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플로우-25화 (25/115)

♬(25)

버클을 풀어 내는 소리에 현서는 입술을 꾹 감쳐물었다. 일부러 보란 듯, 누워 있는 그녀에게 시선을 똑바로 마주친 채 드로어즈를 내리는 남자의 눈빛이 퍽 능글맞았다. 또 일부러인 게 분명했다. 결코 순진해 보이지 않겠단 이상한 자존심에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올려다보자, 그의 표정에 비웃음이 걸렸다.

“도대체 가면이 몇 개야.”

“뭐가, 요?”

“도무지 감이 안 와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무슨 소리냐고 되물으려는 찰나, 경악한 그녀의 눈동자가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드로어즈 밖으로 툭 튀어져 나온 남자의 검붉은 페니스가 그의 덩치만큼이나 흉포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근육으로 탄탄한 아랫배에 바짝 붙어 꺼떡이고 있는 물건.

왈칵, 두려운 마음이 들어 말문이 막혔다.

“이거 봐. 왜 또 순진한 얼굴인데.”

허리를 깊이 숙인 남자가 눈썹을 들썩였다. 굵고 뜨거운 부피의 흉기가 허벅지 사이를 갈랐다. 본능적 두려움에 허벅지를 오므렸으나, 되레 무릎 아래가 더 높이 들렸을 뿐이었다.

“저기, 잠깐, 만, 요.”

불덩이 같은 기둥이 안쪽 허벅지에 닿자, 현서는 경악하며 그의 어깨를 짚었다.

“왜요. 설마 마음 바뀌었단 소리 하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하….”

너무 무식하게 크다고. 차마 말하지 못한 뒷말이 신음이 되어 흩어졌다. 번들번들, 이미 사정이나 한 듯 젖은 페니스 선단이 음핵 위를 무지근하게 비비고 지났다.

“응. 늦었어.”

무심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하으, 으!”

일순 발끝까지 저릿대는 성감에 휩싸이면서도 현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제 팔뚝만 한 크기의 이 흉기가 안에 들어온다는 상상만으로도 머리털이 쭈뼛 섰다.

“아무래도 읏, 안 돼, 안 될 것 같아요, 아니, 못…. 너무, 흐으, 커…!”

“글쎄. 시도도 안 해 보고 포기부터 하려는 건 좀 실망인데, 차현서 씨.”

겁에 질린 애원에도 남자는 느물느물, 더 바짝 아래를 붙일 따름이었다. 미끈대는 귀두 끝이 금방이라도 짓쳐들 듯 갈라진 틈을 따라 비벼졌다. 기회를 엿보듯 찔꺽, 찔꺽, 흥건하게 젖은 질구를 뭉뚝하게 막아 눌렀다 빠졌다를 반복했다.

이 말뚝 같은 기둥이 제 안에 박혀 들었다간 몸이 제대로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흥분과는 별개로, 공포감에 질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아, 못, 해요. 못 하겠…! 하윽!”

연방 도리질을 치는 자신을 안타깝게 내려다보던 그가 불현 허리를 길게 움직였다. 순간 현서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잔뜩 집어삼켰다. 아래가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통증이 밀어닥쳤다. 한계까지 벌어진 질구가 찌릅, 소리를 내며 덜덜 떨리고 있었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아 그의 팔뚝만 꽉 움켜쥐고 있었을 뿐.

“힘 좀, 빼요.”

명령하듯 들려온 목소리에, 가물가물한 눈꺼풀을 들어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또다시 미간을 일그러뜨린 그가 낮은 욕지거리를 짓씹었다.

“아직 다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러면 나도 곤란해.”

믿을 수 없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더한 공포감이 엄습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직 다 넣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죽을 것같이 아프다고? 고작 끝만 물었을 뿐인데도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앞이 흐려졌다. 끝까지 갔다간 몸이 쪼개질지도 몰랐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로 목울음이 샜다.

“흑…. 나는, 안 될… 그만, 하윽….”

“눈 떠.”

착각이었을까. 환각처럼 다정한 명령이 코끝으로 쏟아졌다. 커다랗고 따뜻한 촉감의 손이 제 뺨과 목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파들파들, 떨리는 속눈썹 위로 남자의 입술이 짧게 닿았다 내려갔다.

미간과 콧등 그리고 입술과 턱 끝까지 이어지는 짧은 키스에 이상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분명, 착각일 게 뻔한 다정한 눈동자와 목소리에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울렁거렸다.

“흐, 으…. 찢어질, 것, 하아…. 같아, 아파. 흐읏.”

“안 찢어져.”

“…흐, 으읏, 흥.”

“이렇게 버티면 더 아프고.”

연방 가슴을 들썩이는 저를 내려다보며, 그가 우는 아이를 달래듯, 착한 아이를 칭찬하듯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힘 풀어.”

“…흐으, 응.”

“숨 좀 쉬고.”

