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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21화 (21/149)

리치, 헌터가 되다! 21화

시작부터 A급(2)

“와아…… 아저씨 진짜 미쳤다. 어떻게 5단계까지 깨요? 전 오크들은 진짜 죽어도 못 잡겠던데. 어떻게 트롤을 잡지?”

“너도 나중엔 눈 감고도 잡을 수 있을 거다.”

“에이, 그건 당연한 거고요. 제가 신기한 건 지금 잡은 거죠! 지금! 솔직히 지금 세계급으로 보면 트롤 못 잡는 헌터가 얼마나 있겠어요.”

그렇게 조잘대는 김혜진의 말에 최진혁은 진심으로 마나로 자신의 귀를 막을지 김혜진의 입을 막을지를 고민하면서 협회의 문을 나섰다.

그리고 협회의 문을 나서자마자 터져 나오는 플래시 세례에 눈을 찡그렸다.

“최진혁 씨! 세계 최초로 5단계를 클리어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지금 전 세계 최초로 5단계 클리어 및 시작부터 A급 헌터가 되셨는데 현재 기분이 어떠십니까?”

“김혜진 씨! 정령형 헌터로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3단계 클리어신데 소감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최진…….”

중간중간 김혜진에 관한 질문들이 있었지만 8할은 최진혁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강한 이유가 뭐냐? 무슨 능력을 각성한 것이냐? 마법형은 맞느냐? 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 세례에도 최진혁은 단 하나도 답하지 않은 채, 멀리서 멍하니 자신들을 보고 있는 도경수를 향해 걸어갔다.

“……오셨습니까?”

한층 더 공손해진 도경수의 모습에 최진혁은 손을 휘적이면서 귀찮음을 표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최진혁 차에 타자 도경수와 김혜진도 잽싸게 올라탔다.

사실 벌써부터 기자들이 쫓아오고 있었기에 조금만 더 지체하면 인(人)의 장벽에 갇힐 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진혁의 판단(?) 때문에 최진혁 일행을 태운 차는 별문제 없이 협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휘유, 기자들이 어마어마하군요. 하긴 최진혁 씨가 한 것을 보면 저것도 적은 것 같긴 합니다만…….”

도경수의 말처럼 최진혁의 한 일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막말로 외국에 있는 기자들이 지금 비행기로 오고 있어도 우습지 않은 일들이었다.

전 세계 헌터 라이센스 시험 5단계를 최초로 클리어한 것도 모자라서 시작부터 A급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협회들도 한국 협회와 다를 바 없는 시험 문제 난이도였기에 트집을 잡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응시생 중 일부가 최진혁과 김혜진의 시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더욱더 빠르게 최진혁과 김혜진의 유명세가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런 것에 관계 없이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쩝, 뭐 피곤했을 테니 어쩔 수 없나.”

최진혁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도경수는 차를 몰아 자신들의 집을 향해갔다.

그리고 그런 차 안에서 최진혁과 김혜진 두 사람은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 * *

“아주 거하게 일을 벌여주셨군요.”

“……여긴 어쩐 일이지?”

눈을 뜬 최진혁을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니라 김민식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김민식을 본 최진혁이 인상을 쓰자 김민식은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최진혁을 바라봤다.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제가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피곤하니 용건만 간단히.”

“뭐 저도 그렇게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요.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죠.”

툭.

그리 말하면서 김민식이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무언가를 던졌다. 김민식 던진 무언가를 받아든 최진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급 마석?”

“시험 합격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협회장님이 드리는 겁니다.”

“……이건 고맙군.”

안 그래도 이번 시험에서 마나량 부족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찰나에 상급 마석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눈에 띄게 좋아하는 최진혁의 모습에 김민식이 피식 웃었다.

“일단 선물을 그게 끝입니다. 그리고 이제 며칠 후에 정식으로 자격증이 나올 겁니다. 김혜진 씨는 C급 정령형, 최진혁 씨는 A급 마법형으로요. 그때 바로 길드를 만드시면 됩니다. 길드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절차는 저희 쪽에서 전부 처리해 놨습니다. 이제 길드명만 지으시면 자격증이 발급될 때에 맞춰서 길드를 창설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저희와의 계약이 시작되는 거죠.”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은 길드명에 대해서 고심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GOD.”

“너무 광오하신 거 아닙니까? 신이라니. 그런 이름을 붙인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

“쩝, 말하기 싫으시면 됐습니다.”

최진혁이 라는 이름을 길드명으로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생에는 신의 자리에 오르리라.’

아르말딘 대륙에서는 오르지 못했던 신의 자리에 오르고 말겠다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길드명으로 표현한 것이다.

GOD라는 길드명을 보면서 최진혁은 흐트러지려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것이다.

최진혁이 답해주지 않자 김민식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최진혁이 누워 있던 소파의 옆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최진혁 씨.”

“……뭐지?”

“혹시 S급 던전이 던전의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민식의 말에 최진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세상에 있는 던전들 중에서 가장 높은 던전은 S급 던전이었다.

S급 던전보다 높은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민식의 그 말에 최진혁의 입이 열렸다.

“그게 무슨 소리지? S급 던전이 끝 아니었나?”

“……일단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세한 건…… 길드를 창설하실 때 협회장님과 함께 얘기하도록 하죠.”

“쯧, 자기 할 말만 하고 입을 닫는군.”

“하하하! 제가 원래 평소에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제가 좀 그렇죠? 라는 표정을 짓는 김민식을 보면서 최진혁이 손을 내저으면서 축객령을 내리자 김민식이 소파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최진혁의 집을 나섰다.

그리고 최진혁의 집을 나서면서 김민식이 생각했다.

