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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76화 (76/149)

리치, 헌터가 되다! 76화

도미닉(1)

퍼버벙! 퍼버벙! 퍼버벙!

-캬아아악!

-쿠아아악!

마치 천둥 번개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악살포의 포격 소리와 그런 악살포의 포격을 피하면서 적들의 살과 뼈를 탐하는 스켈레톤들, 그리고 비행형 몬스터들의 대결에 신성 제국의 상공은 난데없는 혼돈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마왕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인가?”

“그래, 이번에 공석이 된 릴리트의 자리를 꿰찬 신참 마왕이다. 어때? 이길 수 있겠나?”

“뿌득, 아르말딘 대륙에서 다른 6마왕에게 당한 고생을 생각하면 저 녀석을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다.”

그렇게 이를 갈며 욕을 내뱉는 루더슨의 모습에 최진혁은 꽤 놀란 표정이 되어서 루더슨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또 오랜만…… 아니, 처음인가? 나와 싸울 때에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지금 그게 중요한가?”

“물론 아니지.”

차라락! 차라락!

그렇게 말하면서 최진혁은 심장에서 돌고 있는 7개의 서클을 팽팽 돌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주인의 마음을 읽었는지 탐 또한 마찬가지로 로브의 형태에서 벗어나 본래의 재와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언제 봐도 신기한 무구로군.”

“가지고 싶다면 너도 두르간에게 한번 달라고 해보는 게 어떤가? 물론 너에게 줄 무구 따위는 없겠지만.”

“……네 녀석을 죽이면 내 게 아닌가?”

“큼, 일단 저 녀석부터 처리하고 얘기하도록 하지.”

섬찟한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무안한지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상공에 뜬 상태로 킬킬거리며 웃고 있는 도미닉을 노려보았다.

“하하하! 아르만! 당신이 신의 검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정말 당신들을 찢어 죽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군요!”

도미닉은 최진혁을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역겨운 모습에 최진혁은 인상을 쓰면서 손가락을 들어 도미닉을 가리켰다.

그것이 촉매가 되었는지 최진혁의 주위에 수백 발이 넘는 본 스피어가 나타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최진혁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파이어, 아이스, 윈드, 어스.”

최진혁이 네 속성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수백 발의 본 스피어의 끝부분에 각 속성의 힘이 깃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최진혁의 손이 내려갔다.

“가라.”

파앙! 파앙! 파앙!

최진혁의 명령에 따라 허공에 뜬 채 빙글빙글 돌고만 있던 본 스피어들이 마치 먹잇감을 찾은 사냥개처럼 도미닉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도미닉을 향해 날아간 본 스피어들은 도미닉의 앞에 생겨난 마기의 벽을 뚫지 못하고 벽에 먹혀 사라졌다.

뿌드득…… 뿌득…….

수백 발의 본 스피어가 제대로 된 피해조차 입히지 못하고 사라지자 마기의 벽 또한 녹아내리면서 사라졌다.

제대로 된 피해조차 주지 못하고 사라진 본 스피어를 바라보면서 도미닉이 최진혁을 향해서 조소를 날리며 말했다.

“우습군요. 고작해야 이런 걸로 절 죽일 생각이십니까? 이런 하찮은…… 윽!”

하지만 최진혁의 공격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기의 벽이 사라지는 순간을 노리고 있던 존재가 있었으니 말이다.

도미닉을 노려보며 순백의 대검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루더슨. 그리고 그런 루더슨의 모습을 확인한 도미닉은 당황했다.

도미닉이 당황하는 모습을 본 최진혁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그것들로 널 죽일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나는 저 녀석보다 약하거든.”

“흐으으읍!”

“가라, 루더슨!”

최진혁의 그 말이 시발점이 되었는지 루더슨의 순백의 대검에 우윳빛의 검강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수십 미터 크기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이내 순백의 대검은 도미닉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스걱.

루더슨의 검에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 나간 도미닉의 몸은 신성력에 의해서 마치 장작처럼 타닥타닥 타들어 갔다.

도미닉을 단칼에 베어버린 루더슨이 사뿐하게 바닥에 내려앉으면서 최진혁에게 말했다.

“후우, 저게 진짜 마왕인가?”

“……무언가 이상하다. 아무리 도미닉이 전투 계열의 마왕이 아니라지만 이건 너무 쉬…….”

짝짝짝!

너무나 손쉽게 당해 버린 도미닉의 모습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때, 그런 최진혁의 귀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해! 역시 제국의 검이자 신의 검, 루더슨답습니다! 흐하하! 브라보! 브라아아보오!”

“…….”

“……역시 안 죽었었나?”

박수 소리의 진원지는 하늘 위였다. 반으로 갈라져서 신성력에 의해 타들어 가고 있던 도미닉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최진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곧장 마법을 준비했고, 루더슨 또한 검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다시 한번 허공으로 도약했다.

“놀아줄 만큼 놀아줬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당신들을 죽여 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그보다 저의 하나뿐인 주인님의 심장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설마……?”

“막아야 한다. 그걸 빼앗기는 과정에서 불안정해진 심장이 폭발이라도 한다면…… 제국은 멸망이다. 아니, 이곳 부산이라는 도시 또한 마찬가지로 제국과 운명을 같이할 거다.”

