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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40화 (140/149)

리치, 헌터가 되다! 140화

정령계 그리고 지구 (2)

“일단 엘프 왕국부터 가보도록 하지.”

“……찬성.”

“으음, 난 아무래도 좋아.”

최진혁의 말에 엘리쟈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김혜진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렇게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기 무섭게 최진혁은 손을 튕겼다.

츠츠츠…….

“이건?”

“텔레포트 게이트다. 인원도 인원이니까 걸어가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낫지 않겠나?”

“오, 아저씨 센스!”

-……너희들은 참으로 태평하구나.

웃으며 떠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갑작스레 합쳐진 정령계와 지구의 모습에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실피드만이 얼이 빠진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면서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 먼저 가보겠다. 알아서 따라오도록.

“실피드, 화났나 본데?”

“저 녀석은 원래 저런 녀석이니 신경 쓰지 마라. 그럼 우리도 가보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최진혁도 실피드의 뒤를 따라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고, 그 뒤를 김혜진과 도경수 그리고 엘리쟈 등이 뒤따랐다.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 그들은 엘프 왕국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 엘리쟈 님?”

“아,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

물론 갑작스레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엘프 왕국 내부에 경비를 서던 경비병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엘리쟈를 알아보고는 심호흡을 하면서 물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엘리쟈는 그녀의 아버지 엘라드의 행방을 물었다.

“엘라드 님께서는 집무실에 계십니다. 엘리쟈 님께서 사라지신 이후로 일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이거 의도치 않게 불효를 한 것 같은데?”

“원래 불효녀였으니 별 상관없지 않나?”

“……바보.”

최진혁의 이죽거림에 엘리쟈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엘라드의 집무실을 향해 척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엘리쟈를 뒤를 최진혁이 따라가며 말했다.

“실피드.”

-……뭐.

“다른 정령왕들과 함께 따라와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엘라드에게 설명은 해줘야 할 것 아니냐.”

-쯧, 알았다.

최진혁의 부름에 실피드는 혀를 차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정령왕들과 함께 최진혁의 뒤를 따라갔다.

“아저씨! 그러면 우리는?”

“너희는 여기서 쉬고 있어라. 금방 다녀올 테니까.”

“오케이!”

휴식 명령을 싫어할 리가 없었기에 김혜진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런 김혜진의 주위에 도경수와 루더슨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은 이내 발걸음을 돌려 엘라드의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똑똑

“들어오게.”

“아빠!”

“……? 엘리쟈? 다행이구나. 반년간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나는 네가 어찌 된 줄 알고 무척이나 걱정을 했단다.”

그렇게 말을 하는 엘라드의 눈가에 맺힌 눈물에 엘리쟈의 왕방울만 한 두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부녀간의 감동적인 상봉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눈물겨운 상봉도 좋지만 지금은 다른 것에 대해서 의논을 나눠야 한다는 점. 미리 말해둬야겠군.”

“……최진혁? 너도 돌아온 건가?”

“말투를 보아하니 나는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투인데?”

“크흠흠, 그런데 그건 무슨 의미지? 다른 것에 대해서 의논을 나눈다니?”

“쯧, 엘리쟈가 무엇 때문에 지구를 떠난 건지를 벌써 잊은 건가?”

“……아!”

그제야 엘리쟈가 왜 자신의 곁을 떠났었는지를 기억해 낸 엘라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최진혁에게 물었다.

“……잘된 건가?”

“잘되었으니 엘리쟈가 여기 서 있는 것 아니겠나?”

“그것도 그렇군……. 잘된 일이야.”

“아, 그리고 소개시켜 줄 이들이 있다. 몇 번 봤을지도 모르겠군. 나와봐라.”

최진혁의 그 말에 엘라드가 의아한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집무실 문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

-오랜만이다. 엘라드.

“시…… 실피드?”

-그래, 내 이름 실피드 맞으니까 그만 좀 놀라라. 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니까.

실피드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힘은 결코 소환된 상태에서는 느껴질 수 없는 힘이었기에 엘라드는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실피드도 마찬가지였기에 딱히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실피드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실피드의 등장에 엘라드가 놀라고 있을 때, 이어진 나머지 정령왕들의 향연에 엘라드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허어억! 대체 이게 무슨…….”

“인사해라. 앞으로 지구에 신세 지게 될 이들이니까.”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최진혁.”

이어진 최진혁의 말에 엘라드는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런 엘라드의 질문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순순히 답해주었다.

정령계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이다.

정령신의 시험을 통과하고 정령신의 후보가 되었던 일을 비롯해서 마계에 갔던 일과 그곳에서 마신과 악신을 처리하고 니알라토텝을 만났던 일과 마지막으로 정령계에서 싸운 니알라토텝에 관한 이야기 전부를 말이다.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군…….”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설명은 모두 들은 엘라드는 침음을 삼키더니 이내 최진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말했다.

“수고했다. 너도 그리고 엘리쟈도. 나아가서 모두가 수고했어.”

“칭찬을 듣자고 한 일이 아닌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테니 한마디만 하겠다.”

