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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25화 (125/149)

리치, 헌터가 되다! 125화

희생 그리고 초월(1)

투쾅! 투쾅! 투쾅!

“……저기도 열심히 싸우고 있군. 그런데…… 루더슨이 아니라 남자 인간인가? 호오, 과연…… 숨겨진 카드 정도는 있었나 보군.”

“……그게 무슨 소리지?”

“음? 너도 몰랐나? 크흐흐…… 이거 재밌군. 히든카드를 준비해놓고도 모르다니 말이야.”

류드의 말에 최진혁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모습으로 류드를 바라보았고,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류드는 끌끌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네 눈으로 직접 봐라. 도경수라고 했었나? 저 정도라면 룬 샤드와 비슷하겠군. 아니, 조금은 처지나……?”

“그럴 수가……. 도경수가 저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이상하…….”

빠악!

“크윽…….”

“뭐, 보라고는 했지만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는 안 했으니 내 잘못은 아니겠지?”

“……으득, 그래. 일단 이 싸움부터 마무리 짓고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다.”

한 세계의 주신급인 룬 샤드를 상대로 잘 싸우고 있는 도경수의 모습에 놀라던 최진혁은 류드의 기습에 얼얼한 팔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류드는 낄낄거릴 따름이었다.

변신을 하기 전에 류드는 최진혁의 군대와 데크의 힘으로 쓰러졌지만 변신 후의 류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마족들이 변신 후 두 배 정도의 힘을 가진다면 류드의 경우에는 세 배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꽤나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을 류드는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고 말이다.

“그으래? 그런데 살아서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

“닥쳐라.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데크!”

-응!

“어둠과 죽음을 전부 꺼내라.”

-알았어!

푸스스……. 츠츠츠…….

최진혁의 말에 명랑하게 답한 뒤, 데크는 전신에 죽음과 어둠이 혼합된 검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바라보는 류드는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로워하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여유만만인 류드의 모습에 최진혁은 이름 뿌득 갈면서 마법을 사용했다.

“데크, 융합 마법이다. 연습한 그대로 사용해라.”

-응! 알았어!

그것도 데크와의 융합 마법을 말이다. 융합 마법은 간단했다. 데크가 만들어 낸 융합 마법에 최진혁의 마법을 섞으면 되었다.

하지만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처럼 간단한 것이 최고였다.

“본 애로우, 본 스피어.”

-달라붙어!

츠츠츠!

최진혁이 만들어 낸 본 애로우와 본 스피어에 데크가 만들어 낸 어둠과 죽음이 혼합된 무언가가 치덕치덕 달라붙었고, 이내 본 애로우들과 본 스피어들은 어둠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하? 실패인가? 재미없군.”

“실패인지는 아닌지는 네 녀석의 몸으로 느껴봐라.”

“……뭐?”

푸슈슈슉!

“크윽!”

갑자기 사라진 본 애로우들과 본 스피어들의 모습에 코웃음 치던 류드는 이어진 최진혁의 말에 움찔했고, 그 순간 류드의 발밑의 그림자 속에서 사라진 본 애로우들과 본 스피어들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나타난 마법들은 괴물처럼 거대해진 류드의 전신을 난자했다.

“크아아아악!”

마법들에 융합된 어둠 덕분에 최진혁의 마법들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고, 그렇게 스며든 어둠 속을 이동해 류드의 발밑으로 이동한 마법들은 류드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해왔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다가온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었기에 류드는 고스란히 공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크…… 크하하하! 이게 내 최선이고 최강의 공격이냐! 최진혁!”

“……그걸로도 피해가 없나? 정말 괴물이로군.”

자신의 필살기나 다름없는 데크와의 연계기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전무한 류드의 모습에 최진혁은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허탈했다.

“이게 너와 나의 격의 차이다. 이제 알아서 순순히 목을 내놓아라. 최진혁!”

“으득……. 아직…… 아직 더 남았…… 커억…….”

빠각!

류드의 말에 최진혁이 이를 갈면서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류드의 발차기에 정통으로 맞은 최진혁은 허공을 훨훨 날다가 휙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명치 부근의 로브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빠!

“……난 괜찮…….”

“괜찮아? 그러면 더 두들겨도 되겠군.”

“……?!”

자신을 걱정하던 데크를 안심시키던 최진혁은 위에서 들려오는 류드의 목소리에 흠칫하면서 빠르게 땅바닥을 굴렀다.

콰앙!

그리고 방금까지 최진혁이 있던 자리에 류드가 내려꽂혔다.

구구궁!

류드가 내려꽂히기 무섭게 그 주변의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크레이터에서 류드가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 정도인가? 뭐, 네 녀석의 정령의 힘은 꽤 쓸모가 있더군. 네 녀석의 군대도 마찬가지로. 그 힘들은 내가 잘 사용해 주마.”

“…….”

“말할 힘도 없는 건가? 그러면 죽어라.”

키이이잉!

류드의 말에 더 이상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은 최진혁의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을 향해 류드가 빙그레 웃으면서 응축된 마기의 구를 쏴대기 시작했다.

-안 돼! 아빠 공격하지 마!

쓰으윽!

“호오? 훌륭하군. 분명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정령이 분명하거늘 내 몸에 상처를 입힌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공격까지 막아내다니 말이야. 하지만…… 상대를 잘 못 골랐다.”

