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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23화 (123/149)

리치, 헌터가 되다! 123화

악신과 마신(3)

“자아…… 그러면 이제 얼추 숫자가 맞는 것 같군. 안 그런가.”

“쯧, 어떤 술수를 부린 거냐.”

“술수라니 다 계획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애당초에 우리와 비슷한 놈들을 여섯 명이나 추가로 끌고 온 건 너희다.”

“호오? 우리가 여기까지 오면서 쳐죽인 마족들의 수를 한번 불러볼까?”

“흐하하하, 그딴 쓰레기들을 수십 트럭이나 끌고 와도 너희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 하나 주지 못했는데 그걸 꺼내 들 생각인가?”

“…….”

자신의 피조물들을 쓰레기라고 낮춰 부르는 그의 모습에 최진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류드는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짝짝!

“그럼 이제 제대로 한번 붙어보지.”

“……바라던 바다. 루더슨.”

“……뭐지?”

“도경수와 함께 룬 샤드를 맡아라. 룬 샤드는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그건 위험하다. 마신을 너 혼자 상대하게 둘 수는 없…….”

“2 대 3으로 싸우는 게 더 위험하다. 차라리 너희들이 빠르게 룬 샤드를 처리하고 합류해라. 그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이다.”

“후우…… 알았다.”

“하하하, 그럼 이제 상대들도 정해졌으니…… 놀아보자고!”

콰앙!

그 말과 함께 류드의 손에 거대한 마기의 구가 뭉쳐져서 곧장 최진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최진혁의 실드에 닿기 무섭게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거기에 더해서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최진혁은 벽을 뚫고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을 바라보던 류드는 이죽이면서 어깻죽지에서 거대한 박쥐 날개를 뽑아내고는 쏜살같이 날아갔다.

삽시간 벌어진 일에 도경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 있었고, 그런 도경수의 옆구리를 루더슨이 쿡 찌르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네 앞에 있는 놈은 한 차원의 주신과 동등했던 자다. 거기에 더해서 마신 때문에 얼마나 더 강해지고 얼마나 더 타락했는지조차 미지수다.”

“……알겠습니다.”

루더슨의 경고에 정신을 차린 도경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이제는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어진 투신의 자세를 잡았다.

“……루더슨인가.”

“그래, 네 녀석이 저버린 세계의 주민이자 네 녀석이 저버린 루의 종, 루더슨이다. 네 녀석의 죄를 단죄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오늘이 네 녀석의 기나긴 생의 종착점이 될 것이다.”

꾸우욱…….

그렇게 말하면서 이제는 자신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애검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루더슨은 룬 샤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런 루더슨의 모습에 룬 샤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하아, 그것 또한 내 죄라면 죄이고 업보라면 업보겠지. 기나긴 세월에 타락해 버린 내 잘못을 이렇게 청산해 주겠다니 고맙기 그지없군. 하지만…….”

뭉클뭉클…….

말을 하는 룬 샤드의 전신에서 어둠이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더니 점점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뭉쳐진 어둠은 룬 샤드의 갑옷이 되었으며 투구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검이 되었다.

아르말딘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의 모습을 한 룬 샤드는 죽어버린 눈으로 루더슨에게 자신의 검을 겨누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내 목을 들어다가 바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라.”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네 목은…… 내가 직접 수거할 것이다. 루미.”

-네! 아빠!

“견제를 부탁한다.”

-맡겨만 주세요!

“도경수.”

“……예?”

“내가 틈을 만들면 그 틈으로 공격을 넣어라. 선제공격은 하지 마라. 저자는 여태까지 만난 마족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존재니까. 손 하나도 부족한 시점이다. 절대, 절대로 무리는 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섬뜩한 루더슨의 말에 도경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레 사라진 김혜진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김혜진의 생각만 할 틈이 없었다.

콰앙!

“크윽…….”

“한눈팔지 마라. 내가 타락했다 한들 한 세계의 신이었다. 네 녀석이 한눈을 팔아도 될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크흐…… 자존심 하나는 어마어마한 신이시구만.”

룬 샤드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을 바닥을 굴러 피해낸 도경수는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한 탓에 내부가 진탕되는 기분이었다.

내부가 진탕된 탓에 죽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 다시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래, 투신의 오의를 보여줄게.”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래야만 나를 안식에 들게 할 수 있을 테니.”

쿠구구궁!

룬 샤드의 그 말에 도경수의 전신에서는 룬 샤드의 전신을 압박할 만큼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그런 기세에 룬 샤드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기뻐했다.

“흐아아아!”

“와라!”

그렇게 마계의 지형을 뒤바꿀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쿨럭쿨럭…… 과연 마신인가?”

류드의 공격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최진혁은 탐의 방어력을 훨씬 뛰어넘는 류드의 힘에 검은 피를 토해냈다.

그러고는 입가를 소매로 스윽 닦으면서 말했다.

그런 최진혁의 말에 류드는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본래 그 정도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면 죽었어야 마땅한데…… 꽤 괜찮은 방어구를 들고 있구나.”

류드의 말대로 최진혁은 류드의 공격이 닿기 전에 수십 겹의 실드 마법을 사용했지만 류드의 공격은 그런 실드들을 마치 유리처럼 깨부수고는 최진혁의 몸에 적중했다.

그 공격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부가 뒤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탐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기에 최진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치료가 될 동안의 시간을 끌기 위해 최진혁은 류드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이름은 뭐지?”

