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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57화 (57/149)

리치, 헌터가 되다! 57화

원수는 위기 속에서 만난다(1)

지상에서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마기에 최진혁은 카르한의 등에 업힌 채, 빠르게 지상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마법사인 자신보다는 언데드인 카르한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진혁의 생각대로 카르한은 최진혁의 배 이상은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카르한의 도움으로 왔던 것보다 족히 배 이상은 빠르게 지상에 도착한 최진혁은 드워프 왕국의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언데드 군단을 보면서 말했다.

“모두 전투 준비!”

-캬아아아!

명령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용용이가 자신의 목을 길게 빼면서 포효를 내질렀다.

그런 포효에 맞춰 용용이의 등 뒤에 올라타 있던 다른 언데드들도 포효를 내질렀다.

-캬하아악!

-키야악!

데스나이트부터 시작해서 본 나이트까지 다채롭게 울려 퍼지는 포효를 들으면서 최진혁은 전방을 주시했다.

자신의 전신을 짓누르듯이 인천 전체로 퍼져 나가는 마기의 파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기의 파동의 진원지 주변이 일렁거리더니 검은색 게이트가 생겨났다.

그 모습에 최진혁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번보다 마기가 강하군.”

여의도에서 열린 던전의 등급이 SS등급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지금 눈앞에 생겨난 던전은 못해도 SSS급이라는 말이었다.

즉, 공작급 마족 혹은 그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래곤 하트를 흡수할 당시에 받은 방해 때문에 마왕 하나 정도는 박살 내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지금보다 약 한 단계, 즉 8서클에 도달한다면 가장 약한 마왕 하나와는 싸워볼 만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가장 약한 마왕조차도 못 이길 터였다.

다행히도 그런 최진혁의 등 뒤로 두르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그 게이트라는 건가?”

“타이밍 하나는 잘 맞춰서 왔군. 그래, 저게 던전과 연결되어 있는 게이트다. 지금은…… 마족들의 이동 통로쯤 되겠군.”

“그래서 우리는 저기서 튀어나오는 마족들 대가리나 깨부수면 되는 건가?”

“……그래. 그런데 두르간 꽤 입이 험해졌…….”

자신이 알던 두르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르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파격적이었기에 최진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최진혁의 말을 끊으면서 두르간이 말했다.

“나온다.”

“…….”

두르간의 말대로 검은색 게이트가 크게 출렁이더니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시 공작인가?”

걸어 나오는 두 개의 인영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양의 마기에 최진혁은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에 마족 공작들이 까다로운 것은 후작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마기와 그 컨트롤 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작들은 후작들에게는 없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권능이었다.

권능은 마왕들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권능들은 공작부터 가지게 되는데 공작들이 자신의 권능을 갈고닦아서 그것이 일정 기준치 이상으로 오른다면 마왕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자리가 남아 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혹여 지금 나타난 마족 공작 중에서 ‘마법 무효화’와 같은 권능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골치 아파지기에 최진혁이 인상을 쓰면서 마족 공작들을 향해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찌지지직-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마족 공작들의 뒤에 일렁이던 게이트의 크기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공작이 끝이 아니라고?”

“아르만…… 이거 우리 좀 큰일 난 것 같은데? 저 녀석들 아주 제대로 작정한 것 같아.”

두르간의 말대로 최진혁의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마족 공작들이 나오고도 멀쩡했던 게이트가 그 크기를 불리고 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공작들보다 더한 녀석이 게이트 안에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앞서 나온 공작들의 태도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저놈들 각 잡혀 있는 것 봐라. 망했네. 망했어. 마왕인갑다.”

“……두르간,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 하, 되었다.”

좌우로 갈라져서 마치 신하가 왕의 행차를 기다리는 듯한 두 공작의 모습에 두르간은 쓴소리를 내뱉었고, 최진혁은 그런 두르간의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지 당황한 얼굴로 두르간을 쳐다봤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멀스멀 제 몸집을 키우던 게이트는 어느새 처음 나타날 때의 두 배의 크기가 되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것을 토해낼 것 같은 게이트의 모습에 최진혁은 두르간과의 장난을 그만두고 자신의 군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카르한, 너는 칼란을 위시한 데스나이트들을 이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김진수는 듀라한들을 비롯한 그론과 본 나이트들을 이끌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칼란과 김진수는 무릎을 꿇으면서 최진혁의 명을 받들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느새 게이트가 크게 출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뱉어낼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게이트를 바라보던 최진혁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서 목을 쭈욱 빼고 있는 용용이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너도 함께 싸우고 싶은 것이냐?”

-캬아아.