키이잉…… 쾅! 키이잉…… 쾅!

-윽…… 아악! 아아악!

“데크! 도망가라! 무리하지 말고 도망가!”

그렇게 말하면서 류드는 자신의 손에 모인 마기를 광선의 형태로 뽑아내 데크를 향해 던졌고, 그런 마기의 광선을 최대한 어둠으로 흡수하려고 애를 쓰는 데크의 전신은 점점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데크의 모습에 최진혁은 데크를 향해 도망치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데크는 최진혁의 말을 듣지 않고 더더욱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털썩…….

“데크으으으!!”

열심히 류드의 공격을 막아내던 데크는 결국 류드의 공격의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런 데크의 모습에 최진혁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류드는 그런 비명이 마치 천상의 노래라도 되는 양 두 눈을 감고 음미했다.

자신을 악기 취급하는 류드의 모습에 최진혁은 시뻘게진 두 눈으로 류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죽인다. 네 녀석을 죽이고 말 거다. 류드!”

“크흐흐, 네 녀석은 여기서 죽을 텐데 그 꿈을 이루기는 어렵게 되었구나. 그럼…… 잘 가거라. 네 정령 친구는 금방 곁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키이잉…….

그 말과 함께 류드의 손에 또다시 마기의 광선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최진혁을 향해 쏘아졌다.

이번에는 데크처럼 공격을 막아줄 이도 주변에 없었기에 최진혁의 머릿속에는 끝이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렇게 다시 두 눈을 스르륵 감은 최진혁은 몇 초가 지나고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조심스럽게 두 눈을 떴고, 그런 최진혁의 눈에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일그러진 류드의 얼굴이 들어왔다.

“다, 당신이 대체 어떻게 여기에!”

그리고 그런 류드의 말에 최진혁은 그제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여어, 꼴이 말이 아닌데?”

“……루프르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루프르스의 모습에 최진혁은 류드의 얼굴과 비슷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무릎을 굽히면서 루프르스가 최진혁에게 말했다.

“왜긴 왜야 도움을 주려고 왔지.”

“뭐……?”

“그럴 수는 없어! 당신이 이곳에서 힘을 쓰면 심연의 존재들이 이곳에 개입할 인과율을 부여하는 겁니다. 당신의 개입으로 한 세계가 멸망하는 거라는 걸 명심하십시오, 루프르스!”

갑작스러운 루프르스의 등장에 시종일관 여유만만했던 류드는 방금과는 달리 창백해진 얼굴로 루프르스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그런 류드의 모습에 루프르스는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말했다.

“그런 걸 걱정하는 새끼가 심연의 존재와 계약을 맺어?”

“그……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니! 애초에 나는 그 계약을 지킬 생각이 없…….”

“쯧, 그 녀석들이 멍청이도 아니고 네 녀석의 그런 생각을 몰랐을까? 그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계약을 수행하게 할 거다. 멍청한 녀석아.”

“……어쨌든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 저를 공격하면 심연의 존재들이 기어 나올 것…….”

“닥쳐, 어차피 내가 너 죽이러 온 거 아니니까.”

마치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논하는 루프르스의 말에 류드의 이마에 핏줄이 섰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루프르스의 말대로 자신의 목숨은 루프르스의 기분에 달려 있다고 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류드를 한 번 노려보고는 루프르스는 엎드려 있는 최진혁에게 걸어가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그런 루프르스의 귓속말을 들은 최진혁은 깜짝 놀란 얼굴로 루프르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루프르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루프르스가 최진혁의 한 말은 딱 한 마디였다.

“나를 죽여라 최진혁.”

“……뭐라고?”

바로 자신을 죽이라는 말이었다.

* * *

“쿨럭……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류드에게 걷어차인 탓에 부러진 갈비뼈가 내장을 찌르는지 최진혁은 거멓게 죽은 피를 토해내면서 괴상한 소리를 하는 루프르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루프르스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말 그대로다. 네가 날 죽여줬으면 한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냐는 말이다.”

“내 모든 힘을 너에게 주기 위해서다. 이러면 이해가 가나?”

“……?”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루프르스는 천천히 자신의 말을 설명해 주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초월자다. 나의 대적자인 심연의 존재, 아자토스 녀석도 초월자지. 그리고 그런 초월자들은 본래 영생을 살고 어떤 경우에도 죽는 일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약해질 수는 있지.”

“……그렇다면?”

“그래, 나는 아자토스와의 싸움으로 나약해졌고, 그 결과 점점 힘이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만들어 낸 신들만도 못한 존재가 될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나는 내 힘들을 너에게 넘기려고 한다. 본래에는 루더슨 녀석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보다는 네가 나을 것 같군.”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내가 너를 죽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하아, 똑똑하니 그건 그거대로 짜증이 나는군. 네가 나를 죽여야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월자의 힘을 온전하게 상대방에게 넘기려면 나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건네받는 이가 초월자를 죽여야 한다. 꽤나 복잡한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 네가 나를 죽여야만 이 힘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알아들었으면 나를 죽여라.”

파아앗!

그 말과 함께 루프르스의 앞에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이내 순백의 단검 하나가 만들어졌고, 최진혁의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단검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최진혁은 결심했다는 듯이 단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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