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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22화 (22/149)

리치, 헌터가 되다! 22화

군단 제작(1)

헌터 업계에 핵폭탄 한 방을 날려 버린 최진혁은 김민식을 따라서 협회장실로 올라갔다.

물론 최진혁 혼자서였다.

김혜진과 도경수는 협회 내부에 있는 카페에 두고 협회장실의 문 앞에 선 최진혁은 방 안에서 느껴지는 농밀한 마나의 기운에 긴장했다.

아르말딘 대륙에서 7서클 혹은 소드마스터급의 기운이었기에. 지금의 최진혁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도 잡을 방법이 없는 괴물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최진혁을 성지혁 협회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 자네 이야기는 민식이한테 많이 들었네.”

“민식이?”

“하하하! 내가 어릴 적부터 업어 키운 녀석이라 이렇게 편하게 말하곤 하지. 앉게나.”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마나를 뿜어내는 성지혁을 보면서 최진혁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성지혁을 바라봤다.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성지혁의 모습은 ‘나 이 정도이니 알아서 기어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성지혁의 행동에도 최진혁은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몸을 기대면서 성지혁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최진혁의 그런 태도에 성지혁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씨익 웃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 미안하네 미안해. 민식이가 그렇게 칭찬하기에 한번 시험해 보려고 했는데 이거 젊은 친구 마음만 상하게 한 것 같군. 내 이렇게 사과함세.”

“……상관없다.”

“음? 말투가 꽤 특이하구만 그래. 어찌 됐든 앞에 이야기는 민식이에게 들었겠지? 민식아 어디까지 얘기했었냐?”

“……제발 공적인 자리에서는 민식이라고 부르지 좀 마십쇼. 협. 회. 장. 님.”

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는 김민식의 모습에 성지혁이 자신의 짧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뭐, 그러지. 그래서 어디까지 말했다고?”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성지혁의 모습에 김민식은 한숨을 내쉬면서 최진혁의 옆자리에 앉았다.

“S급이 끝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도입부만 살짝 말해 드렸죠.”

“진짜 별로 얘기 안 했구나. 그러면 뭐 처음부터 말하면 되겠군.”

자신을 앞에 두고 둘이서만 얘기를 나누니 최진혁이 인상을 쓰면서 무어라 말을 하려 할 때, 성지혁이 자신의 무릎을 탁탁 치면서 말을 꺼냈다.

“크흠! 이제 얘기를 시작할 테니 표정은 좀 풀게나. 내가 요즘 늙어서 그런 표정을 보면 심장마비가 올지도 몰라! 하하하.”

“……빨리 얘기부터 시작하지.”

“쯧, 젊은 친구가 급하구만. 어찌 됐든 이 이야기는 헌터가 처음 나타나고 던전들이 처음 나타났던 2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네. 나도 그때는 이십 대의 청년이었고, 민식이는 유치원생 정도였지. 그리고 20년 전 새해가 시작되던 바로 그날 세상에 재앙이 나타났지. 마왕들이 말이야. 아마 마왕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극소수일 거야. 전 세계에서 S급 이상의 헌터들에게만 알려주는 내용이거든. 자네는 A급이지만 S급까지 올라올 인재라고 생각하기에 말해주는 걸세.”

성지혁의 말에 최진혁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마왕……?’

마왕은 아르말딘 대륙에서도 존재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왕국을 박살 낼 정도로 흉포하고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결국에는 각 왕국과 신전에서 나온 영웅들에 의해서 죽었지만 자신을 잡기 위해서 모인 영웅들의 대부분을 저승길 길동무로 데려갈 정도로 그의 힘은 막강했다.

영웅들 하나하나가 7서클의 대마법사거나 소드마스터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중에서는 그랜드 소드마스터급의 인물도 적지만 몇 명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그를 물리치기 위해 아르만의 연구실까지 쫓아왔던 루더슨이었다.

