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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58화 (58/149)

리치, 헌터가 되다! 58화

원수는 위기 속에서 만난다(2)

“쯧, 이대로 그냥 죽을 생각은 아니지? 아르만?”

“이곳에서는 최진혁이다. 최진혁이라고 불러라.”

“그래? 그럼 진혁아 내가 한 놈을 맡을 테니 다른 한쪽은 네가 맡아라.”

그리 말하면서 한 손에는 배틀 해머를 다른 한 손에는 배틀 엑스를 쥔 두르간이 함성을 터뜨렸다.

“전 드워프 앞으로!”

쿵! 쿠웅! 쿵!

두르간의 함성과 함께 그들의 등 뒤에 있던 싱크홀에서 번쩍이는 미스릴 갑옷을 차려입은 드워프 전사들이 싱크홀을 기어 올라왔다.

거의 직각이나 마찬가지인 싱크홀을 무거운 전신 갑옷을 입고 올라왔으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드워프들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드워프들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두르간과 마찬가지로 함성을 내뱉었다.

“으와아아! 오랜만에 전투로구나!”

“저놈들의 모가지를 베어버리고 빨랑 맥주나 마시러 가자고!”

“그래그래! 곧 있으면 언더월드 문의 시간대라고!”

그런 드워프들의 모습에 도미닉의 부하인 두 마족 공작이 인상을 쓰면서 자신들의 손가락을 튕겼다.

그들이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그들의 등 뒤에 자리 잡은 게이트가 크게 출렁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갖가지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상체는 미녀 하체는 뱀인 몬스터 라미아.

눈을 마주치는 모든 것을 돌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바질리스크.

강한 치악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두 동강 내버리는 자이언트 앤트 군단.

타락한 드래곤인 마룡.

거기에 전설상의 몬스터인 베히모스까지!

가히 마계 몬스터 도감에 상위에서 최상위에 랭크된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군세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파도와 같은 몬스터들의 군세에 최진혁은 인상을 쓰면서 카르한에게 말했다.

“카르한, 괜찮나?”

-저의 충심은 이까짓 삿된 것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군. 곧 있으면 칼란을 비롯한 데스나이트와 용용이의 지배가 약해질 거다. 애초에 상위급 언데드들을 그리 오래 지배하고 있지는 못할 거다. 그때 그 녀석들을 네가 이끌어라.”

-명을 받듭니다.

카르한은 무릎을 꿇으면서 최진혁의 명령을 받아들이고는 곧장 일어나서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는 언데드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와 함께 파도와 같은 몬스터들과 은빛의 미스릴 갑옷들을 차려입은 드워프들이 충돌했다.

콰아앙-

시작은 드워프 마법사의 마법이었다.

가지각색으로 빛나는 속성 마법들이 몬스터들의 한가운데에 작렬했다. 그와 함께 몬스터들의 살점이 주위로 비산했다.

하지만 몬스터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자이언트 앤트의 입안으로 드워프 하나가 빨려 들어갔다.

자이언트 앤트는 미스릴 갑옷 때문에 씹기가 불편한지 인상을 쓰면서 턱을 위아래로 마구 움직였다.

단단한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이었지만 마계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종인 자이언트 앤트의 무자비한 턱 놀림에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 드워프는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자이언트 앤트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줄다리기처럼 밀고 당기던 식으로 이루어지던 싸움은 전설의 몬스터 베히모스의 난입으로 한쪽으로 끌려갔다.

-뀌에에엑!

온갖 동물을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모습이었지만 그런 베히모스가 행하는 이적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발길질 한 번에 땅이 움푹 파이고 나무들이 박살 나서 허공을 날았으며 주위에 있던 건물의 잔해들이 마치 수수깡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그런 힘은 고스란히 드워프들에게 향했다.

“마…… 막아라!”

“베히모스라니…… 기사단장! 기사단장은 어딨어?”

“대마법사님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면서 방해되는 것들은 모조리 쳐부수는 베히모스의 모습에 용맹한 전사들인 드워프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아는 강한 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그들이 부르는 님은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도 자신들의 앞에 놓인 몬스터들을 막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소드마스터인 기사단장도 현명한 7서클 대마법사도 자신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자 드워프들의 안색이 새하얘지다 못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키아아악!

거대한 무언가가 날아와 달려오는 베히모스에게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뀌이익!

거대한 덩치만큼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졌는지 베히모스는 입에서 붉은 피를 토해내면서 자신에게 달려든 것을 향해서 포효를 내뱉었다.

베히모스에게 용맹하게 달려든 것은 다름 아니라 도미닉의 지배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용용이었다.

