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커다란 남자의 손이 현서의 스커트 위, 굴곡진 엉덩이 사이를 쓰윽 훑어내렸다. 다분히 노골적인 손길에 단단한 가슴을 다급히 짚으며 그를 불렀다.
“본부장님.”
“왜.”
“여기 회산데요.”
“그런데요.”
어설프게 밀어내는 그녀의 손짓에 짐짓 기분이 상한 건지, 눈썹을 들썩인 그가 되레 그녀를 세게 당겨 제 허벅지 위에 올려 앉혔다.
“회사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남의 방에서 실컷 자고 일어난 도둑고양이가 할 말은 아니지.”
“그래도 업무 중에….”
“근무 시간 끝난 지가 언젠데.”
“갑자기 누가 들어오면요.”
“어떤 대가리에 총 맞은 새끼가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들고 들어올까. 리크루트에 새 이력서 제출하고 싶은 거 아니고서야.”
음험히 쏟아지는 시선은 이미 제 목덜미 어디께로 흘러가 있었다. 기다란 손가락이 목덜미를 덮은 니트를 슬쩍 끌어 내린다. 그의 손가락에 숨겨 뒀던 다이아 펜던트가 걸려 나왔다.
“기껏 보이라고 달아 놨더니.”
현서는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그저 쳐다만 보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달아오르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이거, 너무 크고 화려해서 부담스러워요. 어색하고.”
“어. 그러라고.”
“네?”
“몰랐어? 이거 당신 목줄이야.”
손끝으로 펜던트를 톡톡 당기며 느물거리던 남자가 목덜미에 입술을 붙여 왔다. 뜨겁고 묵직한 향을 뿜는 호흡이 살갗에 습습히 들러붙었다.
“잠깐, 잠깐만요.”
제 말을 귓등으로라도 들어줄 리 없는 남자인 걸 알면서도 다급히 방어의 말을 내뱉고 봤다. 그는 맛을 보듯 혀끝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핥으며 타이의 매듭에 긴 손가락을 끼워 박고 툭툭, 능숙히 풀어 책상 위에 던졌다.
“어디 가, 자꾸.”
고작 이 정도 스킨십만으로도 야릇한 기분이라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물리고 있었다. 커다란 손이 퇴로를 막듯 바짝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가랑이 사이에 맞붙은 바지 아래로, 커다란 크기로 경직된 물건의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진, 진짜 하시게요, 여기서?”
믿을 수가 없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렇게나 공사 구분 또렷하게 하자고 선을 긋던 남자가 아니던가. 둘만 있을 땐 아무리 발정 난 짐승처럼 굴었어도 회사에선 여전히 어렵고 까다로운 직장 상사일 따름이었다. 도리어 너무 냉랭한 온도로 달라지곤 해서 매일 밤 제가 목격한 짐승이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
“내가 뭘 할 줄 알고.”
“…….”
“왜. 뭘 기대하는데.”
니트 속으로 손을 밀어 넣고 있는 것과 이질적인, 꽤 뻔뻔한 물음이었다. 살갗을 타고 들어간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브래지어를 끌어 올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손이 젖가슴을 말캉하게 움켜쥐며 유두를 건드린다.
“읏.”
저도 모르게 남자의 셔츠를 바득 잡아 움켜쥐었다.
“꼭지부터 세운 거 보니 뭘 기대하긴 한 모양이네.”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짝 솟은 유두를 희롱하듯 꼬집었다.
“그야 본부장님이 자꾸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시니까…!”
“뭐가 이상한데.”
“본부장이란 사람이 자기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 무릎에 앉혀 놓고 있는 게 안 이상해요?”
“변호사란 사람이 자기 상사 무릎 위에서 팬티 적시는 건 안 이상하고.”
어느새 스커트 아래로 손을 넣은 그가 팬티 위를 지분대고 있었다. 미끈미끈 천을 적신 애액을 손끝으로 확인한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조롱한다.
“이렇게 야해 빠져선 어떻게 참았어, 열흘 넘게. 자위도 안 했어? 침 흘리는 거 보니 아주 가관인데.”
“그런 거 안 하거든요. 전?”
“하기야. 손가락으론 이제 성에도 안 차시겠지.”
희롱하듯 톡톡, 입구를 찌르는 손길에도 또한 비웃음의 의도가 다분했다.
“하, 저질.”
“저질은 누가 저질이야.”
짙고 깊어진 동공이 그녀를 지그시 응시해 왔다. 잔뜩 긴장한 제 것과 달리 느긋하기만 한 그의 눈빛이 도리어 불을 지피는 것 같았다. 미끈한 얼굴과 외설적인 손길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컸다.
“흐으…!”
니트 속으로 머리를 처박듯 밀어 넣은 그가 한입에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견갑골을 쓸던 그가 기어코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내자 일순간 해방된 젖가슴이 출렁이며 쏟아진다. 단숨에 빨려 들어간 젖꼭지가 축축한 살덩이와 뜨겁게 마찰했다. 그의 혓바닥의 돌기 하나하나가 솜털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지나치게 흥분이 되어서.
단전에서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흠칫, 어깨를 밀어내자 그가 얌전히 있으란 듯 이를 세워 콱 깨물었다.
“아…!”
