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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33화 (133/149)

리치, 헌터가 되다! 133화

정화(2)

실피드는 탈진한 이프리트를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본래의 집과 비교해 보면 많이 작아진 집이었지만 그래도 열 명도 채 안 되는 인원들이 둘러앉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실피드를 비롯한 사대 정령왕과 예비 정령신 김혜진과 엘리쟈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진혁을 위시한 루더슨과 도경수가 있었다.

참고로 도경수는 김혜진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만 깨어난 이후부터 삐거덕거리는 몸 때문에 제대로 거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은 앞으로의 일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지구로는 못 돌아가는 건가?”

“응, 몇 번이나 아빠한테 이곳의 상황을 알리려고 지구로 가보려고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어. 아마도 니알라토텝 때문일 거야.”

“그러면 그를 잡기 전까지는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인 건가……?”

-그럴 거다. 다만 그래도 이곳의 1년은 지구의 하루 정도니까 아직 100일도 지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

실피드의 부연 설명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다고 답하고는 이번에는 정령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럼 이제 정화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도록 하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데크와 루미만이 타락한 정령들을 되돌릴 수 있으니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할 생각이다.

“호오……. 그 말 사실이냐?”

실피드의 그 말은 앞으로 정령계에 대한 것들을 두 정령에게 맡기겠다는 의미였으니 최진혁의 이런 반응도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반응에 실피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최진혁의 말이 맞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 일단 우리끼리 이야기는 끝난 상태다. 우리들의 힘을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고 그 반으로 쪼갠 걸 또다시 반으로 쪼개 데크와 루미에게 나누어 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데크와 루미는 정령왕 하나분의 힘을 지니게 되니 본래의 우리보다도 더 강력해질 테지.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뭐, 우리는 정령왕으로서 오래 살기도 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난 100년간의 전쟁으로 진이 빠질 때로 빠진 상황이다. 지금은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저 하루빨리 정령계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리고 그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별로 필요도 없는 힘을 주는 게 대가라면 솔직하게 말해서 전부 다 주고 싶은 마음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 사대 정령들은 돌아올 자리가 사라지니 적은 양의 힘이라도 가지고 있을 셈이다.

이제는 쉬고 싶다는 말을 하는 실피드의 모습에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지금도 정령왕들에 비하면 살짝 부족할 뿐, 어엿한 정령왕인 데크와 루미에게 정령왕 한 명분의 힘이 더해진다면 역대 최강의 정령왕이 탄생할 테고 그런 정령왕이 자신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상황은 최진혁에게는 그저 좋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실피드의 말에 찬성을 한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도 곧장 넘겨줄 생각은 아니다. 차근차근 그리고 조금씩 옮길 생각이다. 어차피 곧장 바로 옮겨줘 봤자 제대로 소화도 못 하고 날려 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다.”

물론 그렇게 막대한 힘을 데크와 루미가 곧장 받아들일 리도 없었으니 실피드의 말은 타당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실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정화를 벌써 하겠다고?”

“일단은 감옥에 있는 이들부터 정화를 할 생각이다.”

-후우, 그러면 우리는 다른 정령들을 시켜서 타락한 정령들을 잡아 오라고 해야겠군.

“업무를 나눠서 하게 되면 능률이 오르는 법이지.”

그 말을 끝으로 최진혁은 루더슨, 정확하게는 데크와 루미를 데리고선 회의장을 나섰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실피드가 자신을 제외한 정령왕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뒷방 늙은이들이 힘을 좀 쓸 시간이군.

-그래, 인간들을 기준으로 우리 나이 정도면 손주들의 재롱 볼 나이이지 않나. 이 정도면 충분히 오랫동안 현역이었어.

-충분하지. 충분하고말고. 그러면 이제 정령계 정화 작전을 시작할 때다.

-……빨리 가자고. 부족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런 실피드의 말에 정령왕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실피드의 말에 수긍했다.

거기에 이프리트는 한술 더 떠서 빨리 가자고 그들을 보챌 정도였다.

수만 년 동안 보던 모습과는 다른 이프리트의 모습에 다른 정령왕들은 적응이 잘되지 않았지만 이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이프리트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정령왕들은 앞다투어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최진혁과 루더슨의 뒤를 이어서 사라진 사대 정령왕들이 있던 곳에는 김혜진과 엘리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골골대는 도경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혜진아.”

“응? 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아아……. 보다시피 오빠 상태가 이래서…… 일단 다 나을 때까지는 내가 옆에서 치료해 주려고. 외상은 없지만 투신인지 뭔지 때문에 내상도 심하고 근육들도 많이 놀라 있어서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러면 알겠어. 나도 정령왕들을 도와서 타락한 정령들을 모으러 가볼게.”

“……괜찮겠어?”

“그러엄! 나도 이래 봬도 정령계 내에서 정령왕들과 비등…… 아니, 더 강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 엘리쟈는 김혜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이내 먼저 사라진 정령왕들의 뒤를 쫓아 사라졌다.

엘리쟈가 사라지고 도경수는 김혜진과 둘이 남게 되자 미안한 얼굴로 김혜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안, 내가 약해서 짐만 되었네.”

“뭐래. 오빠는 빨리 낫는 것만 신경 써. 그리고 그 투신인지 뭐시긴지랑은 이야기 해봤어?”

“응, 그분도 내가 싫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내 몸이 그분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거라네.”

