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자꾸만 아래로 쏟아지는 여체의 불안정함이 못마땅했다. 버겁게 엉덩이를 뒤로 내빼고 있는 마른 몸을 번쩍 들어 소파에 앉혔다. 가랑이 사이를 활짝 벌리고 무릎을 세우자, 물기 머금은 붉은 속살이 벌름대고 벌어지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아직 낮은 굽의 힐이 그대로 신겨진 발목 끝엔 정숙하기 짝이 없는 살굿빛 팬티 한 장이 애처롭게 걸려 있었다.
가느다란 목에 걸린 알 굵고 화려한 다이아 조각과 희고 단정한 속옷.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번갈아 바라봤다.
“진짜 취향 나랑 안 맞아.”
손목의 시계와 커프스를 연달아 풀고 저 너머로 휙 던져 치우며 고개를 꺾었다.
“근데 왜.”
환장하게 꼴릴까.
가벼운 인스턴트 같았던 그간의 관계들과 비교하자면 레오의 말마따나 단단히 미쳤다. 발정이 나도 단단히 났고.
뒷말을 삼킨 그의 눈썹이 깊게 들썩였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여자의 표정과 달리 제 존재감을 기억하는 빈 구멍은 저를 부르듯 쪼르륵, 물을 흘려 대고 있었다. 앙큼하기도 하지.
“괜찮겠어?”
“…뭐가, 요?”
구멍을 훑는 제 시선이 부끄러운지, 연방 오므라드는 그녀의 허벅지를 다시 쫙 벌리며 물었다.
“나 없는 동안 여기. 허전해서 괜찮겠냐고.”
“흣…!”
뭉뚝한 선단으로 척척히 젖은 음부를 문지르고 회음까지 줄줄 새는 애액을 엉덩이 전체에 골고루 펴 발랐다. 물이 올라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손끝으로 꾹 누르자 벌름대던 질구가 와락 움츠러들며 기둥에 흡착해 붙는다.
이게 뭐라고 귀여워 보이는지 한쪽 입매가 끌려 올라갔다.
“진짜…. 저질스러워요.”
“알아요.”
수치를 짓누르듯, 입술을 꾹 깨문 그녀가 습습한 눈을 들어 저를 노려봤다.
“변태 같고요.”
“그뿐인가. 천박하고 야만스럽기도 해요, 내가.”
“머릿속에 온통 이런 생각밖에 없어요?”
“네, 고마워요. 칭찬으로 들을게요.”
찔꺽, 구멍 속에 고여 있던 진득한 애액을 가운뎃손가락에 퍼내 부러 보란 듯 그녀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길게 타고 내리는 물줄기에 작은 두 뺨에 열꽃이 어렸다.
“근데 나랑 달리 정숙하고 고매한 차현서 씨는 무슨 생각을 하면 이렇게 잔뜩 젖습니까?”
“말을, 왜 이렇게…. 좀, 하으, 아아.”
흥분할 대로 흥분한 주제에 억울해 죽겠단 표정을 짓는 여자가 깜찍해 저도 모를 웃음이 큭, 샜다. 애액 묻은 손가락 마디를 입에 넣고 길게 돌려 빨았다. 차현서의 가장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온 체온과 체향이 참을 수 없이 달큼하다.
“더러워….”
제 다리 사이에서 흐른 애액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사탕 빨듯 빨아 먹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그녀는 진저리를 쳐댔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찌르르, 구멍을 벌름이는 걸 보면 확실히 시각적 자극에 쾌감을 느꼈단 방증이었다.
“아. 더 더럽혀 줘요?”
어느새 문질거리며 입구를 벌리던 기둥이 다시금 푹, 안으로 쑤셔박혔다. 무릎 아래 움푹 팬 오금을 바짝 들어 올려선 구멍을 박기 좋게 헤벌린 그가 자비도 없이 허리를 길게 움직였다.
힘줄이 무섭게 솟은 표면이 내벽을 사납게 긁으며 밀려든다. 그 압박감에 눌린 그녀는 가쁜 교성을 내지르며 남자의 셔츠 자락을 부여잡았다. 끝도 없이 쑤셔 박히는 흉기의 침입에 어쩔 줄 몰라 열을 내는 붉은 뺨이 탐스러웠다.
“흐응…!”
“봐.”