어쨌든 그런 루더슨급의 인물들을 제외한 7서클 마법사와 소드마스터 수십 명을 저승길 길동무로 데려갈 정도로 마왕은 강력했다.

“그리고 그런 마왕들이 총 6명이 있었네.”

“……?!”

마왕의 강대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성지혁의 말에 최진혁은 지구에 온 뒤로 가장 큰 동요를 보였다.

“……6명이나 있다고?”

“그래,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단번에 몰살시키지 않았어. 자신들의 힘에 맞는 인과율이 아직은 우리에게 없다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들이 끌고 온 몬스터들과 마족들이 우리를 공격하기에 적당한 인과율이 있었는지 몬스터들이 공격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그때 각성을 한 수많은 헌터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목숨을 구제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때 당시 살아남은 몬스터들과 마족들이 들어간 던전들이 바로 S급 던전이야.”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얘기를 하는군.”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들은 그때 당시 몬스터들을 조종하던 마족들의 작위가 고작해야 남작과 자작이라는 사실이었지.”

성지혁의 말에 최진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지혁의 말마따나 마왕의 휘하에도 귀족 체계가 잡혀 있었다. 남작, 자작, 백작, 후작, 공작 순으로 이루어진 오등작이 말이다.

“몬스터들과 그들을 지휘할 남작과 자작 급의 마족들을 제외하고 6명의 마왕은 자신들을 칠죄의 마왕이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 그런데 칠죄의 마왕이라고 소개한 것과는 다르게 마왕들의 수는 6명이라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서 내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 대체 뭐지? 그래도 아직은 S급 이상의 던전은 없는 것 아니었나?”

최진혁은 자신이 들은 것들에 대해서 성지혁에게 말했지만 성지혁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미 S급 이상의 던전들은 이미 발견되고 있다네. 실제로 클리어도 해봤지. S급 이상의 헌터들로 구성된 파티로 말이야. SS급 던전에는 백작과 후작급의 마족들이 있었네.”

SS급 던전에서 백작과 후작급의 마족들이 나타났다는 말에 최진혁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만큼 백작과 후작급의 마족들은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백작급은 6서클 마법사급 후작급은 7서클 마법사 혹은 소드마스터급의 준하는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족이라는 종족의 이점을 더한다면 지금의 최진혁으로서는 비빌 방도조차 없는 괴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괴물들이 SS급 던전에서 수십 명이나 도사리고 있다는 말에 최진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많은 헌터들이 죽고 다쳤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S급과 SS급, SSS급까지 있는 마당에 말이야. 물론 그만큼의 전리품들도 있었지만 뛰어난 헌터들의 목숨값보다는 값지지 않았네. 그렇기에 우리는 자네에게 기대가 커.”

“기대가 크다라…… 왜지?”

“자네는 지금 A급의 헌터임에도 자네와 비슷한 급의 스켈레톤을 부리지 않나? 그런 자네가 SSS급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보게나. 헌터들의 인명 피해 없이 SS급, 나아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SSS급 던전들과 마왕들이 도사리고 있을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실제로도 가능했다. 전성기 시절 최진혁의 힘과 군단이라면 충분히 마왕 하나…… 아니, 둘까지도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성지혁의 말에 최진혁은 고개를 까닥거리면서 수긍했다.

“가능하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앞으로 빠르게 강해지길 빌면서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팅!

“이건……?”

“아까 말했지? SS급 던전에서 많은 전리품들이 있었다고? 이건 거기서 나온 마석이야. 이걸로 스태프를 만들건 마나를 채우건 상관은 안 하는데 일반 마나 추출기에다가 넣으면 안 돼. 터진다고 그거.”

“……고맙게 잘 쓰도록 하지.”

마석 안에서 요동치는 마나가 느껴질 정도로 성지혁이 준 마석 안에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잠들어 있었다.

물론 마기 특유의 탁한 기운도 있었지만.

그랬기에 최진혁은 조용히 감사를 표하고는 품 안에 마석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할 말은 이게 다인가? 하루빨리 강해져서 마왕을 잡아달라는?”

