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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98화 (98/149)

리치, 헌터가 되다! 98화

오만과 분노(2)

“캬아아악.”

“흥! 감히 죽음에서 돌아온 천한 것들이 누구의 옷깃을 잡으려고 드는 것이냐!”

쩌저저적!

자신을 향해 검은 안광을 불태우면서 달려드는 스켈레톤들을 보면서 루시퍼가 말했다.

그리고 루시퍼는 그렇게 외치면서 땅바닥에 손을 대었다.

그와 함께 얼음 기둥들이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와 달려오는 흑골, 흑안의 스켈레톤들을 휩쓸었다.

“캬악! 캬아악!”

“……쓰레기들이 양만 많군.”

하지만 쓸려 나간 스켈레톤들보다 많은 양의 스켈레톤들이 건재했으며.

-주인님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들의 습격이 이어졌으며.

-……주인님의 적을 없애라. 주인님의 충실한 종들이여.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최진혁의 권능, 창조로 만들어진 데스나이트들이 칠흑 같은 검은 안광을 내뿜으면서 둠 나이트 카르한의 명령에 따라서 루시퍼를 향해 쇄도해 왔다.

히히힝!

다른 스켈레톤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안광을 내뿜고 있는 해골마의 등에 올라탄 듀라한들과 데스나이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서 다른 해골마보다 배 이상은 커다란 해골마를 탄 카르한이 쇄도해 오자 루시퍼는 이를 갈며 외쳤다.

“으득, 이런 천한 것들이 감히! 누구 앞에서 건방을 떠느냐!”

쿠웅!

그 말과 함께 루시퍼의 기분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주위를 짓누르는 마기에 데스 오라에 의해 강화된 스켈레톤들은 물론이고 꽤 상위 언데드로 취급받는 듀라한들까지도 쥐포처럼 납작해졌다.

물론 정확하게는 과자처럼 바스러졌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왜냐하면, 마기에 짓눌린 스켈레톤들은 뼛가루 한 줌 남기지 않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듀라한과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티다가 짓눌렸지만, 하위 언데드인 스켈레톤들은 조금의 버팀도 없이 바스러졌다.

의식한 것도 아닌, 그저 화를 내고 그 감정에 반응한 마기들이 이루어낸 결과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생각했다.

‘역시 마왕은 마왕이로군. 공작과 대공들과는 차원이 달라.’

마계 오등작 중에서 최고인 공작과 그 한층 더 위에 존재하는 대공들은 마왕에 가깝다고 칭해지지만 실상 그들과 진짜 마왕들의 차이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그냥 언데드도 아니라 데스 오라의 힘을 등에 업은 언데드들이 고작해야 마기에 짓눌려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길게 할 틈이 최진혁에게는 없었다.

“네 녀석만 죽인다면 나머지 쓰레기들은 자연히 사라질 터. 그러니 죽어라, 열등한 것.”

“……적진에 홀로 들어오다니 배짱 하나는 두둑하군.”

쩌정!

8서클의 냉기 마법보다도 강력한 냉기가 루시퍼의 손에 깃들어 있었고 그런 손으로 루시퍼는 장법을 펼쳐 최진혁의 복부에 자신의 손을 꽂아 넣었다.

루시퍼의 손이 닿은 복부는 삽시간에 얼어붙었고 이내 복부 주위는 아예 하나의 얼음 덩어리처럼 변했다.

평범한 이라면 극심한 추위를 호소하면서 얼어 죽었겠지만, 최진혁은 평범한 이가 아니었고 지금 그가 입고 있는 로브 또한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와그작! 와그작!

“……뭐지?”

얼음에 뒤덮인 복부 주위의 천이 쩌억 벌려지더니 이내 날카로운 이빨로 자신의 마기로 이루어진 얼음을 마치 과자처럼 씹어 먹는 괴이한 모습에 루시퍼는 등장하고 처음으로 당황해했다.