-캬아악!

-잘했다. 그러면 나는 주인님을 도우러 가보겠다.

-캬악! 캬악!

그런 용용이의 머리 위에는 최진혁의 명에 따라 용용이의 지배가 풀리기를 기다리던 카르한이 타고 있었다.

카르한의 말에 용용이는 캬악!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얼른 가보라는 의미였다.

용용이의 뜻을 이해한 카르한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용용이의 머리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꽤 높은 높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카르한 부드럽게 땅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지상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칼란을 비롯한 데스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드래곤을 사냥한다. 자신있나?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뜻대로…… 받들겠습니다…….

카르한의 말에 칼란을 위시한 데스나이트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미닉의 지배에 당해 자신들의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것 때문인지 그들의 두 눈에는 붉은 귀화가 활활 타올랐다.

카르한은 그들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는 자신의 애병인 둠 블레이드를 빼 들었다. 정확하게는 만들어냈다.

자신의 전신을 구성하는 파멸의 기운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둠 블레이드의 검신에 칠흑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맺혔다.

오러 블레이드 혹은 검강이라고 부르는 기운이었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갈라버리는 파괴의 기운까지 둠 블레이드에 서리자 카르한은 무서울 것이 없는지 둠 블레이드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외쳤다.

-용 사냥의 시작이다!

카르한의 외침과 함께 데스나이트들이 저 멀리서 브레스를 내뿜고 있는 마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후우, 더럽게 안 뚫리네.”

그리 말하면서 한숨을 내쉰 두르간이 뒤로 몸을 빼면서 거리를 벌렸다.

두르간과 상대하는 마족 공작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마찬가지로 거리를 벌렸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두르간은 생각했다.

‘쯧, 마법 무효화의 권능을 가진 녀석과 내가 싸우려고 했는데…… 역시 뜻대로 되진 않네.’

마법사인 최진혁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권능을 가졌기에 전사인 자신이 싸우려고 했지만, 마족 공작들은 결코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마법 무효화 권능을 가진 공작을 최진혁 앞으로 데려다 놨다. 그렇기에 두르간은 결국 포기하고 눈앞에 있는 마족 공작과 싸우고 있었다.

‘아, 저 방어 권능 거슬리네…….’

최진혁과 싸우는 마족 공작이 마법사의 천적이라면 두르간의 눈앞에 있는 마족은 전사의 천적이었다.

그가 가진 권능은 ‘방어’의 권능이었다.

마족 공작이 권능을 펼치면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가르고 부숴 버린다는 오러 블레이드로도 권능을 단번에 뚫지 못했다.

거기에 마족 공작 본연의 능력인 마기를 이용해서 공격을 해오자 두르간은 공격은커녕 방어만 하기에도 급급했다.

아무래도 공격을 하는 것보다는 방어를 하는 것이 마나의 소모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어 일변도를 유지하는 두르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기로 이루어진 쌍단검을 들고 있던 마족 공작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희들이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것이 약간 빨라지는 것뿐이다. 힘 빼지 말고 순순히 목을 내놓아라.”

“……겨우 완성했는데 목을 내놓기는…….”

“뭐라?”

잘 들리지 않는지 귀를 두르간 쪽으로 향하면서 되묻는 마족 공작의 모습에 두르간이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면서 바람처럼 마족 공작에게 쇄도하며 말했다.

“억울해서 이렇게는 못 죽겠다고!”

콰앙-

“내 청춘을 다 받쳐서 만들어낸 왕국을 보는 맛으로 살고 있었는데…… 네놈들 때문에!”

“쿨럭…… 역시 한 방이 있는 녀석이로군. 방심한 걸 사과하마. 전력으로 가겠다.”

두르간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마족 공작은 검은 피를 뱉어내고는 마기를 주위로 뿌렸다.

“뭐지?”

“죽음의 안개다.”

처음 보는 능력에 두르간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자 마족 공작이 답했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안개에 두르간은 인상을 쓰면서 더욱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불발되었다.

쓰으으읍-

마족 공작의 주위를 위성처럼 천천히 돌던 마기로 이루어진 안개들에게서 엄청난 흡입력이 느껴짐과 동시에 두르간의 몸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에 당황한 두르간이 전신을 마나로 다급하게 강화해서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무의미했다.

두르간은 바닥에 깊은 족적을 남기면서 발악했지만, 그의 몸은 서서히 마기의 안개로 끌려갔다. 그 모습에 마족 공작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이것이 죽음의 안개라고 불리는 이유지. 너는 이제 죽음의 안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천천히 마기에 둘러싸여 죽어라.”