마주친 시선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밭은 숨만 몰아쉬는데, 그의 입술이 다시 지긋이 제 입술 위를 눌러 빨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였다. 혀를 섞고 숨을 얽자 남자의 묵직한 체향이 오감으로 느껴졌다. 그제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이 녹작지근하게 흐무러졌다. 바짝 힘을 줬던 허벅지에 긴장이 풀렸다. 야릇한 감각이 아랫배를 뒤덮었다.

아니, 그보단 가슴께 어딘가가 간질거려 더 이상한 기분이었다. 감정이 울컥였다.

뭐든 다 능숙한 이 남자에겐 이런 섹스 따위, 얼마나 하찮고 흔한 일인지 모르지 않았다. 긴장한 여자를 달래고 풀어 기어코 원하는 만큼 집어삼키고야 마는. 여유 있고 배려 넘치는 따뜻한 이 손길과 키스가 무얼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늦었다. 이 위험한 행위를 멈추기엔, 그의 말대로, 늦어도 너무 늦은 거였다.

“하으, 읏!”

선단을 물고 있는 게 익숙해진 질 근육이 슬쩍 벌어졌을 때였다. 정혁은 그 틈을 타 페니스를 움푹 밀어 넣었다. 굵다란 기둥이 찔꺽찔꺽, 좁은 구멍 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었다. 불그스름히 성난 구멍이 그의 크기와 모양 그대로 빠듯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빨라졌고 가슴이 헐떡였다. 믿기지 않았다. 그 커다랬던 흉기가 제 안에 움푹 파묻혀 들었다는 게.

“아직도 아파요?”

색정 가득한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쳤다. 얼얼한 아픔에 생리적 눈물을 줄줄 흘려 대면서도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그가 귀엽다는 듯 핏,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모르겠다, 당신.”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남자가 허리를 천천히 치대기 시작했다. 쌔액쌔액, 숨을 내쉴 때마다 질구가 꽉 조였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는 느낌이 선연했다. 그게 자극이 된 건지, 남자는 매끈한 미간을 조여 인상을 썼다.

“하으, 으응.”

굵고 기다란 페니스가 뿌리 끝까지 꾹꾹 눌러 박혔다 빠질 때마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우둘투둘 불거져 나온 핏줄이 내벽을 긁고 지나는 느낌. 자극받은 여린 살점이 맑은 물을 쫄쫄 흘려 대는 감각. 이마 위로 쏟아지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철벅거리는 음탕한 소리까지.

몸이 두 동강이라도 나는 것처럼 얼얼하던 통증이 잦아들고 배꼽 아래, 간지러운 쾌감이 부피를 키워 갔다.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 감각이 두려워 저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남자는 화답하듯 그녀의 몸을 완전히 들어 올려 안았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절로 그의 허리에 둥글게 감겼다. 덕분에 삽입의 각도는 더 깊어졌다. 더는 들어갈 수도 없을 것 같았던 페니스가 막다른 벽 끝까지 꽉 맞물려 들었다. 안을 채우는 묵직한 압박감에, 허벅지 안쪽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

“하, 아앙, 하…! 그만, 하으으!”

“먹을 거 다 먹어 놓고 그만하라는 건 무슨 심보야.”

“하아, 흐, 아, 응!”

“이기적이시네, 좀.”

“…하아, 응!”

“상대방 죽어 나가는 건 안중에도 없고.”

씹, 욕을 짓씹는 나른한 목소리가 환청 같았다. 어느새 제 골반을 움켜쥔 그의 허릿짓이 빨라지고 있었다. 한계 없이 쑤걱쑤걱, 위로 치받는 그 힘에, 허옇게 드러난 젖가슴이 난잡하게 출렁였다.

그가 고개를 숙여 볼썽사납게 솟은 젖꼭지를 한껏 흡입했다. 츄읍, 춥. 혀끝으로 감빨고 희롱하는 야릇한 감각이 젖꼭지에서부터 발끝까지 전류처럼 흘러내렸다.

“하으, 응! 하아, 으응!”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은 쾌감이 밀려들었다. 아프도록 꽉 들어찬 페니스가 움푹움푹, 정점을 쑤셔 누르고 다시 빠져나갔다, 다시금 구멍을 찢을 듯 넓혀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찰박찰박, 마찰하는 지점마다 젖은 물소리가 음탕히 귓전을 울렸다. 맞붙은 가랑이 사이가 상상할 수 없이 난잡했다.

생각이나 해 봤던가. 이 남자의 목에 매달려 이 추잡한 쾌락을 갈구하게 될 줄은.

몰라.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 앞에 제 모든 걸 다 드러냈단 수치도, 이 환락이 내일이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 거란 불안도, 그 어떤 생각도 허용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보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저를 안고 마음껏 흐트러진 남자의 얼굴을. 저와 몸을 섞으며 쾌락에 잠식당한 그의 눈동자를. 비록 그게 찰나처럼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하으응!”

격렬히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던 내부가 쥐어짜듯 그의 페니스를 움켜 빨았을 때, 일순 벼락같은 쾌감이 밀려들었다. 머리가 어질거렸다.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배 속은 불덩이라도 들어찬 듯 뜨겁게 부풀어 오른다. 그 생경한 감각에 놀란 눈물이 후드득,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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