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148화 (148/149)

리치, 헌터가 되다! 148화

패배, 그리고 1년(2)

최진혁을 비롯한 고도로 훈련된 헌터들이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에서 도망친 이후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또다시 심연의 존재들이 지구의 보호막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정령왕들이 나서서 심연의 존재들을 퇴치해 내고 있습니다!]

[아……. 최근 들어 흉포해진 몬스터들이 시민들을 공격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꼭 바깥에 나갈 시에는 주변 헌터들과 함께 나갈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시나 아시는 헌터가 없으실 경우에는 02-XXX-XXXX로 연락을…….]

일단 심연의 존재들의 대대적인 침략 전쟁이 시작되었다. 다른 차원들도 지구와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구는 그러했다.

하루에도 몇 번, 많으면 수십 번은 지구 전체 둘러쳐진 보호막을 두드려 대는 심연의 존재들 탓에 사람들은 매일매일 밤잠을 못 이루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심연의 존재들이 보호막을 두들길 때마다 지구 전역에 마치 거대한 북소리 같은 것이 울려대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심연의 존재들의 침공을 알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소리 때문에 시민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공세에 시민들은 차츰 병들어갔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전 세계에 기사들의 마나연공법과 마법사들의 마나서클 생성 등의 이론들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평범한 시민들도 어느 정도 마나를 지니고 있는 탓에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다행히도 없었다.

물론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앞서 뉴스에 나왔다시피 현재 지구상에 있는 게이트들에서는 쉴 새 없이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질 또한 그리 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잠자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생존까지 위험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듯이 당연히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분명 빛은 존재했다.

[아, 서울 강남역에 열린 게이트에서 오우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다행히도 김민혁 현 협회장님과 성지혁 전 협회장님께서 막아주시고 계십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게이트에서 하늘의 지배자 와이번들이 나타났지만 다행히도 윌리엄 에반스 총협회장님께서 무사히 막아내었습니다.]

일단 최진혁에게 집중 훈련을 받은 세 사람의 활약은 가히 눈부시다고 할 정도였다.

마치 홍길동을 방불케 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략으로 한국 전역을 누비면서 몬스터 없는 청정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을 위해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던 헌터들의 도움이 깔려 있었다.

그들의 수가 절반 아래로 팍 줄었다고는 하나 그들의 힘마저 줄어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전부가 소드 마스터 이상으로 이루어진 헌터 군대는 각자의 나라에서 자경단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고 있었다.

[……오늘 서울 엘프 포레스트에서 김혜진 정령신님과 엘리쟈 정령신님께서 여신 기자회견에서는 보호막이 한층 더 굳건해질 것이며…….]

거기에 김혜진과 엘리쟈는 앞선 세 사람을 합친 것보다 배는 될 법한 빛을 지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덕택에 심연의 존재들과의 직접적인 싸움을 막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수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구 전역을 뒤덮은 녹색의 보호막의 도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 지구에는 없었다.

그렇기 두 사람은 전 세계인들에게 여신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신의 힘을 지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 정도의 빛, 정확하게는 어두운 빛 또한 존재했다.

[……최근 죽음의 군주 미셸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몬스터 랜드가 된 아프리카이며…….]

바로 미셸이었다.

두 사람의 활약에 뒤질세라 미셸 또한 그들 못지않은 활약들을 보여주었다.

사람의 흔적은 없이 오직 몬스터로만 가득한 위험구역들을 오가면서 모든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미셸의 힘은 김혜진과 엘리쟈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당연히 두 사람이 위이긴 했으나 실제로 사람들의 눈에 자주 보이는 이는 미셸인 탓에 사람들은 세 사람의 우열을 잘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미셸은 지난 1년 사이에 최진혁의 별명이었던 죽음의 군주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 별명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며 지구를 들쑤시고 다녔다.

물론 좋은 의미에 들쑤심이었다.

[권왕 도경수! 투왕 도경수! 그는 이제 신입니다! 신이에요! 아프리카에 미셸이 있다면 아마존에는 도경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도경수가 있었다.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 현재 도경수의 위치는 아마존이었다. 그리고 아마존은 미셸이 활약 중인 아프리카와 비교해도 크게 위험도가 처지지 않는 위험지역이었다.

열대우림이라는 환경 탓에 헌터들조차 가기를 꺼리는 탓에 현재 아마존은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몬스터 랜드라고 부르기에 거리낌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도경수는 현재 두 주먹 하나만으로 아마존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 탓에 현재 도경수는 권왕 혹은 투왕 같은 별명으로 많이들 불렸다. 물론 최근에는 권신이나 투신이 낫지 않겠냐고들 말하지만 정작 도경수가 ‘전 아직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통에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권신, 투신 등으로 도경수를 신격화해서 부르는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물론 도경수는 실제로 신좌에 올라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들 잘살고 있군. 크흐.”

그리고 그런 그들이 등장하고 있는 뉴스를 바라보며 술병을 들이켜고 있는 수려한 용모의 사내가 있었다.

오랫동안 피폐하게 살았는지 사내의 모습은 꾀죄죄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은 썩은 동태눈처럼 죽어 있는 탓에 그 수려한 모습은 빛을 보이지 못했다.