츠읏, 츠읍. 남자는 일부러 야만스럽고 색정적인 소리를 내며 빨았다. 오랜만에 그의 체온이 맞닿자 짧은 순간, 그를 그리워했던 세포들이 저릿저릿 몸을 떨며 울어 댔다. 저도 모르게 그의 뒷덜미를 부여잡고 고개를 꺾다, 결 좋은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푹 찔러 넣었다.
“팔.”
니트를 목까지 걷어 올린 그가 짧게 명령했고, 팔을 위로 들자 가볍게 벗겨진 실뭉치가 휙, 책상 위 서류들을 덮었다. 휙, 뒤를 돌아본 현서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부러 다 분류해서 가져온 건데….”
“분류하면서 속으로 내 욕을 얼마나 했을까. 그냥 스캔 뜬 자료나 보지, 이 새낀 왜 원본을 보겠다고 지랄이어선.”
“네. 본부장님이 굳이 보시겠다 그래서 야근까지 해가며 열심히 가져왔다고요.”
타박하며 그대로 몸을 돌려 흩어진 서류를 정리하려 손을 뻗자, 커다란 손이 제 턱을 휙 부여잡곤 남자의 눈앞으로 얼굴을 다시 고정시킨다.
“치하해요, 차 팀장. 그래서 이렇게 상 주잖아?”
“상이 아니라 벌이잖아요.”
“그래. 숨 쉬듯 건방이지, 너.”
고민하듯 턱을 비스듬히 기울인 그가 제 버클을 달카닥, 풀어 내며 드로어즈 속 성기를 꺼내 들었다. 이미 곤두서 시퍼런 핏줄들이 흉흉히 도드라진 남자의 페니스는 언제 보아도 참, 버겁고 부담스러울 만큼 컸다.
도리질을 치는 현서의 손을 잡아 제 기둥을 감싸 쥔 남자가 천천히 상하 운동을 시작했다. 또 제 손을 이용해 자위라도 하겠다는 건가. 현서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
“진짜 뭐. 기대돼?”
“저질이에요. 사무실에서 이게 무슨….”
“보기는 뻔뻔히 잘 보면서.”
“하. 이렇게 큰데 어떻게 안 봐요? 안 보려고 해도 보이니까…!”
“저질. 사무실에서 이게 무슨.”
“혹시 지금 저 놀리세요?”
큭큭 거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입술 위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고백처럼, 사디스트가 확실한 거였다.
약이 올라 쌕쌕거리며 그를 노려봤다. 문득 뜨거운 손이 이마에 와 닿았다. 움찔하며 몸을 물리자 흐트러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다.
“안 본 새 왜 더 예뻐진 건데. 열받게.”
칭찬인 건지, 타박인 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른한 속삭임에 숨을 죽이고 그를 마주했다. 한층 더 뜨겁고 딱딱해진 성기의 표피가 여전히 그녀의 말캉한 손바닥에 느긋이 마찰하고 있었다. 그가 감싸 쥔 손등에선 맥이 팔딱팔딱 뛰었다.
“그 말.”
왜 자꾸 예쁘단 말을 하는 건가. 사람 헷갈리게. 아무 뜻도 없이 하는 말인 건지. 아님 그저 욕정에 취해 내뱉는 허튼수작에 불과한 건지.
“하지 마세요.”
아무 의미 없을 말 한마디, 내뱉는 호흡 한 자락에도 가슴이 덜컥덜컥 가라앉는 제 사정은 눈곱만큼도 모르고 태연한 서정혁이 얄미웠다. 어차피 그냥 몇 번 몸이나 맞추고 말 잠자리 파트너 주제에.
“뭘 하지 마.”
“예쁘단 말요. 본부장님 원래 아무 여자한테나 이렇게 헤프세요?”
저가 모르고 있는 서정혁의 여자가 얼마나 될까. 뉴욕에선 또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고 왔을까. 자신은 그의 곁을 스친 여자 중 몇 번째쯤 되는 걸까. 아니. 스쳤던 여자라 말할 순 있나. 어차피 돌아서면 제 이름도 얼굴도 기억 못 할지도 모를 남자인데.
“허, 헤퍼.”
정혁은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내 좆 문지르면서 할 소리야, 그게.”
“제 의지로 문지르는 건 아니니까요.”
“아. 그럼 네 의지로 박아 달라고 애원하게 해 줘?”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가볍게 들려 올라갔다. 단정한 정장 스커트가 순식간에 허리 위로 말려 올라가고, 동그랗게 젖은 팬티 천을 거칠게 밀어젖힌 그가 미끈한 그녀의 음부를 가르듯 찔꺽였다. 양 날개로 덮여 있던 음순이 벌겋게 익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꼭 제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그의 성기처럼.
“하… 흐읏.”
“자유 시간이 너무 길었죠, 차 팀장님.”
두 손으로 양쪽 엉덩이를 콱 집어 제 앞에 끌어당긴 그가 그녀의 고샅에 제 것을 끼워 위아래로 흔들었다. 쿠퍼액과 애액으로 푹 젖은 팬티 천이 거추장스레 함께 마찰했다.
“으, 으응….”
팬티 천을 한 손으로 거머쥔 그가 그것을 위로 바짝 끌어 올리자, 두툼히 발기한 클리토리스가 외설스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얇은 천에 짓눌린 외음부가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처럼 먹음직스러웠다.
“뭘 이렇게 잔뜩 흘려. 헤프게.”
젖은 클리토리스에 시퍼런 핏줄 오른 기둥의 표피가 척척히 마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