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치, 헌터가 되다-66화 (66/149)

리치, 헌터가 되다! 66화

죽음의 군주(2)

스아아아…….

빛조차도 흡수하는 암흑광석으로 이루어진 주괴에 손을 올린 채, 최진혁은 데스 오라의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데스 오라의 기운이 마음에 드는지 주괴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데스 오라를 마시듯이 흡수했다.

꿀꺽꿀꺽.

“뭐야?”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마냥 기분 탓이 아니라는 듯, 어느새 주괴에는 동그란 구멍이 하나 생겨나 있었고, 그 구멍으로 데스 오라가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암흑광석이 여태까지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데스 오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두르간, 설명해라.”

“……그게, 사실 생각할 수 있는 방어구를 만들어 보자! 라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그런데?”

“저 녀석은 생각은 할 줄 아는데, 관심 있는 것이 오로지 여러 종류의 기운들을 많이 흡수하는 것뿐이라서 아마 한참은 그래야 할걸? 그래서 내가 천천히 불어넣으라고 한 건데…….”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 괜찮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그거 점점 더 빨라질 거다?”

스아아아…….

두르간의 말처럼 빨아들이는 속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암흑광석이 마치 블랙홀처럼 데스 오라를 빨아들이자 드래곤과도 비견될 만한 마나통을 가진 최진혁의 이마에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크으…… 이렇게 마나가 빨리는 기분은 또 오랜만이군. 그래서 두르간, 이제 얼마나 남았지?”

“으음…… 이제 한 5분 지났으니까…… 2시간?”

“…….”

그 말에 최진혁은 처음으로 암흑광석이든 뭐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 *

“크헙…… 허억…… 허억…….”

“괜찮아? 일단 물부터…… 켁!”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을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허억…….”

전형적인 마나 탈진 증상을 보이는 최진혁이 숨을 가쁘게 쉬고 있을 때, 미안한 얼굴을 한 두르간이 손에 들고 있던 물을 최진혁에게 건넸다.

그런 두르간의 멱살을 잡으면서 최진혁은 짜증을 풀었다. 자신의 잘못을 알기에 두르간은 가만히 멱살잡이를 당했다.

“으으억…… 진혁아…… 나 죽…… 으어어 세상이 돈다. 돌아…….”

뛰어난 대장장이답게 전신에 군살 따위 없이 오로지 근육으로 가득한 두르간이었지만, 화가 난 최진혁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 분간 멱살을 틀어잡힌 채,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던 두르간은 바닥에 닿자마자 헛구역질을 했다.

“으웨에엑…….”

“쯧, 어쨌든 이거면 된 것이겠지?”

“……어, 이제 그거 손에 쥐어봐.”

입에 묻은 침을 소매로 스윽 닦으면서 두르간이 말했다.

두르간의 말에 최진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는 검은색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주괴를 손에 쥐었다.

파스스-

“……뭐지?”

하지만 주괴를 손에 쥐자마자 주괴는 재가 되어서 허공으로 흩어졌다. 몇 시간 동안 한 고생이 재가 되어 휘날리는 모습을 최진혁이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두르간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켁…….”

“지금까지 장난친 건가? 두르간? 선은 넘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꽤 힘든 시간이었는지 최진혁의 이마에는 아직도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르간은 숨이 막히는지 최진혁의 손을 탁탁 치면서 말했다.

“켁켁…… 주위를…… 봐…… 켁.”

“주위? 이건……?”

두르간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던 최진혁은 허공으로 흩어졌던 암흑광석의 재가 일정한 형상으로 뭉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뭉쳐 있던 재가 최진혁을 향해 치덕치덕 달라붙기 시작했다.

분명 크기는 주먹 두 개만 한 크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는 최진혁의 전신에 달라붙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공을 떠다니던 재가 모두 전신에 달라붙자 최진혁은 마치 검은색 타이즈를 입은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다지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최진혁이 두르간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

“암흑광석이 네 몸에 달라붙은 거야. 정확한 이름은 ‘탐’이라고 해. 이곳 세계에 뭐든지 먹어 치우는 옛 존재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거기에서 따왔어. 그리고 그 녀석은 네 생각을 읽고 네가 원하는 대로의 방어구를 만들어줄 거야. 설마 네가 입지는 않겠지만, 생각을 한다면 플레이트 메일도 가능할 거다. 물론 방어력은 실제 플레이트 메일 그 이상이지만, 무게는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정도의 무게만 느껴질 거야. 네가 로브를 만들든 가죽 갑옷으로 만들던 방어력 자체는 큰 차이는 없을 거야.”