최진혁의 말에 동의라도 하듯이 용용이는 자신의 뼈만 남은 머리를 붕붕 흔들었다.

그런 용용이를 멈춰 세우고 최진혁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브레스를 준비해라.”

-캬아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용용이는 자신의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쩍 벌린 용용이의 입에는 검은 기운들이 뭉클뭉클 모이더니 커다란 원형의 구 모양이 되었다.

용용이의 입에 모여 있던 검은 구는 어느새 수십 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안에 파멸의 기운을 모아둔 채로 용용이는 자신의 주인인 최진혁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운을 모았을까? 자신의 기운임에도 감당이 되지 않는지 용용이의 턱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용용이가 한계까지 도달했을 때, 일렁이던 게이트에서 한 인영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쏴라.”

-쿠와아아아악!

그와 함께 본 드래곤 용용이의 파멸의 브레스가 방금 게이트에서 나온 인영과 마족 공작 둘을 덮쳤다.

그리고 이 공격에 최진혁은 확신했다. 못해도 치명적인 피해 정도는 입혔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리 마족 공작에 마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라지만 무방비한 상태인 데다가 방금 지구에 현신한 탓에 능력 자체가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마왕이라는 드높은 격이 인과율이라는 세계를 지탱하는 힘에 제약을 당하는 것이다.

거기에 압축에 압축을 거치고 증폭에 증폭을 더한 본 드래곤의 브레스라면 정말 도시 하나 정도는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할 정도이기에 최진혁의 확신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크으…… 방금은 꽤 위험할 뻔했어? 나오자마자 이런 환영 인사라니! 역시 죽음의 군주다워! 흐하하하!”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먼지구름이 걷히면서 드러난 인영의 모습에 최진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드러난 사내의 모습이 무척이나 멀쩡했기 때문이다. 본 드래곤의 브레스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모습으론 보이지 않았다.

사내의 그런 모습에 최진혁이 의아해할 때, 최진혁의 뒤에 서 있던 용용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키햐아악-!

“……무슨?!”

자신과 심령이 연결되어 있는 용용이에게서 느껴지는 혼란에 최진혁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변했다.

용용이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눈앞에 있는 마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이 두 명이니 하나의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언데드의 특성 탓에 혼란이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용용이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주…… 주인님이 두…… 둘?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 다…….

-주인님의 명령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주인님이지?

본 드래곤과 동급이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정신력이 남다른 둠 나이트인 카르한을 제외한 다른 모든 언데드들이 자신들의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언데드들의 비명 소리가 마치 교향곡이라도 되는 양 눈을 감고 그 소리를 감상하던 마족 사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반가워. 새롭게 칠마왕에 합류하게 된 지배의 마왕, 도미닉이라고 해. 우린 구면일걸? 아마 나만 기억하려나?”

자신을 도미닉이라고 소개한 마왕의 말에 아까부터 게이트의 앞에서 묵묵히 서 있던 두 공작이 무릎을 꿇으면서 소리쳤다.

“위대하신 지배의 마왕 도미닉 님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지배의 마왕 도미닉 님을 뵙습니다!”

두 공작의 모습에 최진혁은 새로운 칠마왕이라는 말보다 더욱 놀라워했다.

“마족 공작이 저렇게까지 한다고? 대체 무슨…….”

마계는 수십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존재해 왔기 때문에 공작의 수는 무척이나 많다.

마왕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지만, 마왕이 죽는 일은 정말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그 탓에 마왕의 바로 밑자리인 공작의 자리는 언제나 만석이었다. 거기에 마왕만 죽는다면 바로 마왕이 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공작들도 많았다.

그런 탓에 공작의 작위를 달고 있는 마족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강했다.

설령 자신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마왕에게도 완벽한 예를 올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고개라도 숙이면 다행일 정도인 공작들도 많았다. 그런데 무릎을 꿇다니? 물개 박수

마족 공작들의 자존심에 대해서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최진혁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에 두 눈을 깜빡이면서 그 모습을 쳐다봤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이 재밌는지 도미닉이 물개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다.

“하하하! 천하의 아르만의 바보 같은 표정이라니! 이거 사진이라도 찍어서 전시하고 싶은 마음인데 말이야!”

“……나를 아나?”

여태까지 봐온 모든 마족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과는 다르게 도미닉이라는 이름의 마왕이 자신을 바로 꿰뚫어 보자 최진혁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최진혁의 그런 질문에 도미닉은 여태까지 웃던 게 거짓이라도 된 것처럼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내 전 주인이신 색욕의 마왕 릴리트 님을 죽게 만든 원흉을 내가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나?”

“설마……!?”

