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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77화 (77/149)

리치, 헌터가 되다! 77화

도미닉(2)

“루를 위하여!”

“루이시여!”

쓰쓰쓰…….

도미닉에게 지배된 성기사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면서 홀리 블레이드를 뽑아 든 채 최진혁과 루더슨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홀리 블레이드는 루더슨의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그 또한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베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강철일지라도 홀리 블레이드 앞에서는 종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카앙!

“뭣이?”

“역시 참 마음에 드는 로브란 말이야.”

하지만 그런 홀리 블레이드도 암흑광석으로 만들어진 탐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랜드마스터인 두르간의 검기도 막아냈던 탐일진대 일반 소드엑스퍼트 수준인 성기사들의 검기조차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파스스…….

부드러운 천과 같은 모습이던 로브가 파스스 하면서 부서져 내리더니 이내 원래의 재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로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처음 보는 이상한 광경에 검을 내려친 성기사가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최진혁을 바라보며 외쳤다.

“네 녀석! 역시나 마족이구나! 좋다! 오늘 루께서 네 녀석을 심판할지니…… 간다아아!”

“쯧, 루께서는 오늘만큼은 네 녀석을 굽어살피시지 않으실 것이다.”

“무어라? 네 녀석이 누군데 감히 루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이냐!”

“지금 나에게 너라고 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움찔!

그리 말하는 루더슨의 검은색 눈동자는 어느새 신성력으로 가득 차 우윳빛의 눈동자로 변해 있었다.

백안처럼 보이는 기괴한 광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신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그 모습에 마족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성기사가 움찔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무어라고 루더슨에게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뻐어억!

“케엑…….”

“반성은 나중에 듣지.”

“네 부하들 아닌가?”

“지금은 아니다.”

“참으로 칼 같은 대장님이로군.”

그리 말하면서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하는 최진혁을 무시하면서 루더슨이 최진혁에게 말했다.

“장난치지 말고 앞을 봐라. 온다.”

“그래그래.”

두세 명의 성기사들을 상대하는 사이 최진혁과 루더슨이 있는 곳을 향해 밖에서 헌터들과 싸우고 있는 성기사들과 비슷한 숫자의 성기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달려오는 그들의 면면을 확인한 루더슨이 이마를 짚으면서 욕을 내뱉었다.

“하아, 이런 망할 녀석들을 봤나…….”

“……? 무슨 일이지?”

“저기 맨 앞에서 달려오는 녀석들 보이나?”

“그래, 덩치가 산만 한 게 아주 잘 보이는군.”

“내성의 경비 전부를 담당하는 경비대장들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다섯 명. 보이나?”

“흠? 저 녀석들은 너랑 비슷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착각이 아니다. 저 녀석들도 나와 같이 제국의 검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제국 기사단장들이다. 물론 나처럼 신의 검이라는 칭호는 없는 데다가 겨우 소드마스터 상위권에 불과한 이들이지만…….”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건 몇 곱절이나 어려운 일이지.”

“그래. 미안하지만 이번 한 번만 부탁을 하겠다. 저 녀석들을 죽이지만 말아다오. 팔다리를 날리는 정도는 상관없으니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다만 알다시피 황궁 내부에서 언데드를 사용하면 안 된다. 알고 있겠지.”

“아아, 알겠으니 자세나 잡아라.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말이다.”

“……후우,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루더슨은 자신의 검을 두 손으로 꾸욱 잡은 채 앞을 노려봤고, 최진혁도 로브를 펄럭이면서 중얼거렸다.

“일단 길부터 막고 부대를 나누는 게 좋겠군. 내가 기사단장들 쪽을 맡도록 하지.”

“그럼 내가 경비대장을 비롯한 경비대원들을 맡겠다. 금방 정리해 보려고 노력을 할 테니 너도 노력해다오.”

“……데스 오라.”

루더슨의 부탁을 분명 들었음에도 최진혁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흘려듣고는 데스 오라를 사용했다.

그 모습에 루더슨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최진혁에게 말했다.

“그 능력은 분명 언데드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정확하게는 사람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거다.”

“……그게 그거 아닌가?”

“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벌써 잊은 건가?”

휘오오오!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이 뿜어낸 데스 오라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가 달라붙을 상대를 찾지 못하고 다시 최진혁에게로 돌아왔고, 이내 그의 몸 구석구석으로 흡수되었다.

신체 내부에서 느껴지는 농밀한 죽음의 기운에 최진혁은 피 한 움큼을 울컥 토해냈다.

“퉤! 쯧, 오랜만에 하니 몸이 잘 안 받는군.”

마치 오랜만에 술을 마시니 속이 안 좋다는 것처럼 말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루더슨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자신의 앞까지 도달한 이들 때문에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루더슨이 경비대원들을 비롯한 경비대장들을 막으러 가자 데스 오라를 온전히 몸에 받아들인 최진혁이 길게 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사단장들을 보고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르말딘 대륙부터 다들 그랬지. 내가 마법과 언데드들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야. 실제로도 맞는 말이지. 내 마법은 신기에 올랐으며 언데드들은 하나하나가 웬만한 기사들은 찜 쪄 먹을 정도로 막강했으니까.”

“닥쳐라! 빌어먹을 마족 녀석 같으니! 네 녀석의 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물씬 흘러나오는구나!”

하지만 최진혁의 그런 말에 가장 앞에 서 있던 기사단장 하나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기사단장의 말에도 최진혁은 들은 체 만 체하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과연 서클이 낮을 때도 그렇게 마법으로만 싸우고 막강한 언데드들을 부렸을 거라고 생각하나?”

