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41화
정령계 그리고 지구(3)
“……여기까지 우리가 해온 전투고 전쟁이고 승리였다. 질문 있나?”
최진혁의 모든 말이 끝나기 무섭기 회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의 손이 번쩍 들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최진혁과 같이 싸움을 해나갔던 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던 최진혁은 그중에서 한 사람을 꼽아서 질문을 받았다.
“아즈타. 무슨 질문이지?”
바로 신성제국의 교황, 아즈타였다. 그리고 이어진 아즈타의 질문에 최진혁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답했다.
“……그럼 루프르스 님은 정말 돌아가신 건가?”
“그래, 모든 힘을 내게 건네주고는 사라졌다. 끝인가?”
“……응.”
“그럼 다음 질문을 받겠다.”
그와 함께 최진혁은 무수한 질문의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혁은 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세세하게 답을 해주었다.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한 질문들은 이러했다.
-마계는 멸망한 것인가?
-그럼 이제 정령계는 지구와 하나가 된 것인가?
-심연의 존재들과 전쟁을 할 생각인가?
이렇게 세 개의 질문이 주된 질문이었다. 최진혁은 그 질문들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조금의 떨림도 없이 완벽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마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마계를 다스리는 신인 마신이 니알라토텝의 손에 죽었으며 마계는 니알라토텝의 일부가 되었다.”
“정령계는 지구와 하나가 된 것이 맞으며, 앞으로 지구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공격이나 다른 차원의 침공에 같이 대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자들도 더 늘어날 테니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지구에는 도움이 될 만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심연의 존재들과 싸울 것이다. 아니, 나아가서 그들 모두를 멸절시킬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죽는 것은 확정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물 흐르듯이 완벽한 답변에 김민혁이 최진혁에게 물었다.
“……심연의 존재와의 전쟁에서 싸우는 인물은 어떻게 뽑으실 겁니까?”
“강요하지 않을 거다. 원하는 이들만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 어차피 강제로 뽑는다고 한들 제대로 된 전쟁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느 나라를 대상으로 사람들을 뽑을 생각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김민혁의 말에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전 세계.”
그 말과 함께 전 세계를 향한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에서 함께 싸울 병사 뽑기가 시작되었다.
* * *
회의실에서 있었던 모든 내용들은 녹음 및 촬영이 되고 있었고, 회의가 끝난 이후 그 모든 내용들은 세상에 있는 모든 방송국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최진혁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 같은데…… 틀린가?”
“아니, 네 말이 맞다.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널렸군.”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최진혁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딱 지금의 그들에게 필요한 인재상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싸우려고 하는 이들은 수만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괴물 중의 괴물이었기에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마음가짐이 없는 이들은 그들의 앞에 제대로 설 수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아, 내가 이런 자리에 앉아 있게 되다니 세상 참…….”
“뭐, 좋지 않은가? 매일 피 튀기는 전장에 서 있다가 이렇게 인재를 가리는 자리에 앉다니 말이야.”
“그게 불편하다는 거다.”
“그저 그러려니 해라. 다음 사람 들여보내라.”
불편한 기색을 숨김없이 내보내고 있는 루더슨의 모습에 최진혁은 그 모습이 퍽이나 웃긴지 바깥에 다른 이를 들여보내라 외쳤고,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윌리엄?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지구를 지킨다는 자네의 말을 듣고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네.”
“왠지 바깥이 시끄럽다 했더니…… 당신에게 무슨 면접이 필요하겠나? 합격이다.”
“그거참 고맙군.”
“그런데 미국을 하나로 만들고 지키기 위해 바쁘다고 하더니 시간은 있나 보군?”
“지구 안에 미국이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흐허허허.”
그 말과 함께 의자를 드르륵 밀고 자리에서 일어난 윌리엄은 껄껄 웃으면서 면접장 바깥으로 나갔고, 그런 윌리엄의 모습에 최진혁을 비롯한 루더슨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최진혁은 또다시 바깥을 향해 외쳤다.
“다음!”
아직 면접은 끝나지 않았다.
* * *
워낙 많은 이들을 뽑아야 하기에 당연히 며칠로는 시간이 모자랐다. 그렇기에 면접은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최진혁은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쟁을 위한 병사들을 추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 달간의 노고의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장관이군.”
“거기에 대해서 반대를 할 수가 없을 것 같군.”
무려 수십 만의 헌터들이 나열해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능력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전원 A급 이상의 헌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S급과 SS급 나아가서 SSS급 헌터들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자 걱정되는 마음이 루더슨의 마음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전쟁에 투입되면 지구는 누가 지키지? 여기 있는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루더슨의 걱정에 최진혁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루더슨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더 이상 지구에는 아르말딘 대륙의 사람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군. 그들을 깜빡했어.”
