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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78화 (78/149)

리치, 헌터가 되다! 78화

도미닉(3)

“모두 긴장하지 마라! 우리는 다수고 적은 하나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개미는 한 마리든 백 마리든…….”

“……대체 언제?”

쿠웅…….

몸이 굳어버린 부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검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 함성을 내지르던 기사단장은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최진혁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런 기사단장을 바라보고 최진혁이 진각을 밟으며 말했다.

“호랑이는 잡지 못한다.”

그와 함께 최진혁의 주위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뻐어억!

“크억…….”

자신들을 개미 취급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기사단장은 분개하며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최진혁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를 후려치는 것이 더욱 빨랐다.

우직! 우지직!

최진혁의 주먹은 기사단장이 입고 있던 갑옷을 일격에 우그러뜨린 것도 모자라서 내부에까지 충격을 선사해 주었다.

단 일격에 미스릴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순도 높은 강철로 만들어진 자신의 갑옷이 망가졌다는 사실에 성기사단장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이 격이 성기사단장의 반대쪽 옆구리에 작렬했다.

“크으윽……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공격해라……!”

그 말만을 남긴 채, 첫 번째 기사단장은 피를 토해내며 까무룩 기절했다.

최진혁이 내지른 두 번의 권격이 기사단장의 갈비뼈를 부러뜨렸기 때문이었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시큰시큰한 고통과 함께 부러진 갈비뼈가 내부의 장기들을 건드리면서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낸 기사단장이 리타이어 되자 그의 부하들이 분개했다.

“감히! 단장님을!”

“1열! 방패!”

“준비!”

처처척!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가장 앞에 서 있던 성기사들이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카이트 실드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 뒤를 2열에 있는 성기사들이 받쳐주었고, 마지막으로 3열에 있는 성기사들은 자신의 검을 집어넣고 기다란 창을 꺼내 각 방패 사이에 있는 틈으로 집어넣었다.

수백 명의 성기사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성벽과도 같은 모습이 되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성기사들 전부와 싸우지 못할 것도 없지만 저렇게 견고하게 방어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멀리서 싸우고 있는 루더슨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설마…… 최진혁!”

“빨리 뚫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군. 그래도 걱정하지는 마라. 바깥에서처럼 많이는 소환하지 않을 테니까.”

밖에서야 다대다의 싸움을 위해서 일부러 많이 소환한 것이었지만 지금처럼 단단한 방벽을 뚫을 때는 많은 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강력한 하나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리고 최진혁이 가진 언데드 중에서 가장 강한 일점 공격을 할 수 있는 언데드는 단 한 기뿐이었다.

따악!

“나와라. 둠 나이트 카르한.”

-주인님의 명을 받고 둠 나이트 카르한. 여기 대령했나이다.

바로 둠 나이트인 카르한이었다.

최진혁이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아공간의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카르한이 튀어나와 최진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카르한의 그런 모습에 최진혁은 인사를 받으면서 카르한을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

“카르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어떤 명령이든 완수해 내겠습니다.

“저기 있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방벽을 돌파해 내야 한다.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반드시 해내야 하는 문제입니다.

“……좋군. 본 홀스 한 마리를 주겠다. 뚫어라. 뚫어서 나와 저 녀석을 저 안으로 보내다오.”

-명을 받듭니다.

카르한의 대답을 들은 최진혁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히히힝!

그와 함께 황궁 바닥의 백색 대리석을 박살 내면서 땅에서 거대한 크기의 본 홀스 한 마리가 나타났다.

죽음의 기운을 풀풀 흘리면서 등장한 본 홀스의 모습에 방진을 구성하고 있는 성기사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쥐고 있는 방패와 창 등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대장인 기사단장들은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계속해서 소리쳤다.

“오오! 자비로운 루이시여 저희에게 축복을!”

“그대들의 앞은 자애로우신 루께서 보우하신다!”

“자신의 힘을! 루의 힘을 믿어라!”

