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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43화 (143/149)

리치, 헌터가 되다! 143화

준비(2)

캉캉캉!

“꽤 나아졌군.”

훈련을 시작한 지 6개월 차에 접어들자 헌터들은 꽤 강해져 있었다. 최진혁의 눈에 어느 정도 차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상급 정령사나 소드 마스터 수준을 이룬 이들도 꽤 있고, 둘 다 이룬 이들도 다섯 명 정도는 된다. 그중에는 당연히 윌리엄 에반스와 김민혁 그리고 성지혁이 포함되어 있지.”

“세 사람은 이미 소드 마스터 수준은 달성해 있었고, 김민혁은 애초에 두 가지 모두를 이루었었지. 그런데 나머지 둘은 누구지?”

“잘은 모르겠지만…… 본래 지구에서 한가락 하던 이들이라더군.”

“그래? 뭐 상관없지. 어쨌든 지금 그 정도가 딱 싸워볼 만한 수준이니까.”

심연의 존재들 중에서 최상급 격인 니알라토텝은 만나봤지만 최하급이나 하급 수준의 적은 만나본 적이 없기에 제대로 된 수준의 파악이 힘들었다.

다만 소드 마스터에 상급 정령사 수준이라면 그 정도 수준의 적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해볼 만할 것 같나?”

“이길 수 있어서 싸우는 것 같나?”

“……그건 아니지.”

애초에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최고의 힘을 가진 이들이 달라붙어서 적 중에서 2번째로 강한 이의 분신을 겨우 죽였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본신과 1번째로 강한 이들을 상대로 승산을 확신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혁은 믿고 있는 것이 있었다.

“……루프르스의 힘인가?”

“그래, 슬슬 다루는 감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저들이 완성되는 그날, 나도 한 단계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군.”

“후우, 이거 내가 너무 처지는 것 같은데 말이야.”

바로 루프르스가 최진혁에게 남겨두고 간 힘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루프르스의 힘을 사용해 보고 있는 최진혁을 바라보면서 루더슨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진혁이 루프르스의 힘을 이어받고 난 뒤부터 최진혁과 루더슨 사이에 격차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빠르게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 되면 한 발자국씩 전진해 있는 최진혁의 모습에 루더슨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어느새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 인영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왔군.”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진혁 씨.”

그렇게 말을 하는 사내는 다름 아니라 김민혁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민혁의 양옆에는 지난 6개월 동안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성지혁과 윌리엄 에반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까딱였다.

지극히 오만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말 없이 최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진혁은 충분히 오만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6개월 동안 몸으로 여실히 느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서로 뒤엉켜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고, 그런 네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더슨의 앞에도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그럼 저희도 시작하시죠. 루더슨 씨.”

“……가도록 하지.”

“예? 벌써요? 잠시만 조금 쉬었다가…… 윽!”

그 인영은 바로 도경수였다. 다른 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경수도 지난 6개월간 루더슨과 대련을 해왔고, 그 덕분에 투신의 힘을 꽤 받아들인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루더슨보다 약했고, 그렇기에 말을 꺼내기 무섭게 기습을 연상케 하는 루더슨의 공격에 도경수는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나……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아!’

무언가를 신경 쓰는 듯한 루더슨의 모습에 도경수는 그날 하루 동안 루더슨의 분풀이용 샌드백이 되어야만 했다.

루프르스의 힘을 빼면 최진혁보다 더 강력한 루더슨의 앞에서 이제 어디 가서 신이라고 해도 꿀리지 않을 도경수는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다.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자신과 최진혁의 경지 차이에 초조해진 루더슨의 마음을 두들겨 맞는 도경수가 알 리가 없었다.

* * *

정확하게 6개월 후, 처음으로 헌터들을 모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난 날이 되었을 때 최진혁은 오랜만에 두르간을 찾았다.

“두르간.”

“아, 왔냐?”

“장비들은?”

“이미 만들어놓은 지 오래다. 마법적인 처리까지 다 끝났으니까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쓸 만할 거다.”

“고맙군.”

“그리고 이건 네가 말한 대로 탐을 조금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마 본래보다 더욱 마나를 잘 받아들이고 더 방어력이 높을 거니까…… 꼭 이겨라.”

“……그래, 이겨야지.”

“너만 믿고 있으마. 우리 드워프들을 비롯해서 엘프들과 인간들의 목숨이 네 손에 달려 있다.”

탁탁!

그렇게 말을 하면서 두르간은 최진혁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최진혁을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두르간의 모습에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몇 없는 친구의 응원이 기분이 나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로 가는 거냐?”

“엘프 포레스트로 간다.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이야. 김혜진과 엘리쟈에게 부탁해 둔 게 있다. 그걸 확인해야 한다.”

“후우, 바쁘구만. 그래 가봐라.”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주었고, 두르간도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 최진혁을 배웅해 주었다.

그렇게 최진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두르간은 드워프들을 불렀다.

