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115화
마계(3)
“우오오!”
퍼걱! 퍼걱!
신들린 듯이 뻗어지는 도경수의 주먹에 도경수를 향해 달려들던 마족 백작과 후작은 물론이고 공작들마저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가면서 바닥에 뇌수를 흩뿌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들보다 몇 배는…… 아니, 수십 배는 많은 마족들이 도경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이 녀석이 가장 약하다!”
“한 놈이라도 수를 먼저 줄여라!”
“젠장…… 약해서 미안하다! 이 새끼들아!”
그렇게 말하면서 도경수가 자신의 돌같이 단단한 두 주먹을 붕붕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무협 소설 속 소림에 나오는 백보신권처럼 수십, 수백 미터 너머에 떨어져 있던 마족들의 머리통이 펑! 하고 터져 나갔다.
그런 잔혹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마족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우며 더욱 맹렬히 도경수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도경수는 해볼 만하다는 점이 마족들이 공격에 더더욱 힘을 쏟게 했다.
휘오오오! 화르르륵! 콰득콰득! 쩌저저정!
네 정령왕이 있는 곳은 연신 바람, 불, 땅, 물과 관련된 재해와도 맞먹을 정도의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연을 극복해 내지 못한 것처럼 네 명의 정령왕이 있는 곳에 있는 마족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
그리고 엘리쟈와 김혜진 쪽도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그쪽이 더더욱 심각했다.
“크아아악!”
“이 빌어먹을 년들이 쌍으로 지랄을…… 으아아악!”
불과 바람, 땅과 물 등 재해들이 섞이면 플러스가 아니라 곱하기가 된다는 것을 김혜진과 엘리쟈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과 바람이 뒤섞이자 타오르는 토네이도가 마족들의 진영 한가운데를 강타했고, 땅과 물이 뒤섞이자 흙으로 된 가시에 찔린 마족들의 전신이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얼어붙었다.
그리고 얼음 동상이 된 마족들은 엘리쟈와 김혜진이 손을 튕기자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 모습에 호승심이 넘치고 승부욕이 많은 마족들이 겁을 먹는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이시여!”
쾅! 쾅쾅! 쾅쾅쾅!
“루더슨이다!”
“미치광이 루더슨!”
“루의 개 루더슨!”
마계의 탁한 하늘과 대조되는 밝은 태양 빛의 기둥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루더슨을 욕하는 마족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빛기둥에 닿기 무섭게 마족들은 터져 나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녹아내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렇게 하늘에서 루더슨의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빛기둥이 떨어져 내리고 있을 때 루더슨이 창조해 낸 신정령, 루미도 가만히 놀고만 있지 않았다.
-가서 아버지의 적들을 물리치세요!
-삑! 삐익! 삑!
-삑! 삑! 삑!
루미의 말에 루미의 손을 거쳐서 창조된 참새 형상의 정령들이 마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런 빛의 정령들의 모습에 마족들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하! 이제는 이까짓 새 형태를 한 정령으로 우리 잡으시겠다?”
“얕잡아 보지 마…… 으가각!”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던 새들을 낚아채던 마족들은 빛의 정령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신성력에 의해서 녹아내렸다.
무시했던 것과는 달리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족들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 설마…… 상급 정령?”
“그럴 리가!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새들이 상급 정령이라고?”
하지만 믿기 싫어도 보이는 광경은 저 새들이 상급 정령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루더슨의 곁에 있는 루미의 존재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마족들은 슬금슬금 그 주위를 벗어났다.
하지만 벗어난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최진혁의 언데드들에게 둘러싸였다.
“감히! 허접한 언데드 따위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자작의 작위를 가진…… 어어, 잠…… 잠깐! 흐카아악!”
-카득, 카득…….
“항…… 항복하겠다! 항복하겠다고! 으아아악!”
그들을 에워싼 언데드들은 그들이 항복을 외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그들의 주인인 최진혁이 내린 명령을 완수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바로 가로막는 적들을 모조리 척살하라는 명령 말이다. 그리고 언데드들은 그 명령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이 말했다.
“도경수 빼고는 다들 잘하고 있군.”
완전히 무투파인 도경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마족들을 잘 상대하고 있는 모습에 최진혁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서른 명이 넘는 마족 공작들이 최진혁을 에워싸면서 말했다.
“하…… 하하하! 제아무리 언데드들이 많고 강력하다고 한들 소환자만 죽이면 소환수들 따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법이지! 죽어라!”
“으랴아앗!”
“후우. 지겹군, 지겨워. 너희 같은 불나방들이 여태까지 너희뿐인 줄 알았나? 너희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 너희들이 처음일 거라고 생각했냐는 말이다.”
“뭐…… 뭣?”
최진혁의 말에 달려오던 마족 공작들이 움찔하면서 멈춰 섰지만 이미 늦었다.
“데크.”
-응! 아빠!
“……그 아빠 소리만 조금 빼주면 좋겠군.”
-알았어! 아빠!
“……됐으니까 저 녀석들부터 처리해라.”
-방금처럼 하면 되지?
“너 편한 대로 해라.”
-웅!
마치 부자처럼 대화를 나누는 데크와 최진혁의 모습에 섬뜩한 느낌을 받고 멈춰 섰던 공작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둘의 모습에 이를 갈면서 외쳤다.
“이 자식들! 감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 드넓은 마계에서…….”
-……아저씨들 시끄러.