후오오오!

그리고 그와 함께 수백의 성기사들과 네 명의 기사단장들의 몸에서 신성력이 빠져나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보호막을 생성했다.

우윳빛의 반투명한 보호막을 보면서 기사단장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더러운 마족 녀석! 이 보호막은 설령 신의 검인 루더슨 경이 오신다고 하더라도 뚫지 못한다!”

“……네 녀석들이 말하는 루더슨은 저기 있다만.”

“저따위 마족 녀석이 조금 잘 싸운다고는 한다만 감히 신의 검 루더슨 경과 비교를 하다니! 루의 천벌이 네 녀석에게 내릴 것이다!”

기사단장의 그 말에 멀리서 경비대원들을 제압하고 있던 루더슨이 울컥했지만, 최진혁은 알 바가 아니었다.

“쯧쯧, 불쌍한 녀석.”

“지금부터 불쌍한 녀석은 바로 네 녀석이 될 것이다.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고통을 느껴라! 거기에, 곧 있으면 악살포도 가동을 시작할 것이다. 흐하하하!”

자신들이 만들어낸 보호막과 어느새 철컥 소리를 내면서 작동을 시작하는 악살포를 믿는지 창백했던 얼굴색이 평소대로 돌아오고 있는 기사단장을 최진혁이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 그런 최진혁의 곁으로 모든 경비대원을 제압한 루더슨이 다가왔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서 보호막을 바라보는 루더슨에게 최진혁이 물었다.

“정말로 저걸 못 뚫나?”

“……저 보호막은 모든 신성력을 흡수해서 더욱 강력한 보호막으로 만들어낸다. 즉, 내가 공격하면 오히려 보호막을 두텁게 만든다는 거다. 미안하지만 여기선 내가 도움을 줄 방법은 없겠군.”

마나를 쓰지 못하고 오로지 신성력만 사용할 수 있는 루더슨이었기에 신성력과 마기에 대한 대비가 확실한 신성 제국 내에서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루더슨의 대답에도 최진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고는 어느새 본 홀스 위에 올라타 있는 카르한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는군. 하지만 나는 너를 믿는다. 카르한.”

-……주인님의 신뢰.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좋다. 그럼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은 본 홀스 위에 훌쩍 올라탔다. 본 홀스가 무척이나 커다랬기에 카르한을 태우고도 자리가 널찍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본 홀스 위에 올라가 카르한에게 매미처럼 매달린 최진혁이 루더슨에게 말했다.

“뭐 하나? 안 올라오고?”

“후우, 본 드래곤 위에 올라타질 않나…… 이제는 본 홀스 등 뒤에 올라타 둠 나이트의 손을 빌려야 한다니…… 내 꼴도 말이 아니군.”

“그게 싫다면 네가 직접 저 보호막을 뚫는 게 어떤가?”

“……타도록 하지.”

최진혁의 말에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을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루더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본 홀스의 위로 올라탔다.

본 홀스는 무척이나 커다랬고 높이도 꽤 높았다.

하지만 루더슨은 무거운 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본 홀스 위에 올라타 최진혁에게 물었다.

“그래서 다음은 무엇이지?”

“방법? 카르한. 다음은 뭐지?”

“……네가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

“카르한. 믿고 있겠다.”

-……맡겨만 주십시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쓰쓰쓰…….

믿겠다는 말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카르한의 전신에 퍼져 있던 파멸의 기운이 들고 있던 둠 블레이드에 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안 그래도 칠흑 같던 둠 블레이드에는 이제 응집될 대로 응집된 파멸의 기운이 유형화되어서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치이익…….

마치 산성 물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리석 바닥을 녹이는 파멸의 기운에 방진을 구축하고 있던 성기사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본 홀스가 투레질을 시작했다.

히히힝!

“온다! 모두 힘 꽉 줘라! 여기서 밀린다면 바로 뒤에는 교황 성하가 계신다!”

