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헌터가 되다! 53화
뜻밖의 선물(2)
“흐으음…….”
예상 밖의 선물에 최진혁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본래 최진혁은 아공간에 있는 마정석들을 사용해 언데드들을 강화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최고의 재료들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앞에 놓인 총 일곱 구의 시체를 보는 최진혁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쯧, 전부 다 소화할 수가 없으니 원…….”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일곱 구의 시체를 전부 언데드로 만들 만큼의 심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데스나이트들은 이번에 얻은 마족 백작들의 심장을 각각 두 개씩 박아 넣는다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본 드래곤과 둠 나이트는 최소 마족 후작들의 심장 두 개, 혹은 마족 공작의 심장 한 개는 있어야 겨우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본 드래곤과 둠 나이트 둘 중에 하나만 먼저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한참이나 눈을 감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최진혁이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뜨면서 중얼거렸다.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을 마친 최진혁은 곧장 마당에 늘어놓은 일곱 구의 시체 중에서 한 구만을 남긴 채 모조리 아공간 창고에 집어넣었다.
최진혁의 선택을 받은 시체는 다름 아니라 드래곤의 시체였다.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드래곤의 시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최진혁은 아공간 창고에서 이번에 얻은 후작의 심장 두 개를 꺼내 들고는 곧장 드래곤의 시체에 꽂아 넣었다.
푸욱- 푸욱-
살을 뚫고 들어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두 후작의 심장이 드래곤의 사체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진혁은 드래곤의 시체에 인식저해 마법을 걸었다.
드래곤의 시체는 멀리서 보아도 그 크기가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랬기 때문이다.
인식저해 마법을 건 최진혁은 자신의 세 언데드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하 연구실로 돌아갔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지금부터 할 일이 있으니 너희도 들어가 있어라.”
-명대로.
최진혁의 명령에 여태까지 최진혁을 기다리던 세 언데드는 어느새 생겨난 아공간의 입구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지하 연구실에 최진혁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리고 이내 혼자 남은 최진혁은 시체들을 눕힐 제단 비슷한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여섯 개의 테이블이 지하 연구실에 놓였다. 그 모습을 뿌듯하게 쳐다보던 최진혁은 다시 아공간 창고를 열어 여섯 구의 시체를 꺼냈다.
그리고 시체 말고도 무언가를 하나 더 꺼냈다.
“……몇 번 써보지도 않았는데…… 아쉽군.”
바로 윌리엄 에반스가 최진혁에게 건네준 마족 공작의 심장이 박혀 있는 스태프였다.
그리고 그런 스태프가 아까운지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던 최진혁은 이내 결심이 섰는지 스태프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마족 공작의 심장을 뜯어냈다.
파스스-
마족 공작의 심장이 떨어져 나가자 그 몸통이 되는 나무는 바스라졌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최진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마족 공작의 심장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 심장을 자신의 앞에 있는 여섯 구의 시체 중 하나인 그랜드 마스터의 시체에 꽂아 넣었다.
푸욱-
드래곤의 사체처럼 커다랗지는 않았기에 마족 공작의 심장은 시체의 명치에 절반쯤 되는 위치에 박혔다.
그런 그랜드 마스터의 시체에는 관심을 끊고 나머지 시체들에게 마족 백작들의 심장을 두 개씩 꽂기 시작했다.
마족들의 시체는 죽고 나서도 무척이나 단단해서 최진혁이 마나를 실어야만 들어갈 정도였기에 꽤 시간이 걸렸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최진혁은 어느새 이마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땀방울을 닦아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걸로 준비는 끝인가.”
그래도 처음 데스나이트를 만들 때와는 달리 상황이 무척 좋았다.
때문에 힘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최진혁은 연구실 위에 마련된 침실로 올라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기었다.
앞으로는 무척 바쁠 테니 미리 쉬어두려는 생각이었다.
* * *
짹짹- 째액-
“……벌써 아침인가.”
창 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최진혁은 간단한 세안만 하고는 바로 지하 연구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 연구실에 내려간 최진혁을 여섯 구의 시체들이 맞이해 주었다.
누군가 본다면 소름이 끼치다 못해 기절할 만한 광경이었지만 최진혁에게는 아니었다.
오히려 최진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시체를 쓰다듬는 기행까지 벌였다.
“잘 진행되고 있군.”
어제 처음으로 심장을 박아 넣을 때만 해도 창백한 안색을 한 시체에 불과했지만, 하룻밤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체내에 마기가 돌았는지 창백한 피부에 검은빛이 돌고 있었다.
이게 약 일주일간 지속되면 완성되는 것이었다. 물론 각종 약품에 담가야 하지만 시간상 거기까지 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번에 만드는 데스나이트들을 최고로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간도 부족했으며 주재료가 되는 심장들의 질이 처음에 만든 칼란과는 달리 무척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최진혁은 이번에 만드는 데스나이트가 하급 데스나이트 정도만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시체들도 하나하나 확인을 했다.
다른 네 구의 시체를 지나 마지막 시체인 그랜드 마스터의 시체 앞에 선 최진혁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벌써부터 이 정도라니…… 역시 공작의 심장이 좋긴 좋군.”
