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42화
준비(1)
전쟁에 함께할 병사들을 뽑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그들을 강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모조리 말을 해준 최진혁은 그 후로 빠르게 그들을 굴리기 시작했다.
“거기엔 마탑을 지을 거다. 그리고 그쪽에는 수련장을 지을 거고.”
“……드워프들을 이렇게 부려먹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전 차원의 문젠데 드워프들이 빠질 생각은 아니겠지? 두르간?”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거기에 더해서 훈련을 받을 사람들이 기거할 장소들 혹은 수련에 필요한 장소들의 건설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건물들을 건축하는 데에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동원되었다.
거기에 현대 장비들까지 동원되자 수십만의 인원들이 거주할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검은 휘두를 때에는 검과 너를 둘로 나누어 보지 마라. 검과 너는 하나다. 검이 너고 곧 네가 곧 검이다. 그걸 잊지 않고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걸 몸이 기억하고 있다면 너는 어느 순간부터 벽을 넘을 수 있을 거다.”
“마나란 대자연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지구에는 본래 마나를 다루는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마나들이 아르말딘 대륙에 비하면 수십 배가 넘는다. 그게 너희들의 강점이 될 거다.”
신성제국과 연금왕국 알케미에서 파견 나온 기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성기사들의 수업을 헌터들은 열심히 듣고 따라 하며 자신의 실력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헌터들이 수강생으로 있는 셈이었지만 그들을 가르치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들이 아르말딘 대륙에서 보낸 세월과 비교하면 그것은 결코 힘든 축에 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헌터들을 가르치는 그들을 최진혁과 루더슨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끝인가?”
“후우, 아직입니다. 최진혁 씨.”
“푸하! 역시 자네는 대단하구만.”
“나도 아직은 멀었군.”
김민혁과 성지혁 그리고 윌리엄 에반스가 각자의 검을 뽑아 들고 헉헉대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그들과 대련을 해온 최진혁의 얼굴에는 땀 한 방울 흘러내리지 않았다.
물론 김민혁 등은 최진혁에게 수련을 받기 전에 헌터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왔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힘든 기색 하나 없는 최진혁의 모습은 그들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최진혁은 혀를 차면서 그들의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집어주기 시작했다.
“김민혁. 네 단점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네. 정령과 검술 때문이겠죠.”
“그래, 네 정령술과 검술은 분명 수준급은 맞다. 거기에 두 가지가 한데 어우러지니 본래 능력보다 반 단계 혹은 한 단계 높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런 실력은 수준급은 될지언정 최고는 될 수 없는 실력이다. 나는 네가 바깥에서 다른 이들에게 수련을 받고 있는 헌터들과 똑같은 실력이길 바라지 않는다.”
“……노력하겠습니다.”
장황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김민혁의 실력, 그러니까 정령술과 검술은 분명 어지간한 상급 정령사보다 위였고, 어지간한 그랜드 마스터보다 위였다.
다만 그 정도의 실력으로는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에서 크나큰 활약을 보이기 어렵고 바깥에 있는 헌터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 힘들었다.
바로 그 점을 최진혁이 꼬집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평소에도 김민혁이 하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김민혁은 최진혁의 충고에 무어라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민혁에게서 고개를 돌린 최진혁은 다음 타자로 넘어갔다.
“성지혁.”
움찔…….
“허…… 흐허허허, 나도 뭐 모자란 점이 있나?”
“하아, 너는 김민혁보다 심각하다.”
“……? 그건 흘려들을 수 없겠는걸?”
최진혁의 말에 성지혁은 한쪽 눈을 치켜뜨면서 최진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에 겁을 먹을 최진혁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진혁은 쌍심지를 켜면서 성지혁을 노려보며 답했다.
“네 공격 방식은 형편없다. 분명 네 경지는 그랜드 마스터 최상위에 김민혁과 마찬가지로 소드 엠퍼러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힘 면에서는 네가 김민혁보다 더 나은 점도 분명히 있다.”
“그…… 그런데 왜?”
“그게 끝이니까. 그리고 너는 힘으로 부수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지만 네가 상대할 심연의 존재들이 과연 네 힘으로 부술 수 있는 존재들일지가 의문이군. 아니, 오히려 너보다 강력한 존재들이 대부분일 터. 그들에게도 힘 싸움을 걸 생각인가?”
“……아니.”
그리고 이어진 최진혁의 신랄한 비평에 성지혁은 꼬르륵 침몰했다. 하지만 그런 성지혁을 끌어 올리면서 최진혁은 성지혁이 고쳐야 할 점과 바뀌어야 할 점을 말해주었다.
“힘 좋지. 하지만 그 힘으로 부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를 위해서 부드러움을 익히는 게 좋을 거다. 단단한 것은 힘으로 부술 수 있지. 하지만 부드러운 것은 힘으로 부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네 적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도 해당된다. 감당 못 할 힘을 맞닥뜨리면 부드럽게 상대를 몰아세워라.”
“끄응, 일단 알겠다.”
언제나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성지혁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슬 퍼런 최진혁의 눈빛에 성지혁은 깨갱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제자(?)를 향해 최진혁의 고개가 돌아갔다.
