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144화 (144/149)

리치, 헌터가 되다! 144화

전쟁(1)

“다 모인 건가?”

“예, 여태까지 1년간 같이 수련을 마친 이들 모두 데려왔습니다.”

“그래?”

자신의 앞에서 보고를 하는 김민혁의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은 이내 자신의 앞에 도열해 있는 수십만 헌터들의 모습을 쫘악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번 훑어본 최진혁은 다시 김민혁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현재 전력은 어떻게 되지?”

“소드 엑스퍼트 최상급과 중급 정령사 그러니까 S급에 이른 이들은 전체의 80%입니다.”

“꽤 많군.”

“다들 목표가 있으니 열심히 하더군요. 거기에 최진혁 씨가 푼 다량의 정령석이나 마석 등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마나양과 정령과의 친화력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다음 보고를 시작해라.”

“네, 소드 마스터와 상급 정령사를 이룬 이들은 19.9% 정도 됩니다.”

“나쁘지 않은 성과로군.”

지난 1년 사이에 수만 명의 소드 마스터들과 상급 정령사들을 양산해 낸 셈이었으니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런 일은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진혁과 정령왕들의 재보들을 모조리 풀어서 만들어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진혁이 만족스러운 결과에 기뻐하고 있을 때, 김민혁의 입에서 마지막 보고가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저를 비롯해서 그랜드 마스터와 최상급 정령사, 혹은 소드 엠퍼러에 도달한 이들은 0.1%입니다.”

“……지극히 만족스러운 결과로군.”

0.1%라고 하니 극히 적어 보이지만 수십만 중에서 0.1퍼센트라면 수백 명이다.

즉, 수백 명이 넘는 그랜드 마스터와 최상급 정령사가 있고, 거기에 소드 엠퍼러까지 포함되어 있는 셈이었다.

“소드 엠퍼러에 도달하고 최상급 정령들과 계약한 것은 저를 비롯한 두 사람입니다. 누군지는…… 아시죠?”

“알다마다. 내가 키웠는데 내가 모를 리가 있나.”

“그렇겠죠……. 아, 그리고 마법사 부대의 보고를 깜빡했군요. 마법사 부대는…….”

그렇게 마법사 부대의 보고까지 모조리 마친 김민혁은 최진혁에게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여 보이고는 이내 다른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은 목에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저 우주 너머 심연에 있는 존재들과의 전쟁을 할 것이다. 이제부터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장비들을 가져가 신속하게 착용해라!”

“예!!!”

주위를 쩌렁쩌렁 울리는 최진혁의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헌터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하고는 일사불란하게 자신들의 앞에 놓인 장비 박스 앞에서 자신의 이름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들의 장비들을 찾는 헌터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은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자신들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한 명을 불렀다.

“미셸.”

“예, 죽음의 군주시여.”

“1년간 고생 많았다.”

“……죽음의 군주께서 주신 마족들의 심장 덕택입니다.”

지난 1년 사이에 최진혁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미셸은 꿈에 그리던 9서클에 도달한 것도 모자라서 미약한 신격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창조의 권능까지 손에 쥔 미셸은 충분히 강력한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최진혁도 미셸의 고생을 알기에 이렇게 공을 치하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최진혁은 공을 치하하는 것을 말로만 퉁치지 않았다.

쓰쓰쓰…….

“받아라.”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낸 최진혁은 곧장 그것을 미셸에게 던졌다.

“……? 이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물체를 피할 수는 없었기에 덥석 손에 쥔 미셸이 의아한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봤고, 그런 미셸의 모습에 최진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9서클 마법사가 제대로 된 스태프도 없어서야 되겠나. 내가 직접 손수 만든 거다. 잘 사용하도록.”

“감…… 감사합니다!”

무려 공작급과 대공급 마족들의 심장들 수십, 수백 개를 압축시키고 또 압축시켜서 하나의 결정으로 만든 것을 스태프에 단 것으로 평범한 마법사가 들어도 능히 대마법사라고 불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스태프였다.

거기에 신인 최진혁의 힘이 담겨 있기에 신격이 있는 이가 사용하면 더더욱 강력한 효율을 보여주는 스태프였다.

즉, 지금의 미셸에게는 둘도 없는 보물이나 다름없는 스태프라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미셸은 한껏 감격한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무언의 감사 인사였다. 하지만 미셸의 인사에도 최진혁은 그저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다른 이들에게로 향했다.

“도경수.”

다음 타깃은 바로 도경수였다.

“예…… 예에!”

“그래, 루더슨에게는 많이 배웠나?”

“물론입니다. 루더슨 씨 덕분에 투신 님과 합일도 더욱 잘되고 부작용도 없어졌습니다.”

“그래? 기대하겠다.”

“물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헤실헤실 웃는 도경수의 모습에 최진혁은 피식 웃고는 도경수에게도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건?”

“두르간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건틀렛이다. 착용하면 사용자에게 맞게 크기가 조절되고 내구도 또한 아다만티움과 미스릴 등을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튼튼할 거다.”

