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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120화 (120/149)

리치, 헌터가 되다! 120화

세 마왕(4)

으적으적!

“큽!”

-아빠! 아이들이…….

“물러나라. 지금은 그 녀석들을 신경 쓸 때가…….”

쾅!

루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루더슨은 그런 루미를 달래줄 시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참새 형태의 빛의 정령들을 잡아먹던 글러트니가 루더슨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맛있더라…… 더 없어?”

“닥쳐라!”

스걱! 투욱…….

자신을 향해 입을 쩍 벌리면서 먹을 것을 찾는 글러트니의 입 주위에는 빛의 정령들의 깃털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 모습에 루더슨은 욕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애검을 휘둘러 글러트니의 왼팔을 잘라냈다. 하지만…….

“어라? 먹을 거 생겼다!”

으적으적!

“……빌어먹을.”

하지만 팔을 잘라낸 것도 잠시 자신의 팔을 주워 들고는 으적으적 씹어 먹는 글러트니의 모습에 루더슨은 욕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팔을 다 먹은 글러트니가 손가락에 묻은 피까지 쪽쪽 빨아 먹고 있을 때쯤 잘려 나간 글러트니의 왼팔이 다시 자라났다.

순식간에 다시 자라난 왼팔을 보면서 루더슨이 엘리쟈에게 물었다.

“……방법이 있나?”

“방법이라면 한 번에 막강한 힘으로 터뜨려 버리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군요.”

“그럼 내가 시간만 끌어주면 가능하겠나?”

“……아직 제 힘은 온전치 않아서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회복력도 강한 것 같으니 제 힘으로 한 번에 터뜨리는 방식은 힘들 것 같습니다.”

엘리쟈의 말에 루더슨이 마른세수를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아…… 못 참겠어…… 그냥 다 먹어버릴래.”

“……?!”

으득…… 꾸드득…….

글러트니의 말에 루더슨이 반응하기도 전에 글러트니의 전신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글러트니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런 글러트니의 모습에 루더슨은 엘리쟈를 향해 소리쳤다.

“변신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변신을 끝마치면 위험…….”

저 모습은 마족들이 변신을 할 때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루더슨은 곧장 검을 빼 들고 변신을 막으려고 했지만.

쩌저적!

“……이런.”

하지만 마기에 둘러싸이기 무섭게 알 형태까지 마치고 루더슨이 알 앞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알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더슨은 침음을 흘리면서 빠르게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흐으으…… 어딜 가려고?”

“……?!”

덥석!

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온 두꺼운 손이 루더슨의 팔을 붙잡았다.

으적으적!

“크아아악!”

“하아…… 맛있어…… 이 맛이야…… 황홀해……!”

방금과는 달리 꽤나 홀쭉해진 몸에 잘생긴 미남자의 형상이 된 글러트니였지만.

“……무슨 힘이……?!”

루더슨의 팔을 쥐고 있는 악력은 방금보다 배 이상은 강력했다. 그렇기에 손을 푸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루더슨은 검으로 팔을 잘라내는 것을 택했다.

카가각!

‘……안 잘려?’

하지만 방금까지만 해도 쑹덩쑹덩 두부처럼 잘 잘리던 팔이 이제는 마치 나뭇가지로 쇳덩이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그런 사실에 루더슨은 이를 갈면서 홀리 블레이드를 압축시키고 또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 미터의 홀리 블레이드를 1미터 크기로 압축시킨 뒤,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스걱!

“잘렸다!”

그리고 그제야 글러트니의 팔을 잘라낼 수 있었다. 겨우 글러트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루더슨은 재빨리 뒤로 돌아와 엘리쟈의 옆에 섰다.

“……괜찮으세요?”

“큭,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루더슨은 아직까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글러트니의 팔을 떼어냈다.

글러트니의 팔이 떼어진 루더슨의 팔뚝은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강철보다 단단한 루더슨의 팔을 물어뜯은 것도 모자라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을 파먹었다는 사실에 엘리쟈는 놀라워했다.

하지만 놀라면서도 물의 정령들을 소환해 루더슨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했다. 하지만.

“……치료가 안 돼요.”

“하아, 역시 그런가…… 괜찮으니 일단 팔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전투에만 집중합시다.”

마기에 침투된 루더슨의 팔은 평범한 방법으론 치료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대충 옷을 뜯어 붕대 대용으로 사용하고 루더슨은 멀쩡한 팔로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엘리쟈에게 물었다.

“쯧, 정말 저 괴물을 잡을 방법이 없는 건가?”

전신에 입이 달려 있는 글러트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혀를 차던 루더슨의 질문에 엘리쟈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뭡니까?”

“그건…….”

속닥속닥.

루더슨의 말에 엘리쟈는 루더슨의 귀에다 대고 속닥였고, 엘리쟈의 이야기가 끝나자 루더슨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답했다.

“……일단 해보겠습니다.”

“부탁드려요. 혜진이에게는 제가 말해놓겠습니다.”

“배고파아아아!”

“와라!”

루더슨은 그렇게 말하며 글러트니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달려갔고, 그런 루더슨을 뒤로한 채, 엘리쟈는 그런 루더슨을 뒤로한 채 김혜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혜진, 제 말 잘 들어요. 지금부터…….

-뭐? 그게 정말 될까?

-방법이 없어요. 지금 혜진 쪽도 힘들긴 매한가지 아닌가요?

-……알았어. 그럼 중간 지점으로 끌고 와. 나도 그래 볼게.

-알겠어요. 그럼 중간에서 뵙죠.