“수가 뻔히 보이기는 하다만…… 특별히 인심을 쓰도록 하지. 오늘은 무척이나 기분 좋은 날이니까 말이야. 나는 류드다. 드넓은 마계를 다스리는 지고한 마신 류드. 아, 그리고 네 이름은 알고 있으니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하면서 류드는 빙그레 웃으며 땅을 살짝 박찼다.

쐐에엑!

“이곳이 네 무덤이 될 테니까.”

그리고 땅을 살짝 박참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드는 류드의 모습에 최진혁은 속으로 욕을 하면서 손가락을 까닥였다.

드드드득!

“본월인가? 흐하하하! 후작들이나 공작들에게는 잘 먹혔겠지만…… 나에게는 안 통해!”

콰앙!

류드의 말대로 다른 마족들은 온 힘을 다해야 겨우 구멍이나 뚫을 수 있었던 수십 겹의 본월은 마신이 가볍게 내지르는 주먹질 한 방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드드드득!

“……쯧, 재미없게 구는군.”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랐는지 계속해서 치솟아 오르는 본월들을 바라보면서 류드는 혀를 차고는 허공에 가볍게 발길질을 했다.

퍼어엉!

가벼운 발길질이 가져온 결과물은 그렇게 가볍지 못했다. 강철보다 단단한 본월이 마치 지우개로 지워지듯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이 만족스러운지 류드가 입가에 한 아름 미소를 머금으면서 소리쳤다.

“최진혀어어억! 고작 이 정도냐!”

“그럴 리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류드의 외침에 류드의 발길질로 주변 지형이 바뀌면서 먼지구름으로 가득한 곳에서 최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을 향해 류드가 또다시 발길질을 날렸다.

파앙!

수십 미터의 거리를 뛰어넘어 목소리가 들린 곳 주변을 초토화시킨 류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이 감각은?”

분명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공격이 닿은 감각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을 찬 감각이 아니었다. 마치…….

“딱딱한 시체를 찬 것 같은…….”

“잘 맞추는군.”

류드의 중얼거림에 먼지구름이 걷히고 그 안에서 최진혁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주위에는 대체 언제 만들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수만 마리의 언데드들이 오와 열을 맞추고 서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하급 언데드였지만 데스나이트나 둠 나이트 같은 상급, 최상급 언데드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고 리치 같은 지성을 지닌 언데드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언데드 군단이 끝이 아니었다.

“데크.”

-응!

“언데드들에게 죽음을 걸어줘라.”

-알았어!

어둠과 죽음의 정령인 데크가 최진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기운을 언데드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러자 언데드들의 전신이 어둠보다 새까맣게 변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지독한 죽음의 냄새에 신들 중에서도 고위 신인 류드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류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죽음? 권능 죽음을 말하는 거냐? 고작해야 죽음 따위로 신인 나에게 피해 하나 줄 수 있을 것 같으냐!”

“흐음, 그건 맞아보면 알겠지. 내 죽음이 네가 생각하는 죽음과 같을지는 말이야.”

“……으득, 자신감 하나는 차원 제일이로군.”

“칭찬 고맙군. 본래 자신감과 오만으로 먹고살아서 말이야.”

“……오냐, 그 자신감이 끝까지 가기를 기대해 주마.”

그 말과 함께 류드와 최진혁의 군대가 맞부딪쳤다.

* * *

류드와 최진혁의 군대가 맞부딪친 처음에는 류드 쪽에서 우세했다.

죽음의 기운이 담긴 언데드라고는 하나 닿지 않으면 그 의미가 없었고, 류드는 충분히 그 공격들을 피해낼 수 있는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류드가 내지르는 주먹질 하나하나가 거력을 담고 있었고, 발길질 하나하나가 언데드 한 무리를 지워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류드를 상대하는 언데드들이 아무리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힘의 총량 차이 때문에 압도적으로 언데드 쪽에서 불리했다.

하지만 그런 불리한 상황은 최진혁의 언데드의 공격이 딱 한 번 류드의 몸에 적중하고 나서부터 확연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치이익!

“……내 몸에 상처를 내?”

고작해야 별 볼 일 없는 하급 언데드인 스켈레톤의 칼질 한 번이었다.

하지만 그런 별 볼 일 없는 공격이 류드의 마기를 뚫고 류드의 몸에 상처를 냈다.

거기에 그것도 모자라서 실시간으로 상처가 난 류드의 몸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의 마기를 뚫은 것도 모자라서 실시간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류드는 곧장 피해를 입은 팔을 잘라냈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갔다.

팔을 타고 올라온 죽음의 기운이 류드의 전신 곳곳을 피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허용한 공격은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제아무리 류드라고 하나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거듭된 죽음의 중첩에 류드는 무릎을 꿇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 류드의 모습을 최진혁이 오연하게 서서 바라보며 말했다.

“고작 그 정도인가?”

“으득…… 아직이다!”

그 말과 함께 류드는 다른 마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기를 폭주시켜서 변신 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마기의 알로 들어간 류드가 알껍데기를 깨부수면서 나타났다.

“크르르, 2차전 시작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류드의 모습은 끔찍한 괴물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가죽은 무척이나 질겨 보였으며 보유한 마기의 양도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방금까지는 해볼 만했지만 갑작스러운 전력 증강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괴물이 된 류드가 쿵쿵거리면서 최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잘난 죽음인지를 또 한 번 써보시지! 흐하하하!”

“……쯧.”

류드의 외침에 최진혁은 혀를 차면서 고개를 내저으며 류드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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