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기절하듯 잠든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고작 세 번의 사정으로 울고 불며 맥없이 항복을 선언할 땐 언제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천진하게 쌔근거리는 얼굴이 퍽 앙큼스러웠다.
분명 지나친 흥분이었다. 기대도 않고 던졌던 유혹에 걸려든 여자가 세상 처연한 얼굴로 제게 안겼을 때, 머리가 저릿저릿 울리고 흔들려 완전히 퓨즈가 나갔던 게 그 흥분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도 어이없으리만큼 충동적이고 감정적이었다. 도무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호색한이라는 난잡한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은 여자들을 유혹하고 안았었다. 그에게 있어 섹스란, 정해진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는 게임에 불과했고 목표한 미션이 끝나면 그걸로 끝인, 일종의 스포츠일 뿐이었다. 더 새로울 것도, 유달리 흥분할 것도 없는 일상적 배출일 뿐. 그러므로 지난 섹스를 곱씹고 의미를 부여해 가며 복기할 일 따윈 더더욱 없는 거였다.
그런데 어째서였을까.
이 여자와의 섹스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차현서의 어떤 것이든 자신이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라서. 아니, 그간 머릿속에서 그녀를 수도 없이 벗기고 탐했던 행위들이 죄 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예상을 빗나가는 것투성이라서. 당혹스러움을 넘어 경악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순진무구한 얼굴만으론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육감적인 굴곡, 그 시각적 자극은 깊숙이 눌러 놨던 음심을 충분히 자극했고 하얗고 뽀얀 살결은 어이없을 만큼 달았다. 그만하라고 저를 올려다보는 그 새카만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치솟기까지 했다.
행여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그녀가 의사를 번복이라도 할까 싶어 마음이 달았다. 안 된다며 도리질을 치고 아프다며 흐끅거리는 여자를 키스로 달래고 다정히 애무하며 구슬린 건 다 그 이유였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량맞기도 하지. 천하의 라이언 서가, 어쩌다 이렇게 발정 난 개새끼처럼 성교에 목이 달아 했던가.
오래 굶은 짐승처럼, 여자를 쉼 없이 주무르고 빨고 자극하며 몰아붙였다. 가면 속 여자의 얼굴이 궁금했다. 새빨갛게 부푼 잇새에서 흘러나올 새된 신음이 듣고 싶어서. 남자 맛이라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순결한 성녀 같은 얼굴로 누구보다 진득한 쾌락을 갈구하는 음탕한 눈동자가 보고 싶어서. 혹은 제게 매달려 성애를 애원하는 차현서를 온전히 가지고 싶어서.
그러나 그 모든 게 다 착각이었다. 섹스 한 번에 완전히 굴복당한 건 차현서가 아니라 저였다.
흡사 섹스에 환장한 색마 같았을 거다. 색욕에 푹 젖어 완전히 미친놈처럼 보였을 거고. 그걸 잘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미친 거였다.
당황스러울 만큼 선명한 자각에 불현 헛웃음이 샜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고작 잠든 여자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인데, 다시 품에 안고 제 것을 밀어 박고 싶단 음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였다. 고뇌에 찬 짙은 눈썹이 여지없이 들썩였다.
대체, 뭘까. 이 여자는.
“으음….”
속도 모르고 신음 같은 잠꼬대를 흘리는 그녀의 허리를 한 팔에 감아 끌어당겼다. 한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체구의 살결이 제 살갗에 차지게 달라붙었다.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분명 밤새 제가 잔뜩 싸질러 놓은 비릿하고도 역겨운 냄새의 정액이 가득 들어찼을 몸인데도, 어째 이 여자에겐 단내가 진동을 했다. 희한한 여자.
“흐, 으….”
목덜미를 혀로 길게 핥자, 잠이 깬 그녀가 몸을 작게 움츠렸다.
“깼어요? 더 자지.”
능청스레 읊조리며 젖꼭지를 슬며시 비틀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민한 몸이 있는 그대로 반응을 해 왔다.
“읏, 또… 왜… 하아.”
“하던 거 마저 해야지. 차현서 씨 잠들어서 하다 말았잖아.”
“하다 말…. 하아, 나 더는 못 해요. 힘들어서….”
“더 자요, 그럼.”
“이렇게 만지는데, 흣…. 어떻게, 하아.”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여자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한 듯 그를 밀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엉덩이 아래를 툭툭, 찔러 대는 뜨거운 기둥의 감각이 무섭도록 선연한 까닭이었다.
“힘들면 자. 난 내 할 일 할 테니까.”
“하아, 미쳤… 어, 흐응. 그만.”
“미치게 한 게 누군데.”
같지도 않은 차현서의 반항이 괘씸했다. 그러게 처음부터 이 방엘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같은 이유라는 그 꼴리는 소리로 멀쩡한 사람 퓨즈를 나가게 하지 말았어야지. 애당초 불을 댕기질 말았어야지, 적어도 이 야한 몸으로는.
“흐, 응, 많이 했잖아요. 네? 그만… 하….”
“많이.”
“네. 많이. 세 번이나….”
혼란스럽도록 순진한 눈동자가 번들번들, 저를 보고 흔들렸다.
원래 이렇게 영악한 여자였나. 아님, 이 여우 같은 애원조차 자극처럼 느껴지는 내가 미친 건가.
“차현서 씨 기준엔 세 번이 많은 거.”
“하, 충분히, 많이…. 하읏.”
“어쩝니까. 내 기준엔 많이가 아닌데.”