“야, 이것들 싹 다 옮겨. 이제 다 나눠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런 두르간의 명령에 두르간의 부름을 받고 나타난 근육이 빵빵한 드워프들은 군말 없이 이름표가 붙어 있는 장비들을 곧 헌터들이 모일 곳을 향해 옮기기 시작했다.

열심히 장비들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르간은 이제 완전히 모습이 사라진 최진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때부터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 차원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구나.’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두르간은 다른 드워프들을 도와 장비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드워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르간은 다른 드워프들과 같이 열심히 장비들을 옮겼다.

그렇게 전 세계가 곧 있을 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 * *

“흐음, 여길 이렇게 하면 더 튼튼하지 않을까?”

“혜진, 그런 방식도 좋지만 이렇게만 더 좋을 것 같군요.”

“오! 역시 엘리쟈! 똑똑한데?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면…… 마무리다!”

“이제 끝났나 보군.”

엘프 포레스트 안 세계수를 앞에 두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김혜진과 엘리쟈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

“아저씨!”

“……오랜만이네.”

“요즘 들어 내 몸을 하나 더 만들까 생각이 들 정도로 바빠서 말이야.”

엘리쟈의 투정에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농을 던졌다. 그러고는 이곳에 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방어막은 어느 정도 수준이지?”

“음, 우리가 있는 힘껏 후려쳐도 금도 안 갈 정도?”

“……호오?”

그리고 김혜진의 답변에 최진혁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김혜진은 완숙한 정령신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상태였다.

만약 엘리쟈와 합공을 한다면 최진혁도 쉬이 그들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무려 루프르스의 힘을 쓰고도 말이다. 그런 그녀가 있는 힘껏 공격해도 금도 안 간다는 말은 충분히 대단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장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고했다. 너희들 덕분에 지구는 우리가 떠나도 한동안은 안전할 수 있을 거다.”

“헤헤, 어차피 내가 사는 세계인데 내가 지키는 게 당연한 거지.”

“……엘프들의 터전은 그들의 공주인 내가 지키는 게 당연한 거다.”

비슷한 말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최진혁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정령신이 되고 난 뒤, 두 사람은 꽤 많이 닮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처럼 비슷하면서 같은 말을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최진혁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럼 이제 작동시켜라. 우린 이제 광장으로 가야 하니까 말이야.”

“……응!”

“알았어.”

최진혁의 말에 두 사람은 자신들이 1년간 연구해 오고 만들어왔던 것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그와 함께 그녀들의 앞에 서 있던 세계수가 크게 진동했고, 이내 세계수의 꼭대기에서 초록빛 무언가가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오케이, 제대로 적용됐어. 이제 지구는 안전해.”

그리고 그렇게 솟아오른 초록빛 무언가는 지구를 둥글게 감싸는 보호막이 되었고, 그것을 확인한 김혜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성공을 알렸다.

성공을 확인하고 나서야 엘리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최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이후로 그들은 떠나야 했으니 설령 저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한들 고칠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잘 적용되었으니 그저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갈 시간이 다 됐군.”

“하아……. 나 너무 떨린다. 아저씨.”

“……나도.”

“그래, 나도 떨린다. 그래도 우린 이 싸움, 아니, 전쟁 뒤에도 살아남을 거다.”

“……모두?”

“그래, 모두 다.”

“이히힛, 알았어. 가자. 가자아!”

최진혁의 말에 기분이 나아졌는지 김혜진은 밝아진 얼굴로 척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리쟈는 우물쭈물하면서 최진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엘리쟈의 시선을 느꼈는지 최진혁이 의아해하면서 엘리쟈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 말이 있나?”

“저……. 그……. 지금이 아니면 못 말할 것 같아서.”

“……? 뭔데 그러지?”

“조…… 좋아해!”

그리고 엘리쟈는 수십 년 넘게 참아왔던 말을 최진혁의 앞에서 털어놓았고, 그런 엘리쟈의 말에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하던 최진혁은 이내 피식 웃으면서 눈을 꼬옥 감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엘리쟈를 살포시 안아주면서 말했다.

“나랑 같군. 처음으로 서로 맞는 걸 찾은 것 같은데? 아닌가?”

화아악-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말에 엘리쟈는 최진혁의 품속에서 홍시처럼 빨개진 얼굴로 최진혁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둘은 그 상태로 잠시 시간을 보냈고, 이내 헌터들이 모인 광장으로 향했다.

“나머지는 돌아와서 얘기하도록 하지.”

“……절대로 죽으면 안 돼.”

“큭, 그래. 알겠다. 절대 죽지 않도록 하지.”

“……약속.”

“그래, 약속이다.”

그러고도 걱정이 되는지 엘리쟈는 불안한 얼굴로 최진혁의 주위를 기웃거렸다.

그런 엘리쟈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최진혁은 엘리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그럼 가도록 하지. 이젠 정말로 시간이 다 되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후우……. 이제 됐어. 가자.”

최진혁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엘리쟈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먼저 사라진 김혜진의 뒤를 쫓아 사라졌고, 그런 엘리쟈의 귀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아닌 척 노력을 하는 엘리쟈의 모습에 최진혁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엘리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전 차원의 운명은 지구에 있는 이들에게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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