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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38화 (138/149)

리치, 헌터가 되다! 138화

니알라토텝(4)

“하…… 하하…… 흐하하하!! 재밌군요. 재밌어. 수만 년 동안 저를 이렇게 몰아넣은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그래? 그것참 영광이로군. 그러면 혹시 너를 처음으로 죽일 기회도 주지 않겠나?”

광소를 터뜨리는 니알라토텝과는 대조되게 최진혁은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면서 물었고,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겠다는 최진혁의 말에 니알라토텝은 과장되게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짝짝짝!

“암! 암 그렇고말고. 가져가시죠. 가져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쿠오오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말에 니알라토텝은 진심으로 재미가 있는지 미친 듯이 웃어젖히다가 이내 정색을 하면서 외쳤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이 니알라토텝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더러워지고 탁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꺼림칙한 힘에 최진혁은 순식간에 니알라토텝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니알라토텝에게 물었다.

“그게 네 녀석의 힘인가?”

“흐으, 심연 그 자체이신 아자토스 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저 또한 심연의 힘을 다룰 줄 아는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 어디 한번 심연의 압도적인 힘을 맛보시길!”

“……큭.”

쿠구구구!

그 말과 함께 자신을 향해 응어리져서 날아온 심연의 구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침음을 삼키면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심연의 구들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파앙! 파앙! 파앙!

최진혁의 본 스피어들이 허공을 날아 자신의 주인을 노리는 검은 색의 구들을 터뜨려 댔다. 하지만 심연의 구들의 수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최진혁 혼자서 막기에는 말이다.

휘오오오!

-……괜찮나?

“아아, 그래. 간신히 괜찮아졌군. 조금만 늦었다면 안 괜찮을 뻔했어.”

-입은 아직도 잘 살아서 움직이는군.

하지만 최진혁은 혼자가 아니었다. 거센 바람과 함께 심연의 구들을 하늘 높이 날려 버린 실피드의 말에 최진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답했고,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실피드는 그러면 그렇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최진혁의 옆에 나란히 섰다.

“아아, 참 힘겨운 싸움이 되겠어.”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닌데?

“……들켰나?”

-쯧, 언제나 한결같은 녀석 같으니.

“그 힘겨운 싸움 동참하도록 하지.”

“……나도 함께할게. 진혁아.”

-우리를 빼먹으면 섭섭하지!

-……정령계는 저희의 세계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빠지면 말이 안 되지!

“아저씨! 우리도 왔어!”

“최진혁 씨!”

그리고 그런 최진혁과 실피드의 대화에 루더슨이 끼어들었으며 엘리쟈가 동참했다. 거기에 실피드를 제외한 세 명의 정령왕들이 더해졌고, 언제 도착했는지 김혜진과 도경수마저 어느새 그들의 곁에 서 있었다.

순식간에 단 두 명에서 아홉 명이라는 대인원으로 불어나자 광소를 터뜨리던 니알라토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약한 도경수마저 하위 신 이상 가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홀로 그들을 상대하려던 니알라토텝은 전술을 바꾸었다. 상대가 수를 늘렸다면 그도 수를 늘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령들이여! 그대들의 진정한 주인을 위해 당장 이곳으로 모여라!”

바로 타락한 정령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가 이곳을 침공하기 전만 해도 수십만에 달하는 정령들이 타락한 상태로 그의 명령에 복종했었다.

그렇기에 그는 곧 자신의 앞에 그들이 모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산조각 났다.

“……어째서? 어째서 안 오는 거냔 말이다! 당장 내 앞에 모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거, 우리 애들이 일을 잘했나 보군. 안 그런가? 루더슨?”

“그렇군. 무슨 선물을 주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가 않는데…… 너는 알고 있나?”

“흐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저 녀석의 목 정도면 충분한 선물이 되지 않겠나?”

“호오, 그거 꽤 괜찮은 선물 같군. 두 아이가 아주 좋아하겠어.”

“으…… 으으으, 감히 나를 선물 보따리 취급을 해!”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니알라토텝이 거세게 일갈했다. 자신의 목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하는 두 사람의 말은 수만 년의 세월 동안 단련된 니알라토텝의 멘탈을 긁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분노를 토해내는 니알라토텝의 모습은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 같았지만 다른 방향에서 보면 하나의 괴물 같았다.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그들의 눈에 보이는 니알라토텝은 어찌 되었든 괴물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완전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니알라토텝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상을 지켜내려는 영웅들에게 달려드는 괴물의 모습과 같았다. 그리고 그런 괴물을 바라보며 아홉 명의 영웅들의 수장처럼 그들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내, 최진혁의 입이 열렸다.

“그럼 최악의 괴물을 상대로 살아서 봤으면 좋겠군.”

따악!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의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정령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드드득!

땅에서 솟아오른 백색의 사슬들이 니알라토텝의 전신을 옭아매었다. 좀 전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온전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니알라토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챵!

신조차 옭아맬 수 있을 것 같았던 백색 사슬은 니알라토텝이 힘을 한 번 주기 무섭게 박살이 나서 사라졌다.

“크아아악!”

그렇게 백색 사슬을 유리처럼 부숴버린 니알라토텝이 쩌렁쩌렁한 고함을 내질렀다.

“시끄럽다.”

쾅!

하지만 그런 니알라토텝은 이어진 루더슨의 공격에 얻어맞고 까마득한 상공에서부터 지상까지 수직 하락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런 충격을 받고도 니알라토텝은 멀쩡한 모습으로 땅을 박찼다.

