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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23화 (23/149)

리치, 헌터가 되다! 23화

군단 제작(2)

“공략할 던전은 리치의 연구실이다.”

“엑? 아저씨 정말 거기로 할 거예요? 거기 엄청 힘들다던데…….”

“맞습니다, 길드장님. 리치의 연구실 거기는 어지간한 헌터들 전부가 꺼리는 곳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다른 던전 목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리치의 연구실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둘은 기겁을 하면서 최진혁을 말렸다.

이제 갓 헌터가 된 김혜진조차도 리치의 연구실에 대해서 들어봤을 정도로 리치의 연구실 던전들은 대부분 악명이 높았다.

오죽하면 리치의 연구실 던전이 나왔다는 말만 나오면 그 등급에 속한 헌터들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잠적을 탄다는 소문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헌터들 사이에서 리치의 연구실은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압도적인 물량의 언데드 몬스터들과 그런 언데드 몬스터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이었다.

“으으, 그거 좀비 냄새 맡으면 며칠은 냄새를 못 맡는다던데 사실이에요?”

“……사실이야. 그거 내가 예전에 한번 차출돼서 간 적이 있는데. 어우, 후방에서까지 냄새가…… 으으, 끔찍하다. 끔찍해. 거기가 아마 B등급이었을걸?”

계속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둘의 모습에 최진혁이 얼굴을 와락 구기면서 둘에게 말했다.

“어차피 이번 던전은 나 혼자서 클리어할 거다. 너희들은 밖에서 구경이나 하도록.”

“에? 정말요? 그런데 아저씨 혼자서 A등급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어요?”

김혜진의 말대로 보통 헌터들이 솔로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은 대부분 한 단계 많게는 두 단계 아래의 던전이었다.

그리고 같은 급의 던전은 그 급에 맞는 헌터 여러 명이 달려들어서 클리어해야 했다.

리치의 연구실 던전은 A급이었고 최진혁의 등급도 A급이었기에 상식적으로 보면 최진혁이 홀로 A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물론 지금은 나도 혼자선 불가능하지.”

“잉? 그러면 어떡해요!”

“방금 말하지 않았나? ‘지금은’ 이라고.”

“……그게 뭐가 다른 거예요?”

최진혁의 말에 김혜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최진혁은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서 김혜진에게 말했다.

“일주일. 딱 일주일만 기다려라.”

그와 함께 딸칵 소리가 났다.

“김민식. 계약을 이행할 때가 됐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김민식이었다.

* * *

“……그래서 A급 던전을 솔로 클리어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물론, 하지만 그전에 내가 받아야 할 것들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휘유, 알겠습니다. 계약은 계약이니까요. 애초에 그럴 것 같아서 미리 구해뒀습니다. 따라오시죠.”

받을 것들을 요구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김민식은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커피 잔에 들어 있던 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

그런 김민식의 뒤를 따라나선 최진혁은 처음 김민식을 만날 때 보았던 검은 세단을 다시 보게 되었다.

“타시죠.”

그 세단의 안에는 김민식 먼저 앉아서 최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은 김민식의 옆자리에 올라타고는 차 문을 쿵 소리 나게 닫았다.

“……살살 닫으시죠. 이거 산 지 얼마 안 된 겁니다.”

“이런, 미안하군.”

익살맞게 대꾸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김민식이 부루퉁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은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기사는 알겠다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곧장 차를 몰아 김민식이 말한 목적지로 향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거지?”

“일단 계약의 두 번째인 마석이야 언제든 줄 수 있으니 제외하고 세 번째인 시체를 드리려고 합니다.”

“흠, 시체들의 수준은 어떻지? 최소 A급 헌터 수준의 시체면 좋겠는데?”

“S급도 한 구 정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그런데 시체들을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렵죠. 그런데 헌터 범죄자들의 시체라서 그나마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김민식과 최진혁이 시체와 계약에 관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무미건조한 기사의 말에 김민식이 하던 말을 멈추고 최진혁에게 말했다.

“최진혁 씨, 당신이 그렇게 원하시던 것을 보러 가시죠.”

* * *

차가 멈춘 곳은 고즈넉한 저택 앞이었다.

“……이곳에 재료들이 있다고?”

“시체들을 재료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찌 되었든 맞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김민식의 뒤를 최진혁이 쫓았다.

그리고 김민식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조작하자 이내 저택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계단이 드러났다.

나타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들어가는 김민식의 모습에 최진혁을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며 김민식을 따라 들어갔다.

“허어…….”

“대단하죠? 이게 다 범죄자들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김민식의 말대로 수십 구의 시체들의 모습에 최진혁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는 이들은 모조리 목에 현상금이 수억 단위로 붙은 연쇄살인마 그 이상의 존재들입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저희 쪽에서 빼내올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도 무고한 일반인들을 쓸 생각은 없었다만. 어찌 되었든 최악의 범죄자들이라면 가진 바 능력들은 출중하겠군.”

“예, 최소 B급의 헌터는 될 겁니다. 그리고 저기, 저기에 있는 자가 제가 오면서 말씀드린 S급의 시체입니다.”

그 말에 최진혁이 흥미를 보이면서 시체들이 놓인 곳에서 가장 끝에 놓인 시체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김민식에게 말했다.

“목이 잘려져 있군?”

“워낙 저항이 거세서요. S급 헌터가 발버둥 치니 온전하게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했죠. 그래도 다행히 저희 쪽에 피해는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머리가 잘려 있으면 쓸모가 없는 겁니까?”

간신히 구해온 것이 쓸모없다는 판정을 받을까 봐 김민식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최진혁의 입을 주시했고, 이내 최진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아니, 완벽하군.”