“……이런 귀한 걸 이렇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네가 안 가지면 이걸 쓸 사람은 이곳에 없다. 그럼 버리는 수밖에.”

최진혁의 말대로 최진혁의 파티에서는 도경수를 제외하면 주먹을 쓰는 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건틀렛 같은 것을 쓸 사람은 도경수 말고는 없었다.

최진혁의 극단적인 말에 도경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조심스레 건틀렛을 장착했다.

그러고는 몇 번 주먹을 휘둘러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알면 심연의 존재들을 그 건틀렛으로 쳐 죽이면 된다.”

“물론이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도경수는 감회가 새로웠다. 최진혁을 만나기 전에 그는 평범한 B급 헌터였다. 버프를 걸어주는 능력 덕분에 꽤나 많은 돈과 높은 직위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최진혁을 만난 뒤로 그는 여태까지의 모든 것을 떨쳐내고 점점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구에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윌리엄 에반스 총협회장보다도 강력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도경수에게 있어서 최진혁은 그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그와 교제하고 있는 연인인 김혜진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더욱 강해져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도경수는 최진혁을 무척이나 위하고 있었다. 그런 도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진혁은 등을 돌리고는 단상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다들 장비들은 마음에 드는가?”

“예!”

“……그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군. 오늘부터 우리는 지구, 아니, 전 차원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벌인다. 적은 심연의 존재들이다. 그럼…… 살아서 보자.”

“우와아아아악!”

미셸과 도경수와 얘기를 하던 사이에 자신들에게 배정된 장비들을 모조리 착용한 헌터들은 오와 열을 맞춰서 단상 앞에 서 있고 그런 그들을 향해 최진혁의 연설은 시작되었고, 이내 끝이 났다.

파아아앗!

“심연의 존재들이 있는 곳은 까마득한 우주 공간이다. 그곳에서 제대로 움직이고 숨을 쉬고 공격을 하려면 가호는 필수겠지. 내 힘을 너희들에게 불어넣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너희들은 우주에서 숨을 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적들을 분쇄할 수 있을 거다.”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광채들이 최진혁의 동료들은 물론이고 헌터들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런 광채가 스며듦과 동시에 전신에서 솟아오르는 활력에 헌터들은 힘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들의 무기들을 하늘을 향해 내지르면서 소리쳤다.

“가자!”

“살아서 보자고!”

후끈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세를 뿜어내는 수십 만의 헌터들은 이내 자신들과 계약한 정령들을 꺼내 들었고, 누군가는 마법 주문을 중얼거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뽑아 든 검에 검강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최진혁도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데크.”

-응, 아빠.

“잘 부탁한다.”

-나만 믿어!

그렇게 최진혁이 데크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런 최진혁의 앞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진혁.”

“루더슨……. 할 말이라도 있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의 승산은 어느 정도나 되지?”

“하하하, 천하의 루더슨이 겁이라도 먹은 건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우리에게 있는 승산? 10%도 채 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의 승산이 10%가 아니라 90%든 1%든 그것도 아니라면 0.1%였더라도 나는 그들과 전쟁을 했을 거다. 중요한 건 승산 따위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변했군. 아르말딘 대륙에서의 너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그래? 그렇다면 아주 잘 변했다는 의미겠지. 지금의 내 모습은 누구나 바라 마지않는 모습일 테니까 말이야.”

“……그 오만함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야.”

“큭큭큭, 오만함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해두지. 그리고 오만함이라고 한들 상관없다. 그 오만함은 내 아이덴티티니까 말이야.”

“쯧……. 만약 네가 패배하고…… 죽게 된다면 어쩔 거지?”

“패배한다면 다시 그들에게 도전할 거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전부가 죽어서 나 혼자 남더라도 도전할 거다. 그러다가 죽는다면…… 죽는 거겠지. 다만 그때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해보았을 때일 거다.”

“그래……. 그런가…….”

최진혁의 말을 전부 들은 루더슨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루더슨의 모습에 최진혁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그 생각을 마쳤을 뿐이다.”

“그래? 그런 거라면 별 상관없겠지. 알았다. 그러면 나는 이제 게이트를 열어야 하니 이만 가보겠다.”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은 결연한 눈을 한 루더슨을 뒤로한 채, 심연의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우주 공간으로 향할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 단상 위에서 훌쩍 뛰어내리고는 사라졌고, 이내 홀로 남겨진 루더슨은 그런 최진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네가…… 네가 죽을 일이 생긴다면 내가 나를 희생해서라도 네 목숨을 구하겠다. 그것이 루께서 원하시는, 나아가서 내가 원하는 일이니까. 후우, 아르말딘 대륙에서 내가 죽자고 쫓아다녔던 이를 살리기 위해서 내가 대신 죽을 생각을 하다니…… 큭, 최진혁보다 내가 더 많이 바뀐 것 같군.’

그렇게 루더슨이 자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사이에 단상 아래에서 최진혁은 비지땀을 뻘뻘 흘리면서 우주 공간을 향해 게이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단상 아래에는 검게 일렁이는 커다란 게이트가 만들어졌고, 그런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최진혁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전쟁. 시작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