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호흡이 습습히 얽혔다. 읏, 무방비하게 벌어진 잇새로 두꺼운 살덩이가 움푹 파고들었다. 묵직한 남자의 체향과 예상보다도 더 뜨거운 살갗의 온도, 쌉싸름한 브랜디의 알코올 향까지. 단번에 밀어닥친 그 모든 것들이 머릿속을 정신없이 어지럽혔다.
지이이이잉.
맞닿은 살덩이는 엉망으로 뒤엉키고 문대졌다. 고작 몇 번 감아 빨았을 뿐인데 말라 있던 입 안 가득 단침이 고였다. 제 것만이 아닌 타액이었다. 높은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온도의 타액이 삼킬 새도 없이 넘어왔다. 휘감는 혀 돌기 돌기마다 자극점이라도 박아 놓은 듯, 그에게 빨린 입 전체가 얼얼했다.
정혁은 낯설어 자꾸 뒤로 물러나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목덜미를 받혀 고정시키고, 허리를 안아 들었다. 현서의 몸이 붕 떠올라 바 테이블 위에 앉혀졌다. 그제야 고개를 힘껏 꺾지 않아도 눈높이가 얼추 맞아졌다.
덕분에 키스는 더 격렬해졌다. 쯔읍, 쯥. 혀 엉키는 소리와 고인 침 소리가 적나라하게 귓전을 울렸다. 고작 키스일 뿐인데도 단전 아래가 저릿저릿했다. 여린 속살을 헤집고 깊숙이 파고드는 거친 삽입은 흡사 성기와 성기 간 교합을 연상케까지 했다. 그는 꼭 굶주린 포식자 같았다.
“흐, 웁…!”
헐떡헐떡, 호흡이 가빠졌다. 숨을 들이켜기도 바빠 삼키지 못한 액체가 입 주변 흥건히 흘렀다. 숨이 모자라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만. 이제 그만. 더는 숨 막혀 죽을지도 모른단 두려움에 고개를 비틀다 급기야 주먹으로 쿵쿵, 그의 가슴을 쳤다.
“하…! 하아….”
그제야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에 거미줄 같은 침이 진득이 늘어졌다. 제 입술로부터 이어진 것이었다.
시선을 피할 곳도 없어, 현서는 그저 열없이 그의 눈만 올려다봤다. 쌔액쌔액, 밭은 숨을 내뱉는 그녀의 입술이 흥건히 부풀어 올랐다.
“또.”
그가 기막히단 듯 헛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또 이렇게 보시네.”
“…무슨….”
“사람 미치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릎 아래까지 죄던 치맛단을 훅 뒤집어 올린 그가 엉거주춤 뒤로 내뺀 제 엉덩이를 바짝 끌어당겼다. 넓게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남자의 허벅지가 단단히 맞물렸다. 말도 안 되는 크기로 발기한 남자의 중심이 선명히 느껴졌다. 찌르르, 배꼽 아래가 저릿대며 울었다.
지이잉.
다시 목덜미를 당긴 그가 이번엔 귓불을 입에 넣고 빨았다. 축축하게 젖은 살덩이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빠져나가고, 작은 귓바퀴가 이로 잘근 씹혔다. 이 꼴로 만들고 혼자만 무구하지. 뜨거운 숨과 함께 들이닥친 목소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흐으, 읏….”
현서가 고개를 움츠리자, 입술이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를 빨고 핥으며 견갑골을 쓸었다.
천과 천 사이, 깊숙이 숨은 지퍼를 찾아내 지이익, 거칠게 끌어 내리자 놀란 여자의 손이 그의 어깨를 슬몃 밀어냈다. 앙큼하기 짝이 없어 되레 어깨끈까지 훅 끌어 내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벗기기 편한 옷으로 입히는 건데. 저답지 않게 마음이 달아, 그대로 브래지어 속을 파고들었다.
“하아….”