그런 루시퍼를 향해 최진혁은 공격 마법들을 난사했다.

“본 애로우, 본 미사일, 본 스피어!”

삽시간에 생성된 수백, 수천 발의 마법 다발에 루시퍼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몸을 뺐다.

하위 마법이라지만 그 마법을 사용한 주체는 다름 아니라 9서클 마법사인 최진혁이었기 때문에 하위 마법에 내포된 그 힘은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최진혁이 만들어낸 마법이 방금까지 루시퍼가 서 있던 자리에 박혔다.

자신이 사용한 마법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최진혁은 딱히 아쉬워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본 계열 마법으로 피해를 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최진혁은 자신의 마법이 실패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자신의 마법도 루시퍼에게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을 향해 루시퍼가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으득, 감히 버러지 같은 것이 내 옥체에 손을 대려 해! 네 녀석의 몸을 토막 내어 들개들의 먹이로 줄 것이고 네놈의 피는 뱀파이어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며 네 녀석의 영혼은 내가 평생토록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 만들어주겠다.”

자신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루시퍼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최진혁은 동요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루시퍼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웃어? 지금…… 지금 내가 한 말을 비웃는 것이냐!”

“너…… 지금 네가 어디에 있는지를 잊은 거 아니냐?”

“뭐라……? 언제 이렇게……?”

딱딱딱!

최진혁의 말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본 루시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언데드들 때문이었다.

“이런 젠장!”

그 사실을 깨달은 루시퍼는 재빨리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어어어?”

“한낱 좀비 따위가 감히 어딜 잡는…… 컥!”

“콥스 익스플로젼.”

연신 좀비들이 루시퍼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런 좀비들을 짓밟고 몸을 빼려고 할 때마다 최진혁이 사용하는 콥스 익스플로젼에 루시퍼의 전신은 불에 그을리고 수류탄처럼 터져 나간 좀비의 뼈가 박혀 뼈로 된 고슴도치 같은 괴상한 모습이 되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퍼는 괴성을 내지르면서 얼음 기둥을 만들어냈다.

쩌저정!

루시퍼는 연신 얼음 기둥을 만들어내면서 거대한 얼음의 벽을 만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언데드들을 막아냈다.

그런 루시퍼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돌린 최진혁은 고개를 돌려 멀리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마왕인 분노의 마왕 라스와 싸우고 있을 루더슨이 있는 데로 추정되는 곳을 바라봤다.

‘루더슨은 잘 상대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 * *

콰과광!

“크흡!”

“어이, 어이! 일어나라고! 좀 더 재밌게 해달란 말이지!”

“후우, 이게 장난처럼 느껴지나?”

“그럼? 장난 아니었나? 너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나만의 장난?”

“크으…… 퉤!”

라스의 말에 루더슨은 건물의 잔해를 치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입안에 고인 핏물을 바닥에 탁 하고 뱉으면서 손에 쥔 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루더슨의 웅혼한 신성력이 루더슨의 전신을 감쌌고, 이내 앞선 전투로 입은 상처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루더슨의 백색 거검에 우윳빛의 홀리 블레이드가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느려.”

“……?!”

어느새 신속의 속도로 달려온 라스가 홀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루더슨의 앞에 서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라스의 모습에 루더슨이 당황해하면서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홀리 블레이드를 휘둘렀지만, 지옥의 업화가 휘감겨 있는 라스의 주먹이 루더슨의 복부에 닿는 것이 먼저였다.

치이익!

“크아아악!”

“크으…… 그거 듣기 좋은데? 한 번 더 내봐.”

“크으읍…….”

갑옷을 뚫고 전해지는 열기에 루더슨은 저도 모르게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루더슨의 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라스는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재차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라스가 원했던 것과는 달리 이후부터는 루더슨은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아냈다. 루더슨의 그런 모습에 라스는 얼굴을 굳히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슉! 슈슉! 슉!