작은 턱을 쥐고 꾹, 아래로 누르듯 단단히 고정시켰다. 다리를 쫙 벌린 채, 소파에 낮은 각도로 기대앉은 그녀에게 다시 한번 상황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별거 하지도 않았는데 좋아서 줄줄 싸는 건 당신이라고. 보여?”
제 눈으로, 제 구멍에 흉기 같은 페니스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장면을 목격한 여자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댔다. 아무래도 이 야만스럽고 천박한 광경을 보기가 버거운지 그냥 눈을 질끈 감는다.
“하아, 으흣. 진짜.”
“야해 빠졌지.”
어쩐지 도도한 차현서의 수치를 자극하고 파르르 반응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을 가져와 붉은 클리토리스 위에 올리며 느릿하게 겹쳐 비볐다. 통통한 살덩어리를 꾹꾹 누를 때마다 기둥을 문 입이 곧이곧대로 푹 조여들어 머리털이 쭈뼛 선다.
“보지 비벼 봐. 나 없는 동안 혼자서 이렇게라도 달래고 있어야 할 거 아냐.”
미끄덩미끄덩, 자꾸만 미끄러지려는 작은 손가락을 주워다 집요하게 붙잡고 몰아붙였다.
“만져.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흐응, 싫… 어.”
“얼른.”
다소 고압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얕은 삽입을 동반하며 둔덕을 둥글둥글 자극하자 고집스레 꾹 깨물었던 입술이 붉게 벌어졌다.
“하아…!”
“앞으로 차현서 씨 싫단 말은 좋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한국어 능력이 영 시원찮은 건가?”
능청을 떨고 부러 찰박찰박 물 튀는 소리를 들려주자 그녀가 구멍을 부르르 떨었다. 그제야 이미 쾌감이 오를 대로 오른 그녀가 못 이기는 척 제 클리토리스를 알아서 문지른다.
“하, 아아….”
툭 불거진 살점을 어설프게 비비고 문지르는 그 손짓이 보기 퍽 귀여워 허릿짓도 멈추고 성기를 끼운 채로 하는 양만 관찰하듯 내려다봤다.
“잘하네. 자위해 본 적 있어?”
그녀가 극렬히 부정하듯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어 댄다.
“지금껏 자위도 안 해 보고 뭐 하고 살았어.”
“하아, 그런 거, 묻지… 마, 흐응.”
“하기야. 섹스도 영 어설프다만.”
소파에 푹 파묻혀 열기를 뿜어내는 여자의 작은 체구가 못 견디게 요요했다. 반쯤 풀어 헤쳐져 하얗게 내보이는 젖가슴과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허공에 들려 달랑이는 둥근 발뒤꿈치까지. 어디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못할 만큼 예쁘고 매혹적이다.
한계까지 치솟는 쾌락과는 별개로 가슴 한구석이 깊은 무저갱으로 침잠해 간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침범해 온 이 여자의 존재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받아들인 뒤에 휘몰아칠 폭풍 같은 뒷감당을 어떻게 감수해야 할지.
밤은 야속하게 깊어 가고 있었고, 새벽은 짧았다. 이제 곧 이 색스럽고 앙큼한 여자를 두고 홀로 멀리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막히게도 가슴이 저릿거린다. 고작 며칠 이 여자를 제 품에 안지 못한단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릿한 기분이 절로 드는 거였다.
실소가 터졌다.
“하아, 하아….”
제 클리토리스를 연방 문지르며 밭은 숨을 헐떡이는 붉은 입술 사이로 엄지를 밀어 넣었다. 말캉하고 조그마한 혓바닥이 기다렸다는 듯 마디를 물고 빨아 댄다. 더 깊숙이 넣고 휘젓자 엄지손가락에 끼워진 금속의 반지가 타액에 밀려 미끌미끌 움직였다.
구멍에 묻어 둔 페니스가 찌르르, 둔통을 호소했다. 제 성기를 받은 채 자위에 열중하는 순결한 차현서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몰려들었다. 사타구니 근육에 불쑥 힘이 몰렸다. 간신히 유지하던 평정심이 와르르, 바닥까지 무너져 내린다. 손 놓고 구경만 하는 장난 같은 삽입은 이쯤으로 끝내야 했다.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올렸다. 같잖은 자극에, 목마른 토끼처럼 숨을 할딱거리던 여자의 둥근 눈동자가 오롯이 저를 향해 깜빡였다.
