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22화
악신과 마신(2)
콰과과광!
“끄아아악! 마신이시여! 우리를 굽어살피옵소서!”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이 믿는 그 마신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곧 따라갈 테니까.”
-크캬캬캭!
최진혁의 섬뜩한 말에 마족 후작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든 채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런 마족 후작의 등 뒤로 수십,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달라붙었다.
콰득! 콰드득!
“으으…… 꺼져! 꺼지란 말이다! 감히 하등한 언데드 따위가…… 끄아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욕을 내뱉던 마족 후작은 뼈만 남긴 채 사라졌다.
변신조차 해보지 못하고 사라진 마족 후작의 모습에 그의 동료 마족들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등을 돌려 성안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 마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최진혁은 그들을 천천히 뒤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성을 향해 걸어가던 최진혁의 앞을 가로막은 이가 있었다.
“크흐…… 힘이…… 힘이…… 넘친다…… !”
“쯧, 별 잡다한 놈이 길을 막는군. 죽여라.”
-캬아아악!
“하등한 언데드 따위가 누구를 공격하는 거냐!!”
그런 마족의 모습에 최진혁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손을 까닥여 언데드들을 움직였다.
하지만 최진혁의 앞을 가로막은 마족 후작을 향해 죽음의 손길을 휘두르던 언데드들은 마족 후작의 외침 한 번에 가루가 되었다.
“……호오? 이번 녀석은 조금 다르군.”
“크흐흐,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분의 힘을 이어받은 내게 그따위 언데드들쯤이야 식후 간식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지금 뭐 하는 거냐.”
당당한 마족 후작의 모습에 최진혁이 피식 웃더니 로브를 걷어 올리면서 답했다.
“부하들로는 부족하니 대장이 나서는 거다. 불만 있으면 네 녀석도 네놈의 대장을 불러오면 되지 않나?”
“……그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시종일관 여유 만만한 최진혁의 모습을 본 마족 후작이 거세게 발을 구르면서 최진혁을 향해 쇄도해 왔다.
그런 마족 후작의 모습에 최진혁의 옆에 서 있던 둠 나이트가 검을 빼 들었지만 그런 둠 나이트는 최진혁에 의해서 제지되었다.
-……어째서?
“보고 있어라. 나는 너희들이 있기에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도록. 아니면 다른 곳이나 도와주러 가라. 저 녀석들은 나 혼자서 막겠다.”
-……명을 받듭니다.
타다닷!
최진혁의 명령에 둠 나이트들을 비롯한 데스나이트들이 흩어져서 마족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마족 후작이 거세게 일갈했다.
“이런 망할…… 크윽!”
“어딜 보는 거냐? 네 상대는 나다.”
“오냐…… 네 녀석을 쳐 죽이면 저 녀석들도 알아서 죽겠지. 그렇다면 죽여주마!”
이죽거리며 말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마신에게 마기를 나누어 받은 마족 후작이 거세게 소리치면서 최진혁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족 후작의 모습에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까닥였다.
“본월.”
쿠드드득!
“크윽……? 이따위 걸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콰앙!
자신의 앞을 막아선 거대한 성벽과도 같은 본월에 마족 후작은 이를 갈면서 주먹에 마기를 모으더니 본월을 후려쳤다.
그와 함께 성벽과도 같은 크기와 단단함을 자랑하는 본월의 가운데에 휑한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런 구멍 사이로 마족 후작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본월, 본월, 본월…….”
몸을 날리기 무섭게 그의 앞에는 수십 개의 본월이 생겨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돔 형태로 마족 후작을 가두기 시작했다.
쾅쾅쾅!
“꺼져라! 꺼지란 말이다!”
주먹 한 번을 내지를 때마다 강철보다 단단한 본월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구멍이 생기는 속도보다 본월이 메워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렇기에 마족 후작은 결국 본월의 감옥 속에 갇히는 처지가 되었다.
“으아아아! 풀어라!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수십 겹의 본월 속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족 후작의 목소리는 최진혁의 귀에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마족 후작의 말에 최진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마족이 정정당당이라니 우습군. 뭐, 그게 너희들의 방식이라면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너희들의 방식을 따라줄 이유는 없다는 점만 알고 있도록.”
꽈아악!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본월의 돔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챈 마족 후작이 숨을 헐떡이면서 계속 주먹을 휘둘렀고,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변신까지 했지만…….
콰직! 콰직! 콰지직!
“끄으아어어…….”
줄어들면서 압축된 본월을 뚫지는 못했다.
최진혁은 야구공 크기까지 압축된 본월을 집어 들고 그 안에 갇혀 있을 마족 후작을 향해 말했다.
“이게 내 방식이다.”
휘익!
그 말을 끝으로 최진혁은 야구공처럼 변한 본월을 저 멀리 보이는 마족들을 향해 던지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콥스 익스플로젼.”
콰앙!
“끄아아악! 갑자기 어디서 공격이 날아온 거야?”
“정령왕인가?”
“닥치고 앞에 봐! 정령왕들이 온다!”
“이런 제엔장!”
본월의 감옥에는 마족 후작이지만 지닌 바 힘만큼은 대공급인 마족의 시체가 있었기에 그 폭발력은 고위 마족들조차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이때다 싶어 밀고 들어오는 정령왕들의 모습에 마족들은 곡소리를 내면서 최대한 막아내려고 했지만…….