쿠웅!

니알라토텝은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충격과 함께 다시 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맞이한 것은 그의 적들이 아니었다.

키이잉!

-합격기.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냐!

이미 한번 겪어본 적, 아니, 맞아본 적이 있는 사대 정령왕 모두의 힘이 담긴 합격기가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맞아봐서인지 아니면 그 안에 담긴 힘을 느낀 것인지 니알라토텝은 당황해하면서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비튼 그곳에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린 채 브레스를 쏘아낼 준비를 하는 본 드래곤이 커다란 뼈로 이루어진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푸화아아악!

“크아아아…….”

산도 녹여 버릴 것 같은 애시드 브레스에 니알라토텝이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두 손을 허공에 붕붕 휘둘렀다.

퍼석! 퍼서석!

그리고 그런 니알라토텝의 공격 같지도 않은 공격에 최강의 언데드라고 불리던 본 드래곤이 수수깡처럼 박살 나더니 이내 지상으로 떨어졌다.

“쿠우…… 쿠어어…….”

하지만 본 드래곤의 브레스는 어느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 니알라토텝이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런 니알라토텝에게 사대 정령왕의 합격기가 작렬했다.

파스슥!

사대 정령왕의 힘 모두가 집약되어 있는 합격기를 간신히 피해냈지만 온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는지 니알라토텝의 한쪽 팔이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사라진 자신의 팔을 바라보던 니알라토텝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낼 때였다. 으스스한 목소리가 니알라토텝을 감쌌다.

-검을 들어라! 그리고 찔러!

-위대하신 죽음의 군주를 위하여!

-위하여!

본 와이번의 등에 올라타 있는 수십 명의 둠 나이트들이 본 와이번의 옆구리를 차면서 외쳤고, 그런 둠 나이트들의 행동에 본 와이번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니알라토텝을 공격했다.

데크가 없는 탓에 죽음의 기운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루프르스의 힘이 담긴 무구들로 무장한 둠 나이트들의 공격은 니알라토텝에게 유의미한 피해들을 차곡차곡 누적시키기 시작했다.

“솟아올라라!”

“세계수여!”

그와 함께 두 여성의 청아한 목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고, 이내 그들이 있는 까마득한 상공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타난 나무는 이내 정화의 기운을 주위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런 정화의 기운에 안 그래도 둠 나이트들의 합공에 정신을 못 차리던 니알라토텝의 방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니알라토텝의 전신에는 얕은 상처뿐만이 아니라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처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니알라토텝의 전신에 상처들을 문신처럼 새겨주던 둠 나이트들의 최후는 허망했다.

퍼버버벅!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휘두른 니알라토텝의 두 주먹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나 주위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그렇게 둠 나이트를 깨부숴 버린 니알라토텝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으으……. 투신류 오의, 신살권!”

퍼엉!

어느새 니알라토텝의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주먹을 쥔 채로 자세를 잡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신살권이라는 말과 함께 주먹이 내질러졌고, 그 주먹에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니알라토텝은 움푹 파인 복부와 함께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그렇게 허공을 날아가던 니알라토텝은 한 사람에 의해서 멈춰 세워졌다.

“이거 제대로 찾아오셨군.”

“……크으으.”

바로 최진혁의 앞에 말이다. 거대한 뼈 벽에 의해서 날아가던 것은 멈춰졌지만 더 큰 위험이 니알라토텝에게 도사리고 있었다.

“9대1 참으로 좋은 어감이지 않나?”

“크아아악!”

이죽거리면서 말하는 최진혁의 목소리에 니알라토텝은 괴성을 내지르면서 달려들었고, 그런 니알라토텝을 향해 최진혁을 비롯한 9인의 영웅들이 달려들었다.

쾅!

* * *

“크으……. 흐하하하! 대단하군. 대단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려본 것도 처음인 것 같군. 쿨럭.”

그렇게 말을 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니알라토텝이 검은 피를 토해냈다.

그런 니알라토텝을 9인의 영웅들이 싸늘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죽음을 앞둔 니알라토텝은 그리 겁먹은 듯한 얼굴이 아니었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니알라토텝.”

최진혁의 말에 니알라토텝은 재밌는 얘기를 들은 것처럼 미친 듯이 웃어대었다.

“죽어? 내가? 아니, 나는 죽지 않는다. 분신이 죽었는데 본신이 죽는 경우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흐하하하!”

“……?!”

그리고 이어진 니알라토텝의 말에 말을 건 최진혁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어렸다.

그도 그럴 것이 9명이 목숨을 걸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수십 시간 동안 싸운 끝에 겨우 죽음에 몰아넣었는데 본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맥이 탁 풀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최진혁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말을 하는 최진혁의 손에는 어느새 뼈 검이 들려 있었다. 루프르스의 힘이 듬뿍 담긴 뼈 검이 말이다.

“죽여보면 알겠지.”

“크흐, 그래. 그러면 되겠지. 그러면 다음번에는 그분과 함께 보게 되겠군. 물론 그때는 본체겠지. 그때도 잘 부탁하겠다.”

“…….”

푸욱!

니알라토텝의 말에 최진혁은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뼈 검으로 니알라토템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리고 니알라토텝은 가슴이 꿰뚫렸음에도 불구하고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고 스르륵 사라졌다.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최진혁을 비롯한 8인은 착잡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마지막 말 때문에 맥이 풀렸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최진혁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우리가 이겼다.”

최종 승자는 니알라토텝이 아니라 그들이었다. 라는 점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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