풍만한 살덩어리가 커다란 손에 한가득 감겼다. 말캉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살갗에 닿자 머릿속이 텅텅 울렸다. 당연히 이런 느낌일 것이다, 라고 추측했던 제 오만을 후려갈기는 감각이었다. 도대체 무슨 여자가 이렇게…. 정혁은 기막힌 숨을 시근덕거리며 미간을 구겼다.
자꾸 뒤로 몸을 물리는 여자를 단단히 붙잡고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이미 빳빳해진 핑크빛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로 굴렸다. 미친놈처럼 게걸스레 빨고 핥았다. 기막히게 단내가 후각을 자극했다. 입술에서도, 귓불에서도, 목덜미에서도 느꼈던 차현서의 체향이었다. 젖꼭지를 잘근대며 흡입할 때마다 벌어진 잇새에선 신음이 흘렀다.
“흐으, 응…. 아파, 하.”
“엄살은.”
집요하게 감빨고 씹어 댄 탓에 곤두선 젖꼭지가 끊어져 나갈 것처럼 아릿했다. 그녀는 엄살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자극이 더해질수록 아래가 흥건히 젖고 있단 걸 모르지 않았다.
“흐읏, 으….”
역시나 눈치 빠른 남자의 손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손가락이 팬티 위를 지분거리다 갈라진 틈을 따라 길게 쓸어 내렸다. 마디가 유달리 도드라지게 굵던 그 손을 떠올리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푹 젖어 살갗에 찰싹 달라붙은 얇은 천 위로 뜨거운 체온이 선연했다. 축축한 습기가 그의 손가락을 적셨다.
“아쉽네. 이 얼굴까지 조인호가 봐야 하는데.”
뭔 소리인가 싶어 눈을 끔뻑이는데, 그가 긴 팔을 뻗어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액정엔 ‘통화 시간: 52초’라는 글자가 속절없이 깜빡였다. 현서의 두 눈동자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러고 보니 배경음처럼 지속되던 진동 소리가 어느 순간 멈췄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거다.
“하, 미쳤… 미쳤어요?”
“이왕 도와주는 거 끝까지 확실하게 도와줘야죠. 그래야 뒤탈도 없고, 깔끔하고.”
이 미친놈.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현서의 두 뺨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흥분에 달아 헐떡이는 제 신음 소리를 조인호가 다 들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허옇게 질렸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거,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
“본부장님.”
발끈하며 그를 부르자, 그가 되레 입꼬리를 비틀고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아, 되게 꼴리네. 그 호칭.”
노골적으로 드러낸 맹수 같은 시선에 녹작지근 풀어진 질구가 움찔댔다.
“여기 다 젖어서 그렇게 부르니까 환장하겠다고.”
“흐, 으… 읏응.”
어느새 팬티를 젖히고 들어온 손가락이 은밀한 속살을 움푹, 찔러 들었다. 가장 길고 굵은 가운뎃손가락이었다. 벌름이던 내부가 찌르릅,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빨아 삼켰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놀란 그녀가 저도 모르게 그의 셔츠 자락을 바짝 움켜쥐었다. 와이셔츠 아래, 견고한 가슴 근육이 그대로 만져졌다.
재킷과 베스트만 벗어던진 그는 여전히 말끔한 모습 그대로였다. 반면, 자신은 두 젖가슴을 다 드러내 놓은 것도 모자라 새빨갛게 될 때까지 빨렸고, 그 앞에 허연 허벅지를 활짝 벌린 채 은밀한 구멍마저 완전히 점령당했다. 오롯이 혼자서만 엉망인 것 같았다. 억울했다.
“하아, 흐… 읏, 흐으.”
태연한 눈동자가 가만히 눈을 맞춰 왔다. 꼭 관찰이라도 하려는 듯이. 흠뻑 젖은 음부를 집요하게 긁고 비비며 구멍 속을 깊숙이 드나들었다. 툭 불거져 오른 클리토리스를 꾹꾹 눌러 자극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탐색하듯 손가락을 왕복하다 불현 날개처럼 덮인 양 음순을 좌우로 벌려 젖혔다.
