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111화 (111/149)

리치, 헌터가 되다! 111화

새로운 신들의 탄생(1)

쿠르릉! 쿠르르릉!

“그래서 두 녀석이 나온 건가?”

-……그건 모른다. 다만 성공적으로 시험이 끝났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적어도 한 사람은 살았다는 말인가.”

-그렇겠지. 걱정하지 마라. 두 녀석이라면 설령 시험에서 떨어졌다고는 하나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우, 그런데 왜 이번엔 순간 이동으로 한 번에 안 가는 거지?”

최진혁의 물음에 실피드는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새로운 신의 탄생으로 인해서 정령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지금 날씨가 보이나?

“그래, 오락가락하는군.”

-이건 우리가 조종하는 게 아니야.

“……?”

실피드의 말에 최진혁은 믿기지가 않는지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실피드는 무안한지 버럭 소리쳤다.

-우리보다 상위의 신인 탓에 제대로 조종이 안 된단 말이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쯧, 입만 살아서는. 그러고 보니 이제 나오게 되면 그녀들이 너보다 더 강하겠군. 기둥서방 다 됐구만.

“……누가 기둥서방이라는 거냐.”

-헤에? 엘프 쪽은 너한테 관심이 많이 있어 보이던데? 이젠 힘으로 거절도 못 하겠구만. 성공적인 결혼 생활이 되기를 빌어주마.

“닥치고 빨리 가기나 해라. 우리는 길을 모르니까.”

솟구쳐 오르는 짜증에 최진혁은 욕을 내뱉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루더슨과 도경수가 다른 세 정령왕과 함께 거센 비바람을 헤치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지금 정령계에 불고 있는 비바람은 평범한 비바람이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물론이고 정령왕들도 힘들어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물의 정령왕 아쿠아와 최진혁의 옆에 서 있는 실피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다 힘들어하는데 너는 왜 멀쩡하지?

“아, 그건…….”

-아빠는 내가 지켜!

“……이 녀석 덕분인 것 같다.”

실피드의 의문이 담긴 말에 대답을 하려던 최진혁은 퐁! 하고 나타난 데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대답에도 실피드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저 아이가 너를 보호해 줬다고? 저 녀석의 속성은 분명 어둠과 죽음 아니었나?

다름 아니라 데크의 속성 때문이었다.

어둠과 죽음으로는 비바람을 막아낼 수 없었다. 물론 평범한 비바람이라면 가능했겠지만 지금 이 비바람은 평범한 비바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정령왕들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아, 그건…….”

-데크는 다 가지고 있어!

-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이 녀석은 사 대 속성 전부를 지니고 있어.”

최진혁의 말에 실피드는 물론이고 뒤따라온 정령왕들도 깜짝 놀랐다. 그런 정령왕들에게 최진혁은 부가적으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아, 물론 너희들 수준은 아니다. 그저 주는 어둠과 죽음이고 부가 사 대 속성이라는 거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그런 건가? 정령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군.”

최진혁은 그리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최진혁에게 혀를 차면서 실피드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보통 정령은 부 속성을 잘 갖지 않아.

“왜지? 다양한 속성을 다루게 되면 더 좋지 않나? 강해지기도 할 테고.”

-그래, 네 말대로 정령들이 여러 속성들을 다루면 좋겠지. 시너지 효과도 여럿 있을 테고. 예로 들어 불과 바람 혹은 물과 땅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러면 정령 본연의 순수성이 침해된다. 그리고 순수성이 사라진 정령은 오래가지 못해. 물론 우리 정도 되면 말이 다르지만…… 우리 정도 되면 하나둘 정도의 속성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아.

“호오? 그러면 데크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건가? 아마 너희들이 나에게 건네준 마나 때문인 것 같은데 말이야.”

-아, 그것 때문이군. 아마 문제는 없을 거다.

“그래? 그건 왜 그렇지?”

-저 녀석의 주 속성은 어둠과 죽음이니까. 어둠은 모든 것을 소화해 내지. 그러니 순수성이 침해당하지는 않을 거다.

“그건 다행이군.”

-다 왔군.

그렇게 데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최진혁 일행은 어느새 김혜진과 엘리쟈가 들어간 동굴 근처에 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동굴 근처는…….

쿠르르릉! 휘오오오! 후두두둑!

“……난장판이로군.”

폭풍과 우박 그리고 번개가 내리치고 있는 자연재해의 집합소가 되어 있었다.

* * *

“자, 그러면 이걸 뚫고 지나갈 방법에 대해서 토론을 나눠보도록 하지.”

여태까지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재해에 정령왕들과 최진혁 일행은 비까지 맞아가며 둥글게 둘러앉았다.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저건 너무 위험해.

“동감이다.”

그리고 둘러앉자마자 루더슨과 이프리트가 반대를 해왔다.

“반대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위험해서. 그리고 나는 불 속성이라 저기 들어가면 딴 녀석들보다 더 치명적이야. 그리고 저거 신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신이라고 깝죽거리면서 들어가면 통구이 된다? 아니면 믹서기처럼 갈려 나가거나.

