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82화 (82/149)

리치, 헌터가 되다! 82화

혼돈의 심장(1)

“크으으…… 나를 죽이면 전 세계에서 내 권능에 지배 받고 있는 이들이 모조리 폭주할 거다!”

-그래서 어쩌라고?

뻐억!

“크웨에엑…….”

자신을 죽이려는 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도미닉은 협박도 했지만 그런 협박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할 루가 아니었다.

곧장 도미닉의 턱을 후려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할 생각이냐? 미안하지만 난 절대 여기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애초에 마신 그 자식을 싫어하기도 하고.

“지…… 지금 네 녀석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네년을 욕할 것이고 그것은 네 신앙에 문제가…… 커억…….”

지금의 도미닉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협박밖에 없었기에 계속해서 협박을 해보았지만 싸늘한 루의 얼굴에 결국 도미닉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왕이 신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꼴도 우스웠고, 그것을 들어줄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개를 떨구고 도미닉이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아르타의 얼굴을 한 루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희 마족이나 마왕 같은 버러지들은 그런 모습이 어울리지.

“으득, 이 복수는 마신 류드께서…….”

-닥치고 곱게 죽어라.

콰드드득.

“크아아아악!”

결국 마신의 이름까지 들먹이는 도미닉의 모습에 루는 귀찮은 얼굴을 하면서 손을 휘저었다.

그와 함께 도미닉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던 사슬들이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 도미닉의 몸을 박살 내버렸다.

사슬에 칭칭 묶인 채, 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대고 있는 도미닉을 바라보며 루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라도 있나, 버러지?

“……릴리트 님. 으득, 망할 년. 네 녀석의 신자들은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지옥 불에 불타 사라질…….”

-그래, 죽어라.

콰득! 콰드득! 콰득!

루의 명령이 떨어지자 도미닉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던 사슬들이 도미닉의 전신을 아예 박살 내다 못해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떼구르르…….

그리고 머리만 남은 도미닉이 떼굴떼굴 굴러 최진혁의 앞으로 왔다.

“으득, 최진혁…….”

“꽤 보기 좋은 모습이 되었구나, 도미닉.”

“신을 끌어들이다니…… 정말 대단한 방법이었다. 상상조차 못 했어!”

“……사실 이건 내 계획에도 없었던 일이다만? 나는 루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너는 우연에 걸려든 것뿐이다.”

“우연? 이 내가 고작 우연 때문에…… 고작 우연 때문에!”

자신조차 예측하지 못한 일.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우연이라는 말에 머리만 남은 도미닉이 이가 부서져라 갈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크흐…… 크흐흐…… 내가 이렇게 죽게 된다고 할지라도 방심하지 마라. 내 권능이 골수까지 스며든 인간들은 내 죽음을 기폭제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할 거다.”

“세레스와 알타논 그리고 기르신을 말하는 건가?”

도미닉의 말에 최진혁이 기사 제국 마도 왕국 그리고 용병 왕국의 이름을 차례대로 들먹이자, 고함을 내지르던 도미닉의 얼굴에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걸 어떻게?”

“딱 보면 답이 나오질 않나? 그 녀석들이 아무리 정복욕에 미친놈들이라지만 마족이라는 적이 있는 상황에서 주변 나라들을 침략하고 다닌다? 그 말은 그 녀석들에게는 마족이 공동의 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안 그런가?”

“……역시 머리 하나는 제일이군. 미안하지만 몸이 이런 탓에 박수는 못 쳐주겠어.”

“네 녀석의 칭찬 따위는 줘도 안 받으니 미안해할 것 없다.”

“흐흐흐…… 네 녀석 같은 말이로군.”

질색을 하는 최진혁의 표정을 본 도미닉은 고함을 내지르는 것을 멈추고 자조 어린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도미닉은 눈을 치켜뜨고 최진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당연. 네 녀석 위에 있는 6마왕은 물론 마신까지 네 옆으로 보내줄 테니 심심해하지 마라.”

“크크크…… 역시 죽음의 군주답군요. 기대하고 있죠. 저도 6마왕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저와 같다고 판단하시면 큰코다칠 겁니다.”

이제는 동공에 초점이 사라진 채, 존대와 반말을 오가며 말하는 도미닉의 모습에 최진혁은 도미닉의 생명의 불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 도미닉의 머리를 허리 숙여 집어 든 최진혁이 도미닉을 향해 말했다.

“그럼 잘 가라.”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최진혁은 손에 힘을 주어 도미닉의 머리를 마치 풍선을 터뜨리듯이 펑 하고 터뜨렸다.

그렇게 지구 곳곳에 스며들어 수많은 학살을 뒤에서 조종한 7마왕, 도미닉의 최후는 신성 제국의 심처에서 이루어졌다.

마왕의 무덤이 신성 제국 내부가 되었다는 말은 마치 개그와 같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최진혁.

“뭐냐…… 읏!”

-받아라.

자신을 부르는 루의 목소리에 최진혁이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무언가가 날아와 최진혁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꿈틀꿈틀.

-저 녀석의 심장이다. 저 녀석도 마왕이니 네 녀석의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

“……마왕의 심장으로 마나 추출을 해본 적은 처음인데 말이야……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군.”

