싸지른 거냐며 저를 놀리고 조롱할 그의 표정이 훤했으나 여전히 불가항력이었다.
이젠 남자와 몸만 맞닿아도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처럼 아랫도리가 저릿저릿 울었다. 저와 하는 섹스에 이렇게나 길들여져서 어디 가기나 할 수 있겠냐던 그의 조롱이, 몹시도 억울했지만 사실이 되어 버린 거였다. 책임지지도 못할 마음까지 붙들어 놓고는.
나쁜 놈.
“예쁘게도 박힌다. 미친놈처럼 군 보람 있게.”
입술 위로, 하지 말라 했던 말이 태연하게 쏟아져 나왔다. 볼썽사납게 매달려 엉덩이나 흔들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는데, 뭐가 자꾸 예쁘단 건가.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고 조롱도 도의가 있는 거지.
“하지, 하아, 말라고, 그 말. 흐응!”
“왜. 예쁘다니까 흥분돼?”
“아니, 야, 하앙!”
“근데 왜 더 조이는데.”
다시금 손가락이 아래를 파고들었다. 썰물처럼 밀려드는 쾌감에 되레 더 강하게 도리질을 쳤다.
“아니, 흐으, 라구!”
“네. 아니에요, 그래.”
탁, 탁, 탁.
엉덩이를 쥐고 흔드는 손놀림이 더더욱 빨라졌다. 제 앞에서 아른대는 느른한 표정과 달리 아래를 꿰뚫는 성기는 난폭하기 짝이 없었다. 포악한 짐승처럼 몰아붙이는, 흡사 폭력에 가까운 수준의 성교였다. 공백이었던 지난 며칠간의 쾌락을 다 보상받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질 만큼.
“떨어진다. 세게 감아.”
자꾸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는 몸을 연거푸 추어올리며 그가 명령했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아 붙들었다. 이미 지금도 버거운 이 거친 추삽질이 과연 얼마만큼 더 난폭해질 건지가 두려웠다.
무식하리만큼 크고 뭉뚝한 성기의 대가리가 예민하게 부풀었던 내벽을 연속해 눌러 댔다. 지금껏 일부러 자극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단 합리적 의심이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흥분 버튼을 꾹꾹 짓누르듯 집요하게 한 부분만 때렸다. 목울음 같은 신음성이 절로 터졌다.
“하아, 아! 응!”
얼마나 더 버텼을까. 삽시간에 숨이 턱 막히는 쾌감이 찾아왔다. 단단한 목에 둘러 둔 가느다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렸다. 더불어 짜릿한 절정이 눈앞을 시허옇게 뒤덮었다.
“하, 아! 아흣!”
뜨근한 무언가가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주륵 흘러내렸고, 남자는 추잡하고 적나라하게 벌어진 제 입술을 추릅, 빨아올렸다. 좁은 틈이 남자의 사출물로 담뿍 채워져 가는 느낌이 고스란했다.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너른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쌔액쌕, 아직 가시지 않은 쾌락의 여운에 가만 눈을 감았다. 씨근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듣기 좋았다.
“하아, 보고 싶었어….”
저도 모르게 쓸데없는 진심이 새어 나와 버렸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