“젠장! 역시 나 혼자서는 무리였나?”

마족 공작의 말에 몸을 버둥댔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느리지만 서서히 검은 안개에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한 두르간으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특이한 능력 탓에 보통 마족들을 상대할 때에는 비슷한 경지의 사람이 2인 1조로 싸웠다.

하지만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한 사람은 드워프 왕국에서 두르간 혼자였기 때문에 짝을 이룰 사람, 아니, 드워프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 사실에 두르간이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어……?”

두르간과 마족 공작이 싸우고 있는 인천을 향해 빛기둥이 날아오고 있었다.

* * *

“크윽…….”

“고작 그 정도냐! 죽음의 군주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그리 소리치면서 마기로 이루어진 쌍검을 휘두르는 마족 공작의 모습에 최진혁은 분통을 삼켰다.

큰 마법을 사용하려고 할 때마다 발동하는 ‘마법 무효화’ 권능 때문에 큰 마법과 중첩 마법들을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실드와 헤이스트 같은 피하는 데 중점을 둔 마법들만을 사용했다.

자잘한 마법들에게까지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갔는지 마족 공작은 그런 마법들은 내버려 두고 마기로 깨부쉈다.

하지만 최진혁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본 애로우, 본 미사일.”

자잘한 마법까지는 권능으로 없애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1서클에서 2서클 정도 수준의 마법을 연사하는 방향으로 길을 튼 것이다.

아무리 마족 공작이라지만 7서클 마법사가 뿌리는 본 애로우와 본 미사일을 그냥 맞아줄 수준은 아니었기에 쌍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마법들을 분쇄했다.

그렇게 본 애로우 등으로 시간을 끌고 헤이스트로 몸을 가볍게 해서 거리를 벌리는 식으로 싸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이었다. 결국 이렇게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최진혁의 마나가 고갈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가 최진혁이 무릎을 꿇는 순간이 될 터였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최진혁의 머릿속이 가득 찼다.

“엇……!”

바로 그때였다. 앞으로의 행동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드워프들의 방어진을 뚫고 나온 몬스터 하나가 최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키하아악!”

바질리스크였다.

석화의 마안을 부릅뜬 채, 달려드는 바질리스크 때문에 최진혁은 본래 움직이려던 경로에서 벗어났다.

“빈틈!”

그리고 그런 기회를 마족 공작은 놓치지 않고 최진혁에게 쇄도했다.

‘이런 젠장!’

자신을 향해 날 듯이 뛰어오는 바질리스크의 머리통에 본 애로우와 본 미사일을 박아주었지만 쇄도해 오는 마족 공작에게까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최진혁은 침음을 삼키면서 실드를 연속해서 만들어냈다.

하지만…….

“흐하하하! 내 권능이 무엇인지 벌써 까먹은 것이냐!”

파치잉-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실드가 한꺼번에 박살이 났다. 마족 공작의 권능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모습에 최진혁은 이를 빠득 갈았다.

‘고작 바질리스크 하나 때문에……!’

몬스터 하나 때문에 단숨에 수세에 몰리게 되었기에 최진혁의 얼굴에는 짜증이 서렸다.

하지만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바질리스크는 이미 죽었고, 이제는 날아오는 쌍검부터 처리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결국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이 평소에 가장 혐오하던 행동을 했다.

데구르르-

“하! 천하의 죽음의 군주가 바닥을 굴러가면서까지 목숨을 연명하시겠다? 지나가던 헬 하운드가 웃겠군!”

땅바닥을 굴러서 위기를 모면한 최진혁은 공작의 냉소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망할 마족…… 음?”

마족 공작의 비웃음에 이를 갈면서 무어라 소리치려 할 때 상공에서 느껴지는 익숙하면서도 짜증 나는 기운에 최진혁의 얼굴에는 짜증의 빛이 서렸다.

“젠장, 저 녀석에게 목숨을 빚지다니 차라리 방금 피하지 말고 죽을 것을…….”

“뭐라? 목숨을 빚져? 그게 무슨…… 키아아아아!”

마족 공작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상공에서 떨어지는 빛기둥에 얻어맞고 재가 되어 단번에 소멸했다.

그리고 마족 공작을 단번에 재로 만들어 버린 빛기둥이 사라지고 그 안에서 백색의 플레이트 메일을 차려 입은 금발의 미남자가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태양 아래에서 죽어라. 더러운 마족 같으니.”

“……하, 망할 루더슨. 한국에 나타난 다른 한 곳이 신성 제국이었나…….”

아르말딘 대륙에서 최진혁이 차원 이동을 하게 만든 원흉이자 불구대천의 원수인 루더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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