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더 들어갈 수도 없을 것처럼 좁아터진 구멍에, 굵다란 기둥이 끝도 없이 파묻혀 들어갔다.
“하앙! 아흐윽, 응!”
결국 어느 순간 벽에 막힌 선단이 아쉬운 듯 자궁 입구를 잘게 찧어 대자, 고개를 뒤로 젖힌 현서가 울음 섞인 교성을 내질렀다.
“깊어, 너무… 하으으… 읏, 응!”
그게 안쓰러워 죽겠는데, 또 환장하게 색스러워 도무지 이 치졸한 성교를 멈출 수가 없다. 이젠 스스로 인정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섹스에 환장한 색마. 색욕에 푹 젖어 완전히 미쳐 버린 새끼가 다름 아닌 저라는 걸.
그녀의 엉덩이를 꾹 눌러 쥔 채 발을 내디뎠다. 걸으며 그의 치골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가녀린 몸이 낭창하게 위아래로 흔들리며 질벽을 긁는다. 힘을 잃어 자꾸만 흘러내리는 여자를 추어 안고는, 페니스를 깊이 묻은 그대로 소파에 뉘었다. 침대까지 갈 정신머리는 애초에 남아 있지도 않았다.
어디 사람을 보통 미치게 해야지.
“아파서 우는 거야, 좋아서 우는 거야.”
허리를 숙여 눈꼬리에 맺힌 짭조름한 액체를 길게 핥으며, 그녀의 젖은 이마를 쓸어 넘겨 줬다. 야들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손길은 분명 꿈처럼 다정한데,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남자의 흉기는 야멸차기만 해 끄흐읍, 우는 신음만 낼 뿐이었다.
미열로 시작한 내부의 온도가 점점 끓어오르고 있었다. 진짜로 몸이 아파 우는 건가 뭔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제 와 같잖은 자책감이 고개를 쳐든다. 그렇지 않아도 엉망인 몸이 버겁게 제 좆이나 받아 내다 완전히 망가져 버리면 어쩌나 싶어서.
앓느니 나가 죽지, 씨발.
힘없는 그녀의 손을 채어다 제 어깨 위에 올렸다.
“지금이라도 밀어내, 싫으면. 사람 개자식 만들지 말고.”
싫으면 밀어내라는 듯이. 구멍 안을 깊게 쑤시고 들어갔던 페니스도 한 발짝 쑤걱, 후퇴를 했다. 두꺼운 귀두 끄트머리만 얕게 문 구멍이 벌름벌름 단침을 흘린다. 예고도 없이 텅 빈 구멍이 허전하기라도 하단 뜻인지.
짙은 눈썹이 못마땅하게 일그러지며 꿈틀거렸다.
“하아….”
검은색 로브 자락을 움켜쥔 하얀 손가락이 부들대고 떨렸다. 울음에 겨운 얼굴을 내려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어떡할까.”
“…….”
“대답해 봐.”
욱신거리는 관자놀이의 맥박이 불규칙하게 움찔거렸다.
“똑바로 답 안 하면 이제 진짜 못 멈춰.”
마지막 경고를 짓씹으며 젖은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눈에 별이라도 박은 듯 반짝거리는 걸 고스란히 마주하고 있으려니 가슴 어디께가 지글지글 끓는다. 무슨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싶었다. 그게 뭐든, 이 여자가 바라는 대로.
“…해요. 계속.”
가느다란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간지럽게 어깨를 맴돌던 손가락이 동그랗게 말아 들며 저를 끌어당긴다. 멈추지 말라고.
그 같잖은 몸짓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간신히 틀어막고 있던 육욕이 짓터져 나왔다. 그길로 그녀의 허리 아래 팔을 끼워 넣고 골반을 바짝 붙였다. 입구에서만 지근덕거리던 페니스를 다시 깊게 짓쳐 박았다. 깊어진 각도에 그녀가 허리를 튕긴다. 기다렸다는 듯 쫀득하게 들러붙는 속살이 기둥 표피 하나하나를 흡착하듯 쥐어짰다.