-후우, 슬슬 나도 힘이 빠져나가는군. 아무리 내 아들의 몸이라지만 역시 현신은 힘과 인과율이 많이 든단 말이지.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루이시여?”

-음? 아, 루더슨 자네도 몰랐겠군. 아르타는 내 자식이다.

“예……?”

-아르타 루즈선. 루의 아들이라는 말인데…… 설마 눈치조차 못 채고 있었나?

“아니…… 당연히 교황이시니 형식적인 이름인 줄 알았…….”

-쯧, 역시 자네는 눈치가 영…… 어쨌든 이만 나도 가봐야 할 것 같군. 그 마왕 녀석의 말대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은 지상에 개입은커녕 지켜보는 것도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이 녀석을 잘 부탁한다.

루는 그렇게 말을 하며 가슴을 두어 번 치고는 이내 아르타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루가 빠져나가자 대천사의 갑주는 자동으로 해제되었고 정신을 잃은 아르타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런…….”

타다닷.

그리고 그런 아르타를 받아내기 위해 루더슨이 달려 나갔고, 그런 루더슨의 뒷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자신의 손에서 꿈틀대고 있는 도미닉의 심장을 바라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꽤 큰 이득을 얻어 가는군.”

물론 이득만큼 손해도 있었다.

일단 도미닉이 죽으면서 제국과 왕국들이 다시 미친 듯이 정복 전쟁을 벌일 것이었다.

원래 지구 국가들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도 도미닉의 권능에 당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또다시 지구는 혼란에 빠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진혁은 이득이 더욱 크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일단 도미닉의 심장이면 8서클의 벽을 뚫어볼 수가 있었고, 거기에 더해서 어차피 죽여야 했던 7마왕 중 하나인 도미닉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마냥 우리 힘으로 죽인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루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신성의 심장으로 무한한 신성력을 얻은 아르타를 주로, 그 뒤를 루더슨과 최진혁이 받치고 싸웠다면 힘겨운 싸움은 되었을지언정 도미닉을 잡기는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루가 잡았으니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그러면 이걸로 일단락…… 아, 그러고 보니 저 녀석들이 남았군.”

떨어지는 아르타를 잡아챈 루더슨의 모습을 뒤로한 채, 등을 돌리려던 최진혁은 무언가를 깨닫고 다시 등을 돌려 앞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 최진혁의 눈이 닿은 곳에는 아직까지도 루의 기운에 짓눌려 벌벌 떨고 있는 도미닉의 몬스터 군대가 있었다.

“쇼 타임.”

* * *

“으으음…….”

“일어났나? 꼬맹이?”

“흐어억…… 너…… 네가 여긴 왜 있어!”

“왜기는 네 녀석한테 얻어낼 게 있으니까 그렇지.”

“……뭐…… 뭔데요……?”

갑자기 존댓말을 사용하는 아르타의 모습에 최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자신이 할 말을 내뱉었다.

“심장.”

“심장?”

“심처에 보관되어 있던 릴리트의 심장 말이다.”

“아, 그건 왜요?”

“내놔.”

“……에?”

그리고 갑작스레 강도로 돌변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아르타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최진혁에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 제국, 그것도 황궁에서 교황에게 신성 제국의 물건 내놓으라는 협박을 당하는 상황은 아르타로서도 처음 겪는 일일 테니까 그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안 내놓으면 내가 알아서 가져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막아볼 테면 막아봐라.”

물론 최진혁은 그런 것을 이해해 줄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아르타에게는 나쁜 점이었다.

“아니…… 그…… 절차라는 게 있기도 하고…… 그건 루더슨 경께서 가져오신 물건이니까 루더슨 경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제가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왜 자기 마음대로…… 내가 교황인데…….”

최대한 미뤄보기 위해서 루더슨을 언급하던 아르타는 옆에서 들려오는 루더슨의 목소리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울먹였다.

그런 아르타의 모습에 루더슨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그 심장은 지금 상태에서 저희가 더 이상 건들 게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현재 릴리트의 심장은 더 이상 신성력을 주입해도 변화가 없었다.

다만 마왕의 심장일 때에 주입하면 혼돈의 심장으로 변할 확률이 높아질 뿐이었다.

그것 빼고는 딱히 유의미한 변화가 없으니 ‘더 이상 신성 제국 내에 보관해 봐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라는 것이 루더슨의 생각이었다.

“그런 폭탄을 굳이 저희 제국에서 들고 있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흑마법사인 죽음의 군주인, 저자에게 주는 이유는?”

“저도 저 녀석이 못 미더운 것은 사실이나 저 녀석만큼 심장을 잘 다루고 보호할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으으음…….”

루더슨의 말에 아르타는 침음을 삼키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루더슨의 말마따나 최진혁 정도의 흑마법사는 지구에도, 아르말딘 대륙에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즉, 심장을 보관할 적임자로서 최진혁만 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되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르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루의 도움으로 마왕을 잡았다고는 하나 최진혁이 도움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는 상황.

어차피 안 주면 언데드들을 이끌고 훔쳐갈 것이 뻔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선택, 후회하지 않게 해주지.”

“아, 예에…….”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이 내민 손을 떨떠름한 얼굴로 잡은 아르타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