“예상은 했는데. 좁다, 너무.”
남자가 느긋이 감상평을 읊조렸다.
“하읏, 응.”
일순간 손가락이 하나 더 쿡, 들어박혔다. 하나도 빠듯하던 내부가 자리를 넓혀 벌어졌다. 벌려 박으면 벌려 박는 대로 늘어나 조이는 감각이 퍽 마음에 드는지, 그제야 그가 더운 숨으로 현서의 입술을 빨았다. 흘리는 신음이 그의 입속으로 짓삼켜졌다.
점점 더 빨라지는 왕복 운동에 쿨쩍쿨쩍, 낯뜨거운 소리가 요란했다. 일부러 고리처럼 구부린 손가락 끝이 툭툭, 여린 정점을 찾아 연속해 건드려 댔다. 발끝까지 저릿하게 오그라들었다.
“흐으, 그만, 흐으. 이상….”
몸이 부르르 떨려 댔다. 더는 참을 수 없이 끓는 감각에 연방 도리질을 쳤다. 그럼에도 더 깊이 드나드는 남자의 손길이 끈질겼다. 아랫배가 넘실대고 눈앞이 어른대 제대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현서는 자꾸 힘이 빠지는 손가락으로, 그의 옷깃을 몇 번이고 여미어 쥐었다.
“아흑, 이상해, 그만, 해… 요, 흐읏, 응.”
“이상하라고 하는 짓이야. 참아. 이렇게 안 풀면 당신 후회해.”
이 순간마저 지독히 이성적인 남자의 거절이 야멸찼다. 탁탁, 빨라진 삽입에 내부가 일순 와락 조여들었다. 절정을 갈구하듯, 온몸의 열이 절절 끓어 올랐다.
“아, 으… 으응,”
수치도 모른 채 음탕한 신음을 터뜨렸다. 제 입에서 나왔다곤 결코 믿을 수도 없을 소리였다. 도무지 단속할 수도 없이 새는 숨에, 현서는 숫제 그의 가슴에 제 얼굴을 푹 묻어 버렸다.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벌겋게 부푼 여린 점막에서부터 진득한 점액질이 울컥울컥 밀려 나오는 느낌이 선연했다.
“그나마 잘 젖어서 다행이지.”
쑤욱,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간 음부가 서늘하고 허전했다.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 꼭 다른 뜻처럼 들려 고개를 슬몃 드는데, 몸이 허공 위로 번쩍 들렸다. 그의 손에 들려 발버둥 칠 새도 없이 침대 위로 몸이 뉘었다.
지나치게 넓은 침대였다. 이 덩치 큰 남자의 그림자가 제 위를 덮치고 있어도 침대가 다 잠식되지 않을 만큼의 너른 크기.
제 양 무릎을 세워 놓은 남자가 성마르게 셔츠를 벗어 던졌다. 상상만 했던 단단한 몸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나 눈앞이 어지러웠다. 감상을 하느라 절로 헤 벌어진 입술 위를 툭, 그가 손끝으로 건드리며 말했다.
“정신 차리고.”
어쩐지 화가 난 것 같단 생각은 제 착각일까. 잘 빚어놓은 미간이 움푹 패고 있었다.
“벌써 넋 놓으면 어쩝니까, 이제 시작인데.”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박정하게 들리는 건진 알 수 없을 일이었다.
다소 딱딱한 얼굴의 그가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 끈을 끌어 내렸다. 곧이어 겨우 두르고 있는 것조차 무의미해진 드레스가 결국 통째로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렇게 남자 앞에 완벽히 발가벗겨졌다. 수치스러움에 눈앞이 어찔거렸다.
“환장하겠네.”
그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낮게 뇌까렸다. 이윽고 커다란 손이 허연 허벅지 사이를 부드럽게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