“예!”

“으아아아아!”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렇게 성기사들이 자신들이 쥐고 있는 방패에 힘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성력까지 불어넣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본 홀스가 달려왔다.

대리석 바닥이 본 홀스가 밟을 때마다 마치 두부처럼 움푹움푹 패였다. 하지만 바닥에까지 신경을 쓸 정도의 여유가 지금의 성기사들에게는 없었다.

상당히 거리상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몇 번의 뜀박질만으로 어느새 본 홀스가 보호막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보호막 바로 앞까지 도달하자 자신의 둠 블레이드를 마치 랜스처럼 들고 있던 카르한이 깊은 숨을 내쉬면서 보호막을 향해 둠 블레이드를 찔러 들어갔다.

푸우우욱…… 챙그랑!

마치 풍선에 바늘을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더니 이내 우윳빛의 보호막은 둠 블레이드에 담긴 파멸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보호막을 구성하는 신성력의 원천은 성기사들과 기사단장들이었기에 그것에 대한 충격 또한 마찬가지로 그들이 짊어졌다.

“쿠에에엑…….”

“쿨럭쿨럭…….”

토하는 이들은 양반이었다.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고통에 피를 토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꽤 멀쩡한 이들은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

“이제야 정신 차렸나?”

바로 기사단장들이었다.

다른 성기사들과는 달리 쌓은 신성력과 무위에 차이가 있었기에 그들은 충격을 대부분 흡수하고 토를 하거나 피를 토하는 등의 추태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하기만 한 충격은 아니었기에 도미닉이 건 지배가 풀렸는지 그들은 루더슨을 알아보고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루더슨 경? 대체 일 년간 어디를 가셨다가 이제 돌아오신 겁니까?”

“설명하려면 길다. 그런데 너희들은 방금까지 무얼 했는지 기억은 나는 건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데다가 기억도 하나도 없군요…….”

“후우, 그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지금 마왕이 황궁 안에 있다.”

“네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십니까? 황궁은 저희가 철두철미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런 너희들이 나와 왜 대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이럴 수가 설마 저희들이 마왕을 쫓는 루더슨 경을 막아선 것입니까?”

“그래, 하지만 그건 너희들의 탓이 아니니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너희들은 여기서 다른 성기사들을 수습해라. 나는 먼저 들어가 보겠다. 아! 그리고 저기 있는 악살포도 가동 정지시켜 두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왜 루더슨 경께서 언데드를 타고 계십니까?”

“……크흠흠! 그것 또한 나중에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그러니 내가 시킨 명령만 잘 이행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빨리 들어가 보십시오. 교황 성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차피 그 사람은 나 아니어도 잘 살 테니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

교황을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루더슨의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본 홀스가 사라지고 그 위에 타고 있던 카르한 또한 최진혁의 아공간으로 다시 들어가자 기사단장은 최진혁에게 더욱 관심을 보였다.

“그것보다 대체 저자는 누굽니까? 평범한 흑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이번에 일 년간 사라지신 게 저 흑마법사 때문입니까?”

“죽음의 군주다.”

“아아…… 죽음의 군주군요. 그럼 잘 다녀오십…… 시오가 아니잖습니까!”

태연하게 죽음의 군주라고 답하는 루더슨의 모습에 기사단장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뻔하다가 이상함을 깨닫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죽음의 군주가 사망하는 순간을 바로 곁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루더슨은 자신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황궁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명은 나중에.”

“그게 대체 무슨…….”

루더슨이 횅하니 사라지자 기사단장이 허망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서늘한 최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러고 보니 네 녀석…… 차원 이동을 할 때 있었던 녀석이군. 나중에 할 말이 참 많겠어.”

죽음의 한기보다 서늘한 목소리에 기사단장이 고개를 홱 돌렸을 때는 이미 최진혁은 루더슨의 옆에 서서 내부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죽음의 군주라니 대체 이게 무슨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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