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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59화 (59/149)

리치, 헌터가 되다! 59화

원수는 위기 속에서 만난다(3)

“하…… 하하! 산 건가?”

조금 전까지 마기의 안개를 향해 서서히 빨려 들어가던 두르간은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진 마기의 안개의 모습에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걸 증명하듯이 저 멀리 마기의 안개를 사용했던 마족 공작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바닥에 벌레처럼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마족 공작의 얼굴은 놀람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도미닉 님의 힘까지 일부 얻은 나는 대공까지도 노려볼 만한…… 커헉…….”

말을 하던 마족 공작은 검은 피를 울컥 토해냈다. 아무것도 공격당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피를 토하자 두르간이 깜짝 놀랐다.

자신의 공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마족 공작이 방금 떨어진 빛기둥을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닌 그 여파만으로 저렇게 되었다는 사실에 말이다.

마찬가지로 마족 공작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 아아…… 루…… 태양신 루우우우우……!!”

그리고 그 말을 시작으로 마족 공작의 발부터 먼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사라져 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마족 공작이 두르간을 향해 울부짖었다.

“사…… 살려…… 살려줘…… 이렇게…… 이렇게 죽으려고 나는 공작이 된 것이 아니…….”

전투를 사랑하며 숭배하는 마족답게 제대로 된 전투도 아닌 여파만으로 죽게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억울한지 마족 공작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두르간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미안한데…… 딱히 난 널 살리고 싶지도 않고 애초에 살릴 방법도 모르겠다.”

빛기둥의 여파는 두르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마족 공작과 두르간에게 각각 적용된 방식이 달랐다.

마족 공작에게는 죽음을, 두르간에게는 회복이 적용되었을 뿐이었다.

빛기둥 덕택에 평소보다 가뿐해진 몸을 느끼면서 두르간은 이미 하체 전부가 먼지로 변해버린 마족 공작을 내버려 둔 채, 등을 돌렸다.

멀어져가는 두르간의 등을 바라보면서 마족 공작은 이내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바람에 휘날려 사라졌다.

마족 공작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음에도 두르간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도와준 빛기둥과 함께 나타난 이 때문에 머리가 아파 왔다.

“이런…… 루더슨이라니…….”

루더슨 덕분에 살아남았기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금 이 자리에는 루더슨과 무척이나 사이가 안 좋은 이가 한 명이 있었기 때문에 두르간은 골치가 아팠다.

“……다짜고짜 죽이려고는 안 하겠지?”

그래도 다행히 신성 제국과 드워프 왕국은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기에 자신이 직접 나선다면 곧장 죽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르간은 걸음을 재촉했다.

혹여 자신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최진혁이 죽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 * *

“커억…… 크흐읍…….”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금발의 미남자, 루더슨을 보면서 최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죽음 바로 직전까지 몰렸던 까닭인지 최진혁의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에 루더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최진혁에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으십니까?”

처음 보는 루더슨의 다정한 모습에 최진혁은 전신에 닭살이 오소소 돋는 기분이었다.

손에 쥐고 있는 워 해머는 자신의 데스나이트들의 골통을 수십여 개는 깨부쉈고, 마찬가지로 반대쪽 손에 들고 있는 방패는 자신의 마법들을 모조리 방어해 내는 신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무어라 답을 해야 했기에 최진혁이 숨을 고르면서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언데드? 다른 차원에도 언데드가 있었단 말인가?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저 언데드 녀석들을 정화시키고 오겠습니다.”

‘이런 미친 자식이!’

자신이 지구에 오고 나서부터 피와 땀을 흘리면서 만들어낸 언데드 군단을 정화시키겠다는 루더슨의 말은 호러 그 자체였다.

자신의 등 뒤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면서 최진혁은 손을 내젓고 루더슨의 앞을 막아섰다.

“……그만둬라.”

“……예? 지금 저 언데드들을 정화시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중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심을 느낀 최진혁은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저 녀석들은 내 소환수다. 그러니 건들지 마라.”

“언데드가 소환수라…… 당신 흑마법사입니까?”

최진혁의 말에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짓던 루더슨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하지만 평소에 보던 루더슨의 표정에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최진혁이 얼굴을 피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흑마법사다. 이곳 차원, 지구에서 헌터로 활동하고 있다.”

“……헌터? 그건 무슨 직업입니까?”

흑마법사라는 말에 워 해머를 빼 들려던 루더슨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러고는 최진혁에게 물었다.

루더슨의 반응에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진혁이 입을 열었다.

“헌터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직업이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흑마법사의 힘은 무척이나 사악한 힘입니다.”

“헌터들은 모두 지구의 신에게서 힘을 받아서 능력을 깨우친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과연, 이해했습니다. 원치 않게 그런 악독한 힘을 받게 되신 점,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워 해머를 허리춤에 꽂아 넣으면서 정중하게 말하는 루더슨의 말에 최진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루더슨 이 자식에게 내가 이렇게 위로나 받는 처지가 될 줄이야.’

자신의 현재 처지를 한탄하면서 최진혁은 등을 돌려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이만 가보겠다.”

“아, 그리고 지금은 당신에게 살업이 보이지 않기에 손을 쓰지 않은 겁니다.”

“……?”

“다시 말해서…… 당신이 만약 저와 제가 믿는 신이 정한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신다면…… 그때는 대가를 치르셔야 할 겁니다.”

그리 말하는 루더슨의 눈에는 성광이 맺혀 있었다. 신의 힘인 신성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성력이 자신의 전신을 훑는 느낌에 최진혁은 소름이 돋았지만 담담한 척했다.