“쯧, 아무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래? 계속 그렇게 몸을 빌려서 쓸 거래?”

“……이미 내 몸과 동화가 돼서 그래야 한다네……?”

“하아……. 그럼 그건 그렇다고 치고 계속 그렇게 힘 한번 쓸 때마다 기절하고 그래야 하는 거야? 응?”

-그건 내가 설명해 주겠네.

“……아씨! 깜작이야!”

쿠오오오!

-자…… 잠깐! 내가 투신일세! 경수의 몸을 빌려 쓰고 있는 투신이란 말일세!

“후우……. 깜짝이야. 왜 갑자기 튀어나오고 그래요? 소멸시킬 뻔했네.”

-…….

김혜진의 말에 투신은 영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금 그 기운이었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늦게 말했으면 죽었다…….아니, 영혼 한 조각 남기지 못하고 소멸되었겠지……. 쯧, 경수 이 녀석 나중에 잡혀 살겠구만.’

처음에는 죽을 뻔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지만 끝은 경수의 결혼 생활이 무척이나 고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런 투신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경수 오빠 몸을 쓰실 거면 집세라도 내시죠? 상도덕도 없이 무단 거주하시는 게 어딨어요!”

-지…… 집세가 내게 어디 있단 말인가! 이미 내 몸은 수천 년 전에 사라졌는데!

“흥! 그건 모르겠으니까. 집세가 없으면 경수 오빠나 잘 단련시켜 주든가요. 요즘 매일 픽픽 쓰러져서 걱정돼 죽겠으니까.”

-……그러도록 하겠네.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왠지 이렇게 말을 하고 보니 자기가 사정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사실에 투신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자신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영혼 상태였고, 도경수의 몸에 빙의를 할 수도 없었으며 설령 한다고 한들 도경수가 사랑하는 상대인 김혜진을 상대로는 절대 완벽하게 도경수의 몸을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생각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도경수의 몸에 빙의한다고 한들 지금의 김혜진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렇게 투신은 김혜진의 압박 때문에 도경수의 근골부터 아예 다시 손보기로 약속을 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손해인 것 같은데…….’

아무리 영혼이었다고는 하나 초월자인 루프르스의 곁에서 심연의 존재들과 싸웠던 투신이었기에 영혼에 막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다만 자신의 몸도 아니고 영혼의 상태인지라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힘을 도경수의 전신을 개조해 주는 데에 쓰게 되면 도경수의 몸을 같이 쓰는 것에 대한 대가치고는 무척이나 비싼 대가였다.

하지만 결국 이미 말을 나온 뒤였고, 엎지른 물은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이미 꺼낸 말을 되돌릴 방법은 신을 넘어선 투신에게조차 없었다.

-하아, 그러도록 하겠네.

“좋아요!”

그리고 그런 투신의 대답에 김혜진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기분 좋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럼 바로 시작하시죠?”

-……바로?

“네, 투신 님 덕분에 경수 오빠가 이렇게 골골대고 있으니 정상으로 돌리는 것도 투신 님이 해주실 일이 아닐까요?”

-……알았네. 바로 하도록 하지.

“에……? 자…… 잠시만! 내 의사는 대체 어디…… 으허억!”

뿌득! 빠드득! 뿌드득!

김혜진의 말에 투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도경수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투신의 모습에 도경수가 자신의 의사는 어디 가고 마음대로 결정하냐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경수의 전신의 뼈가 다시 짜 맞춰지기 시작했다.

전신의 뼈가 박살이 났다가 재생이 되기도 했으며 그렇게 재생이 된 뼈들은 극도의 고통을 수반하면서 투신의 오의를 펼치기 가장 좋은 몸으로 탈바꿈되기 시작했다.

무협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환골탈태는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뼈가 조립되기 시작했다.

물론 고통이 없을 수가 없는 작업이었기에 시술이 진행되는 내내 도경수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뱉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런 비명에도 투신은 물론이고 김혜진 또한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빨리 시술이 끝나기만은 기다렸다.

그렇게 투신이 집도하고 김혜진이 보조한 시술은 장장 수 시간이 지나고서야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도움으로 시술이 끝난 도경수의 몸은 몇 시간 전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전신에 있는 울퉁불퉁한 근육들은 날렵한 근육으로 탈바꿈되어 있었고, 키도 몇 시간 전과는 달리 조금 더 커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두 신의 도움으로 바뀐 자신의 몸을 둘러보던 도경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시술 과정에서 고통이 있었다고는 하나 고작 시술 한 번으로 전신에서 넘치는 힘을 얻은 대가가 고작 그 정도 고통이라면 몇 번이든 더 받을 의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도경수의 감사 인사를 받던 투신이 입을 열었다.

-그럼 바로 수련을 하러 가도록 하지.

“예……?”

-시술이 끝나고 곧장 수련을 하는 게 효과가 좋아. 그러니까 바로 가지. 이 주변에 연무장이 있나?

“아, 제가 아는 곳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죠.”

-좋군.

“에……? 엑! 내…… 내 의사는 대체 어디로……!”

하지만 방금 시술 때와 마찬가지로 도경수의 의사 따위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경수는 두 사람에게 이끌려 연무장으로 끌려갔다.

그 모습은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 모습을 볼 사람은 이곳에 없다는 점이 도경수에게는 안된 점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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