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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45화 (145/149)

리치, 헌터가 되다! 145화

전쟁(2)

츠츠츠…….

“이제 여기에 발을 디디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모두 그 사실 유의해 둬라. 우리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사실도 말이다.”

“우오오오!”

“가자!”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하나를 닦아내면서 최진혁은 그리 말했고, 그런 최진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쿵쿵쿵!

수십만이 쿵쿵대자 그 울림은 마치 지진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인 수십만은 평범한 수십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절세의 강자인 이들 수십만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게 헌터들은 발을 구르던 것도 잠시 게이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가장 앞에 서 있던 이들이 차례대로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최진혁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저씨! 우리도 준비하죠!”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등 뒤에서 들려오는 김혜진의 목소리에 최진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게이트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화악-

두르간에게 강화를 부탁한 탐을 걸치고 미셸에게 만들어 준 것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스태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등 뒤에는 어느새 자신들의 무장을 마친 이들이 서 있었다.

1년 사이에 눈부신 성과를 보인 김민혁과 성지혁 그리고 윌리엄 에반스가 있었으며.

이미 최강의 전력이 된 김혜진과 엘리쟈가 그 뒤에 서 있었고.

투신과 합일한 채로 양손에 낀 건틀렛을 부딪치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도경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더슨.”

“그래, 가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악연으로 얽혀 있었지만 지금은 정반대가 되어버린 루더슨이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최진혁의 옆에 섰다.

최진혁의 옆에서 자신의 애병을 쓰다듬던 루더슨이 최진혁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런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그 말과 함께 가장 앞에 서 있던 최진혁과 루더슨은 성큼 걸음을 내디뎌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고, 그들의 뒤를 이어 다른 이들도 하나둘 게이트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 차원의 명운을 건 전쟁이 말이다.

* * *

“아자토스시여. 녀석들이 오고 있습니다.”

-……니알라토텝. 그들을 네가 막을 수 있겠나?

“……분부만 내리신다면 제가 다른 이들을 이끌고 가 그들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에게 모든 심연의 주민들을 이끌 권한을 주겠다. 그들을 이기고, 아니, 처리하고 와라. 하나도 남김없이. 아직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에는 이르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어두운 심연. 그런 심연에서도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대화를 나누던 아자토스와 니알라토텝은 니알라토텝이 모습을 감추면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니알라토텝이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자토스는 끌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루프르스. 네가 그렇게 가버리다니 무척이나 아쉽군. 네 최후는 내가 장식할 생각이었거늘……. 그리고 네 힘은 내가 유용하게 써주려고 했건만……. 뭐 상관없겠지. 니알라토텝이 네 후인을 데려온다면 그의 힘을 뽑아내면 그만이니까. 네 힘을 이어받았다고는 하나 그래 봐야 몇 년 지나지도 않은 애송이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던 아자토스는 이내 거대한 눈을 감고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아직은 그가 깨어나기엔 무척이나 이른 시간이었기에…….

* * *

츠츠츠…….

“이제 다 넘어온 건가?”

“아마도 그럴 거다.”

게이트 앞에 선 최진혁이 자신의 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헌터들을 바라보면서 루더슨에게 물었고, 그런 최진혁의 물음에 루더슨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리고 그런 루더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려 있던 게이트가 스르륵 사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신들이 나왔던 게이트가 사라지자 동요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어진 최진혁의 말에 그런 이들은 사라졌다.

“저 게이트를 유지하는 데에 꽤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게이트를 없애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건 전쟁이다. 누구 하나가 죽기 전까진 끝나지 않는 전쟁! 그러니 탈출구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최진혁의 말대로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여기서 게이트가 사라지는 걸 걱정한다면 ‘도망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웅성대던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최진혁은 어두컴컴한 우주 속 심연을 바라보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화아아악!

그와 함께 거대한 전구와 같은 것들이 수십 개나 나타나 어두운 심연을 밝혔다.

그리고 주위가 환해지자 헌터들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고, 이내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끼에에엑!

괴상망측한 생김새를 한 괴물들이 어느새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들이 헌터들의 감각에 걸리지 않고 이곳까지 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인간의 탈을 벗어던진 초인이었기에 감각도 남들과는 달랐다.

그런 그들의 감각에 걸리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적도 만만치 않거나 이 공간 자체가 이상한 공간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은 후자였다.

“전투준비! 이곳은 우리가 알던 곳과는 다르다! 그러니 지구와 똑같이 생각하고 감각에만 모든 것을 맡기지 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아라!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적을 느껴라!”

그것을 일찌감치 눈치챈 최진혁이 헌터들을 향해 외쳤고, 헌터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감각만을 믿던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으로 적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헌터들을 에워싸고 있던 괴물들이 공격을 시작했고, 헌터들도 그런 괴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쾅쾅! 화르륵!