“아흑, 으읏, 응.”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정혁은 불덩이 같은 보지 속을 끈덕지게 치받으며 추삽질했다. 공들여 안을 길게 긁어낼 때마다 맑고 미끈한 애액이 넘쳐 엉덩이 골을 타고 흘렀다. 찌걱찌걱, 추잡스레 정점을 찧고 비빌수록 내벽은 고무줄처럼 더 팽팽하게 수축했다.
결국, 여자도 흥분할 만큼 흥분을 했단 소리였다. 초라한 안도감에 짧은 실소가 샜다.
연방 오물대는 불두덩 위를 손끝으로 갈라 길게 벌렸다. 그 사이로 퉁퉁하게 발기한 음핵이 희멀건한 물을 머금은 채 발름댔다. 그 어여쁜 음핵을 비벼 짓누르고, 제 것을 삼켜 먹느라 찢어질 듯 탐욕스레 벌어진 질구를 둥글게 보듬었다.
이 좁고 뜨거운 구멍 속에 자신의 흔적을 담뿍 뿌려 넣고 싶었다. 여전히 언제 또 달음질칠지 모르는 여자란 걸 떠올리면, 영역 표시. 뭐 그런 유치한 단어마저 나쁘지 않겠다, 싶다. 차현서의 숨통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건 오직 저뿐이라고.
“아흣, 하아, 앙!”
거친 허릿짓이 길게 이어졌다. 점성 짙은 흥분액이 회음부를 타고 흘러내려 소파 가죽까지 척척했다. 낭창한 발목을 높이 들어 올린 그는 삽입의 시야를 온전히 제 밑으로 확보했다. 연방 이어지는 쾌감에 반쯤 핀이 나간 그녀는, 제 아래를 빠짐없이 눈에 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은 알아채지도 못한 채 새된 신음만 흘려 댔다.
“아! 하아, 아! 아으으!”
뿌리까지 턱턱 박아 넣을 때마다 마찰에 탁해진 물이 찰박이며 사방으로 튀어 댄다. 퉁퉁하게 부어오른 젖가슴이 아래위, 마구잡이로 출렁거렸다. 푹 젖은 음모와 음모가 끊임없이 비벼 엉기고, 쉴새 없이 맞붙는 살갗엔 허연 거품마저 일어 기어이 난잡한 절경을 만들어 냈다.
타들어 갈 듯 뜨거워진 좆에 전신의 피가 다 쏠렸다. 한계였다.
“아아! 하아앙!”
다습한 질구가 경련하듯 수축해 들었다. 때를 놓치지 않은 그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다 짓누르고, 제 뿌리까지 깊숙이 꾹꾹 박아 비볐다. 음탕히도 절정을 조르는 내벽 점막이 페니스에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기어코 좆을 끊어 낼 듯이.
남자의 눈자위가 시뻘건 흥분으로 절어갔다. 쾌락을 갈망하는 수컷의 신음이 탁하게 갈라져 나왔다.
사정은 길었다. 그녀의 원대로,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 정액을 담뿍 쏟아 냈다. 극한의 오르가슴이 전신을 후려쳐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절정을 맞은 현서의 뺨 또한 눈물에 젖어 번들댔다. 안쪽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주체 못 할 오르가슴에 흐느끼느라 가슴은 들썩들썩 번망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바짝 수축해 더 먹겠다고 쯔읍, 쯥 정액을 빨아들이는 구멍이 환장하게 야하다.
기특하기도 하지.
나른하게 풀린 여자의 눈동자 위에 입을 맞췄다. 여전히 움찔대는 그녀의 구멍 사이로, 시허연 좆물이 왈칵왈칵 밀려 나왔다. 엉망으로 젖어 맞붙은 살의 감촉이 끈적했다.
어쩐 일인지 이 추저분하고 난잡한 광경이 싫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제 정액에 절어 엉망이 된 보지가 퍽 만족스러웠다. 그대로 고개를 숙여 죄 빨아 갈무리해 주고 싶을 만큼.
“하아, 뭐, 하는…! 흐으!”
불쑥 가랑이 사이에 입술을 묻는 정혁의 돌발 행동에 놀란 그녀가 질겁을 하며 도리질을 쳤다.
