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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37화 (137/149)

리치, 헌터가 되다! 137화

니알라토텝(3)

-으으으…….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괜찮아. 이제 나머지는 왕께서 도와주실 거야.

-……미안해.

-……네 잘못이 아니야.

루미와 데크가 만들어낸 결과에 타락했던 정령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다른 정령들이 보듬어주었다.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꽤나 효과가 있었는지 고통을 호소하던 이들은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그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사죄에 정령들은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그들의 용서에 타락했던 정령들은 마지막으로 타락의 흔적이 맺힌 검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정령들은 이내 또다시 몰려오는 고통에 기절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정령들은 군말 없이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은 데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데크. 이걸로 한숨 돌려도 되겠군.”

-헤헤, 고마워 아빠!

“루미,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옆에서는 루더슨이 최진혁과 마찬가지로 루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전의 일을 칭찬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아이와도 같은 두 정령왕들을 칭찬하던 두 사람은 어쩌다 눈이 맞았고, 이내 헛기침을 하면서 뻘쭘함을 털어내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였다.

쾅쾅쾅! 투쾅!

-……커억!

“……실피드?”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날아와 최진혁과 루더슨의 앞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인영은 다름 아니라 니알라토텝과 전투 중이던 실피드였다.

-……크으, 이거 진짜 죽겠네. 너희도 빨리 와서 도와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정령들은 모두 원래대로 돌렸다?”

-……뭐? 쯧,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지하게 감사 인사를 할 시간이 없는 점은 미안하군.

“애초에 그런 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마음 쓰지 마라. 그런데 괜찮나?”

-쿨럭, 괜찮을 리가. 니알라토텝의 기운이 안으로 스며들었는지 죽을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멀쩡한가 보군.”

-……됐고, 빨리 와라. 먼저 가마.

파앙!

그 말과 함께 실피드는 몸을 툭툭 털고는 자리를 박찼다. 그와 함께 거센 바람이 불어와 실피드를 단숨에 방금까지 싸우던 장소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진혁이 고개를 돌려 루더슨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도 가도록 하지.”

“……그래, 빨리 가야 할 것 같군.”

루더슨의 말대로 저 멀리서 보이는 것만 봐도 정령왕들 쪽이 열세로 보였다.

니알라토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공격을 막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령왕들을 몰아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 싸움으로…….”

“……정령계와의 전쟁은 끝을 맺겠군.”

그렇게 말을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린 두 사람은 방금 사라진 실피드에게 뒤지지 않는 속도로 니알라토텝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데크! 갔다 올 동안 나머지 정령들을 부탁한다!”

-응! 루미랑 잘하고 있을게!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데크는 손을 붕붕 흔들면서 인사를 해주었고, 이내 루미의 손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그럼 일하러 가자!

-……응!

그렇게 두 사람, 아니, 두 정령왕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타락한 정령들을 본래의 모습을 돌려보내기 위해서 자신들의 요정 같은 날개를 팔락이면서 뽀르르 날아갔다.

* * *

콰앙!

“어라? 이 정도인가요? 분명 저를 죽이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재밌는 농담이었나 보군요?”

-……크으, 이 망할 자식이.

-뒤져!

화르르륵!

“어이쿠!”

쩌어억! 덥석!

니알라토텝의 이죽거림에 실피드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을 때, 이프리트가 그 빈틈을 노려 불길을 쏘아냈다.

닿으면 죽을 때까지 타오르는 지옥의 겁화였다. 하지만 그런 불길은 니알라토텝의 앞에 나타난 무언가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니알라토텝이 또다시 이죽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아, 다행이네요. 불에 닿았으면 조금 뜨거울 뻔했네요. 제가 뜨거운 건 질색이라. 고마워.”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이프리트의 불길을 집어삼킨 커다란 개의 형상을 한 무언가의 머리를 쓰다듬는 니알라토텝의 모습에 공격을 한 이프리트는 물론이고 다른 정령왕들마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들은 모두가 다른 생김새, 다른 능력을 사용하지만 전체적인 힘의 총량만은 비슷했다. 즉, 지금 니알라토텝이 이프리트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정령왕들에게 하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이들이 인상을 구기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살아온 세월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히…… 네 녀석이 우릴 무시해?

-한 번에 간다. 모두.

-……오랜만인데 잘될까?

-안 되면 되게 해!

“호오……? 재밌는 걸 하시려는 것 같은데 한번 지켜봐 드리죠.”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사람의 표정과 말투에 합격기를 준비하는 정령왕들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팼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정령왕들은 기운을 모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불, 물, 바람, 땅. 이렇게 네 가지의 기운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바람은 불을 키워주었고, 물은 땅을 단단하게 해주는 등, 서로서로의 힘이 그들의 힘을 강하게 증폭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런 힘은 1+1은 2가 아니라 5 혹은 10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점점 불어나는 그들의 힘에 여유로운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던 니알라토텝의 미소가 사라졌다.

“……확실히 정령왕들의 힘이 한데 모이니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군요. 이건 피해야…….”