“이프리트의 말대로다. 저곳은 우리의 힘으로 뚫고 들어가기엔 위험하다. 우리도 이제는 어엿한 신이라고는 하나 저곳은 천외천이라는 말이 어울릴 거다. 그리고 여기엔 도경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라.”

둘의 반대 의견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위험을 자초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이들보다는 확연히 약한 도경수도 있었다.

최근 많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그것은 무투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먹으로 자연재해를 깨부술 수는 없었다.

그런 둘의 말에 당사자인 도경수는 눈물을 머금고 반대 의견에 손을 들었다.

“……저도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그렇다고 하시니…… 저도 제가 약한 거 잘 아니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세 표인가? 더 없나?”

최진혁의 물음에 어스와 아쿠아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나는 찬성이다.

-나도 찬성! 우리야 비바람에 무너지진 않으니까!

“흠, 그럼 3 대 2로군. 실피드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땅과 물의 정령왕답게 비바람을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피해를 입어도 이프리트보다는 덜하겠지.

-새로 태어나는 신의 모습은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후로 보아하니 곧 있으면 시험장에서 빠져나올 것 같은데…… 우리 정령왕들은 그 모습을 꼭 보아야 한다.

“그럼 실피드는 찬성이군. 이걸로 3 대 3이다.”

최진혁의 말에 네 명의 정령왕과 두 명의 사람들의 눈이 최진혁에게 쏠렸다. 이제 딱 한 명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최진혁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 * *

-에라이 젠장!

비바람을 맞으며 폭풍을 뚫고 걸어가면서 이프리트가 욕을 해댔다.

후두둑! 후둑! 후두둑!

거센 빗방울들이 최진혁 일행들의 진입을 허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꾸역꾸역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동굴이다! 동굴~

비바람에 구애받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데크가 뽀르르 날아와 최진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런 데크의 말을 최진혁은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요 앞에 동굴이 있다! 조금만 더 힘내라!”

-아우우우…… 비바람 좀 그치면 가자니까!

-이프리트, 그들이 나오면 이 비바람이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거다. 너도 그 사실을 알 텐데? 어린애처럼 징징거리지 말고 따라와라.

-우씨…….

싸늘한 실피드의 말에 이프리트는 입을 댓 발 내밀고는 투덜대면서 일행의 뒤를 따랐다.

비바람 탓인지 이프리트의 위치는 가장 뒤였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서는 도경수가 김혜진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헉헉대면서 걷고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데크가 말을 전해준 지 몇 분쯤 되었을까? 일행의 눈앞에 커다란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일곱 명 모두 넉넉하게 들어갈 만큼 커다란 동굴이 말이다.

“후우, 역시 힘들군.”

-……데크 덕분에 편하게 온 주제에 그런 말 하지 마라.

“크흠흠.”

실피드의 일침에 로브에 스며든 물기를 털어내던 최진혁은 헛기침을 하면서 실피드의 말을 모른 체했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실피드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렇게 해서 얼마나 갈 것 같나. 이 동굴은 우리가 출발한 곳에서부터 시험장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 중에서 3분의 1에 불과해.

“후우, 그래서 포기할 건가?”

-……그런 말이 아니잖나.

“하루 이틀 정도 투자해서 가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도 되기는 한다만…… 후우, 그러면 여기서 쉴 시간이 없다.

“들었지? 다들 일어나. 다시 간다.”

-……?!

실피드의 말에 최진혁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최진혁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앉아서 옷의 물기를 짜내던 도경수의 눈이 생기를 잃었다.

* * *

“흐악…… 흐억…… 흐억…… 우웨에엑!”

그렇게 동굴을 나선 최진혁 일행은 하루 반, 정확하게 36시간 만에 김혜진과 엘리쟈가 들어간 동굴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잠도 안 자고 휴식도 없이 진행된 강행군에 이 중에서 제일 인간(?)인 도경수가 헛구역질을 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도경수가 안쓰러웠는지 루더슨이 옆에 서서 도경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욱…… 우웩…….”

결국 토하는 도경수를 뒤로한 채, 최진혁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시험장으로 향하는 입구인가?”

-그래, 출구도 여기니까 아마 여기로 나올 거다.

“아마?”

-우리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으니 모른다. 하지만 여기밖에 없을 거다. 물론 정령신에게 들은 출구도 여기였고. 괜히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실 이유가 없으니 맞을 거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정확한 출구를 모르는 실피드에게 최진혁은 인상을 쓰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안 들어가 봤으니 어떻게 알겠는가.

가보지도 않은 곳의 지도를 그려내라는 말과 비슷했기에 최진혁은 그냥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폭풍우가 치는 와중에 네 명의 정령왕과 세 명의 사람들이 입구 앞에 옹기종기 앉아서 기다리기를 수 시간.

쿠르르릉! 끼기기기긱!

닫혔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몰아치던 폭풍우가 더더욱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열리기 시작하는 문에 바닥에 앉아 있던 이들 모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들이 전부 다 일어났을 때, 문도 완전히 열렸다.

“오빠! 아저씨!”

그리고 그 안에서 밝은 얼굴의 김혜진이 가장 먼저 걸어 나왔고.

“……진혁 씨!”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엘프, 엘리쟈도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일곱 명의 정령과 인간들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쿠구구구!

그 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들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멍 때리는 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최진혁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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