“그래, 그때 네가 살려주었던 울보 마족이 바로 나다. 네가 나보고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군. 내 심장 같은 걸로 언데드를 만들면 괜히 귀한 시체를 버릴 거라면서 살려둔 그 모욕…… 그리고 내가 섬기던 주군을 남겨둔 채, 살아남은 내 기분을 네놈이 아느냐! 다른 마족들은 다른 마왕들의 밑으로 들어갔지만, 나만은 홀로 남아서 내 권능을 갈고 닦았다. 바로 지배의 권능을 말이다!”

도미닉의 말에 최진혁은 그제야 아르말딘 대륙에서 자신이 딱 한 번 살려주었던 마족 하나를 기억해 냈다.

마족 공작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약하고 빈약한 마기. 거기에 능숙하지 못한 컨트롤까지 모두 쓸모가 없었다.

거기에 마족 공작으로서 가진 권능은 ‘지배’. 하지만 지배의 권능을 가지고도 그가 부린 것은 작위의 마족들도 아닌 한낱 몬스터들뿐이었다.

다른 마족들은 권능도 없이 잘만 부리던 몬스터들을 도미닉은 권능을 이용해야만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꽤 강력한 몬스터들이긴 했으나 최진혁의 군대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그런 도미닉의 능력에 최진혁은 그때 당시에 도미닉이 부리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참살해 버리고 앞서 도미닉이 말했던 말을 내뱉으면서 연구실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었다.

“내 권능은 그때 당시의 반쪽짜리 권능이 아니다. 이제는 마족 공작들도 이렇게 부릴 수 있을 정도로 갈고 닦았지.”

그리 말하면서 도미닉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무릎을 꿇고 있던 두 마족 공작이 도미닉의 손짓을 따라서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였다.

“물론 모두 내 힘만으로 이룬 건 아니야. 정확하게는 다른 여섯 명의 마왕의 힘 덕분이지. 나는 그들 덕분에 마왕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대가로 나는 그들이 원할 때, 한 번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

“……그래서 네 녀석이 지구로 넘어온 것이냐? 힘의 상실을 감수하고서?”

“맞아. 역시 죽음의 군주로군. 눈치가 빨라. 나는 칠마왕 중에서 가장 힘이 약했기 때문에 현신했을 때 잃은 힘의 총량이 적어. 거기에 지배라는 권능은 지구를 침략하기에 가장 적합한 권능이지. 다른 마왕들의 권능은 전투에 쓸모가 있는 권능들이거든. 즉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

도미닉의 말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미닉의 권능이 그만큼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최진혁 자신과 영혼 그 자체가 묶여 있는 언데드들조차 혼란스러워할 정도인데 지구의 인간들이 권능을 이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물론 모든 인간들에게 권능을 쓰지도 못할 것이고 권능을 이겨낼 수 있는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였다.

권능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져서 지구는 전쟁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새롭게 나타난 아르말딘 대륙의 왕국과 제국의 야욕에 더해서 마족들의 침략까지 감당하려면 지구는 하나로 뭉쳐도 모자랐다.

“그러면 이만 나는 가보도록 하지. 아르만, 너를 지금 당장에라도 찢어 죽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네 상대는 내 부하들이 해줄 거다.”

그리 말하고 도미닉은 등에 달린 날개를 펄럭이면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으득…….

그런 도미닉의 여유 만만한 모습에 최진혁이 이를 뿌득 갈면서 마법을 영창 했다.

“본 스피어, 스핀, 레터레이트, 카피!”

저번 마족 백작의 목숨을 단번에 끊어버린 마법이었다. 거기에 카피 마법까지 사용하자 본 스피어에 사용된 마법들까지 같이 카피되었다.

그렇게 허공에 수십 개의 본 스피어가 빠르게 돌면서 도미닉을 향해 날아갔다.

“미안한데…… 네 상대는 내가 아니라니까?”

그 말과 함께 하늘에 떠 있던 도미닉의 앞에 마족 공작 하나가 나타나 최진혁의 마법들을 막아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해제했다.

그 모습에 최진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마법 무효화.”

“너를 위해서 너한테 맞는 권능을 가진 공작들로 데리고 왔어. 어때, 마음에 드나? 흐하하하! 아무것도 못하는 네 자신에게 분노하면서 죽어라 아르만!”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도미닉은 자신의 손가락을 한 번 튕기고는 사라졌다. 그와 함께 언데드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도미닉의 지배의 권능 탓이었다.

“……마법 무효화에 언데드 군대까지 사용할 수 없다니…… 최악이로군.”

마치 사지가 결박당한 것 같은 기분에 최진혁은 혀를 차면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두 마족 공작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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