순식간에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그의 손가락이 퉁퉁 부은 음핵을 둥글게 비볐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질구가, 작은 자극에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벌름댔다. 덕분에 안쪽 깊숙이 고여 있던 지난 사정의 흔적이 주륵, 덩어리째 쏟아져 흘렀다.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게. 세 번이나 해 놓고 왜 또 느끼는데.”
움찔대는 질구를 톡톡, 두드리며 짓궂게 묻자 그녀가 필사적으로 제 품에서 벗어났다. 도리어 그게 더 몸을 닳게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할 여자였다. 그대로 엎드려 누운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본능적 위기감을 느낀 그녀가 연방 고갯짓을 했다.
“하아, 본부, 장님, 흐응. 안 돼요, 그만.”
그 애원이 들리기는 하는 건지, 열감 가득한 그의 눈동자는 그저 뽀얗게 흐드러지듯 핀 동그란 엉덩이 사이만 응시할 뿐이었다. 붉고 수줍게 벌어져 뻐끔대는 질구에서 뿌연 액체가 줄줄 샜다. 밤새 쏟은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음란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흐으, 보지 마, 마요!”
벌어진 제 음부를 응시하는 노골적인 시선에 굴욕감을 느낀 그녀가 두 손을 다급히 뻗었다. 그러나 둔부를 벌리는 남자의 손길이 더 빨랐다.
정혁은 손가락을 길게 쓸어 음부 전체에 마킹하듯 체액을 펴 발랐다. 희멀겋고 축축한 액체가 척척하게 살갗을 적셔갔다. 수치심에 파들파들 떨리는 구멍에 당장이라도 좆을 쑤셔 넣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가진 인내를 최대한 발휘해 애무를 하는 중이었다.
스스로도 기가 막혔다. 꼴이 우스워도 기막히게 우스운데, 이렇게라도 해서 안고 싶은 욕망이 더 강렬해 환장할 노릇이었다.
“하, 뭐 하는…!”
“뭐겠어요. 박기 전에 풀어 놓는 거겠지.”
“흐, 저, 더는, 더는 못 해요, 본부장님.”
“할 수 있어요.”
정혁은 야멸치게 그녀의 엄살을 차단했다. 좁아터져선, 손가락 하나 물기도 버거워하던 구멍이 급기야 제 흉흉한 걸 모조리 받아 삼키고 벌름벌름, 끊어 낼 듯 조여 댔던 감각이 아직도 선연해서였다.
“이번엔 안 아프게 천천히 할게.”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하아, 아파. 흣, 못, 해, 흐응.”
“할 수 있어.”
여자를 어르듯 마른 어깨와 등을 따라 키스했다. 그러곤 허리를 세워 발기한 페니스를 벌어진 질구에 천천히 밀어 박았다. 확실히 처음보단 수월했으나 버거울 만큼 빡빡하고 좁아터진 건 여전했다.
“하으, 응!”
또다시 팽팽히 발기한 페니스를 믿을 수 없단 듯 돌아보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물가물,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원망하듯 쏘아보는 눈동자에 아래가 지글지글 들끓었다.
버겁게 파들대는 엉덩이를 꽉 움켜쥔 채, 하반신을 더 밀착시켰다. 말도 안 돼. 기어코 시트 위로 쓰러진 여자의 잇새에서 혼잣말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봐요. 할 수 있잖아.”
엉덩이를 움켜쥐어 벌렸다. 그녀의 속살이 발름발름, 제 커다란 물건을 집어삼키는 광경을 감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불그스름하게 부어오른 차현서의 질구 안으로 체액에 흠뻑 젖어 번들대는 제 페니스가 흉흉히 들어박혔다 빠지는 이 기막힌 광경. 난잡한 시야에 머릿속이 쩌릿한 쾌감이 밀어닥쳤다.
“아흑, 제발….”
안으로 깊숙이 치받을 때마다 찌릅찌릅, 밀려 나오는 진한 농도의 체액이 그녀의 흥분을 방증했다. 앙큼했다. 느낄 만큼 죄 느끼고 있으면서 한사코 밀어내려는 게 퍽이나 못마땅했다.
“하으, 아파, 힘들… 흐응. 너무, 흐읏.”
“아프고 힘든데도 너무 좋아.”
현서는 시트에 머리를 처박고도 절레절레, 아니라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댔다.
“제발, 흐으, 하아!”
“제발 더 해 달라고.”
“흐응, 아니, 아니야. 하, 앙! 그만!”
“그만은 나도 그만하고 싶어, 차현서 씨.”
정혁은 열기 가득한 긴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움푹 찡그렸다. 그녀의 엉덩이를 더 높게 들어 올리자 깊어진 삽입에 자극이 한층 더 진해졌다. 속을 꽉꽉 채우며 쑤실 때마다 액을 쥐어짜듯 조여오는 질벽의 수축감에 좆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이런 주제에, 씨발.
천잡한 욕지거리를 짓씹어 삼켰다. 그저 한 번이면 족할 거라 생각했던 육체적 욕망에 끝도 없이 불이 붙었다. 얼마나 더 안아야 욕정이 채워질까. 안으면 안을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더 갈증이 이는 듯한 느낌은 대체 뭔지. 그로선 전혀, 정체 모를 낯선 욕망이었다.
“흐으, 응, 아앙!”
빨라진 허릿짓에 그녀가 울음에 가까운 신음을 했다. 숫제 쉬어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는 제 교성이, 남자의 육욕에 더 불을 지피는 줄은 상상도 못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