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107화 (107/149)

리치, 헌터가 되다! 107화

정령계(5)

“우왓!”

“……흐음, 별다를 건 없군.”

“그저 사대 속성의 기운이 지구보다는 수십 배나 강력하다는 것 빼고는…… 특별할 건 없군.”

포탈을 지나 정령계에 발을 들인 최진혁 일행은 정령계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내놓았다.

물론 그 옆에서 착지를 잘못해 ‘우왓!’ 하는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구르고 있는 도경수는 예외였다.

-어서 와라. 정령계에.

그리고 그런 일행들을 실피드가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실제로도 기쁜지 실피드의 얼굴은 정령계에 정령이 아닌 이들이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네 말대로 정령계도 지구와 다르지는 않군.”

-내가 말하지 않았나? 쯧, 내 말을 그리 안 믿어서야 원.

“적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정도 걱정은 해야 하지 않겠나?”

-적? 흐하하하, 이봐 네가 나와 맞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게 중간계. 즉, 현계라서다. 정령계에서의 우리 정령왕은 너희들에게 질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실피드는 자신의 기운을 내뿜었다.

쿠구구구궁!

주위의 대기가 뒤바뀔 정도로 실피드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온전한 신의 힘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얼추 확인한 최진혁의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루더슨과 자신이 함께 달려들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온전한 신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여태까지 만난 신들은 어디 하나 모자란 구석이 있었다.

루의 경우에는 자신이 다스리던 세계를 잃었고 가이아의 경우에는 잃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루프르스도 심연의 존재들에게 큰 타격을 입었었고 말이다.

그렇기에 실피드처럼 온전히 자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신은 처음 보았기에 최진혁이 느낀 충격은 대단했다.

내심 자신들도 신들과 비벼볼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실피드가 기운을 거두자 뒤틀린 대기가 제자리를 찾았다.

“허억…… 허억…….”

이 중에서 유일하게 보호를 받지 못한 도경수만이 헐떡이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었다.

최진혁과 루더슨은 자신들의 힘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손님인 김혜진과 엘리쟈에게는 실피드의 기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도경수는 억울할지언정 화풀이를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자신과 평소에 친하게 지냈다고는 하나 상대는 정령계 내에서는 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마라. 나는 내가 한 말은 지키니까.

“그래야겠지. 그렇지 않다면 한 줌의 바람으로 변해 사라질 테니.”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군. 어쨌든 이만 가도록 하지. 할 일이 많다.

그렇게 말하고는 실피드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실피드를 따라서 일행들이 걷기 시작했다.

“우와, 풍경 엄청 이쁘다. 그치? 엘리쟈?”

“그러게요. 확실히…… 누군가의 손을 타지 않은 풍경이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었네요.”

김혜진과 엘리쟈는 실피드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주위의 풍경을 구경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둘의 그런 마음이 최진혁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확실히 풍경 하나는 아름답군.”

“한 폭의 예술 작품 같은데요.”

“내 생각도 그러하다.”

최진혁의 말에 뒤이어 도경수와 루더슨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실피드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렇게 정령계 곳곳에서 넘실대는 푸른 화염과 갖가지 기암괴석들 그리고 물로 이루어져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구조물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최진혁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다 왔다. 여기가 우리 네 정령왕이 기거하는 곳이다.

실피드의 말에 주위를 살피던 일행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여태까지 오면서 보았던 모든 풍경을 합쳐도 지금 이곳보다 아름답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네 정령왕의 영토가 맞물리는 정중앙에 놓인 정자를 기준으로 불, 땅, 바람, 물로 이루어진 네 개의 대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주었다.

-저기는 이프리트의 영토.

그렇게 말하면서 실피드가 넘실대는 화염으로 가득한 붉은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과연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역시라고 해야 할지 불의 정령왕답게 이프리트의 영토는 불로 이루어진 구조물들이 아름답게 영토를 수놓고 있었다.

-저곳은 아쿠아의 영토.

이번에는 물로 이루어진 영토를 가리키며 실피드가 말했다.

거대한 바다처럼 이루어진 아쿠아의 영토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물로 이루어진 갖가지 구조물들이 빛을 품고 있어서 앞서 본 불의 영토보다 더더욱 아름다웠다.

그렇게 그 뒤로 실피드의 영토인 바람의 영토와 땅의 정령왕의 영토까지 모두 보고 나서야 최진혁을 포함한 일행들은 정자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정자 안에는 이미 나머지 세 정령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정령계를 조금 소개하면서 오느라고 늦었다. 평소에 소개할 이가 있었어야지.

-쳇, 알겠어. 앉기나 해.

따악!

그렇게 말하며 이프리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인원수의 맞게 의자가 나타났다. 각자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자 실피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부터 정령신의 시험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래, 이제 좀 알려줘.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그것에 대해 한 마디도 못 들었어.”