끼이익-

그렇게 술병을 비우고 있는 사내의 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의 집안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진혁아, 괜찮아?”

“……아아, 엘리쟈인가? 당연히 괜찮다. 내가 어디 아픈 곳이 있을 것 같나?”

다름 아니라 술을 마시던 사내는 최진혁이었으며 그런 최진혁의 집에 찾아온 것은 방금까지 뉴스에서 모습을 비치던 엘리쟈였다.

물론 최진혁의 말대로 현재 최진혁은 신 중의 신이라고 할 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초월자인 루프르스의 힘까지도 보유 중인 그는 8할에서 9할 정도는 초월자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술 좀 많이 마셨다고 몸이 상하거나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쟈의 얼굴에 서린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루더슨은 언제 묻어줄 거야? 아즈타 쪽에서도 말이 많아. 더 이상 그를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고 말이야.”

“하! 루더슨은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단 말이다……. 어떻게 죽지도 않은 이를 묻는단 말이냐…….”

그리 말하면서 최진혁은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하지만 엘리쟈는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으면서 최진혁의 거실 한편에 마련된 캡슐을 향해 다가갔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캡슐의 안에는 창백한 안색의 루더슨이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아니, 실제로는 죽은 것이 맞았다. 이미 그의 숨은 끊어진 지 오래였고, 언제나 쿵쿵대면서 뛰던 심장은 멈춰 있었으니까.

실제로 최진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그가 루더슨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이곳에서 줄곧 술만 퍼마시는 것이 아니라 지하의 연구실로 가서 그를 살릴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최진혁 또한 그가 죽은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엘리쟈였기에 그녀는 가타부타 그에게 뭐라 말하지 않고 그를 조심스레 안아주며 말했다.

“……혜진이도 네 걱정을 하고 있어. 조만간 얼굴 한 번만 비쳐. 알았지? 그때 우리 다 같이 모여보자. 미셸이나 경수나…… 김민혁과 성지혁 그리고 윌리엄 에반스까지 전부 다! 거기에 실피드들도 부르자. 어때?”

“……알았다. 시간을 내도록 하지.”

“그래, 약속한 거다?”

쩍쩍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런 최진혁의 말에 엘리쟈는 반색을 하면서 최진혁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이내 최진혁의 집을 나섰다.

그렇게 엘리쟈가 나간 뒤에도 최진혁은 뉴스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것은 최진혁이 잠드는 시각인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흐음……. 피곤하군.”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은 자신이 몸을 뉘고 있던 소파에서 철푸덕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최진혁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는 착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엘리쟈?”

-쯧,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최진혁. 내가 너를 왜 살렸다고 생각하는 거냐?

“……루더슨? 설마 정말로 루더슨인가?”

-그래, 저기에 누워 있는 루더슨이다. 너를 대신해서 죽음을 맞이했던 루더슨 또한 내가 맞고.

그리고 자신의 앞에 투명한 형상의 무언가를 보고 엘리쟈인 줄 알았던 최진혁은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니라 최진혁의 앞에 나타난 것은 죽은 루더슨의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피식 웃었다.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나? 자네도 죽었고…….”

-죽은 이를 살리는 건 네 주특기 아닌가?

“……설마 너를 언데드로 살리라는 건가?”

이어진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과 같은 착각을 느꼈다.

루더슨의 시체를 가지고 언데드를 만든다. 그렇게 되면 정말 사상 최강의 언데드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정말 괜찮겠나?”

-죽어서라도 내가 도움이 될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기꺼이.

“……아즈타가 나를 죽이려고 할 거다.”

-교황께선 언제나 그러시지 않나.

“흐하하, 그것도 그렇군.”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끌끌거리면서 동의했다. 루더슨이 죽은 뒤, 루더슨의 시체를 자신이 보관하겠다는 말 이후부터 아즈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최진혁을 죽이겠다며 신성제국의 성기사들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들이 모시는 루보다도 강력한 신이 되어 있는 최진혁을 고작해야 성기사들로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최진혁에게 그들은 개미와도 같았기에 굳이 죽이지 않고 몸 성히 돌려보내 주었다.

루더슨에게 진 빚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리 늦게 나타난 거냐.”

-……죽고 나서는 이성이 없었다. 망자들 특유의 것인 것 같더군. 그런 탓에 이성을 찾는 데 오래 걸렸다.

“그럼 이성을 찾고 곧장 온 것이냐?”

-그래, 그런데 막상 와보니 꼴이 말이 아니군. 최진혁.

“……좀 더럽긴 하군.”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둘러보았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실로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수염을 밀고 깔끔하게 단장을 했다.

그러고는 곧장 거실에 있는 루더슨의 시체가 보관된 캡슐을 열었다.

푸쉭-

마법적인 처리로 지난 1년간 루더슨의 시체는 조금도 부패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루더슨의 시체를 마법으로 둥둥 띄운 뒤, 최진혁의 지하에 있는 연구실로 향했다.

-……내 시체가 둥둥 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군.

이제는 유령이 된 루더슨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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