“뭐지?”

“전부 다 이곳으로 불러라. 당장.”

“……?”

최진혁의 입에서 튀어나온 전부 다 부르라는 말에 엘라드는 얼빠진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대체 누구를……?”

그리고 그런 엘라드의 질문에 최진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나와 관련된 이들 전부를 말하는 거다.”

그와 함께 엘라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하지 않은 일들도 산더미였지만 말이다.

* * *

“이걸로 다 모인 건가?”

“그래, 지금 각자 하던 일들 모두 제쳐놓고 네 부름에 답한 사람들이다. 아, 정확하게는 사람과 이종족들이군.”

최진혁의 말에 엘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리고 그런 엘라드의 말에 최진혁은 주위를 쫘악 훑어보면서 말했다.

“두르간에 미셸 거기에 김민혁.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로 가득하군.”

“끌끌, 내게서 가져간 로브는 마음에 드나?”

“훌륭하더군. 몇 번이나 내 목숨을 지켜줬는지 셀 수가 없더군. 안타깝게도 그런 탓에 얼마나 목숨을 구제되었는지 알 방도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크크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녀석은 제 역할을 한 거지.”

자신이 만든 로브의 활약상을 얼추 들은 두르간은 최진혁의 그 말에 진심으로 기꺼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신이 된 최진혁 아닌가? 그런 그조차 자신이 만든 장비를 칭찬했으니 그의 실력은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낄낄대고 있는 두르간을 뒤로한 채, 최진혁은 자신의 부하 1호나 다름없는 미셸을 바라보면서 답했다.

“8서클이라……. 훌륭하구나 미셸.”

“……모두 다 주인님의 덕입니다. 그래도 아직 주인님이 도달했던 경지인 9서클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런 너를 위한 선물은 충분히 준비했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최진혁의 말에 자신의 경지를 부끄러워하던 미셸은 무척이나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신이 된 최진혁이 준비한 선물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미셸의 생각대로 최진혁의 선물은 범상치 않았다.

츠츠츠…….

“받아라.”

“읏! 감사합니다.”

최진혁의 아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주머니 하나를 받아 든 미셸은 당황하던 것도 잠시 의아한 얼굴로 주머니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이건 뭐죠?”

“열어봐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테니까.”

“네…….”

부스럭…….

최진혁의 말에 미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최진혁이 건네준 주머니를 열었고 이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마계를 토벌하다 보니 남아도는 게 마족들의 심장이더군. 지금의 너에게 딱 필요한 물건이 아닐까 싶다. 지금 너의 깨달음 정도는 이미 9서클인 것 같으니까 말이야.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바로 마나다. 그것들을 잘 너의 것으로 녹여내도록.”

“……감사합니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족들의 심장이었다.

남작급부터 시작해서 대공급까지 골고루 가득한 마족들의 심장에 미셸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 더해서 중간중간 섞여 있는 마왕급 심장까지 발견한 미셸은 까무러칠 뻔했지만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를 기억해 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윌리엄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

“그 녀석이야 뭐…… 미국에서 한창 바쁩니다. 곧 있으면 아마 예전처럼은 되지 못해도 하나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미셸의 말에 최진혁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윌리엄 에반스라면 충분히 전력상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부터 소드 엠퍼러급의 인물이었기에 돌아온 지금 어느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을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이를 억지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최진혁은 더 이상 윌리엄 에반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고는 마지막 남은 인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민혁.”

“오랜만입니다. 최진혁 씨.”

바로 자신이 지구에 처음 왔을 때부터 연을 유지하고 있던 김민혁이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오랜만에 김민혁을 만난 최진혁은 김민혁의 성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드 엠퍼러를 넘보는 것도 모자라 최상급 정령까지 다루다니…… 이 정도면 충분히 소드 엠퍼러와도 해볼 만하겠군.”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직 총협회장님에게는 안 됩니다.”

다름 아니라 떠나기 전보다 비약적으로 강해진 김민혁의 모습은 최진혁에게 놀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그의 곁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되물었다.

“성지혁은 어디 있지?”

“아, 협회장님이라면 저를 대신해서 열심히 공무를 보고 계실 겁니다. 요즘 워낙 바빠서 두 사람 다 나오기에는 힘들었거든요. 제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겼습니다.”

“요즘 따라 바쁘긴 한가 보군?”

“그렇죠. 최근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빈도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조금 위험합니다.”

김민혁의 말에 본격적으로 심연의 존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얼추 눈치챈 최진혁은 더 이상의 잡담은 없다는 듯이 책상을 한 번 두들기고 회의를 시작하려고 했다.

쾅!

“잠까안! 나를 빼놓고 회의를 진행하면 안 되지!”

“……아즈타?”

백색의 로브를 차려입은 아즈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그렇게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온 아즈타는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비어 있는 자리 하나에 털썩 주저앉고는 입을 열었다.

“됐어. 이제 해도 돼.”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다.”

그런 아즈타를 뒤로한 채로 최진혁은 회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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