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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34화 (134/149)

리치, 헌터가 되다! 134화

정화(3)

“그럼 이제 정화를 시작하겠다.”

도경수가 전신 개조를 받고 있던 그 시각 다시 감옥으로 돌아온 최진혁은 곧장 대규모 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데크.”

-응!

“시작하도록 하지.”

-알았어!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말에 데크는 자신의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데크의 전신에서 어둠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그러고는 이내 감옥 전체를 휘감았다.

만 단위가 넘는 감옥이 이내 데크의 전신에서 피어오른 어둠에 잠식되어 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최진혁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보았다.

푸스스스…….

그렇게 데크의 몸에서 피어오른 어둠들이 감옥들을 완전히 뒤덮자 데크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데크! 정신을 집중해라.”

-으으…… 알았…….

-내 힘을 보태주지.

-나도.

-나도 보태주겠다.

-……나도 보탤게.

하지만 그렇게 넓은 감옥 안에 들어가 있는 정령들의 수며 질은 어마어마했기에 데크의 힘으로 그들 전부를 한꺼번에 정화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회의장을 빠져나왔던 네 정령왕들이 힘들어하는 데크의 등에 손을 대었고, 이내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이 수만 년 동안 모아온 힘들을 데크에게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힘들어하던 데크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이내 그 자리에는 어린애 같던 데크가 아니라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듯한 모습의 데크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겉모습이 증명하듯이 감옥들을 휘감은 어둠은 점점 짙어져 갔고, 이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거기까지 확인한 정령왕들은 데크의 등에 올려둔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되겠네.

-그래, 뒤에 루미에게도 전달해 줘야 할 테니.

-루미는 데크보다 더 건네줘야겠지?

-아마 그럴걸?

한 번에 많은 양의 힘을 건네주는 것은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령왕들이 기운을 건네주는 것을 멈추었지만 그들이 준 힘만으로도 충분했는지 데크는 한결 수월해진 얼굴로 감옥을 휘감은 어둠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해진 데크였지만 감옥 안에 모여 있던 정령들의 수와 질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시간이 좀 걸렸을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데크의 어둠이 감옥을 휘감은 지 정확하게 세 시간이 되던 때에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데크가 자리에 내려앉으며 말했다.

-끝났어요. 이제 조금 기다렸다가 루미가 마무리만 지으면 돼요.

-……고맙다. 그리고 수고했다.

-천만에요. 덕분에 힘도 많이 늘었는걸요?

그리고 그런 데크에게 실피드가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자신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정화의 작업을 해주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감사 인사였지만 데크는 자신의 팔뚝에 힘을 주면서 배시시 웃었다.

네 정령왕들에게 받은 힘에 더불어 타락한 정령들의 타락이라는 기운을 온전히 흡수하면서 더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데크의 모습에 최진혁이 걱정이 담긴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그 기운을 네가 흡수해도 문제가 되진 않는 거냐? 데크?”

-음……. 아빠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아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타락한 정령들의 몸에서 뽑아낸 타락의 기운 자체는 내게 해를 끼치지 못하거든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타락의 기운의 안에 내재된 니알라토텝이라는 자의 기운이 피해를 입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건 전부 걷어내고 흡수하고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러면 계속해서 흡수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의미인가?”

-네, 그런데…… 지금 조금 피곤해서 그런데 조금 쉬었다가 얘기해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고 데크는 최진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데크의 모습에 최진혁은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면서 벌써 곤히 잠들어서 코까지 골고 있는 데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루더슨을 향해 말했다.

“정리는 끝났다. 마무리를 부탁하겠다.”

“……그래, 바톤은 제대로 받았으니 우리 쪽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지. 루미?”

-네! 준비됐어요!

“그럼 시작하려무나.”

그렇게 말하면서 루더슨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고, 루미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이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감옥들이 한눈에 보일 정도의 높이까지 날아오른 루미는 이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조금 전의 데크와 비슷하게 자신의 힘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데크와는 비슷하지만 확연하게 달랐다.

데크의 경우에는 어둠이 바깥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면 반대로 루미의 경우에는 빛들이 루미의 주변에 서서히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마치 반딧불 정도의 크기의 불빛이 루미의 주변에서 빛났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반딧불 같던 불빛은 이내 축구공만큼 커다래졌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덩치를 불려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의 반딧불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루미는 하나의 태양과도 같은 빛을 내뿜었다.

본래 정령계에는 태양이 없었다. 이프리트의 불꽃들이 태양과도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루미라는 태양은 정령계에 처음으로 떠오른 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가히 태양신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모습이었고, 또 적합한 이적이었다. 어느새 반딧불에서 태양만 한 크기의 빛으로 변한 루미의 빛은 이내 감옥 전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루미의 태양 빛은 감옥 구석구석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건 정령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루미의 빛은 하급 정령에서부터 상급 정령 골고루 그들을 비추었다. 그렇게 데크가 그러했던 것처럼 루미의 빛도 몇 시간 동안 꾸준하게 그들을 비춰주었다.