듀라한을 만들기에 말이야.

* * *

쿵-

“자, 여기 제가 드리기로 했던 마석들입니다. 뭐 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연락하시고요. 위에 저택은 실제 집처럼 되어 있으니 쉬고 싶으시면 쉬시고 뭐 먹고 싶은 것 있으시면 냉장고나 찬장에서 꺼내 드시면 됩니다.”

“음…… 고맙군.”

“예,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협회장님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아공간 주머니라고 아십니까?”

그리 말하면서 복주머니만 한 크기의 주머니를 건네는 김민식의 모습에 최진혁이 얼떨떨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아공간이라고?”

“뭐 그리 큰 건 아닙니다. 성인 남성 다섯 명 정도 들어갈 크기거든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하하하, 눈에 띄게 좋아하시는 것 아닙니까?”

“……가라.”

김민식의 말마따나 지금의 최진혁은 꽤 눈에 띄게 흥분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공간 물품은 아르말딘 대륙에서도 무척이나 귀한 취급을 받는 물품이었고, 곧 만들게 될 듀라한의 경우에는 본 나이트나 본 하운드처럼 뼛조각으로 만들어서 들고 다닐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시체들을 전부 스켈레톤들로 바꾸면 그 뼛조각들의 무게도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때마침 아공간 물품이 굴러들어왔으니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공간 주머니를 받아 들고 좋아하는 최진혁은 뒤로한 채 김민식은 저택을 빠져나왔고, 혼자 남은 최진혁은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S급 헌터의 시체에 상급 마석을 박아놓고는 그 시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시체로 향했다.

“메인 디쉬는 원래 가장 마지막에 먹는 법이지.”

그렇게 말하는 최진혁의 손에는 음차원의 마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 *

“후우…… 꽤 힘들군.”

보관실 안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아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던 최진혁이 소매로 입가를 스윽 닦고는 보관실 내부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리 말하는 것치곤 최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몇 시간 동안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주인님께 충성을…….

-주인님께 충성을…….

다름 아니라 단 몇 시간 사이에 최진혁은 범죄자들의 시체를 이용하여 다섯 구의 본 워리어와 두 구의 본 나이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몇 시간 만에 전력이 몇 배는 강력해졌기에 최진혁은 힘든 것도 잊고 이렇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현재 최진혁의 서클에 남은 마나는 하나도 없었고, 김민식이 주고 간 마석이 든 상자의 무게도 대폭 줄어 있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충성의 맹세를 올리고 있는 본 워리어와 본 나이트들을 보던 최진혁은 이내 손가락을 튕겨서 그것들을 모조리 뼛조각을 바꾸고는 김민식이 건네준 아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아무리 전력을 증가시키는 일이 즐겁다지만 이젠 한계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최진혁은 피로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언데드 리치가 아닌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그럼…… 이제 눈을 좀 붙여야겠군.”

처음 저택에 들어올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그 뒤로 수 시간은 흘렀으니 바깥은 이미 어두컴컴했다.

애초에 차도 없었기에 원래 집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이미 전화로 일주일은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도경수와 김혜진에게 말해두었기에 별 상관도 없었다.

총 일곱 구의 스켈레톤들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시체들을 보면서 최진혁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보관실을 빠져나왔다.

보관실을 빠져나온 최진혁은 저택 내부에 마련된 침실로 들어가 폭신한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최진혁은 생각했다.

‘내일은…… 마나 집적진도 하나 더 그려야겠군.’

스켈레톤들을 만들면서도 최진혁은 세 번째 서클을 만드는 것도 미루지 않을 생각이었다.

스켈레톤들을 만들다가 서클을 만드는 것이 정체되면 본말전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최진혁은 몰려오는 수마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최진혁의 입가엔 푸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다음 날, 눈을 뜬 최진혁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마나 집적진을 뚝딱 그렸고, 대충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는 하루 온종일 스켈레톤을 만들고 마나를 채우는 것만을 반복했다.

쉬는 시간 따위는 없이 풀타임으로 달리는 최진혁이 멈추는 때는 김민식이 찾아왔을 때뿐이었다.

“최진혁 씨. 여기 최진혁 씨가 클리어를 원하시던 리치 연구실에 대한 보고섭니다. 예전에 나타났던 리치의 연구실 던전들에 관한 정보들이 적혀 있으니 확인하시고…… 그런데 최진혁 씨, 쉬면서 하시는 것은 맞습니까?”

오죽하면 김민식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A급 헌터인 최진혁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 김민식이 말이다.

A급 헌터 정도면 일반인과는 체력의 궤를 달리한다.

비교를 하자면 일반인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마라톤을 해도 다 하고 나면 힘들어하지만 A급 헌터는 전속력으로 마라톤을 하고도 멀쩡하다고 비교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진혁이 하는 작업은 고작해야 마라톤으로 비빌 작업이 아니었다.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모아서 시체에 불어넣고 그 마나가 시체에 제대로 안착하고 스켈레톤으로 변할 때까지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물론 대충 마나만 불어넣고 스켈레톤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그러면 당연히 능력이 떨어졌다.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최진혁은 좋은 재료에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고된 작업을 쉬지도 않고 이어가니 김민식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고작 몇 시간 작업을 했지만 최진혁의 눈 밑에는 아직 옅지만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장본인인 최진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것만 놓고 돌아가라. 아직 할 일이 많다.”

“……정말 괴물이십니다. 그래도 잠을 자면서 하십쇼.”

명백한 축객령에 김민식은 혀를 내두르면서 저택을 빠져나왔고, 김민식이 나갈 때도 최진혁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언데드 제작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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