“……뭐라?”

“서클이 아직 낮을 적에 내 주특기는 마법과 언데드 제작이 아니라 박투였다. 빌어먹을 성기사 녀석들아!”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은 자신의 로브를 가죽 갑옷으로 변환시키고는 주먹을 들었다.

빛조차 흡수하는 어두운 가죽 갑옷은 묘하게 최진혁의 칠흑 같은 흑안, 흑발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두 주먹에는 데스 오라가 응집되어 있었다.

“원 펀치 쓰리 강냉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그게 대체 뭔…… 큭!”

최진혁의 말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멍하니 있던 성기사 하나가 검은 빛이 감도는 최진혁의 주먹에 얻어맞고는 하늘을 훨훨 날아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성기사의 투구는 물론 그 안에 내용물인 얼굴까지도 멀쩡하지 않았다.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인 성직자와 성기사 등은 무척이나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데 그런 자랑거리인 외모가 무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날이 서 있는 칼과 같았던 코는 움푹 내려앉아 있었고, 시원시원한 미소를 보여주던 입은 팅팅 불어터졌으며 그 안에 이빨은 듬성듬성 빠져 있어 바보스러움을 연출했다.

한순간에 훈남에서 동네 바보형이 되어버린 성기사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볼 새도 없이 밀려오는 고통에 기절했다.

그렇게 하나의 성기사를 반병신으로 만들어 버린 최진혁은 주먹을 쥔 손에서 검지 하나만 펼쳐서 성기사들을 향해 까닥이며 말했다.

“다음.”

최진혁의 오만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지배를 당한 성기사들은 맨 처음에 달려들었던 성기사의 끔찍한 모습 때문인지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고 어물쩍거렸고, 그 모습을 본 최진혁은 피식 웃으면서 도발했다.

“루를 믿는다는 성기사들이 고작해야 자신의 얼굴이 망가질까 달려들지 못한다니…… 루께서 아신다면 꽤 실망이 크겠어?”

“……이 자식 감히 더러운 입에 신성하신 루의 이름을 올리지 마라!”

“우오오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은 몸을 숙인 채, 한 바퀴 빙글 돌아 그대로 발차기를 날려 달려오던 성기사 하나의 얼굴을 후려치며 말했다.

“나도 오랜만에 손맛을 보지. 아, 이 경우에는 발 맛인가?”

“으윽……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이야아압!”

또다시 성기사 하나가 아무런 반항조차 못 하고 당하자 다른 성기사들은 눈을 부라리면서 최진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성기사들을 본 최진혁은 빙그레 웃으면서 방금과 마찬가지로 검지를 들어 까닥거리는 것으로 성기사들을 도발했다.

“너희들 한 트럭을 데려와도 나한테 안 돼. 그러니 저 녀석 정도는 데려오라고.”

그렇게 말하며 고갯짓으로 저 멀리 경비대원들을 제압하고 있는 루더슨을 가리켰다.

최진혁의 고갯짓에 자연스레 루더슨을 바라본 성기사들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저…… 저게 정녕 마족이란 말인가?’

숙련된 황궁 경비대원들은 자신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무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루더슨 하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그다음은 자신들이라는 생각에 성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최진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가자 형제들이여!”

“루를 위하여!”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고 성기사들은 또다시 최진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방금과는 사뭇 달랐다.

쓰쓰쓰…….

“이제부터는 우리도 가세하겠다.”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마라!”

“교황 성하께 다가가게 하지 마라!”

“우리가 누구인가!”

“루의 종입니다!”

“그런 루의 대리인이신 교황 성하께 한 발자국도 허락해서는 아니 된다!”

“우아아아아!!”

“가자!”

“하아, 이런 멍청한 것들. 진짜 자신들의 적은 이미 교황의 곁을 향해 다가가고 있건만…….”

루더슨과 비슷한 순백의 검을 뽑아 들고 홀리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일장 연설을 하는 성기사단장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보기에 그들이 하는 행동은 참으로 멍청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막아서야 할 적인 도미닉은 점점 심층부로 향하고 있는데 그것을 막아서야 할 이들이 도미닉을 막으러 온 자신들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최진혁은 몸 안의 데스 오라를 한층 더 증폭시키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래, 와라. 너희들이 지금 무얼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을 하며 최진혁은 일 권을 내질렀다.

쿠와아아!

그와 함께 최진혁의 주먹에서 검은 용과 같은 무언가가 전방을 향해 날아가며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검은 용은 선두에서 달려오는 다섯 명의 기사단장들에게 다섯 갈래로 갈라져서 날아갔다.

기사단장들은 갑자기 최진혁의 주먹에서 무언가가 날아오자 흠칫하며 자신들의 검을 방패처럼 들어서 그 무언가를 막았지만…….

드드드득…….

“크윽…….”

“무슨 힘이…….”

검은 용이 품고 있던 힘이 상상 이상이었기에 그들은 두세 발자국은 족히 되는 거리를 밀려났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싸늘하게 웃었다.

“어차피 맞으면 다 정신 차리게 되어 있으니까. 일단 좀 맞고 생각하는 게 너희들에게 편하겠지.”

최진혁의 싸늘한 미소에 선두에 서 있던 기사단장들은 물론이고 그 뒤를 따르던 성기사들 또한 마찬가지로 왠지 모를 오한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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