헌터들은 각자 자신의 마법 혹은 정령들을 사용하거나 다루면서 괴물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헌터들이 지난 1년 사이에 초인에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그들이 상대하는 괴물들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헌터들과 괴물들이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을 때, 승기가 헌터들 쪽으로 확 기울기 시작했다.

“협회장님, 총협회장님. 저 먼저 가겠습니다.”

“그래, 금방 뒤따라가마.”

“나도 곧 가겠네.”

말만 들으면 죽으러 가는 것처럼 보이는 말들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뀌에에엑!

-키아악!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괴물들은 반으로 쪼개져서 죽지 않는 괴물들이 없었고, 그들의 일 합을 제대로 막아내는 괴물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렇게 그들 셋이서 괴물들의 무리를 휩쓸고 다니고 있을 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최진혁이 중얼거렸다.

“우리까지는 안 가도 되겠군.”

“그렇겠군. 저들도 1년 사이에 많이 발전했어. 그러니 우리는 힘을 비축하는 편이 나을 것 같군.”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중얼거림에 루더슨이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심연의 초입에 불과했다.

점점 깊은 곳으로 나아가며 나아갈수록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괴물들이 나올 것이 분명했고, 자신들은 그때 나서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들 잘 싸우네. 그런데 우리만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는 건가?”

“괜찮아요. 혜진. 그들과 저희는 싸워야 할 대상이 다르니까요.”

“아, 그런 건가? 그런데 경수 오빠라도 가서 도와주지 그래?”

“……나는 뒤에 있을 싸움에 도움도 안 된다는 의미지? 알았어…….가서 돕고 올게.”

김혜진과 엘리쟈도 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만 도경수만은 김혜진이 눈치를 주자 탄식을 내뱉으면서 심연의 공간을 밟고 나아가 괴물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돕기 시작했다.

김민혁과 성지혁 그리고 윌리엄 에반스만으로도 충분히 전황이 바뀌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보다 훨씬 강한 도경수까지 합류하자 무게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그렇게 괴물들과의 첫 번째 전투는 슬슬 끝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전투에 종지부를 찍고 있던 도경수는 괴물들의 뒤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전부 다 죽이고 나타나는 게 예의가 아닐까?”

다름 아니라 먼저 나타난 괴물들을 전부 다 잡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괴물들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인물이 도경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여긴 내가 맡도록 하지. 너는 나머지나 정리하고 있어라.”

“……미셸? 가능하겠어? 척 보기에도 수가…….”

“가능하고 말고는 내가 정한다.”

다름 아니라 도경수에게 말을 건 것은 미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난 미셸은 최진혁이 건네준 스태프를 손에 쥐고 저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오는 괴물들을 바라보면서 스태프를 쿵 하고 내리찍었다.

-키아아악!

-죽음을…… 선사하겠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두운 심연 속에서 언데드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스켈레톤들과 좀비들부터 시작해서 고위 언데드인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들.

나아가서 둠 나이트들까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언데드들은 자신들을 만들어내고 불러낸 그들의 주인 미셸의 명령만을 기다렸고, 마치 강아지처럼 자신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미셸의 입이 열렸다.

“쓸어버려.”

그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언데드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런 미셸의 모습에 도경수도 피식 웃으면서 아직 살아 있는 잔당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두 사람의 모습에 다른 헌터들의 사기는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고, 그것은 김민혁 등도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린 아직 부족하군요. 이 정도에 만족하고 있었다니.”

“이렇게 떠들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 가자고!”

“이 정도 경지에 만족했다니…….부끄러워지는군.”

그렇게 미셸과 도경수에게 자극을 받은 세 사람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다시 괴물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어딜 보고 있는 거지?”

“……저 멀리 우리의 적이 있는 곳을 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심연의 괴물들과 싸우는 동안 최진혁의 두 눈은 그들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최진혁은 오직 자신들이 쓰러뜨려야 할 적인 아자토스가 있을 것이 분명한 심연의 깊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최진혁이 심연의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저릿저릿…….

“이 기운은…….”

“그 녀석이 분명하군.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그 녀석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지.”

두 사람의 전신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기세를 뿌려대면서 누군가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가 누구인지 이미 대략 추측하고 있었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그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알라토텝…….”

“오랜만입니다. 그때 분신이 신세를 많이 졌었죠……. 이 빚 갚으러 왔습니다.”

다름 아니라 두 사람을 긴장시킨 존재는 일전에 정령계에서 한번 맞붙었던 니알라토텝이었다.

그리고 그런 니알라토텝의 말에 두 사람은 긴장감을 풀 듯이 씨익 웃으면서 니알라토텝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바라던 바다.”

“이쪽에도 꽤나 빚이 있어서 말이야. 우리도 빚을 갚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니알라토텝을 향해 쇄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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