그리고 결국 니알라토텝은 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정도 능력이라면 그의 애완견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전신이 터져 나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힘을 모으느라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있던 실피드가 거칠게 일갈했다.

-최진혁!

“……언제?!”

“그래, 이렇게 해주면 되는 거겠지?”

드드드득!

실피드의 외침에 니알라토텝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고, 그 자리에는 최진혁과 루더슨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최진혁은 손가락을 까딱였고, 까마득한 상공에 떠 있던 니알라토텝을 향해 백색의 뼈로 이루어진 사슬들이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니알라토텝을 구속했다.

“크윽…….”

자신의 전신을 구속하는 뼈 사슬을 바라보면서 니알라토텝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니알라토텝의 침음에 최진혁이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안 풀리지? 안 풀릴 거야. 왜냐하면 거기에 루프르스가 내게 남긴 힘을 듬뿍 담았거든. 제아무리 네가 대단해도 꽤 시간이 걸릴 거다.”

“……크윽, 이까짓 사슬 따위…….”

“그래? 어디 한번 해봐. 일단 저 공격부터 피해야 할 테지만.”

“……뭐? 크아아악!”

최진혁의 그 말에 사슬을 끊어내려고 발버둥 치던 니알라토텝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최진혁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고,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정령왕들의 합격기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런 니알라토텝을 뒤로한 채, 최진혁이 정령왕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며 말했다.

“괜찮나.”

-허억……. 허억……. 합격기에서 힘을 좀 쓰긴 했지만…… 버틸 만하다.

“다른 이들은?”

-……우리도 괜찮아. 실피드랑 똑같아. 힘 좀 빠지고 머리가 조금 어질어질하는 정도?

실피드에 이어서 이프리트까지 그렇게 말하자 최진혁이 알았다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였다.

“……최진혁!”

카앙!

“……루더슨?”

최진혁의 등 뒤에서 카랑한 쇳소리와 함께 최진혁을 부르는 루더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루더슨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최진혁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공격을 맞고도 살아 있다니.”

“크흐, 너희 같은 버러지들의 공격을 맞고 죽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꾸드드득!

최진혁의 말에 루더슨의 검을 마치 괴물처럼 변한 손으로 부여잡고 있던 니알라토텝이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답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니알라토텝의 얼굴은 마치 야차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실피드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니알라토텝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그 공격을 맞고도 그렇게 서 있는 거지?

실피드의 반응은 당연했다. 정령왕 네 명의 힘이 모두 모여서 서로서로의 힘을 강화시켜 주면서 만들어낸 합격기에 담긴 힘은 무척이나 강맹했다.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부숴 버릴 정도로 말이다. 거기에 더해서 루프르스의 힘이 더해진 최진혁의 백색 사슬로 모든 움직임을 제약받은 니알라토텝은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로 공격을 허용했다.

그렇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니알라토텝은 상처는 입었을지언정 살아서 루더슨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니알라토텝 쪽이 더 우세했다. 전신에 상처가 수북하고 거기에 더해서 상처에서는 다른 이들처럼 붉은 피가 아닌 검은 피가 소나기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맹해진 기운을 줄기처럼 뿌려대고 있었다.

“나를 너희 같은 하등한 생물로 생각하지 마라!!! 나는 아자토스 님을 섬기는 오른팔 니알라토텝이다. 너희들의 하등한 공격 따위로는 나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지이이잉…….

“……크윽, 귀가.”

그리고 그런 니알라토텝의 목소리에 정령왕들은 물론이고 최진혁과 루더슨까지도 귀를 붙잡으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니알라토텝의 외침 목소리에는 그의 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신들 너덧 명을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한 그의 힘이 담긴 목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무기가 되었다.

음공이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인 목소리 공격에 당한 정령왕들을 비롯한 최진혁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니알라토텝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진혁! 네놈을 죽이고 루프르스의 힘을 가져가겠다!”

아니, 정확하게는 최진혁을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외치면서 날카로운 검처럼 변한 손을 검처럼 휘두르면서 달려오는 니알라토텝의 모습에 최진혁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실드를 사용했다.

“……실드.”

“흐하하하! 소용없다!”

하지만 평범한 실드로 미쳐 날뛰는 니알라토텝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렇게 니알라토텝은 마치 유리창을 부수듯이 최진혁이 만들어낸 실드를 부수면서 최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죽어라!”

원래의 신사적인 듯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난폭한 괴물의 모습으로 최진혁의 실드들을 모조리 박살 낸 니알라토텝이 이제는 최진혁의 몸을 난도질하려고 할 때였다.

꾸드드득!

“……컥! 이건 또 뭐냐!”

“휴우, 다행히 늦지는 않았네.”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덩굴들이 니알라토텝의 전신을 옭아매었다. 그리고 이내 지상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괜찮아?”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혜진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혜진의 곁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진혁아!”

“최진혁 씨!”

바로 엘리쟈와 도경수였다. 지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세 사람을 보면서 최진혁이 미소 지으며 눈앞에서 덩굴에 묶여 있는 니알라토텝을 바라보며 말했다.

“완전체가 모였는데 감당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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