평범한 인간은 신성력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물론 마기에 잠식된 흑마법사는 느낄 수 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신성력이 몸을 휘감는 순간 불구덩이 속에 들어간 듯한 뜨거움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래, 주의하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최진혁이 등을 돌려 자신의 언데드들에게 향하려고 할 때였다.

“아르만! 지금 루더슨 그 녀석이 왔…… 미안! 갑자기 급한 일이!”

저 멀리서 두르간이 최진혁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오다가 최진혁과 함께 있는 루더슨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뛰어오던 방향의 반대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두르간……!”

“아…… 르…… 만……?”

두르간의 말을 들었는지 순백의 기사처럼 고결해 보이던 루더슨의 표정이 악귀같이 일그러지고, 목이 끼기긱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러고는 두 눈에서 성광을 흩뿌리면서 최진혁을 바라봤다.

“아! 르! 만! 살아 있었구나!”

“젠장, 카르한!”

-부르셨습니까.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를 두르간의 외침 덕분에 정체를 들킨 최진혁은 곧장 카르한을 불렀고, 최진혁의 부름을 받은 카르한은 가히 빛살처럼 달려와 최진혁의 옆에 섰다.

바로 그때 루더슨이 최진혁에게 달려들었다.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르한과 비슷한, 아니, 더 빠른 속도로 최진혁에게 달려든 루더슨은 자신의 워 해머를 들어 카르한을 내려찍었다.

“정화되어라! 신의 굴레에서 벗어난 언데드여!”

-크으윽…….

그 말과 함께 워 해머에 서려 있던 신성력이 카르한의 전신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지 카르한의 존재 그 자체인 파멸의 기운이 정제되지 못하고 주위로 퍼지기 시작했다.

정화의 징조였다.

“쯧, 겨우 만든 둠 나이트다! 그렇게 소멸하게 둘 성싶으냐 루더슨!”

최근 들어서 겨우 하나 만든 둠 나이트를 이렇게 쉽게 잃을 수는 없기에 최진혁은 곧장 데스 오라를 사용해서 카르한의 파멸의 기운을 보충해 주고 강화했다.

데스 오라의 기운이 서리자 힘이 솟는지 카르한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러 루더슨을 밀쳐냈다.

꽈릉-

번개 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루더슨이 빠른 속도로 허공을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루더슨의 몸에는 단 하나의 상처조차 나 있지 않았다. 그저 흙먼지만이 갑옷에 묻어 있을 따름이었다.

그 모습에 최진혁은 혀를 찼다.

“쯧, 괴물 같은 방어력은 여전하군.”

드래곤의 뼈도 가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카르한의 온 힘을 다한 공격을 맞았음에도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은 아르말딘 대륙 시절과 똑같았다.

정작 최진혁 자신은 무척이나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약해졌군. 아르만.”

“누구 덕분에 말이지.”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어떻게 그 말을 칭찬으로 들을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해부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야. 자네 머리통을 한 번만 열어봐도 되겠나?”

“그러면 나도 네 영혼을 신의 곁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 보내봐도 되겠나?”

“이런 아쉽게도 나는 아직 갈 생각이 없어서 말이야.”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던 둘은 재차 무기를 뽑아 들었다.

루더슨은 워 해머를, 최진혁은 마법이라는 무기를 말이다.

“검은 버렸나 보지?”

“언데드들의 골통을 부수기에는 워 해머가 제격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서 말이야. 네 전 둠 나이트들 골통도 이걸로 부쉈었지.”

“이런 망할!”

루더슨의 말에 그때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 낸 최진혁이 이를 뿌득 갈았다.

둠 나이트 같은 최고급 언데드들은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그 재료인 시체를 얻는 것이 몹시 어려웠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하나 둘 만들어서 약 열 기쯤 부리고 있을 때, 루더슨의 손에 의해서 모조리 박살이 났다.

근원까지 박살 났기에 어떻게 복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때 당시에 최진혁이 느낀 분노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기억이 루더슨의 도발에 의해 다시 생각난 최진혁은 이를 뿌득 갈면서 마법을 영창했다.

“콥스 익스플로젼, 체인, 체인, 체인…… 체인!”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에 마나를 불어넣어 콥스 익스플로젼을 발동했다.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만 해도 어마어마한 가격이었지만 그딴 건 최진혁에게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적을 죽인다는 마음뿐이었다.

시체의 살아 있을 때의 강함에 따라 위력이 결정되는 콥스 익스플로젼답게 시체들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터져 나갔다.

그리고 최진혁의 체인 마법에 의해 첫 번째 시체의 뼛조각이나 살점 등이 닿은 다른 몬스터 시체들도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히 핵폭발과도 같은 위력이 오롯이 루더슨 하나에게 집중되었다.

폭발과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후 그 속에서 얼굴에 그을음이 가득한 루더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끝이냐! 아르만!”

“망할 신기 때문에 피해도 안 입는군.”

루더슨이 입고 있는 갑주 또한 방패와 마찬가지로 신성 제국의 신기였다.

모든 피해를 줄여주는 신기 탓에 그만한 폭발 속에서도 그을음 정도로 그쳤던 것이다.

그렇게 최진혁의 욕과 함께 루더슨이 워 해머를 손에 쥐고 최진혁을 후려치기 위해서 달려들 때였다.

파아앗-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리면서 둘을 감쌌다. 그리고 얼마 후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뭐야? 아르만? 아르만 어디 갔어?”

그리고 폐허가 된 인천에는 두르간과 드워프 왕국의 드워프들뿐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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