“얌전히 있어, 좀. 욕실까지 걸어갈 힘도 없는 주제에.”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친다고 치는 몸짓이 영 부질없다. 정혁은 한 손에 그녀의 두 발목을 가벼이 움켜쥐며 그저 귀엽다는 듯 피식댈 뿐이었다.
“하, 아아! 하지, 마요! 흐으응. 더러, 워. 흣.”
그는 아랑곳도 않고 시뻘겋게 쓸린 음부를 길게 핥았다. 잘게 떨리는 음핵부터 주름진 항문까지, 매끈한 혀가 진득한 체액을 쯔읍, 감쳐 닦았다. 벌름이는 구멍 새로 남자의 뜨거운 숨이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었다. 현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 하아, 흐….”
더럽긴커녕 밑에서 흐른 애액마저도 달큼한 향내가 났다. 비릿하고 역한 정액 냄새까지 모조리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달착지근했다.
혀끝을 스칠 때마다 예민해진 속살이 움찔움찔, 고인 물을 흘렸다.
“이러면 닦아도 소용이 없어지잖아. 이렇게 자꾸 흘리면, 어?”
그대로 아예 혀끝을 세워 그 틈새를 긁자, 가늘게 신음까지 하며 발끝을 꾹 오그라뜨리는 모습에 다시 기둥이 팽팽해졌다. 채 열기가 사그라들 새도 없었다. 아직 끝까지 다 쏟아 내지도 못한 정액이 질금질금 새는 이 와중에도 또 새로운 육욕이 치솟는 거였다.
우드득 핏발선 자신의 페니스를 느릿하게 문지르며, 그녀의 구멍을 빨았다. 이대로 혀가 아닌, 또 안달이 나 날뛰는 아랫것을 밀어 박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여자가 정말로 또 실신이라도 할까 두려워서였다.
이게 무슨.
상상조차 안 해 본 짓거리에 돌연 헛웃음이 났다. 이 천진한 여자가 과연 이런 걸 알고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번째 절정을 맞는 그녀의 몸이 아래로 푹 잠겨 들고 있었다.
***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미열은 싹 가셔 있었다. 그러나 현서는 감기 몸살보다 더한 통증에 시달리며 눈을 떠야 했다. 그래도 아프단 핑계 덕에 그저 한 번으로 끝난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허망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들춰본 이불 속 제 몸의 상태가 영 온전칠 못했다. 온통 남자가 남겨 놓은 흔적으로 뒤덮인 나신이 볼썽사나웠다. 급한 대로 얇은 플랫 시트를 둘둘 말아 몸을 가리고 일어났다.
“그러고 어디 가시게.”
때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정혁의 차림새가 영 불량했다. 상의는 완전히 탈의했고, 아래는 걸치나 마나 한 수건을 성의 없이 대강 둘렀다. 막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쓸어넘긴 머리칼에선 젖은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옷….”
시선 둘 곳을 찾아 눈을 굴리며 겨우 목소리를 냈다. 아직도 온몸에 힘이 없는 건 여전했다.
“제 옷, 주세요.”
젖가슴의 굴곡을 따라 자꾸 흘러내리는 천을 여며 올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천천히, 가깝게 마주 선 그의 입술이 느긋이 움직이고 있었다.
“싫은데요.”
남자의 대답이 놀라우리만큼 뻔뻔했다. 도리어 뒷말을 잃은 현서의 미간이 슬몃 조여들었다.
“왜.”
“왜긴, 하…. 출근해야죠.”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기막혀, 흘러내린 머리칼을 길게 쓸어올렸다.
“그 몸으로?”
“괜찮습니다, 이제.”
“거울 좀 보셔야겠네.”
현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그가 코웃음을 쳤다.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출근할 수 있어요. 출근을 해야 돈값을 하겠죠.”
“돈값 하기 전에 죽기라도 할까 봐. 워낙 사는 데 미련이 없으신 것 같아서.”
저를 내려다보며, 느물거리는 웃음기를 머금은 그의 입꼬리를 쏘아보았다. 뭘 어쩌자는 건지, 그 속을 도통 알 수가 없어서.
“나와요.”
웃으며 돌아선 그가 침실 밖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입에 뭐라도 좀 넣고 떠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