“흐으음…… 마음에 드는군.”

설명을 다 들은 최진혁은 한 바퀴 턴을 해보고는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가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지만 타이즈는 그다지 남자에게 썩 어울리는 차림새는 아니었기에 최진혁은 인상을 쓰고는 생각했다.

촤라라락!

그리고 최진혁의 생각대로 탐은 타이즈의 형태를 분해하더니 본래의 재와 같은 입자 크기로 흩어졌고 이내 한 벌의 로브로 변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로브를 입자 마치 암행복이라도 입은 듯, 최진혁의 존재감이 흐려졌다.

거기에 하늘하늘한 로브임에도 불구하고 오러가 씌워진 검에 부딪히면 검 쪽이 밀릴 정도로 방어력이 높았다.

“두르간, 한 번 오러로 공격해 봐라.”

“그거 내 계산상으로는 오러 블레이드도 막아낼걸?”

“일단 오러부터. 블레이드는 그다음이다.”

“으휴, 그래그래 알겠다. 알겠어.”

무척이나 로브가 마음에 드는지 최진혁은 방금까지 힘들어 했던 것도 잊고 마치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러면서 최진혁은 로브를 입은 팔을 쭈욱 내밀었다.

“공격해.”

“에휴, 그럼 벤다!”

카앙!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팔을 향해 두르간은 단도를 꺼내 들어 마나를 불어넣고는 바로 휘둘렀다.

하지만 이 세상에 베지 못하는 게 거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절삭력을 가진 오러였지만, 최진혁의 하늘하늘한 로브는 베지 못했다.

“호오…….”

“뭐랬어. 이거 튼튼하다니까. 아직 신성력은 넣지 못해서 신성력에는 조금 취약할 테지만 그래도 아예 무력하지는 않을 거야.”

“고맙군. 꽤 마음에 드는 선물이야.”

“알면 됐다.”

그리 말하면서 로브가 정말 마음에 드는지 최진혁이 로브에 달린 후드를 쓰면서 좋아할 때였다.

쿠르릉!

“이런, 벌써 이 시간인가.”

“……? 무슨 시간을 말하는 거지?”

“응? 너도 헌터라며? 그런데 왜 몰라?”

이해할 수 없는 두르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진혁을 바라보면서 두르간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최진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던전이잖아.”

* * *

“나온드아아아!”

“탱커님들은 앞에서 방패 세우시고! 근딜님들은 탱커님들 뒤에 딱 붙어요!”

“이번에 나오는 던전은 몬스터 던전입니다! 급수는 S급에서 SS랍니다! A급 헌터님들 필두로 잘 붙어요!”

“여기 S급 헌터님 계십니다! 이쪽으로!”

“지휘관은 언제 와?”

“이번에는 협회장이 온다는 말이 있어.”

“와, 이번엔 꿀 빨겠네. SSS급 헌터가 오면 뭐 S급에서 SS급 하위면 껌이지. 여기 모인 사람이 몇인데.”

지상에 있는 드워프 시티는 던전 게이트가 생기는 시간대에 맞춰서 각자의 파티들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최진혁은 기가 찬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두르간에게 물었다.

“저기서 저들이 뭘 하는 거지?”

“저들 말로는 레이드? 라고 하던데? 자신들 소수로는 안 되니 다수가 상대하는 거지. 그런데 확실히 효율은 좋더라고. 인간들 장기잖아 그게. 다구리 까는 거.”

두르간의 말은 확실히 옳았다. 예로부터 인간들은 약했고, 그랬기에 뭉쳤다. 아무리 강대한 적도 다수가 된다면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DNA는 지금의 인간들에게도 전해져 오고 있었다.

중간중간 느껴지는 꽤 강한 인간들의 기운들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렇게 수백이 넘는 헌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은 두르간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많은 인원이 몰려 있는 거지?”

“아아, 네가 사라지고 난 뒤부터는 상위 던전들은 바로 던전 브레이크가 되었나 봐. 그 탓에 S급 이상의 던전들이 나타나면 며칠 전부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

“그러면 몬스터 던전은 뭐지?”

“말 그대로 몬스터들만 나오는 던전이야. 이 던전은 몬스터들만 나오고 지휘관 격인 마족들이 안 나와서 한 단계 정도 아래로 생각하면 돼. SS정도라니까 한 S급 정도 되겠지.”