-흐하하하! 버러지 같은 마족들 같으니! 이곳이 너희들의 무덤이다!
-불에서 정화되어라. 차라리 너희보다 재가 세상에 더 이로울 테니까!
-……죽어.
-너희들을 위한 무덤 자리는 마련되어 있다. 부족하면 늘리면 될 뿐이지.
미친 듯이 날뛰는 네 명의 정령왕들을 막아내기엔 무리였다.
처음에야 수가 압도적일 정도로 많고 보유한 마기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압도적일 만큼 많았던 수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고, 당연히 보유한 마기도 처음과 달리 확연하게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니 광전사나 다름없이 날뛰는 네 명의 정령왕을 막은 마족은 없었다.
마왕이 없는 지금, 가장 강한 대공급 마족조차 정령왕들과 1 대 1은커녕 2 대 1, 3 대 1조차 되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콰앙!
“성문이 뚫렸다!”
“막아! 마신께 보내지 마라!”
영원히 굳건할 것 같았던 마신의 성 성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런 구멍을 막으려는 마족들과 뚫으려는 정령왕들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 * *
콰앙!
“흐음, 성문이 뚫렸나 보군. 딱 내가 예상했던 시간에서 벗어나질 않는군. 쯧쯧, 저런 것들도 내가 빚은 창조물이라니…….”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의자에 몸을 누이던 류드의 고운 이마가 찡그려졌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핏빛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그런 류드의 모습에 룬 샤드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들의 꼴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정령왕들이 날뛰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 것 맞나?”
“하하하, 룬 샤드 이 친구야. 내 말이 그렇게 못 미덥던가? 쯧쯧, 자네는 내 말만 믿고 싸울 준비나 하면 그만일세.”
“……알겠다. 어차피 이미 탄 배, 내릴 방법은 없으니까.”
류드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룬 샤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구겨진 얼굴이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류드는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에 걸터앉아 있는 룬 샤드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짜악! 짜악!
룬 샤드의 뺨을 갈겼다. 룬 샤드보다 고위 신인 류드의 힘이 담긴 만큼 룬 샤드의 양 볼에는 붉게 물든 손자국이 새겨졌다.
갑작스러운 류드의 손찌검에 룬 샤드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류드를 바라보자 류드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룬 샤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애같이 굴지 마, 룬 샤드. 자꾸 그렇게 찡찡거리면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미안…… 하다…….”
“그래그래, 나도 뺨 때려서 미안해, 룬 샤드. 하지만 그렇게 찡찡거리니까 어쩔 수 없잖아? 말 안 듣는 애한테는 매가 약인 것을.”
“…….”
분명 맞은 것은 룬 샤드고 때린 것은 류드였지만 오히려 룬 샤드 쪽에서 숙이고 들어가는 괴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방 안에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류드는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로 룬 샤드의 붉게 물든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바로 그때, 또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콰광!
“……거의 다 왔나 보네. 룬 샤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도록 하지.”
“알았다…….”
그것도 더 가까이서 말이다. 곧 도착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류드는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룬 샤드도 류드를 따라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바로 그때였다.
벌컥!
닫혀 있던 류드의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방문을 연 사람을 본 류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손님이로군.”
“정정해 주시지. 네 녀석의 목을 따버릴 적이라고 말이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최진혁이었다. 그런 최진혁의 뒤로 그의 동료들이 줄지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네 명의 정령왕부터 시작해서 정령신 후보인 김혜진과 엘리쟈, 거기에 루더슨과 도경수까지.
사상 최강의 파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법한 이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와중에도 류드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짙어져만 갔다. 그 모습에 가장 앞에 서 있던 최진혁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 웃는 거지?”
“너희들을 모조리 죽이고 흡수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맺히는 건 어쩔 수가 없군. 이해해 주길 바란다.”
“자신감 하나는 제일이군. 마신은 자신감만으로 뽑나 보지?”
“크흐흐…… 네 녀석 역시 네 앞에 있는 상대를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자신감 하나는 일품이로군.”
그렇게 말하는 류드의 모습에 네 명의 정령왕이 불쾌한 얼굴로 최진혁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자신감 하나는 인정해 주마.
-우리 넷을 상대하고도 그 말이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마신을 익사시키는 경험은 처음이야.
-비석은 내 손수 만들어주도록 하지.
그리 말하면서 네 정령왕들은 자신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정령왕들의 기세를 정면에서 받아내는 것은 무리였는지 류드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그런 류드의 모습에 네 정령왕들이 공세를 가하려는 찰나, 네 정령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더니 달려 나가던 자세 그대로 우뚝 멈춰 서서 엘리쟈와 김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령계로 돌아갑니다.
“뭐?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정령계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저 녀석들 먼저 처리하고 가면 안 돼?”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푸스스스…….
-보다시피 이런 상황입니다.
서서히 발부터 사라지는 실피드의 모습에 깜짝 놀란 엘리쟈와 김혜진도 자신의 발밑을 확인했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그리고 류드는 그 모습을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봤다. 손까지 흔드는 그의 모습에 실피드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네 녀석의 계…….
하지만 그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실피드의 몸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것은 다른 정령왕들과 김혜진, 그리고 엘리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방금까지 가득했던 마신의 방에 6명이나 되는 존재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최진혁과 루더슨, 그리고 도경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