“음…… 그것도 있는데 우리 계약 내용 중에 우리 쪽에 할당된 던전을 GOD 길드에 건네주기로 한 것 있지?”

“으음…… 그런 내용도 있긴 했었지.”

“우리가 정리해 둔 던전 목록들 있으니까 나가면서 민식이한테 받아가도록 해. 대충 이름만 적혀 있지만 워낙 직관적인 이름들이라 파악하기에 어렵지는 않을 거야. 던전 등급은 대부분 B~A니까 적당히 맞는 것을 골라서 우리 쪽에 연락을 주면, 우리가 던전 공략 일정을 잡아줄 테니 빨리 연락해 주길 바라지.”

성지혁의 말에 최진혁은 알겠다며 고개를 까닥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진혁에게 김민식은 정리해 둔 문서 파일들을 건네주었고, 최진혁은 파일들을 받아 들고는 협회장실을 빠져나갔다.

최진혁이 사라지자 김민식이 성지혁에게 말했다.

“그거 함부로 밖에 내돌려도 되는 겁니까? 총협회에서 제재 안 들어와요?”

“에이, 고작 그거 줬다고 뭐라 하겠냐. 그리고 이건 투자지, 투자.”

“하아…… 전 제재 들어와도 모릅니다.”

“내가 총협회에서 제재 먹어도 저 최진혁이라는 애가 하루빨리 SSS급, 아니, SS급만 올라오면 난 여한이 없겠다.”

이런 성지혁의 말에 김민식은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김민식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최진혁이 하루빨리 SSS급에 오를 수 있다면 정말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최진혁이 가진 능력은 경이로웠다.

“어쨌든 이제 우리 손을 떠났군요. 그런데 안 아깝습니까? 그거 후작급 마족의 심장에서 나온 마석이잖습니까.”

“어차피 나는 이제 마나도 안 늘어나는데 아까울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저거 팔지도 못하는데 소장용으로 놔두기엔 아깝잖아? 너도 백작급 마족의 마석 받았잖아? 그걸로 뭐 했냐?”

“전 제가 먹었죠. 집에 있는 마나 추출기로 뽑아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협회장님은 아마 곧 그 자리에서 내려오셔야 할 겁니다.”

“뭐? 흐하하하!! 할 수 있으면 해보든가. 대련장으로 갈까?”

“……조금 나중에 가도록 하죠. 갑자기 배가 아프군요. 화장실 좀…….”

“남자 놈이 빼기는! 가자! 대련장으로!”

그렇게 김민식은 자신의 입을 탓하면서 성지혁에게 목덜미가 잡힌 채, 협회장 전용 대련장으로 끌려갔다.

* * *

카페에 있던 김혜진과 도경수를 데리고 돌아온 최진혁은 김민식이 건네준 던전 파일들을 김혜진과 도경수와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다.

B급부터 A급까지 정리된 파일들을 뒤적거리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건 어때요? 트롤의 숲? 이거 아저씨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요? 경수 아재도 이제 마나량만 보면 A급 아니에요?”

“아재라고 하니까 진짜 아저씨 같잖아!! 아재라고 하지 마라!!”

“아재를 아재라고 하지 뭐라고 해요!!”

하지만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물론 김혜진과 도경수의 싸움 때문은 아니었다.

바로 최진혁의 문제였다. 최진혁의 현재 수준에 맞추자니 김혜진과 도경수가 위험했고, 그렇다고 김혜진과 도경수에게 최진혁이 맞추자니 너무 수준이 낮았다.

이렇게 딜레마에 빠진 최진혁의 눈에 하나의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리치의 연구실]

던전의 등급은 A급이었다.

그리고 헌터들 최고 기피 대상인 지능형 몬스터와 언데드 몬스터가 겹쳐져 있어서 던전 클리어가 몇 개월째 밀리고 있는 던전이었다.

그런 기피형 던전을 보는 최진혁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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