“확실히 지능이 없는 몬스터들로만 이루어진 상대라면 저 정도 인원으로도 충분하겠지.”

코끼리를 바늘 하나로 찔러 죽일 수는 없지만 수백, 수천 개의 바늘로는 찔러 죽일 수 있는 것처럼 저 정도 인원이라면 저번에 보았던 베히모스가 나와도 희생은 있을지언정 잡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협회장이 온다고 하니 더더욱 쉬울 테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협회장은 아직도 성지혁인가?”

“음? 아아, 그럴걸? 그 덩치 좋은 인간을 말하는 거지?”

“그래, 맞다.”

“맞아. 그 사람이 아직도 협회장을 하고 있어. 그런데 그 인간도 그랜드마스터던데? 지구에도 꽤 인재가 많은 것 같아.”

“호오……?”

자신이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소드마스터 상급 정도에 머물러 있던 성지혁이 그랜드마스터에 올랐다는 말에 최진혁은 진심으로 놀랬다.

자신이야 이미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본 적이 있기에 빠른 시간 내에 7서클에 올랐다지만 성지혁은 아니었다.

물론 재능 자체는 뛰어나지만, 지구 자체에는 마나가 없고 오직 던전 내에서만 마나를 모을 수 있었기에 그 성장은 아르말딘 대륙보다 더더욱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작 1년 만에 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말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최진혁이 성지혁의 한계를 뛰어넘은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 멀리 헌터들이 몰려 있는 곳에 놓인 단상 위로 성지혁이 올라왔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에서 부족하지만, 협회장 자리를 맡은 성지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상 위로 올라온 성지혁은 곧장 마이크를 붙잡고 연설을 했다. 마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과도 같았지만 조는 헌터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성지혁은 헌터 업계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가히 우상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금과옥조나 다름없었다.

방금까지 시장통처럼 시끄러웠던 곳이 어느새 개미 새끼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고, 그런 곳에서 성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곳 드워프 시티의 주인이자 그 아래에 있는 드워프 왕국의 주인이신 드워프 킹 두르간 전하께서 이곳에 있습니다! 바로 저기……? 최진혁?”

-삐이이익!

눈이 좋은 탓인지 멀리 있는 두르간을 알아보고 두르간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치던 성지혁.

그는 두르간의 옆에서 손을 살살 흔들고 있는 최진혁의 모습을 보고 얼이 빠진 얼굴로 쳐다보다가 마이크를 놓쳤다.

그와 함께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더불어서 허공에 검은색 게이트가 생겨났고, 이내 게이트에서는 최진혁이 상대했던 각종 마계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자 대기 중이던 헌터들도 함성을 내지르면서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갔고, 그렇게 두 무리가 격돌했다.

콰아아앙!

최진혁은 몸을 풀면서 저 얼이 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지혁을 향해 말했다.

“죽음의 군주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따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몬스터와 헌터의 격돌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그 소리는 잡아먹혔다.

하지만 그 소리를 매개체로 나타난 것은 그 소음들을 모조리 잡아먹으면서 나타났다.

-캬아아아아!

이제는 매개체도 없이 소환 가능한 해골병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땅속에서 기어 나왔고.

-캬아악!

최진혁의 옆에 열린 아공간에서 거대한 본 드래곤 용용이가 뼈 날개를 펄럭이면서 상공을 날았으며.

-오로지 주인님의 뜻대로.

충성스러운 둠 나이트인 카르한이 둠 블레이드를 빼 들면서 나타났다.

-우리 또한 질 수 없다!

이런 카르한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데스나이트 칼란을 위시한 십여 기의 데스나이트들이 뒤이어 나타났으며.

-히히힝!

충성스러운 죽음의 기사들과 파멸의 기사를 태우기 위한 해골마들이 나타나 그들을 태우고 전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데스나이트의 뒤를 쫓아 이제는 수십 기가 넘는 듀라한들이 달려갔다.

“데스 오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위해 친히 최진혁이 나서서 데스 오라를 사용했다.

그리고 최진혁의 데스 오라는 탐의 로브에 일차적으로 흡수되더니 더욱 짙게 내뱉어졌다.

그렇게 한층 더 농축된 데스 오라는 뼈만 남은 해골병들을 비롯해서 둠 나이트 카르한에게까지 고루고루 퍼졌다.

헌터와 몬스터의 싸움에서 죽음의 군주와 몬스터의 싸움으로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분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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