모든 방식이 데크와 같았고, 그렇기에 루미도 결국 힘에 부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만을 노려왔다는 듯이 네 정령왕들이 날아올라 하나의 태양이 된 루미의 등에 손을 얹고는 자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전체적인 힘의 총량으로 치면 정령왕들의 전체 힘의 10분의 1 정도겠지만 그 정도의 힘만 해도 루미에게는 어마어마한 양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건네받은 루미도 점점 괜찮아지더니 이내 더 밝은 빛들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태양 빛답게 타락한 정령들에게 남은 타락의 일부분을 깨끗하게 지워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만 명이 넘어갈 정도로 많던 타락한 정령들은 본래의 깨끗한 정령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모든 힘을 쏟아낸 루미가 기절을 했는지 허공을 휙 하고 떨어져 내었다.

그리고 그런 루미를 루더슨이 부드럽게 받아내었다.

“……너무 많은 힘을 그것도 한꺼번에 사용해서 이렇게 된 것 같군. 좀만 쉬면 괜찮을 거다.”

-후우, 다행이네. 우린 또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놀랐잖아.

갑자기 기절을 해버린 루미의 모습에 깜짝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실피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령계의 미래를 책임질 루미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정령계는 멸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아랫물인 하급이나 중급 정령들이 모조리 타락하고 그들이 살아갈 땅인 정령계가 망가진다면 그 끝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정령계를 바꾸어낼 수 있는 루미와 데크의 존재는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런 탓에 본래라면 딱히 신경도 안 쓸 사소한 일이었음에도 그렇게 크게 반응한 것이었다. 하지만 루미가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자신들이 할 일을 하기 위해서 감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최진혁과 루더슨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저들이 깨어나는 것은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우린 너희들은 믿는다. 그러니 저 아이들도 별 무리 없이 일어날 수 있을 테지.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깨어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하루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그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실피드의 말에 담긴 의중을 파악한 최진혁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말은 설마 너희들이 직접 타락한 정령들을 잡으러 돌아다니겠다는 건가?”

-그래, 언제까지 왕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우리도 무언가를 할 때가 온 거지. 지금까지 니알라토텝에게 우리들 중 누군가가 당하면 그대로 정령계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 테니 최대한 몸을 사렸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그렇게 말하면서 실피드는 기절한 루미와 잠에 빠져 있는 데크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들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의 삶에 대한 의지를 털어냈다는 것을 알아낸 최진혁은 씁쓰름한 얼굴로 그들을 보내주었다.

“많이 데려와라.”

-……큭, 알았다. 정령계에 있는 모든 타락한 정령들을 데리고 오도록 하지. 그때까지 데크랑 루미의 건강관리나 잘하고 있도록.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실피드는 손을 흔들면서 감옥을 완전히 빠져나갔고, 그런 실피드의 뒤를 나머지 세 정령왕들이 뒤따랐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먼저 그들이 명령을 내렸던 중급과 상급 정령들이 타락한 하급 정령들과 중급 정령들을 데리고 복귀하고는 감옥 안에 차곡차곡 감금하기 시작했다.

분명 만 단위의 타락한 정령들을 방금 정화했건만 금세 다시 차오르는 모습에 최진혁과 루더슨은 떨떠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그들이 천천히 데려오기를 빌어야겠군. 이러다가는 데크의 몸이 남아나지를 않겠어.”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루미의 몸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군.”

이제는 완전히 팔불출이 다 된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걱정과는 달리 잠에서 깨어난 데크는 그들과는 생각이 많이 달랐다.

-음? 또 왔네? 나 바로 하면 되는 거야?

“……데크? 잠시만 쉬었다고 해도…….”

-아냐, 쉴 시간이 어디 있어! 바로 할게!

쓰쓰쓰……!

그렇게 말하고는 최진혁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데크는 곧장 타락한 정령들의 정화를 시도했다.

갑작스러운 데크의 돌발행동에 최진혁이 깜짝 놀라 그런 데크를 말리려고 난리를 부렸다.

지금 데크의 손에 달린 목숨이 하나둘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무모하게 정화를 시도하면 되레 데크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기에 그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모습을 처음 보는 루더슨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최진혁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 네 그 모습 너랑 안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

-으음……. 데크? 나도 다시 할래!

그런 최진혁의 모습을 비웃으려던 루더슨은 갑자기 깨어난 루미 덕분에 최진혁을 비웃을 새도 없이 깨어나더니 데크에게 달라붙어서 다시 정화를 하겠다는 루미를 말리기 위해서 진땀을 뺐다.

그렇게 감옥 안은 두 팔불출 신들로 인해서 시끌시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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