‘최진혁 씨…… S급 던전은…… 결코 던전들의 끝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던전들의 끝에는…….’

* * *

김민식 떠나고 난 뒤로도 시간을 계속해서 흘렀다.

그러는 와중에도 최진혁의 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문 앞에 진을 치기도 했지만 본 나이트와 본 하운드를 시켜서 몇 번씩 쫓아내자 그 뒤로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허공에 붕 떠버린 시간 동안 김혜진과 도경수와 대련을 해주면서 둘의 실력을 키워줄 때쯤, 최진혁의 핸드폰의 문자가 하나가 왔다.

[최진혁 씨. 헌터증 발급됐습니다. 받으러 오시죠.]

김민식이었다. 김민식의 문자를 받자마자 최진혁은 하던 수련들을 멈추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그 모습에 같이 수련을 하던 김혜진과 도경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최진혁이 말했다.

“김혜진, 너도 준비해라.”

“에? 어디 가는데요?”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정령들과 놀아주던 김혜진이 되묻자 최진혁은 검은색 코트를 걸치면서 답했다.

“자격증 받으러. 넌 안 받을 생각이면 혼자 가도록 하지.”

“아아앗!! 같이 가요! 금방 올게요, 혼자 먼저가면 안 돼욧!!”

그 말과 함께 김혜진은 정령들을 역소환하고는 집 안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김혜진이 사라지자 본 나이트와 박투 수련을 하고 있던 도경수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요? 전 왜 갑니까?”

“운전해야지. 나랑 김혜진은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아, 예…….”

운전수라는 말에 도경수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지만 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법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이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최진혁에게 신세를 지고 있기도 했다.

지금 최진혁의 집에서 쫓겨나면 도경수는 갈 곳이 없었다. 집까지 팔고 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휴, 갑시다, 가.”

그렇게 말하면서 도경수도 쌀쌀한 날씨와 입고 있는 장비들을 벗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갔던 둘이 나오자 최진혁은 곧장 협회로 출발했다.

오늘 협회에 가게 된다면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아야 했고, 길드를 창설해야 했으며, 김민식에게 지난번 얘기하다 만 것을 마저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쁜 일정을 안고서 최진혁은 협회로 향했다.

* * *

“우와…… 대체 이게 무슨…….”

협회 정문 앞에서 멈춘 차 안에서 정문에 모여 있는 기자들을 본 김혜진이 감탄했다.

저번 실기시험 당시에 모였던 기자들은 새 발의 피라는 듯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방송 차들을 비롯해서 각종 카메라들부터 시작해서, 그것들로 인한 구경꾼들까지 모여서 협회 정문 앞은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런 인파에 김혜진은 기가 죽었지만 최진혁과 도경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둘 다 저 정도의 인파로 주눅 들 만큼 나약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저 정도의 인파는 이미 많이 겪어봤기 때문이다.

도경수는 B급에 버프 마법이라는 특수 마법으로 기자들의 인터뷰 및 기자회견도 한번 해보았고, 최진혁은 자신을 죽이러 온 군대들을 수없이 상대해 보았기에 아무런 떨림 없이 차에서 내려서 기자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최진혁과 도경수가 먼저 걸어가자 김혜진도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서 둘의 뒤를 쫓았다.

“같이 가요!”

기자들은 자신들이 기다리던 먹잇감이 도착했지만 선뜻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선두에서 걸어오는 최진혁에게서 풍겨오는 알 수 없는 기운 때문이었다.

기운에 닿을 때마다 오한이 들고 섬찟한 기분에 기자들은 최진혁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고위급 헌터라서 느껴지는 것이겠거니 했지만 실상은 최진혁의 음차원 마나에 담긴 한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편하게 기자들의 무리를 지나쳐 협회 안으로 들어간 최진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김민식이었다.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서 최진혁 씨와 만나는 게 바쁜 일 중에 하나라서요.”

그 말과 함께 김민식은 최진혁에게 헌터증을 건네주었다.

그 순간 협회 안으로 밀고 들어온 기자들이 최진혁에게 헌터증을 건네주는 김민식과 그 헌터증을 받아 드는 최진혁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플래시 세례에 최진혁이 짜증을 내려고 했지만 김민식이 입을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조용히 하고 그냥 웃어요 웃어. 금방 끝나니깐.’

김민식의 간절한 목소리에 최진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입꼬리를 최대한 올렸다.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와 엉성한 미소는 어찌 보면 섬뜩할 정도였지만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 앞에선 섬뜩이고 뭐고 할 것 없었다.

그렇게 최진혁과 김민식의 사진 촬영이 끝나자 김혜진과 김민식의 사진 촬영으로 넘어갔고, 그것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 최진혁, 김혜진, 김민식, 도경수는 협회 안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최진혁들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질문 세례에 이런 경험이 처음인 김혜진이 어버버거리자 옆에 있던 김민식이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올리면서 살짝 기운을 방출했다.

살짝이지만 S급 헌터의 기운답게 일반인인 기자들이 입이 합죽이가 되었다.

만족스러운 분위기가 되자 김민식은 손을 내리고 앞에 있는 마이크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을 모은 것은 여러분에게 질문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발표를 하기 위함입니다.”

“발표? 무슨 발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도 김민식의 기운을 떨쳐내고 특종을 잡기 위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기자의 말에 김민식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얼마 전, 세계 최초로 5단계 시험을 클리어하고 A급 헌터가 된 최진혁 씨가 길드를 만듭니다. 그 길드의 이름은 GOD입니다.”

“……?!”

김민식의 말에 기자들의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기자들에게 김민식이 또 하나의 일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저희 협회는 길드 GOD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요하게 물 흐르듯이 흐르던 헌터 업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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