주먹의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거기에 더해서 지옥의 업화가 휘감겨 있었기에 주변에 아지랑이가 생기면서 주변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루더슨 또한 마찬가지로 소드엠퍼러라는 지고한 자리에 오른 검사였다.

빛처럼 쏘아지는 주먹을 보고 피할 수는 없었지만 단련된 그의 몸이 반사적으로 라스의 주먹을 피해냈다.

다만…….

“느려…… 느려, 느려, 느려, 느려!!”

“크아아악!”

라스의 주먹이 그런 야생동물보다도 뛰어난 루더슨의 반사신경을 무시할 정도의 스피드를 자랑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반사신경이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보다 느렸던 대가는 그렇게 싸지만은 않았다.

퍼버버벅!

라스의 주먹에 루더슨의 전신은 난도질당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통짜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은 움푹 파여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크으…….”

바로 뼛속까지 파고들어서 내부를 불태우는 라스의 지옥불이었다.

갑옷이라는 1차 방어를 뚫고 질긴 피부라는 2차 방어까지 단숨에 뚫어버린 지옥불은 루더슨의 내부를 통구이로 만들고 있었다.

초인적인 정신력과 신성력으로 치유를 하면서 버티고 있었지만 지옥불은 시간이 지난다고 꺼지는 형식의 불이 아니었다.

그리고 루더슨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찡그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라스를 노려봤다.

그런 루더슨의 시선을 즐기며 라스는 자신의 주먹을 붕붕 돌리면서 말했다.

“느려. 그리고 약해. 정말 네가 나와 같은 반열에 올라와 있는 게 사실이야? 이 정도면…… 도미닉보다도 약할 텐데?”

“……으득, 나를 마왕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

“오, 꼴에 자존심은 있나 보네? 하지만 말이야…….”

라스는 그런 루더슨과 눈높이를 맞추더니 이내 빙그레 웃으면서 발로 루더슨의 턱을 걷어찼다.

빠각!

그와 함께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루더슨의 턱이 홱 돌아갔다.

“컥!”

“자존심도 상대를 봐가면서, 그리고 힘이 있을 때나 부리는 거야, 알아?”

라스의 말에 루더슨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간신히 일어났다. 그런 루더슨을 향해 라스가 이죽거리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

“…….”

“이곳 지구가 완전히 우리 손에 떨어지면 우리 마왕 중 하나는 새로운 마신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마신에 가장 가까운 마왕 중에 하나지. 저기서 네 친구와 놀고 있는 루시퍼와 더불어서 말이야.”

“……후욱,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어쩌긴 뭘 어째.”

그렇게 말하면서 라스는 빙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루 그년부터 내 발아래에 놓을 거다.”

“……지금 뭐라고……?”

“도미닉 녀석을 쓰러뜨리느라 과도한 힘을 쓴 루 년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제대로 된 힘을 못 쓸 테니 지금이 적기지. 내가 지구를 물려받고 두 번째 마신이 된다. 루, 그년은 내 발깔개가 될 거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이…… 망할…… 자식이……! 지금 네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라스의 말에 루더슨은 턱을 맞은 탓에 어질어질한 상태로 분노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런 루더슨의 분노 따위는 가소롭다는 듯이 라스가 ‘뭐 어쩔 건데?’ 하는 얼굴로 루더슨을 바라봤다.

“뭐, 네가 여기서 나를 죽여 버리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죽는 게 소원이라는 그 소원, 받아주마.”

쿠구구궁!

그 말과 함께 루더슨의 전신에서 신성력이 폭주하듯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은 곧 유형화되기 시작했고, 어느새 루더슨의 등 뒤에는 천사의 날개가 8쌍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루더슨의 두 눈에서는 성스러운 빛이 내뿜어지고 있었다.

“흐…… 흐하하하! 좋아!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어야지!”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격한 분노를 토해낸 루더슨은 8쌍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라스에게 쇄도했다.

그런 루더슨의 모습에 라스는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면서 지옥불을 휘감은 주먹을 들고 루더슨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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