공작의 심장이 박혀 있는 그랜드 마스터의 시체는 다른 시체들과는 달리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전신이 검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른 시체들이 듬성듬성 검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단 하루 만에 전신 흑화 단계에 들어섰으니 이 정도면 실패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최진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지하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연구실을 빠져나온 최진혁은 곧장 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당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드래곤의 시체를 보면서 그랜드 마스터의 시체를 볼 때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마당에 있는 드래곤의 시체는 전체적으로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살이 조금씩 문드러지고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문드러지다가 일주일 되는 날 정도에는 모든 살이 사라지고 검은빛을 띠는 흑골만이 남은 본 드래곤이 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6일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6일 뒤의 모습이 기대되는 최진혁이었다.
드넓은 창공을 누비는 본 드래곤과 그런 본 드래곤에 올라타 있는 둠 나이트. 상상만 해도 즐거운 생각이었다.
본 드래곤 나이트.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이란 말인가.
앞으로 약 일주일 뒤의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최진혁은 드래곤의 사체에 자신의 아공간에 잠들어 있는 수십 개의 최상급 마정석들을 박아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앞으로 6일간 마당과 지하 연구실을 하루 종일 이렇게 돌아다닐 생각에 벌써부터 다리가 아파왔지만 그럼에도 최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을 따름이었다.
* * *
“와…… 완성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연구실에서 최진혁은 평소와 달리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최진혁의 앞에는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와 한 기의 둠 나이트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 격으로 둠 나이트가 무릎을 꿇으면서 최진혁에게 예를 올렸다.
-둠 나이트. 카르한. 주인님을 뵙습니다.
놀랍게도 둠 나이트는 자신의 이름을 벌써부터 가지고 있는 특이한 언데드였다.
‘역시 신이 준 선물이라 그런지 다른 언데드와는 다르군.’
아르말딘 대륙에서 둠 나이트를 몇 번은 만들어본 최진혁도 처음 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시체를 루프르스가 주었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추론을 마친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카르한의 인사를 받았다.
“그래, 일어나라. 너희들은 곧 긴히 쓰일 일이 있을 것이다.”
-예,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카르한을 필두로 나머지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들이 카르한의 뒤를 따라서 아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아공간 안으로 사라지자 아공간의 입구가 닫혔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고 남은 지하 연구실은 깨끗했다.
“쯧, 모조리 파괴되었군.”
둠 나이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멸의 기운 때문이었다.
파멸의 기운은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는 죽음의 기운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예로 들어 죽음의 기운은 꽃을 시들게 하고 죽게 한다면 파멸의 기운은 그 꽃 자체를 없애 버린다고 볼 수 있었다.
즉 엄연한 상위의 힘이었다.
“뭐, 당분간 지하 연구실을 쓸 일은 없을 테니 상관없나. 필요한 게 있으면 또 사면 되고 말이야.”
물론 최진혁의 아공간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최진혁 개인의 연구 용품들이 가득했기에 딱히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깟 연구 용품들에 시간을 쓸 여유가 없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진 지하 연구실을 뒤로한 채, 최진혁은 곧장 마당으로 향했다.
-캬아아아-!
그리고 마당에 도착한 최진혁은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막으면서도 파안대소했다.
“하하하! 완성됐구나! 본 드래곤!”
마기에 물들어 검은 뼈만 남은 본 드래곤이 하늘에서 최진혁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뼈만 남은 날개를 접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머리를 최진혁에게 비볐다. 마치 애완견과 같은 행동에 최진혁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런 본 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십 미터나 되는 거체의 본 드래곤을 애완견 다루듯이 하는 최진혁의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턱이 빠져라 놀랐겠지만 아쉽게도 이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는 본 드래곤을 쓰다듬어 주던 최진혁의 얼굴이 별안간 딱딱하게 변했다.
“……왔는가.”
찌지지직-
그와 함께 최진혁의 귀에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다름 아니라 차원에 구멍이 나면서 나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최진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최진혁의 눈은 엘리쟈의 눈과 비슷했다. 물론 엘리쟈의 눈이 훨씬 뛰어나긴 하지만 차원에 난 구멍 정도는 최진혁 자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최진혁의 두 눈이 마구 흔들렸다.
“이런 미친! 마왕 놈들이…… 작정을 했구나!”
하늘에 뚫려 있는 구멍은 전부 일곱 개였다. 거기에 지금도 그 구멍은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 개의 구멍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마치 하늘이 뻥 뚫린 것 같은 모양은 최진혁의 전신에 닭살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바로 그때 최진혁의 휴대폰이 부르르 울렸다.
-최진혁 씨! 지금 하…… 하늘이!
“……하아, 네 눈에도 보일 정도라면 말 다 했군.”
차원을 보는 것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는 김민식의 눈에 보일 정도라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지금 상황을 보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사실에 최진혁이 골치 아픈지 이마를 짚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을 내저었다.
최진혁이 손을 내젓자 아공간의 입구가 열리면서 최진혁의 언데드들이 걸어 나왔다. 그 선두에는 당연히 둠 나이트인 카르한과 데스나이트 칼란이 서 있었다.
자신의 모든 언데드들이 자신의 앞에 서자 최진혁은 자신의 뒤에 있는 본 드래곤을 보며 말했다.
“용용아, 이 녀석들을 모조리 네 등 위에 태워라.”
최악의 작명 센스였지만 그런 작명 센스를 욕할 사람은 이 주변에 없었다. 그저 최진혁의 명령을 수행하는 충성스러운 언데드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최진혁의 명령에 수백이 넘는 언데드들이 용용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모든 언데드가 용용이의 등 위에 올라탄 것을 확인한 최진혁이 하늘의 구멍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어디 한번 와보아라. 그곳이 네 놈들의 묫자리일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