“……혹, 나도 문제가 있는가?”
“아니, 너는 완벽하다. 기본기도 잘 잡혀 있으며 검술도 수준급이다. 거기에 보유 중인 마나도 현재 네 경지에 걸맞은 마나양이다.”
“후우, 그거참 다행…….”
“그리고 그게 네 단점이다.”
“……?!”
최진혁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윌리엄 에반스는 이어진 말에 안도의 한숨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최진혁의 말에 윌리엄 에반스는 그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너무 안정적이다. 그렇게 해서는 차근차근 높은 단계에 올라설 수 있을 건 분명하다. 너는 충분한 재능과 운 모두를 쥐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점. 너도 알고 있겠지?”
“…….”
최진혁의 말대로 현재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봐야 1년 남짓인 시간 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에는 윌리엄 에반스의 방식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이렇게 조언했다.
“목숨을 걸어라.”
“……?!”
목숨을 걸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조언은 지금 상황에 딱 걸맞은 조언이었고,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것만 한 만고불변의 진리는 없었으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덕을 제대로 본 이는 최진혁 말고는 없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자신 있게 윌리엄 에반스에게 권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걸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말에 윌리엄 에반스는 떠듬떠듬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나도 수없이 목숨을 걸어서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도달할 동안 내가 건 목숨은 내 노력으로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켜낼 수 있었지. 그리고 나는 네가 건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아니, 신이다. 자, 그럼 이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되겠군. 목숨을 걸어보겠나? 물론 로우 리스크라고 한들 네 목숨이 걸려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말이야.”
“……하겠네.”
“완벽하군.”
그리고 ‘하겠다’라는 윌리엄 에반스라는 말에 최진혁은 말을 꺼내고 나서 처음으로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그럼 다시 들어와라.”
그 말과 함께 여태까지 최진혁에게 들었던 모든 말들을 머리로 그리고 몸으로 기억을 하면서 세 사람이 다시 최진혁에게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더슨은 이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도경수. 들었겠지? 넌 방금 그 말 모두를 기억하면 된다. 정말 쉽지 않나?”
“으득, 투신 님. 부탁합니다.”
-그래, 오늘 꼭 저 녀석의 면상에 주먹 한 번은 꽂아야 직성이 풀리겠어.
“와라!”
그 말과 함께 마계와 정령계에서의 깨달음으로 최진혁과 루더슨 수준은 아니지만 신의 반열에 오른 도경수가 루더슨을 향해 땅을 박찼고, 그런 도경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루더슨도 자신의 애병을 빼내 들었다.
콰앙!
그런 그들의 모습과 함께 심연의 존재들을 막아내기 위한 수련의 나날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 * *
“엘리쟈, 김혜진. 보호막 설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으음, 일단 세계수의 힘이랑 정령계의 힘을 통해서 만들고는 있는데 확실히 힘드네요.”
“흠, 그러면 얼마쯤 걸릴 것 같나? 우리가 떠나기 전에는 완성할 수 있겠나?”
“한 1년 정도죠? 우리가 출발하는 게?”
“그래. 그쯤 될 거다.”
“그 정도라면 충분해요. 세계수를 지구에 연동시키고 그런 연동된 세계수의 힘으로 지구에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는 하나 1년이면 충분하죠.”
“좋아. 그러면 그쪽에 대해서는 전부 너희들에게 일임하도록 하지. 그리고 정령사들을 가르치는 데에 문제는 없나?”
“네, 그것도 괜찮아요. 실피드랑 다른 정령왕들이 정령석들을 많이 공급해 줘서 정령사들을 키우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어요.”
정령석은 정령친화력을 끌어올려 주는 정령계에서만 나오는 돌이다. 그리고 정령왕들이 수만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온 것도 바로 정령석이었다.
그런 정령석들의 수는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았고, 당연히 수십만이 넘는 헌터들에게 수십 개씩 사용해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헌터들 중에서 하급은 물론 중급 정령사가 된 이들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개중 재능이 있는 이는 벌써부터 상급을 바라볼 정도였으니 말 다 하지 않았는가?
“대충 몇 퍼센트나 중급이지?”
“흠, 80퍼센트 정도는 하급이고요. 19퍼센트가 중급 나머지 1퍼센트가 상급이에요. 그리고 이 추세라면 1년 안에 대부분 중급에서 상급은 도달할 것 같고요.”
“좋군. 딱 그 정도만 나오면 바라는 게 없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알았어요!”
힘차게 답을 하는 김혜진의 모습에 최진혁은 피식 웃어 보이고는 알케미가 있는 공방을 향해 걸어갔다.
“알케미.”
“아, 오셨습니까?”
“포션들의 제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이미 알케미에 있는 모든 연금술사들이 달라붙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만 병이 넘는 포션들이 제조되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계속 수고해 주길 바란다.”
“예, 맡겨만 주십쇼.”
그 말과 함께 경례를 하는 알케미의 모습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깥으로 나가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생각했다.
‘루프르스, 네가 하지 못했던 일들은 내가 모두 처리하겠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