그 말과 함께 루더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지구에 완벽하게 녹아든 정령계의 모습을 말이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정령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으며 드높은 창공에는 상급 정령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눈에 보이게 가시화된 정령들과 어린아이들은 수십 년 지기 친구가 된 것처럼 같이 놀고 있었다.
저렇게 어릴 때부터 정령과 붙어서 살면 저들은 자라서 엘프 버금가는 아니, 엘프를 넘어서는 정령사가 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루더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미래는 밝겠군. 그 어느 세계, 차원보다 말이야.”
정령계가 지구와 하나가 되면서 엘프들의 이그드라실만으로 정화되고 있던 지구는 완벽하게 태초의 모습 그대로 정화가 되었다.
물론 이후로 계속해서 환경 파괴가 일어나면 본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지만 이미 지구의 대부분의 환경 파괴 요인들은 몬스터들의 거센 발길질 아래에 무참히 파괴된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정령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살 만한 환경임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강성해져 가는 정령사가 될 인재들은 후에 지구의 큰 전력이 될 것은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최진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수십만의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
갑자기 최진혁의 입에서 훈련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모여 있던 헌터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물음표가 나타났다.
그들은 심연의 존재라는 사상 최강, 사상 최악의 괴물들과의 전쟁을 위해 모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들은 업계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인물들이었고, 나름대로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훈련이라는 말이 당연히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최진혁의 말에 그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약하다. 너희들 본인은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내 옆에 있는 루더슨의 기준으로 보면 너희는 한없이 약하다. 마치 태양 앞에 선 반딧불이 지금 현재 너희의 수준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그들은 최진혁의 말에 발끈했다.
“당신이 뭔데 우리에게 그런……!”
“자신 있으면 단상 위로 올라와 이 녀석과 싸워서 이겨봐라. 그러면 내가 했던 말들을 모조리 취소하지.”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의 옆에는 둠 나이트 한 기가 오연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둠 나이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멸의 기운에 발끈하던 헌터는 언제 발끈했냐는 듯이 자리에 꺼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런 헌터의 모습에 최진혁이 주위를 훑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 정도가 아니라 데스나이트 수준이다.”
“……그럼 그 녀석들과 함께 싸우면 되지 우리는 왜 필요합니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면 소는 뭘로 잡아야 하지?”
“…….”
자신들을 닭 잡는 칼로 비유하는 최진혁이었지만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이들은 이곳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심연의 존재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이들도 있는 반면 이 녀석이 정말 심연의 존재가 맞나? 하는 녀석들도 있을 거다. 그런 녀석들이 너희의 상대다. 그리고 우리는 너희를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도록 훈련시키겠다는 의미다. 물론 이미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한 녀석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훈련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은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로 너희들은 정령과 계약을 할 거다. 현재 지구는 정령계와 하나가 된 상태이며 너희들의 정령친화력은 하나가 되기 이전과는 비할 바 없이 강화된 상태다. 즉, 정령과 계약하기 딱 좋은 상태라는 말이지. 내 최종 목표는 모든 이들이 중급 정령과 계약하는 거다. 물론 상급이면 더 좋고, 최상급이면 더더욱 좋다.”
정령이라는 말에 강함을 갈구하는 헌터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하지만 정령이 끝이 아니라는 듯이 최진혁의 말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장비다. 너희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장비빨, 템빨은 실제로 존재한다. 심연의 존재들과의 전투에서 장비들은 너희에게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없겠지. 훈련을 받는 동안 너희들은 드워프들이 손수, 그것도 맞춤 제작으로 만들어진 장비들을 받게 될 거다.”
최진혁의 말대로 좋은 장비들은 충분히 여벌 목숨이라고 불릴 만하다는 것을 알기에 헌터들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무려 드워프제 장비들이었다. 대기표를 받아도 얻기 힘든 것이 드워프제였는데 그런 장비들을 공짜로, 그것도 맞춤 제작된 장비들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최진혁의 마지막 말에 묻혔다.
“세 번째다. 너희들은 검 혹은 마법을 사용하지. 나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너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줄 것이며 루더슨을 비롯한 기사들이 너희에게 검술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것이 아마 너희에게 가장 크게 와닿게 되겠지. 물론 이 과정에서 마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영약들도 지급될 거다.”
“……우와아아아!”
최진혁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헌터들은 세상이 떠나가라 함성을 내질렀고, 그런 헌터들의 모습을 최진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