쿠웅!
“크헉…….”
“카학!”
데크의 섬뜩한 말에 말을 내뱉던 마족부터 시작해서 그 주위에 있던 마족들은 전신이 뒤틀리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전신에 충만한 마신의 마기를 사용해 겨우겨우 그런 기분을 떨쳐내고 고개를 든 마족들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 너는 대체 누구냐…….”
-나? 나는 우리 아빠 아들!
“아들……?”
-응! 이름은 데크! 그럼 아저씨들 잘 가!
쿠구구궁!
말을 하면서 손을 흔드는 데크의 모습과 함께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루더슨과 루미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들을 신경 써줄 데크가 아니었다.
삽시간에 밝았던 주위가 어두컴컴해짐과 동시에 마족 공작들의 발밑에 있던 어둠들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이…… 이런! 모두 바닥을 조심해라!”
“바닥을 조심하라고? 그게 뭔…… 끄악!”
조언을 해주는 동료 마족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고 바닥을 바라보던 마족 하나가 그대로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피 한 방울 남기지도 못하고 사라진 동료의 모습에 마족 공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떨리고 있는 몸을 보면서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앞에는 데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잘 가~ 아빠가 아저씨들 치우래서…… 배도 고프기도 하고…… 잘 먹을게! 방금 먹은 아저씨도 맛있었어! 아저씨들도…… 맛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혀로 입술을 핥는 데크의 모습은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그렇기에 마족 공작들은 저도 모르게 어둠 밖으로 도망치고 있는 자신들의 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에헤이, 여긴 내 공간이야~ 아저씨들은 여기서 못 나가. 그러니까…… 방금 전에 먹힌 아저씨들처럼 맛있는 맛을 보여줘야 돼?
“으아아악!”
그와 함께 어둠이 뭉클뭉클 뭉치더니 거대한 고래의 형상이 되어서 수십 명의 마족 공작들을 집어삼켰다.
-꺼억!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데크만이 허공에 둥둥 떠서 트림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데크!
-으잉, 루미?
-빨리 하늘을 원래대로 돌려놔!
-에에, 난 어두운 게 좋은데…….
-안 돼! 안 돼!
그리고 그렇게 늘어지게 트림을 하던 데크는 루미에게 낮과 밤을 맘대로 바꾸면 안 된다며 혼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줄지 않을 것 같던 마족들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기 시작했고 몇 시간 뒤, 최진혁 일행 앞에 남은 마족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죽여라.”
“말 안 해도 죽일 거니까 그렇게 보채지 마라. 어차피 죽을 목숨 죽기 전에 나쁜 짓들 청산한다고 생각하고 묻겠다. 마신의 위치가 어디지?”
“……모른다. 그냥 죽여라.”
살아남은 마족은 다른 마족들과는 조금 다른 존재였기 때문에 최진혁이 그를 살려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족의 몸에는 다른 마족들과는 달리 마신의 마기가 대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내비게이션으로 살려둔 것이었다.
그것을 마족도 알았는지 계속해서 죽이라고 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죽이란다고 죽일 최진혁이 아니었다.
“척 보니 대공 정도는 되어 보이는군. 맞나?”
“……그래, 대공 알타로스다.”
“그 정도로 깊게, 그리고 많이 마신의 마기가 있는 걸 보아하니 너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마신에게 직접 마기를 주입받았겠지. 내 말이 틀렸나?”
“……말하지 않겠다.”
최진혁의 물음에 자신을 알타로스라고 소개한 마족 대공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런 알타로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최진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신이 직접 자신이 다스리는 세계라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개입을 한 것을 보면 현재 마신은 마계에 현신해 있다…… 라는 의미가 되겠군. 어때? 여기까지는 맞았나?”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마족 대공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불쌍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진혁은 추궁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너를 왜 살려뒀다고 생각하나?”
“……모른다.”
“아니, 너는 알고 있어. 바로 네 몸에 마신의 마기가 가장 많이 있기 때문이야.”
“……?”
“너 말고도 마신의 마기를 꽤 많이 품고 있는 마족들이 많았지만 내가 너를 고른 이유는 그거 단 하나다.”
“……왜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알타로스의 모습에 최진혁이 피식 웃으면서 루더슨을 불렀다.
“여기 이 녀석이 누군지는 알겠지?”
“……루더슨.”
“그래. 독실한 루의 신자, 루더슨이다. 그리고 루의 힘을 지니고 있는 신이지.”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신에게 인사라도 올려야 하나?”
진정이 조금 되었는지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는 알타로스의 모습에 최진혁이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루더슨, 저 녀석의 몸에 네 신성력을 주입해라.”
움찔!
최진혁의 말에 점점 본래의 안색을 찾아가던 알타로스의 얼굴이 방금 전보다 더더욱 창백해졌다.
전신에 마기, 그것도 마신의 마기를 지닌 그에게 신인 루더슨의 신성력이 주입된다면 그 고통은 겪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진혁의 말과 함께 점점 떨리는 알타로스의 손을 루더슨이 무덤덤한 얼굴로 덥석 잡았다.
“자…… 잠깐…… 말하겠…… 끄아아악!”
뒤이어 찾아올 고통에 알타로스는 여태까지 지켜왔던 것이 무색하게 곧장 입을 열겠다고 했지만 루더슨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곧장 신성력의 주입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진혁은 자신이 시키고도 예전 생각이 나서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