그 말을 끝으로 텔레파시는 끊어졌고, 엘리쟈가 저 멀리서 글러트니의 시선을 끌고 있는 루더슨을 향해 외쳤다.

“중간! 중간 지점이요!”

“알겠다!”

“중간? 중간에 맛있는 거 있나?”

“그래, 아주 맛있는 만찬을 준비했으니 따라와라!”

카강! 카가각!

루더슨은 연신 검을 휘둘러 글러트니의 공격을 흘려내며 천천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고, 이미 루더슨에게 시선이 끌릴 대로 끌린 글러트니는 홀린 듯이 루더슨을 쫓기 시작했다.

* * *

“오호홋! 꼬맹아, 어딜 그렇게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거지? 나를 죽이고 네 남자 친구를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나? 오호홋!”

-……닥쳐, 할망구.

“……여자에게 그런 말은 실례란다, 꼬맹아.”

카가가각!

-으앗! 위험하잖아! 할망구!

그렇게 말하는 김혜진의 머리 위로 여덟 개의 거미 다리가 빠르게 내리꽂혔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정령왕들의 힘으로 거미 다리를 하나하나 부숴 나가기 시작했다.

“끅, 끅끅끅…… 그래, 내 다리를 부숴서 어쩌려고 그러지? 그래도 네 남자 친구는 내 노리개가 될 뿐이란다, 꼬맹아.”

-이이익…….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부서진 거미 다리들은 순식간에 복원되어 또다시 김혜진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던 와중에 엔비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엔비는 눈가를 찌푸리면서 김혜진에게 말했다.

“네가 노리던 게 저 녀석들이니, 꼬맹아? 한 번에 힘을 합쳐서 나나 글러트니를 죽이려고? 오호홋, 백 년은 이르다. 훤히 보이는 계략이나 짜니 네가 꼬맹이라는 거야.”

-닥쳐!

엔비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김혜진은 떨어져 내리는 다리들을 피해내고 부수면서 저 멀리 보이는 루더슨과 엘리쟈를 향해 달려갔다.

초인적인 스피드로 달린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혜진은 두 사람과 조우할 수 있었다.

“혜진, 도경수 씨는……?”

-엔비의 능력에 당해서 지금은 못 움직여. 그래서 아까 말한 공격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루더슨 경이 글러트니를 몰고 오고 있으니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

-……후우, 그러니까 우리 둘이 미끼가 돼서 대어 두 마리를 낚아야 한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저 둘은 현재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의 괴물들이니까…… 거기에 도경수 씨도 없으니 그게 최선이야.”

-그래, 정령왕들이랑 합체하고 있으니 내가 감수해야지.

“……루더슨 경이 오고 있어. 타이밍은 딱 한 번뿐이니 실패하면 두 번은 없어.”

엘리쟈의 결연한 모습에 김혜진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엔비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다시 달려갔다.

그리고 김혜진이 사라지자 엘리쟈는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서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제발 이 방법이 성공하기를…….”

그렇게 중얼거리는 엘리쟈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 * *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아아아악!”

카강! 카가강!

거듭된 공격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공격 외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글러트니는 점점 더 광폭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더슨은 그런 글러트니의 공격을 아주 천천히, 또 유연하게 방어해 냈다.

방어일변도인 루더슨의 모습에 글러트니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적의 모습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다만 글러트니는 자신의 앞에 있는 게 적이라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빈틈! 잘 먹겠습니다!”

슈슈슉!

갑작스레 루더슨이 빈틈을 보인 것이다. 배고픔에 점점 미쳐가던 글러트니가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루더슨을 향해 자신의 팔을 늘어뜨려 공격을 가한 글러트니는 곧 있으면 달콤한 피와 살을 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광소를 내뱉었다.

푸욱!

그런 글러트니의 팔이 누군가의 살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팔이 목표물에 닿기 무섭게 글러트니는 게걸스레 누군가의 피와 살을 탐하기 시작했다.

“후읍…… 하아…… 맛있어…… 맛있어어어!”

“끼야아아악!”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여성의 뾰족한 비명 소리였다.

결코 루더슨 같은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는데도 글러트니는 식사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상대 쪽에서 반격을 가해왔다.

“글러트니! 이 망할 자식아! 나라고! 나! 엔비!”

다름 아니라 글러트니의 공격에 당한 것은 루더슨이 아니라 김혜진이 끌고 온 엔비였다.

즉, 루더슨이 보인 빈틈은 의도적인 빈틈이었고, 글러트니의 공격이 루더슨을 향해 뻗어진 순간 루더슨은 그 공격을 피해낸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미 알고 있던 김혜진도 가볍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 공격을 피해내지 못한 것은 김혜진과 상대하고 있던 엔비뿐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곳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엔비는 결국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거기에 같은 마왕급인 글러트니의 공격이었기에 허술하게 대응해서는 그녀조차 죽을지도 몰랐다.

결국 엔비도 글러트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자식!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죽어어어어!”

푹! 푹푹푹! 푸욱! 푹!

날카로운 여덟 개의 거미 다리가 글러트니의 전신을 꿰뚫고 그의 마기를 흡수해 엔비의 몸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엔비의 몸통을 꿰뚫은 글러트니의 팔이 그런 엔비의 마기를 흡수해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둘 사이의 기묘한 광경을 김혜진과 루더슨, 그리고 엘리쟈가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했다.

그들로서는 굳이 저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 다행히 저까지는 나서지 않아도 되었네요.”

-네가 생각한 작전인데 잘 먹혔네.

“그렇군.”

김혜진의 말에 루더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 둘의 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에 그때까지 조금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엘리쟈의 계획으로 인해 세 사람은 달콤한 휴식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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