도미닉의 말에 두 사람이 당황해하면서 허공에서 서서히 다시 붙어가는 도미닉의 몸을 향해 도약하려 할 때였다.

따악!

다시 한번 도미닉의 손가락이 튕겨졌고.

“우와아아! 적을 물리쳐라!”

“부산을 지켜!”

“마법을 쏘고 검을 휘둘러라!”

수백, 수천의 헌터들이 자신의 병장기들을 휘두르고 마법을 쏘아내면서 최진혁과 루더슨을 향해 달려왔다.

자신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헌터들의 모습에 이런 일을 벌인 이를 짐작한 최진혁이 이를 갈면서 도미닉에게 말했다.

“으득, 도미닉. 또 네 녀석이냐?”

“역시~ 바로 눈치채시네요. 한 번 당해봐서 그런가? 크흐흐…….”

이미 일전에 한 번 도미닉의 권능 ‘지배’에 당해 언데드 군대의 태반에 대한 지휘력을 상실한 적이 있던 최진혁은 분노를 토해냈다.

“제대로 덤벼라! 도미닉! 내가 두려운가!”

“……말했을 텐데요. 당신 따위보다 저는 제 주인님의 심장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고 덤비라는 최진혁의 말에 광대처럼 익살맞게 웃고 있던 도미닉이 얼굴을 굳히면서 최진혁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

얼음장 같은 도미닉의 모습에 최진혁이 순간 움찔한 사이 도미닉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마기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더 높은 상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신성 제국의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루더슨이 등을 돌려 그런 도미닉을 쫓아 황궁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멈춰라! 어딜 마족 따위가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죽어라!”

황궁의 문을 지키던 성기사들이 자신의 검이나 워 해머를 뽑아 들고는 루더슨에게 겨누더니 이내 달려들었다.

“정신 차려라! 네 녀석들이 그러고도 루를 믿는 신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

쩌어엉!

물론 일반 성기사인 그들로서는 성기사들 사이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루더슨의 일격조차 받아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루더슨에게 뺨을 맞은 두 성기사는 백색의 투구가 움푹 들어간 채, 허공을 날아 황궁 벽에 처박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루더슨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사자후를 토해냈다.

“성기사단!”

“……1단장 알파드. 신의 검, 루더슨 경을 뵙습니다.”

“2단장…….”

“3단장…….”

그리고 루더슨의 사자후가 신성 제국 전체에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 울림과 동시에 신성 제국 곳곳에서 인영이 나타나더니 루더슨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중에는 조금 전에 만났던 알파드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나와 이자는 황궁으로 들어간 마왕을 뒤쫓는다.”

“마…… 마왕이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그렇다. 아르말딘 대륙에서 수많은 영웅의 손에 죽은 마왕을 기억하겠지? 그 마왕의 부하 중 하나가 공석이었던 7마왕의 자리에 올랐다. 바로 그 마왕이 지금 황궁 내부에 있는 물건 하나를 노리고 있다.”

“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러니 너희 성기사단장을 비롯한 모든 성기사들은 저 헌터들을 제압한다. 절대 죽이지는 말아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신에 충만한 신성력과 루를 향한 굳건한 정신력 덕분에 알파드를 비롯한 다른 성기사단장과 대부분의 성기사는 도미닉의 권능인 지배에 걸려들지 않았고, 또렷한 정신으로 루더슨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성기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기사들이나 신성력과 믿음이 부족한 성기사들의 경우에는 지배에 말려들었지만…….

퍼억! 퍼억! 퍼어억!

주먹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주먹의 자비로움으로 정신 지배에서 벗어난 다른 성기사들을 데리고 1단장인 알파드를 위시한 다른 단장들은 루더슨과 최진혁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는 헌터들을 막아섰다.

물론 그들 중에는 일반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신성 제국에는 다치고 병든 곳을 치료해 주는 성직자들이 다수 있었기에 병을 고치기 위해서 온 병자와 그런 그들을 보살피기 위한 가족들이나 친구 혹은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기사들은 제압을 하는 데에 자비를 따위는 없었다.

지배를 당했든 뭐든 그들은 어찌 되었든 신성 제국의 검인 루더슨을 공격하려고 했으며, 결과적으로 루더슨 또한 그들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수백 명이 넘는 성기사들이 자신들의 방패를 들고 헌터들의 마법이나 정령 마법들을 막아섰다.

또 다른 성기사들은 검과 워 해머 등을 빼 들고 헌터들의 방패나 갑옷들을 후려치고 베어내면서 그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러는 와중에 외부에서의 충격으로 지배에서 깨어난 이들이 생겨나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성기사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전투에 최진혁과 루더슨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황궁 안으로 들어갔지만 말이다.

부산스러운 바깥에서의 전투보다 조용한 황궁 안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모르지 않았다.

황궁 내부경비는 무척이나 철저했지만, 상대가 마왕인 만큼 그런 경비들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 황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최진혁과 루더슨은 내부의 성기사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황궁 내부의 경비를 맡고 있는 만큼 가진 바 무위와 신성력 그리고 정신력까지 우월한 이들이었지만 다름 아닌 마왕의 권능이었기에 그런 그들조차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권능에 당해 눈이 풀린 채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성기사들을 보며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마법을 외웠고, 루더슨은 검을 뽑아 들었다.

“와라.”

“루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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