“안쓰러워서 못 봐주겠네.”
낮은 혼잣말을 읊조리며 그녀를 편한 자세로 다시 뉘었다. 벗기다 만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완전히 다 벗겨 냈다. 하얀 나신에 제가 걸어 둔 목걸이만 반짝거리고 빛나는 광경이 퍽 만족스러웠다. 꼭 여자의 몸에 제 이름을 새긴 표식이라도 걸어 둔 기분이라.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혀끝을 문질러 쇄골까지 핥았다. 옆으로 돌아간 굵은 다이아 알을 입술로 옮겨 정 중앙 가슴골 바로 위에 올려놓곤 허리를 깊게 추어올렸다. 얕은 자극에 어쩔 줄 몰라 내뱉던 신음 소리가 한층 더 짙어졌다.
단단한 어깨를 부여잡은 그녀의 손가락이 연방 애처롭게 미끄러져 내렸다.
“아흐…! 응!”
그는 위아래로 출렁이는 꼭지를 마디 사이에 끼워 고정시키듯 잡았다. 추삽질의 스퍼트를 올리겠단 신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하체를 바짝 붙인 그가 질 안쪽의 주름을 열렬히 마찰하며 깊숙이 묻은 자지를 빠르게 흔들었다. 한계까지 부풀어 예민해진 붉은 속살이 물을 줄줄 흘리며 흉흉한 제 물건을 악착스레 받아 삼킨다. 그게 기특해 더 깊숙이, 더 진득이 제 좆물을 뿌려 줄 생각이었다. 몸이 달아 제 옆에서 도망칠 궁리조차 할 수 없게. 이 구멍을 완벽히 채워 만족시켜 줄 사람은 오로지 저뿐이란 걸 인식하도록.
“하, 앙, 아흐, 응!”
탁탁. 맞붙은 허벅지와 엉덩이 전체가 희멀건 액체들로 찐득댔다. 기둥뿌리며 회음부며 할 것 없이 하얗게 일어나는 거품들이 이 난잡한 쾌락의 증거처럼 지글지글 들끓는다. 발갛게 열 오른 뺨이 실룩거리며 버거운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절정을 맞을 때면 생경함에 늘 생리적 눈물을 쏟는 여자에겐 아직 이런 거친 섹스가 익숙지 않은 거다. 이래서 더 환장하게 안달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서러워. 지금 내 좆 잡아먹고 있는 게 누군데.”
알면서도 짓궂게 몰아붙였다. 푹푹, 예민한 지점만 골라 찧고 두드렸다. 몰아붙이는 쾌감에 아뜩아뜩 넘어가는 얼굴이 빌어먹게도 감질났다.
“하, 아아!”
마침내 절정을 맞은 질구가 무섭도록 부푼 성기를 꽉 잡아 비틀었다. 기어코 제 안에 들어찬 것을 끊어 놓을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댄다.
검붉은 성기를 걸쭉하게 뽑아내자 벌어진 구멍 틈으로 꽉 들어찬 체액이 꾸륵대고 밀려 나왔다. 음부 전체에 쏟아진 희멀건 액체가 경련하는 사타구니를 따라 줄줄 흘렀다.
“하아, 아….”
버거운 절정에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 그녀의 몸을 들어 안곤 두 다리를 제 골반 위에 감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르가슴에 계속해 상하 운동을 하는 성기를 다시금 벌어진 구멍 안에 푹 찔러 넣었다. 작은 여체가 놀라 위로 튀어져 올랐으나 꽉 안은 허리를 더 바짝 끌어당기면 그만인 힘이었다.
“흐으… 잠깐요, 흐응.”
“바쁘다니까.”
자연스럽게 엉덩이와 허리를 쥔 채 교합한 성기를 흔들며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정과 동시에 다시 시작한 두 번째 섹스였다.
아마도 차현서 또한 오늘 밤, 일이 이렇게 되리라 충분히 예상했을 터. 떠난 새 홀로 외로이 뻐끔거릴 구멍을 위해서라도 정혁은 이 짧은 밤이 하얗게 새도록, 이 어여쁜 질에 제 좆을 성실하고 알차게 박아 넣어 줄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