-이 이야기는 모든 정령왕이 모였을 때에만 할 수 있어서 그랬으니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쳇, 그렇게 말하면 뭐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정령신의 시험이라고 말은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모른다. 다만 그 안에는 정령신이 안배해 놓은 무언가가 있을 뿐. 그것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너희 둘 중 한 명은 정령신의 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잠깐만 한 명?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은 무조건 죽는 거야?”

김혜진의 말에 실피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했잖나 파편을 가지고 있는 이일 수도 있다고. 파편을 가진 사람은 약간의 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거다. 환생인 자보다는 당연히 적을 거다.

“휘유, 그건 다행이네.”

실피드의 말에 김혜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실피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로 정령의 협곡으로 가도록 하지.

“에게? 이게 끝이야?”

-미안하지만 그곳은 우리들 정령왕조차도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다. 이 정도의 정보도 정령신께서 말씀해 주신 것이기에 알고 있는 것뿐이다.

“에휴, 그래서 정령의 협곡은 어딘데?”

-모든 정령의 힘이 모이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정령이 태어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곳. 그곳이 바로 정령의 협곡이다. 그리고 그곳에 정령신의 시험이 안배되어 있다.

“당연히 우리는 같이 못 가는 것이겠지?”

-물론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해라. 갈 때에는 순간 이동으로 갈 거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후우, 알겠다. 그럼 다녀와라.”

최진혁의 말을 끝으로 실피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정령왕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김혜진과 엘리쟈를 가운데에 두고 둥글게 섰다. 그리고 순간 이내 사라졌다.

그렇게 정령왕들과 김혜진과 엘리쟈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최진혁과 도경수 그리고 루더슨은 자리에 앉아 정령왕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실피드의 말대로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졌던 정령왕들이 다시 나타났다.

-미안하군. 정령신의 안배가 있는 곳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 정령왕 모두가 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런 거 가지고 뭐라 할 정도로 정도가 없지는 않으니 괜찮다. 그런데 얼마나 걸리지?”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도 잘 모른다. 얼마나 걸리는지,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고 있다. 안에 있는 이들이 죽거나 변고가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대충 그 시간은 1년에서 길면 5년이다. 물론 정령계의 시간으로 말이야.

“꽤 길기는 하지만…… 기다리지 못할 시간은 아니군.”

물론 현계의 시간으로 5년 정도였더라면 기겁을 했겠지만 이곳은 정령계, 현계와는 어마어마한 시간 차이가 있는 곳이었다.

5년이라고 해봐야 현계로 치면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실피드의 말에 최진혁과 루더슨이 동시에 답했다.

“오랜만에 수련이나 좀 해야겠군.”

“그도 그렇군.”

“엑? 수련 말입니까? 저희는 혜진이와 엘리쟈 씨를 지켜야 할…….”

“도경수.”

“……네?”

“지금 김혜진의 능력으로 보았을 때, 김혜진은 정령신이라는 자의 파편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걸로 추정이 된다. 즉, 거기서 빠져나왔을 때, 그녀가 너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텐데…… 너는 설마 네 정인에게 보호를 받을 생각은 아니겠지?”

“……합니다, 할게요. 수련. 하면 되잖습니까!”

“훌륭한 선택이로군. 그런 의미로 실피드?”

-……뭐냐?

“지도 부탁한다.”

-……하아?

최진혁의 그 말에 실피드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루더슨과 도경수마저 깜짝 놀랐다.

세상에 그 누구에게도 부탁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최진혁이 실피드에게 부탁이라는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진혁은 지금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최진혁 눈앞에는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고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켜 줄 훌륭한 스승들이 무려 넷이나 있었다.

최진혁이 여태까지 스승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배워온 이유는 그 혼자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보다 나은 스승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최진혁 앞에 있는 네 명의 정령왕들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최진혁보다 월등히 강력하고 지금 최진혁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었다.

“실피드.”

-뭐냐.

“권능을 다루는 법을 알려다오.”

바로 권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였다.

-뭐어? 그게 대체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나에게 권능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달라니? 그리고 무엇보다 너 방금까지만 해도 나를 잡아먹으려고 들지 않았냐?

실피드의 말대로 실피드가 정령신의 시험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순간부터 최진혁은 실피드를 물어뜯을 것처럼 굴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최진혁의 모습에 실피드가 어이없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너를 비롯해서 다른 정령왕들에게도 하는 말이다.”

-하아? 대체 우리가 그런 수고를 왜 해야…….

“나는 미래를 보았다.”

-……?

“그리고 나는 심연의 존재에게 죽음을 맞이하더군.”

-……?!

“그렇기에 이렇게 부탁한다. 나에게 권능을 다루는 법과 권능을 얻는 법을 가르쳐다오.”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실피드를 비롯한 다른 세 명의 정령왕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내 대표로 실피드가 최진혁을 향해 걸어와 말했다.

-……중간에 도망치는 건 용납 못 한다.

“……물론이지.”

그렇게 정령왕들의 교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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